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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론가정도 벗어나는 검색 사이트들
[한겨레]2001-02-23 04판 25면 1276자 국제·외신 컬럼,논단
인터넷의 망망한 바다를 항해하는 데 초심자들이 필히 지참하는 도구는 검색엔진이다. 검색 사이트는 능숙한 네티즌이라도 새로운 정보를 찾기 위해 자주 들락거릴 수밖에 없는 사이버공간의 중요한 길잡이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대개는 20%도 밑도는 유명 검색엔진의 검색률 수준에 의지해 정보 사냥에 나서야만 한다. 그 중 조회 건수의 비율로만 따지면 상업 사이트가 80% 이상을 차지한다. 그만큼 최상의 검색 조건이 마련되고 있지 못함을 보여준다.최근 들어 유명 검색 사이트의 검색 기준이 한층 더 불투명해지고 있다. 정보의 검색 순위에 화폐의 논리가 개입될 수 있다는 사실이 공공연히 알려져 있지만, 이제는 도가 지나쳐 검색 사이트들이 검색 결과를 놓고 장사를 벌이고 있다. 검색엔진들의 동향을 조사하는 서치엔진워치(searchenginewatch.com)의 이번달 소식지에는, 잘 알려진 검색 사이트들이 검색 목록의 최상위에 올려주는 대가로 해당 기업들에 매달 적게는 25달러에서 많게는 300달러 이상을 요구하고 있다고 전하고 있다.
야후(yahoo.com)는 비용을 낸 기업 사이트들에 목록 검색에서 기존의 인기 사이트들보다 상위에 강조해 올려주는 대신, 자사 광고국을 통해 `후원 사이트들'의 광고를 끌어들이고 있다. 높은 검색률과 정확도로 야후의 웹 검색엔진으로 채택된 구글(google.com)도 협찬이란 명목으로 검색 결과의 오른쪽에 강조체로 '후원사 링크'를 표기하고 있다. 광고주들을 끌어들이려는 이런 새로운 형태의 시도로 아예 검색의 의미를 잃어버리는 경우도 발생하고 있다. 감각있는 디렉터리 서비스로 여러 대형 포털들이 채용하고 있는 룩스마트(looksmart.com)는 해당 후원업체에 관련 웹페이지들의 조회 건수를 늘려주는 방식을 쓰고 있다. 이미 경매사이트인 이베이와 인터넷서점 아마존 등이 룩스마트와 계약을 맺고 검색 결과에 상업적 영향을 끼치고 있다.
이제까지 검색 포털들은 주로 배너광고로 먹고살았다. 닷컴 광고주들의 호주머니에 민감할 수밖에 없는 처지이고, 닷컴 경기의 침체가 온라인 광고 수주율의 하락을 동반한다는 것을 모르는 바 아니다.
하지만 최근의 이런 경향은 검색 사이트들이 수익을 거두기 위한 몸부림이라 보기엔 치졸한 감이 없지 않다. 브랜드 이름에 목숨거는 기업들 처지에서 보면 검색 순위에서 밀릴 수 없기에 이를 모른 체 지나칠 수 없을 것이다.
갈수록 네티즌들이 상업적 정보로 인해 엉뚱한 곳에서 헤매고 다닐 확률이 높아지고 있다. 손끝의 마우스 클릭을 좀더 주의해서 할 때다.
이광석/뉴미디어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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