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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8 혁명' 당시 학생들의 선언 중 일부
"이제 대학생들은 부르주아의 자식을 선발하고 다른 학생들은 제거하는 교육에 종사하는 대학교수의 길을 거부한다. 정부의 선거운동을 위한 구호를 제작하는 사회학자가 되지 않으려고 한다. 고용주의 최상의 이익을 위해 노동자들이 기능하도록 만드는 심리학자들이 되지 않으려고 한다. 노동자들에게 반하는 체제를 적용하려는 기업의 간부들이 되지 않으려고 한다. 고등학생, 대학생, 노동자, 젊은이들은 현 사회가 그들에게 제공하는 미래를 거부하며 끊임없이 위협적인 실업을 거부하며, 가치없고 극단적으로 전문화된 지식을 부여할 뿐이고 지배계급의 이익에 합치하지 않는 사상은 모두 반대하는 오늘의 대학. 지배계급의 표현 도구를 거부한다."
"고등교육 수혜자인 노동자의 자식은 전체 노동자 자식의 10%대일 뿐이다. 대학의 민주적인 개혁으로 그 수혜자가 느는 것은 좋은 일이다. 그러나 한 사람의 노동자의 아들이 기업의 이사가 되는 것이 우리의 강령은 아니다. 우리는 사무직 근로자와 노동자와 간부급의 분리를 폐지하고자 한다."
"대학을 졸업하고서 일자리를 찾지 못하는 학생들이 있다. 이 상황이 개선되어야하지만 그러나 그것이 우리의 투쟁의 본질은 아니다. 심리학 학위나 사회학 학위 취득자는 당신들의 근로조건을 개선시키려는 연구자나 심리기술자가 될 것이다. 수학 학위 취득자는 기계를 더욱 생산적으로 만들어서 당신들을 더욱 참을 수 없게 만드는 엔지니어가 될 것이다. 부르주아 출신의 학생들인 우리가 왜 자본주의 사회를비판하는가? 노동자의 자식에게는 대학생이 되는 것은 그의 계급을 떠나는 것이다.
부르주아의 자식에게 그것은 계급의 진정한 성격을 인식하고 운명같은 자신의 사회적 기능을 자문하고 사회조직과 당신들이 차지하고 있는 자리를 자문하는 기회가 될 수 있다. 우리는 사회현실과 차단된 식자이기를 거부한다. 지배계급을 위해 쓸모있는 존재이기를 거부한다. 단순히 집행하는 노동, 전체를 숙고하는 노동, 계획을 조직하는
노동, 그 노동들간의 분리를 철폐할 것을 원한다. "
우리는 계급 없는 사회의 건설을 원한다.
| <대안연대칼럼> | |||
| 신자유주의 정책이 만든 ‘괴물’, 민영 KT | |||
| KT는 해외투자자들의 이익대변자로 변신…시민사회가 사회적 책임 요구해야 | |||
| 신자유주의 경제정책을 반대하고 대안을 모색하기 위한 학자, 현장활동가 중심의 연구모임인 대안연대회의가 앞으로 매주 1회씩 신자유주의를 앞세운 시장권력을 비판하고 이에 대한 진보적인 시각과 대안을 제기하는 칼럼을 보내오기로 했다.<편집자주> KT 민영화는 어떤 경제이론으로도 설명하기 힘든 참으로 기괴한 '괴물'을 만들어냈다. KT 민영화로 우리 사회는 전 국민의 돈으로 구축한 시내통신망을 일개 사기업에게 넘겨주고 말았다. 공적 자산이 영어 표현 그대로 사유화된 꼴이다. 그 결과 사실상 시내망을 독점한 KT로 인해 경쟁체제가 도입된 지 7년이 지나도록 여전히 시내전화 가입자의 94%가 KT 고객이다. 이런 불균형 상태에서 KT에 대한 시장원리가 제대로 작동될 리 없다.
