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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폰 ‘감옥깨기’가 저작권 위반이라고? - 스마트폰이 사는 길

아이폰 ‘감옥깨기’가 저작권 위반이라고? - 스마트폰이 사는 길


2009년 3월호


이광석


요즘 미국에서 애플이 법정 공방으로 요란하다. 논의의 핵심은 우리가 흔히 위젯 서비스라고 알고 있는 터치스크린폰 혹은 스마트폰의 부가 콘텐츠 추가 기능과 관련이 있다. 유저들은 아이폰 출시 후, 지난 3년여 간 ‘감옥깨기’(jail-breaking)를 통해 기술적으로 닫혀있는 애플의 위젯 서비스를 풀면서 수백 수천의 무궁무진한 위젯들을 내려받아 써왔다. 애플의 사장 스티브 잡스는 당연 노발대발했다. 아이폰을 가지고 장난치다가 걸리면, 모두다 불법으로 간주해 법적, 기술적으로 이용자들에게 대가를 치를 것이라 엄포를 놓고 있다. 몇 년간 이용자와 기업 간의 막고 푸는 싸움이 결국 도화선이 되어, 과연 감옥깨기가 저작권 위법인가 아닌가로 쟁점화하고 있는 것이다.  


실제 아이폰 자체의 성장은 터치스크린의 핵심인 유저 인터페이스 개발 노력에서 크게 돋보인다. 더불어, 성장 속도에 가속이 붙었던 것은 기업이 불법화하고 있는, 사용자들의 감옥깨기 때문이라는 아이러니가 존재한다. 애플이 이용자들을 불법으로 모는 법안은, 1998년에 제정된 ‘디지털밀레니엄 저작권법’이다. 이는 인터넷의 대중화로 소프트웨어나 기술 저작물의 보호에 위기를 느꼈던 저작권자들이 고안한 최초 법안이었다. 이에 따르면, 기업이 생산한 어떤 기술 코드를 풀어서 헤집고 들어가 보는 행위 자체는 이 법에 의해 원천 봉쇄된다(벌금형 혹은 5년의 징역). 예를 들어보자. 이용자가 청계천에서 라디오를 구입해, 여기다 앰프를 달고 내부를 뜯어 새로운 기능을 추가한다고 해도 필자가 초등학교 다닐 적만 해도 아무 일이 없었다. 당시에는 조립도 가능한 ‘키트’(the kit)가 있어서, 설명서를 보면서 납땜해 라디오를 만들던 기억이 난다. 기술의 내용은 선명했고, 이용자들은 쉽게 그 안을 들여다보고 자기식대로 개발했다.


‘최초 구입 원칙’(the first sale principle)이란 거의 사문화돼가는 저작권 양해 조항이 있다. 일단 이용자에 의해 구입된 물건은 자유롭게 변형하거나 재판매, 임대할 수 있다. 책을 보자. 이용자가 서점에서 구입한 책은 엿을 바꿔먹든 친구에게 선물로 주든 누구도 아랑곳 하지 않는다. 그러나, 디지털 기술이 발전하면서 상황이 예전과 다르게 점점 팍팍해져가고, 이용자를 보호하는 공정 이용의 권리들도 거의 유명무실해간다. 애플이 말하는 위법, 감옥깨기는 사실상 유저들에 의해 구성되는 새로운 기술의 가능성을 보여준다. 감옥깨기를 통해 새로운 위젯들이 명성을 얻어 알려지고, 그에 수없이 딸린 콘텐츠 기업들이 창업을 하면서, 애플이 기술적으로 막고자 했던 아이폰의 새로운 가능성도 지속적으로 드러나고 있다. 애플이 사실상 위젯을 번들로 막아오다 아이폰 2.0에 와서 이를 콘텐츠 업계에 공개해 상업적 내려받기가 가능한 시스템으로 전환한 데는, 결과적으로 이용자들의 감옥깨기 공이 크다. 결국, 애플의 법정 공방도 사용자의 거스를 수 없는 문화적 대세를 인정하는 선에서, 그리고 기술의 장기적 전망을 극대화하는 선에서 정리돼야 한다.


올 4월부터 밀려올 것으로 예상되는 다양한 스마트폰과 위젯의 위상을 우리도 보다 개방된 인터페이스 기술 형태로 접근해야 할 것이다. 그것이 이용자는 물론이요, 요즘 가뜩이나 힘든 IT 콘텐츠 업계가 사는 길이다. 한둘의 기기 수입과 서비스 공급을 맡은 업체들이 이윤을 독식하고 그 좋은 기술의 가능성을 막는 어리석은 짓은 범하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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