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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국방부 전시 홍보기업

미 국방부 전시 홍보기업 [한겨레]2002-03-08 06판 10면 1241자 국제·외신 컬럼,논단 못내 아쉬웠겠지만 도널드 럼스펠드 미국 국방장관은 아프가니스탄을 공격하는 동안 육군의 '제4심리조작반'과 함께 이데올로기 선전의 진지로 쓰였던 이른바 '전략영향국'의 운영을 최근 사실상 백지화했다. 국내외의 부정적 여론에 밀린 고육책이다.이미 폭로된 대로 전략영향국의 폐쇄는 거짓 흑색정보를 여러 매체에 실어 해외 언론공작을 합법적이고 본격적으로 펼치려다 무산된 고약한 경우다. 전략영향국이 제대로 활동도 못하고 문을 닫는다고 해서 미국 군당국이 서운해할 이유는 없다. 어떤 변형된 형태로든 그 비슷한 선전기관이 암약하리란 것은 짐작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전략영향국의 두뇌집단으로 관심을 끌었던 곳은 렌든그룹이라는 한 홍보전문 민간기업이다. 지난해 10월 말부터 국방부의 아랍권 선전전 수행을 도왔던 이 회사는 전략영향국의 존폐 여부와 상관없이 앞으로도 계속 국방부에서 뭔지 모를 일을 수행할 것으로 알려졌다. 1981년에 세워진 뒤 지미 카터 전 대통령의 대통령선거 홍보를 맡으면서 불쑥 성장한 이 회사는 그동안 80여개 정부기관.기업 등을 대상으로 각종 선전.홍보 공작을 수행해왔다. 이 회사가 올린 국제적인 여론공작의 전과는 한두 가지가 아니다. 사우디아라비아 왕가의 신뢰를 얻게 한 일본 도요타자동차의 교통안전 게임쇼 설계, 악명높은 다국적 화학회사인 몬샌토가 유발한 오염 지역들에 대한 지역여론 무마, 미국 국제개발국의 용역을 받아 수행한 스리랑카의 외자 유치 캠페인, 쿠웨이트 정유회사의 의뢰로 거둬낸 노동자 파업 해결 등은 모두 이 회사의 손을 거쳤다. 이 회사의 진가는 미국 국방부 및 중앙정보국과 오랫동안 맺어온 심리전 공작에서 더욱 빛을 발했다. 89년 중미 파나마의 마누엘 노리에가 정권을 축출한 뒤 미국이 후원한 새 정권의 위기 관리, 90년 이라크의 쿠웨이트 침공 뒤 쿠웨이트 정부에 유리한 여론 공작, 걸프전 당시 반후세인 진영인 이라크 국민의회에 대한 후원 캠페인 등을 수행했다. 이들은 라디오.위성방송.인터넷은 물론 만화책.팸플릿.전시물 등 다양한 매체와 공간을 활용해 집요하게 의뢰인의 요구에 맞춰 여론을 움직이는 데 힘을 집중한다. 미국 국방부의 '전시 홍보기업'이란 별명을 얻을 정도니 아프간 공격에서 렌든그룹이 어떤 구실을 했는지는 짐작할 만하다. '눈먼 폭탄'에 죄없이 죽어간 아프간 민간인들의 주검더미 위로 원조식량을 뿌리며, 이를 인도주의의 상징으로 능숙하게 포장하는 것이 이 회사엔 성공적 홍보전략의 첫 단계였을 것이다. 이광석 뉴미디어 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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