이미 안정적인 수익구조를 갖고 있던 KT는 민영화 이후 경쟁분야에 모든 인적·물적 자원을 집중했다. 광고선전비는 20배, 판매촉진비는 10배가량 증가했다. 이러한 KT의 공세 앞에 경쟁업체들은 전반적으로 부실화 될 수밖에 없었다. 정부 입장에서 보자면 민간기업에 불과한 KT가 통신시장을 독점하는 것을 막기 위해서는 KT의 경쟁업체들이 살아남아야 했다. 그래서 정부는 KT가 막대한 이익을 누리고 있음에도 통신요금을 내리는 것을 막았다. 그 결과는 KT의 초과이윤이었다. KT는 경쟁업체들의 부실화에 힘입어 막대한 이익에도 요금을 내리지 않아도 되었을 뿐 아니라 경쟁업체들을 압박해서 부실을 키우면 키울수록 안정적인 초과이윤을 보장받을 수 있었다. 민영 KT 매출 늘었으나 설비투자 큰 폭 줄어 민영화론자들은 시장에 맡기면 기업의 효율성이 높아지고 이는 요금 인하 등을 통해 사회 이익으로 환원된다고 얘기했다. 그러나 KT 민영화와 유효경쟁체제는 이와는 정 반대로 KT의 요금 인하를 가로막고 초과이윤을 보장해주는 결과를 빚었다. 문제는 단순히 초과이윤 발생 여부가 아니다. 설혹 일시적으로 초과이윤이 발생했다손 치더라도 그것이 사회적으로 적절하게 재투자 될 수 있다면 그것은 큰 문제가 아닐 수도 있다. 그러나 민영화 이후 KT는 엄청난 이익에도 오히려 투자를 줄였다. 민영화 이전 8조원대에 불과하던 KT의 매출은 12조원에 육박하고 있으며 당기순이익은 1조원을 훌쩍 넘어섰지만 설비투자는 오히려 민영화 이전의 반으로 줄었다. 2000년 3조5천억원 규모이던 설비투자비는 2004년 1조8천억원으로 줄었다. 그 결과 매출대비 설비투자 비중은 2000년 33%에서 2004년에는 15%로 급격히 감소했다. 이러한 투자 감소는 곧바로 공공성 후퇴로 귀결됐다. 119, 112통신까지 '먹통'이 되어버린 지난 2월말의 경기남부와 영남지역의 전화 먹통사태는 민영 KT의 투자 감소와 통신의 공공성과의 충돌을 단적으로 보여준 사례다. 이용경 KT 사장 스스로도 인정했듯 이 사태는 늘어나는 통신수요에도 KT가 투자를 하지 않은 채 기존의 교환기에 무리하게 많은 통신회선을 수용한 데 따른 것이었다. 인터넷종량제 논쟁 또한 마찬가지다. KT 이용경 사장은 ‘인터넷 트래픽량이 매해 두배씩 늘어나는 상태에서 망에 투자하지 않을 경우 우리나라 인터넷이 올 스톱될 수밖에 없다’며 요금 인상을 위한 인터넷 종량제 도입을 역설했지만 정작 자신의 사장 재임 기간 내내 설비투자비를 줄여왔다. 내심 투자를 계속 줄이면 인터넷 속도는 떨어지게 되고 이런 상황이 오면 요금인상을 위한 종량제를 네티즌들도 받아들일 수밖에 없으리라는 계산을 하고 있는 것이다. 주주에겐 황금알을 낳는 거위, 노동자에겐 구조조정 저승사자 문제는 이러한 KT에 대해 사회적으로 적절한 규모의 투자를 강제할 수단을 사실상 시장도, 정부도 우리 사회 그 누구도 갖고 있지 않다는 점이다. 민영화된 KT 경영의 성과는 노동자도, 사회도 아닌 오로지 주주들만의 몫이었다. 기업의 수익 대비 배당금의 비율을 의미하는 배당성향의 경우 KT는 2003년 50.8%, 2004년에는 50.4%를 각각 기록했다. 이는 국내 주요 상장기업 중 최고 수준이다. 그리고 그 고배당의 2/3는 해외투자자들의 몫이었다. 결국 KT의 주주가치경영은 국내에서 내수로 번 돈을 배당금 명목으로 해외로 퍼주는 역할을 하고 있는 셈이다. IMF 전까지만 해도 정부지분 71%의 잘 나가던 국민기업이었던 KT가 어쩌다 이렇게 되었을까? 이는 IMF 경제위기 이후 신자유주의 정책이 우리 사회를 지배하면서 빚어진 필연적 결과이다. 경제위기의 해결사를 자처하며 등장한 김대중 정권의 최우선 정책기조는 외환보유고를 늘리는 것이었다. 이에 따라 KT 민영화는 해외매각으로 결정되었고 99년 뉴욕증시에 상장되었다. 매각이 시작된 지 불과 4년만에 71%이던 정부지분은 0%, 단 한 주도 보유하고 있지 않던 해외투자자들은 49%를 보유하게 되었다. 