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드바 영역으로 건너뛰기

곧 걷기 시작할 것이다.

2007년 8월 24일생이니, 어제부로 8개월을 채웠다.

 

아이를 가지고 또 낳을 때까지 별 감정을 느끼지 못했지만,

막상 키우면서 느끼는 것이 많다

 

웃기는 이야기지만 탯줄을 자르고 제일 먼저 눈에 들어온 것이 아기의 귀였다.

다른 곳은 미처 사람이라고 하기엔 어려웠지만(;;) 귀만큼은 완전한 모양이었다.

이틀을 병원에 있다가 퇴원하고 난 후, 혹시나 하는 마음에 불안감이 많았다.

숨소리가 들리지 않아 혹시나 하고 귀를 가까이 대보기도 했다.

잠 많기로 자타가 인정하는 나였지만, 아기의 소리 하나하나에 척후병처럼 반응했다.

매일같이 청소기와 걸레로 방을 훔치면서 그 동안 이런 쓰레기장에서 어떻게 살았나 싶다.

 

어느덧 옹아리를 하고, 기어다니고, 뒤집고, 쌕쌕거리며 자는 모습을 보면 신기하고, 예쁘다.

그런데, 가슴이 쨘한 건 왜그런지 모르겠다.

아기들과 관련한 모든 이야기들과 자식들과 관련한 모든 이야기들이 내 이야기로 들린다.

 

주변에서 6개월을 전후로 병치레 한다는 이야기를 들었는데, 다행히 아무일 없이 넘어갔다.

요즈음엔 마음에 안드는 일이 있으면 짜증도 곧잘 낸다.

기어다니다 바지가랭이를 붙잡고 안아달라고 찡찡거리기도 하고, 의자같은 것을 짚고 일어서기도 한다.

 

곧 걷기 시작할 것이다.

 

 

.......

 

손자를 물어뜯는 이와 벼룩을 중오하다.

 

 

태어날 때 예닐곱 번 응애응애 울더니

그후로는 멈춰 울음소리를 들어보지 못했다.

때때로 태어나던 날처럼 울기르 바라는 것은

병이 깊어 편안하지 못해서인가 걱정되기 때문이다.

 

살결과 피부가 무르고 약해 핏줄이 보이는데

얄미운 이와 벼룩이 다투어 달라붙는다.

젖먹이가 속으로는 괴로워도 어찌 말을 할 수 있겠는가

 

온몸에 침을 놓은 듯 붉은 상처 보기 괴롭다.

작은 벌레가 날카롭게 뾰족한 입을 가진 것은

조물주 역시 시기심이 많기 때문인가

차라리 내게 오도록 하는 것이 마음 편하다

가엾구나, 어린아이는 물어뜯지 말거라.

 

<선비의 육아일기를 읽다> 중에서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