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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전.평화운동의 새수단 인터넷

반전.평화운동의 새수단 인터넷 [한겨레]2001-12-22 01판 09면 1321자 국제·외신 컬럼,논단 조지 부시 미국 행정부의 끝모를 전시체제 조성으로 미국 사회 곳곳에서는 보이지 않는 자기검열의 촉수들이 우후죽순처럼 생겨나고 있다. 미국 주요 언론들은 피폐한 아프가니스탄을 초토화시킨 공격을 이젠 '민족해방전쟁'으로 한껏 치장하고 있다.미국 시민 가운데 자신의 자동차나 건물 외벽에 성조기를 달지 않았다면 그는 간이 부은 사람이거나 애국심과 무관한 사회 이탈자로 간주된다. 대학가.지역사회.의회.언론 등의 내부에서는 부시의 정책과 '테러와의 전쟁'에 대한 조그마한 비판의 목소리도 새나오지 못하도록 침묵의 자정이 이루어진다. 그래도 침묵의 암묵적 강요는 오래 가지 못하는 법이다. 위축됐던 비판적 목소리들이 점차 힘을 얻고 있다. 반전.평화의 물결이 인터넷을 통해서 무럭무럭 자라나고 있다. 다시 한번 인터넷이 정치행동을 위한 새로운 의사소통 수단으로 구실하고 있다. 인터넷은 베트남전과 걸프전 때에는 상상할 수 없었던 전자경로를 통해 반전.평화 운동의 새로운 연대 가능성을 열고 있다. 한국의 '평화쪽지 이어달리기운동'은 지금까지 4500여명의 반전과 평화의 메시지를 모았고, 뉴욕 브루클린의 한 청년에 의해 시작된 '국제 반전청원운동'은 전세계 50만명 이상의 온라인 서명을 받아내는 등 전세계 비정부기구(엔지오)들과 시민들의 온라인 시위와 평화연대가 급속하게 이뤄지고 있다. 무차별 폭격에 의한 무고한 아프간 양민들의 죽음을 막고 동시다발 테러 이후의 합리적인 문제 해결을 원하는 세계 시민들의 소망이 전자 공간의 떨림으로 전해지고 있다. 미디어 이론가인 마셜 맥루한이 서구의 인쇄매체 혁명을 '구텐베르그 갤럭시'로 표현했다면, 정보 이론가인 마누엘 카스텔은 최근 저술에서 지금을 '인터넷 갤럭시'로 규정했다. 인터넷을 통해 인간 소통과 조직화의 새로운 시대가 열린다는 주장이다. 그렇게까지 치켜세울 정도는 아니더라도 인터넷이 반전 운동의 기폭제가 되고 있는 점은 분명하다. 상대적으로 익명성을 보장하는 인터넷에서 호전적 애국주의가 주는 무언의 공포 없이도 자신의 대안을 얘기하고 의견을 교류하고 힘을 모아 용기를 얻는 과정이 새로운 정치행동으로 정착하고 있다. 게다가 지금처럼 독점 언론에 의한 정보 통제가 광범위할 때 인터넷은 다양하고 심층의 대안적 정보들이 흐르는 소통로 구실을 한다. 그렇다고 인터넷이 자유의 영원한 보루라고 본다면 대단히 순진한 것이다. 여전히 미더운 것은 발 딛고 선 현실의 정치력이다. 컴퓨터 앞에 앉은 네티즌의 손끝 클릭만으로 '전쟁취소' 명령을 내릴 수는 없다. 당연 반전.평화 운동의 물결도 '온'과 '오프'의 조화로운 결합에 의해서만 한층 거세질 것이다. 이광석 뉴미디어 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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