물론 정부는 법을 통해 해외투자자 지분 한도를 49%로 제한했다. 그러나 이 또한 사실상 사문화되었다. 민영화 과정에서 해외지분 49%는 전부 소화된 반면 국내매각은 진전이 없자 정부는 KT에 자사보유주 형태로 잔량을 모두 떠넘겼다. 그 결과 현재 KT 주식 중 26%가 자사 관련 주식이며 이는 상법상 의결권이 제한되어 있다. 그래서 의결 가능 주식을 기준으로 보면 2/3 가량이 해외투자자 지분이다. 이러한 기업지배구조가 만들어지자 약삭빠른 경영진들은 적극적으로 해외투자자들의 이익 대변자로 변신하였다. 이들은 사회공공성과 국민경제에 대한 기여를 외면한 채 오로지 주주들을 위한 단기실적 위주의 경영으로 일관했다. 이것이 이른바 KT의 저투자-고배당 경영의, 그리고 천문학적인 흑자에도 정규직 2만5천명, 비정규직 1만명을 감원한 이유이다. 민영 KT는 '해외투자자의 KT'…정부 개입능력 없어 국민의 돈과 노동자들의 땀으로 일군 국민기업 한국통신은 이렇게 신자유주의 민영화를 거치면서 해외투자자들의 KT로 변했다. 지금 그 KT를 이끌 민영 2기 사장 선출이 한창 진행 중이다. 무수한 인사들이 후보로 거론되고 있지만 정작 KT의 사회 책임 경영에 대한 문제의식은 취약하기만 하다. KT 경영진들은 그저 현 기업지배구조에 충실하게 사장 선출이 이루어지길 바랄 뿐, KT 경영에 대한 사회적 관심 자체를 부담스러워 한다. 정부는 ‘권력이 시장으로 넘어 갔다’는 한탄만 할 뿐, KT 기업지배구조에 개입할 엄두조차 못 낸다. 이런 상황에서 뒤늦게나마 대안연대회의를 비롯한 소비자단체, 인권단체 등 다양한 시민단체들이 모여 “국가기간통신사업자 KT의 사회책임경영을 위한 시민사회의 역할과 대응방향”이라는 주제로 토론회를 개최하기로 한 것은 매우 뜻깊은 일이다. 이들은 소비자, 노동인권, 사회공공성, 국민경제 등 다양한 관점에서 KT 경영을 진단하고 시민사회의 대응방향을 논의할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신자유주의 이후 기업은 성역이 되고 있다. 그러나 사회운동은 이러한 흐름에 반대할 뿐, 이를 넘어설 적극적인 개입과 실천의 고리를 만들어 내고 있지 못하다. 사기업이 된 KT, 시장도 국가도 통제 못하는 신자유주의가 만든 '괴물' KT에 대해 시민사회가 나서서 사회적 책임을 요구하는 것이야말로 신자유주의 이후 우리가 빼앗긴 공적 영역을 회복하는 작은 실천적 고리가 아니겠는가. | |||
| 이해관 전 KT노조 부위원장 |
<1>
<풀무질>은 인문사회과학 책방입니다. 많은 대학교 앞에 이러한 책방이 있었습니다. 지금은 그 책방이 술집, 빵집, 옷집, 찻집, 밥집으로 바뀌었습니다. 책 장사는 지금 시대에서 먹고사는 장사로서 이윤이 잘 남지 않는답니다. 더구나 대학교 앞 책방은 장사가 안 된답니다. 참 얄궂은 일이죠. 대학생이 책을 읽지 않는다는 소리니까요. 또 책을 읽어도 마음을 살찌우고 몸을 올곧게 이끄는 책을 읽지 못한다는 소리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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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방 앞모습 - 낡고 오래되었으나 길고긴 사회과학 서점 모습을 잘 간직하고 있는 <풀무질>입니다. 작은 고추가 맵듯 작은 책방 <풀무질> 책들이 매섭고 좋습니다
ⓒ2003 최종규
대학로로 가는 길은 버스를 타고 가거나 지하철 4호선 혜화역에서 내리면 찾아갈 수 있습니다. 그곳에서 성균관대학교 쪽으로 가면 <풀무질>과 <논장>을 만날 수 있습니다. 성균관대학교 쪽으로 바로 가는 버스 편도 많이 있습니다. 지하철은 혜화역에서 내려서 가는 길이 가장 빠르고 가깝습니다.
