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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공유 위협하는 저작권남용

정보공유 위협하는 저작권남용 [한겨레]2001-12-15 04판 12면 1243자 국제·외신 컬럼,논단 자유로운 정보공유 정신이 이윤 논리에 크게 위협받고 있다. 저작권의 기술적 통제 방식을 '코드'란 개념으로 풀었던 미국 법학자 로렌스 레식은 얼마전 출간된 그의 두번째 책에서 인터넷 현실에 대한 강한 비관론을 피력했다. 레식과 같은 시장 옹호론자조차 기업들의 구태의연한 저작권 남용에 대해 책 한 권을 소모해가며 성토할 정도면 그 심각성은 짐작하고도 남는다.지난달 연방 항소심에서 미국영화협회는 해커 전문지 (2600)에 또 다시 승소해 저작권의 위력을 새삼 확인했다. (2600)은 지난해 디브이디 잠금장치를 푸는 리눅스용 암호해독 프로그램(DeCSS)을 연결 페이지에 등록한 이유로 영화협회에 패소당한 바 있다. 올해초 미국음반협회의 압력에 대항해 프린스턴 대학의 한 연구팀이 낸 소송도 기각됐다. 디지털 복제를 막는 워터마킹의 허점을 진단한 학술논문을 발표하려다 협회의 압력으로 무산된 뒤 표현 자유권 침해로 법정 소송까지 간 사례다. 이 둘은 앞으로 법정 분쟁에서 저작권자들의 입지를 강화하는 판례로 남을 것이 분명하다. 저작권 중심의 법 해석뿐만이 아니다. 고자세로 저작권법의 확대 해석에 기대어 무고한 이들을 범법자들로 만들었던 거대 음반업자들이 본격적으로 온라인 시장에 뛰어들고 있다. 법정 분쟁만으로는 네티즌들의 정보 공유 모델을 감당 못 할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업계는 사용자들의 정보공유 방식을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로 길들이려 한다. 자유롭게 교환하고 내려받고 저장하여 담고 복제하던 방식을 기술적으로 크게 제약하는 상업 서비스다. 음반 업계들이 소비자들에게 내건 홍보 전략은 향상된 음질, 검색 기능, 내려받기 속도다. 매달 일정액을 지급하고 음악파일을 듣는 대신 저장을 할 수 없게 하거나, 설사 저장을 한다 하더라도 일정 시간이 지나면 자동 잠금돼 이용할 수 없게 만들어 다른 데 옮겨 담는 것도 아예 불가능한 모델을 기술적으로 고안했다. 혁신과 창의성을 키웠던 정보공유의 '열린 모델'이 저작권 확대의 옹벽을 치는 '닫힌 모델'로 귀환한다. 이윤 확대를 위해 들인 열성에 비해, 인터넷의 새로운 현실과 사용자들의 변화는 기업들의 안중에 전혀 없다. 최근 몇년 동안의 미국 저작권 판례들과 거대 기업들의 이런 움직임은 한국내 인터넷 발전에도 전혀 도움이 못될 것으로 보인다. 냅스터 판결이 '소리바다' 음악 공유 사이트에 미친 부정적 파장을 보면 미국의 선례들이 한국내 저작권 지상론자들의 나갈 바를 제시하는 능란한 길잡이로 나설 공산이 크다. 이광석 뉴미디어 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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