성균관대학교로 접어드는 두찻길로 접어들면 얼마 걷지 않아 <논장>을 만날 수 있습니다. 그곳에서 좀더 올라가 성대 들머리 가까이 나올 때쯤 자그마한 책방 <풀무질>을 만날 수 있습니다. <풀무질>은 참 작습니다. 앙증맞다고 할까요. 어쩌면 책방이 이리도 작을꼬... 그런 생각이 듭니다.
책방이 작으면 그 책방 안에 둘 수 있는 책은 아주 적습니다. 그렇기에 책을 제대로 골라 놓지 못하면 사람들 발길은 쉬 끊이고 맙니다. 자그마한 책방으로 찾아오는 책손이 많고 오래도록 책장사를 이어간다면 그만큼 책을 보는 눈이 높고, 그곳을 찾는 책손 또한 좋은 책을 즐겨 찾는 눈높이와 마음이 있다는 소리입니다.
헌책방도 마찬가지죠. 아무리 작은 헌책방이라 해도 좋은 책을 꾸준하게 찾아볼 수 있으면 그곳을 들락거리는 사람은 많으며 그곳 장사도 오래오래 잘 됩니다. 크기만 넓다고 다 좋지 않으며 넓은 곳, 목이 좋은 곳에 있다 하여 헌 책 장사가 잘 되지 않습니다. 문제는 "찾아서 사서 읽을 만한 책"을 얼마나 잘 갖춰서 보여주느냐, 나눌 수 있느냐예요.
<2>
<풀무질>에서 <송두율 지음-경계인의 사색,한겨레신문사(2002)>을 골라서 고운 님에게 새해 선물로 선사합니다. 제가 읽을 책으로 <헬레나 노르베리 호지/이민아 옮김-허울뿐인 세계화,따님(2002)>를 고르고 <채광석 시모음-밧줄을 타며,풀빛(1985)>와 <이기형 시모음-설제,풀빛(1985)>를 고릅니다. 풀빛판화시모음이 열 권쯤 눈에 띕니다. 이 책은 판이 끊어져서 찾아보기 어렵습니다. 이런 책을 잘 보이는 곳에 꽂아두고 있다니. 반가우며 놀라븝니다. 하지만 이 시모음은 한 사람이 사 가면 재고가 더 없어서 다른 이는 사갈 수 없겠구나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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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방 안모습 - 사장님이 조그마한 자리에 앉아서 조그마한 책방을 지킵니다. 책방을 지키며 당신이 읽을 좋은 책을, 또 이곳을 찾을 이들이 사서 읽으면 좋을 책을 추스리고 가슴에 담으시죠.
ⓒ2003 최종규
<채광석 시 - 아버지와 아들>
제적학생 복교조치다 뭐다 시끄러울 때
다섯살박이 애녀석이 불쑥 물었다
아빠, 복학이 뭐야?
음, 그건 말이지, 으음
학교에서 쫓겨난 학생이 다시 학교에 들어가는 거란다
서른 일곱의 쉬어빠진 애빌 올려다보며
녀석은 오금을 박는다
그럼 아빠도 쫓겨났었어?
이때다 싶어 아내가 네 손가락을 펴 보이며
쐐기를 박았다
네 번씩이나 쫓겨났단다, 네 번, 알지?
그뿐인 줄 아니? 죄진 사람들 가는 곳에도
두 번씩이나 갔다 왔단다
네 첫돌때도 거기 갇혀서 까까 하나 사오지 못했단다
에이, 아빤 나쁜 짓 많이 많이 했는갑다
그치?
문득 좌경극렬...의 첫 운을 떼신
총장님인지 아전님인지 섬찟 떠오르고
제 밑창까지 들어먹은 신문 테레비의
그 쇳소리 손가락질 발길질 이간질 태질이 되살아나며
가슴은 울컷 머리를 쭈삣 사지는 덜덜거려
나는 미친 듯이 도리질을 했다
아니다, 아니야, 그게 아니야
피이, 아빤 거짓말쟁이야
나쁜 짓도 안했는데 왜 쫓겨나고 그런 데 갇힌담
아득하고 막막하고
갑자기 아이의 얼굴이 가물가물 멀어졌다
수왕이 네가 나쁜 애야, 연식이가 나쁜 애야?
에이 연식이 걘 욕심쟁이야
저는 맨날 맨날 다른 애들 장난감 뺏어 가지구
저 혼자 실컷 놀면서 제 장난감에는 손도 못 대게 해
같이 나눠 가지구 놀자구 그러면 때리구 내쫓구 그래
오늘 낮에두 나를 막 할퀴구 때리구 그랬지 뭐야
호연이두 맞구 동진이도 맞구 희진이두 맞았어
아빠도 그래서 쫓겨나구 갇히구 그랬던 거란다
증말? 에이 세상에 아빠보다 힘센 사람이 어딨어?
아빠는 엄마보다두 힘이 훨씬 세잖아?
너도 크면 알게 돼
저쪽 동네에는 엄마 아빠보다 힘센 사람들이 많단다
그치만 우리 동네에선 아빠가 최고로 힘세지?
그래, 그래
그 사람들은 뽀빠이같이 시금치만 먹는갑다
그치만 아빠, 내가 크면 말이지
엄마가 그러는데 밥 잘 먹고 군것질 안하면
이 세상에서 제일 크고 제일 힘센 사람이 된대
내가 크면 말이지, 그 사람들 혼내 줄 거야
근데 아빤 뭘 나눠 가지구 놀자구 그러다가 쫓겨났었어?
아내의 눈꼬리가 갑자기 올라가더니만
애를 몰고 밖으로 나가 버렸다
어느덧 등줄기엔 식은땀이 흘렀는지
축축한 오한이 몰려오고
어지러운 머리 속으로 몇 개의 말이 아스라이 떠올랐다
자유 밥 사랑
좀 길긴 하지만 채광석씨를 읽으며 눈물이 찔끔 나옵니다. `자유 밥 사랑'을 바라고 지키고자 그렇게 애쓰고 싸우다가 고문실로 끌려가 모진 발길질 손찌검을 받았던 일을 떠올린 모습이 눈에 선합니다. 채광석씨는 나이 서른아홉에 교통사고로 세상을 떠나고 만 사람. 한때는 <채광석 전집>도 나오고 이래저래 추모도 했지만 이제 채광석 씨는 우리에게 잊혀진 사람이 되어 자그마한 책방 <풀무질> 책꽂이 한켠에 겨우 고개를 내밉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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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채광석 시모음 <밧줄을 타며> 겉그림
ⓒ2003 풀빛
사지는 않고 읽으면 좋겠다고 보이는 책도 여럿 눈여겨봅니다. <풀무질> 사장님은 <더글러스 러미스-경제성장이 안 되면 우리는 풍요롭지 못할 것인가,녹색평론사(2002)>라는 책이 아주 대단하다며 나중에 꼭 한 번 읽어 보라고 추천합니다. 척 보기에도 퍽 읽을 만하다는 느낌입니다. 나중에 꼭 찾아서 읽어야겠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자그마한 책임에도 책값이 퍽 나가는군요. 6000원이면 알맞겠다 싶은데 7000원을 매겨 놓았습니다. 그 작은 책이...
<오물덩이처럼 딩굴면서,종로서적>라는 책이 있었습니다. 지금은 이 책은 판이 끊어졌을 뿐 아니라 종로서적이 문을 닫아 버려서 헌책방에서만 찾아볼 수 있습니다. 이 책을 보름쯤 앞서 `한걸음'이라는 출판사에서 두 권으로 새로 냈군요. 그 책이 눈에 띕니다. 새로 나온 판은 <권정생 이야기>라는 이름을 달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 책 어디에도 <오물덩이처럼 딩굴면서>를 새로 낸 판이라는 소개가 없습니다. 무척 아쉽군요. 그리고 한 권짜리 책을 둘로 나누면서 작은 판으로 만들었는데 책값을 8500원씩 매겼습니다. 아. 그러니까 둘을 사자면 17000원이 있어야 한다는 소리. 놀랍습니다. 헌책방에서는 1500~3000원이면 살 수 있는 책을 17000원을 들여야 살 수 있게 되었으니까요. 히유. 그냥 한 권으로 묶었으면 아무리 비싸게 매겨도 12000원 안팎이 될 텐데... 왜 이렇게 해야 하는지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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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잘나가는 책 100선 - 책방 <풀무질>에서는 "이곳에서 잘 팔리는 책 100 가지"와 "<풀무질> 책방에서 추천하는 책 100가지"를 문 바로 옆에 있는 책꽂이에 가지런히 꽂아 놓고 있습니다
ⓒ2003 최종규
<3>
책방 <풀무질> 간판은 열여덟 해가 되었답니다. 이제는 낡아서 밤에 형광등도 켜지지 않는답니다. 그래도 그냥 두고 있다는군요. 하지만 형광등을 새로 갈고 간판을 새로 간다고 책방 장사가 더 잘 되거나 책방 모습도 더 깔끔하고 보기 좋다고 느끼지 않습니다. 겉을 꾸미는 일도 중요하고 겉도 꾸미면 좋습니다. 그러나 겉과 함께 속을 가꾸는 마음이 있어야 좋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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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에 붙은 것 - 파리채, 책겉장, 부적, 스티커, ......
ⓒ2003 최종규
제가 잘은 모르나 <풀무질> 사장님에게는 간판 바꾸는 일보다 알뜰한 책을 <풀무질> 안에 잘 갖추는 일을 더 중요하게 생각하고 힘을 쏟지 않나 싶습니다. 물론 돈 얼마 들이고 잠깐 짬을 내면 간판이야 얼마든지 갈 수야 있지만 세월히 흐르고 흐르면서 `낡은 간판'을 갈기보다는 `역사'와 `기억'으로 그대로 남겨두는 일도 좋지 싶어요. 한동안은 `불편함'이지만 세월이 흐르고 흐르면 `새로운 역사'처럼 남기도 하니까요.
<4>
대학로로 술 한잔 꺾으러 가거나 누구를 만나러 가는 길이라면 조금 걸어서 한성대입구역 <삼선서림>을 가 보아도 좋겠고 성대 쪽으로 가서 <논장>과 <풀무질> 같은 책방으로 가도 좋으리라 생각합니다. 잘 갖춘 책을 휘 둘러보면서 우리를 가꾸고 살찌울 좋은 책을 많이 만날 수 있습니다. 즐겁습니다. 그리고 가슴을 적시는 책을 만나면 눈물도 찔끔 나오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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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테이프와 무엇 - 노래테이프, 카드계산기, 이런저런 스티커 딱지가 붙은 책상......
ⓒ2003 최종규

- 성균관대 앞 <풀무질> / 02) 745-88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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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국전쟁의 기원> 영문판 표지와 일월서각 번역본 표지. |
| ⓒ2005 조성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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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국전쟁에 관한 한국 학자들의 연구서들과 커밍스의 저작들. | |
| ⓒ2005 조성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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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6·25 한국전쟁 중, 대전형무소 정치범 처형장에서 한 사형수가 카메라를 응시하고 있다. |
| ⓒ 미국 국립문서기록보관청(NARA)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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