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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화] 축구 이야기 - 비정규직과 시장경쟁력

[우화] 축구 이야기 - 비정규직과 시장경쟁력
정규환 메일보내기
1. 지금은 2020년 봄철
 
지금은 2020년 봄철입니다. 예나 지금이나 한국 사람들 축구, 참 좋아하지요. 팍팍하고 고단한 삶에서 그 애틋한 단잠마저 반납하고 티비 앞에 앉아 아드레날린 분비의 기복을 가파르게 실험하는 사람들이잖아요. 곧 프로 축구 봄철 개막전이 열리면 다들 생업이 축구 경기 관전으로 바뀌는 열중의 터널 속으로 빨려 들어갈 테지요.
 
제가 하려는 축구 이야기는 가공이 아니고 실제 있었던 일입니다. 다만, 축구를 지금처럼 로봇을 시켜서 하는 게 아니라 사람이 숨이 턱에 닿도록 생고생하며 직접 발로 뛰어 하던 시절 얘기인지라 실화가 아니라 우화로 들리겠지요. 세월의 이끼가 두툼하게 끼면 인간이 신이 되고 사실이 신화로 둔갑하게 마련이니 독자께서 실화에서 나온 이야기를 우화로 읽은들 전혀 해될 일은 없습니다. 이 우화라는 옷이 좀 허술해서 속살이 언뜻언뜻 비치겠지만 이 이야기를 옮겨 쓴 저 자신이 냉정히 따져 봐도 소재가 워낙 황당한지라 어쩔 도리가 없었습니다. 현명하신 독자 여러분의 아량을 기대할 따름입니다. ― 채록자 정규환
 
2. 문명국의 축구 팀
 
이 나라에서도 여느 문명국답게 축구 경기가 성행했습니다. 당연히 전국에 축구팀들도 엄청나게 많았지요. 경기 규칙과 경기장 규격 등등 지구촌 다른 나라들과 하등 다를 게 없는 것 같습니다. 그런데 겉으로는 드러나지 않지만 속내를 찬찬히 들여다보면 정말 억! 하는 소리가 절로 튀어나올 한 가지 두드러지게 눈에 띄는 차이점이 있군요. 그게 아주 이상야릇해요. 경기장에서 뛰는 출장 인원의 숫자는 어김없이 11명인데, 그 중 5~6명은 정식 계약선수로서 구단과 고용 조건 등을 정하는 일정한 절차를 밟아 계약을 맺으므로 땀의 대가를 꼬박꼬박 받아갑니다. 하지만 다른 5~6명은 구단주나 감독 또는 정식 계약선수들 가운데서 누가 이런저런 연고로 선을 대어 불러다가 동일한 유니폼을 입혀서 경기장에 발을 들여놓게 된 선수들입니다. 게다가 이 파출선수들 가운데 대다수는 경기가 끝나면 곧바로 축구장을 총총히 뜹니다. 정식선수들은 탈의실에 들어가 샤워하고 자기 사물함을 열어 옷도 갈아입고 차도 마시고 잡담도 나누는데, 파출선수들은 어디로 향하는 걸까요?
 
이들은 또 다른 경기장으로 갑니다. 이들에게는 들어갈 탈의실도 개인 사물함도 없습니다. 운동 가방에 소지품을 서둘러 담아 넣고 이동하기에 바빴습니다. 구경꾼보다 바람이 차지한 자리가 더 많은 경기이건, 대형 스타디움에 에이 비 씨 디 석 가릴 것 없이 관람석을 빼곡히 채운 채 전국으로 생중계되는 방송 화면 앞에는 그보다 훨씬 더 많은 시청자들이 지켜보는 경기이건 상관없이 성분이 전혀 다른 두 계급의 선수들이 함께 경기장을 누빕니다. 이따금 호사가들이 여론 동향을 파악한답시고 관람객과 티비 시청자들한테 과연 이 사실을 알고 있느냐고 물으면 더러는 알고 있다고 하고, 또 더러는 그게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냐 하면서 실없는 소리로 남 구경하는 데 훼방 놓지 말라고 핀잔을 주었다지요, 아마. 또한 이마에 기름이 반지르르 흐르는 신수 훤한 신사와 귀부인들은 그냥 그런 줄 아쇼 하면서 못 들을 것 들어 귀를 더럽혔다고 잠시 양미간을 찡그릴 듯 말 듯 합니다.
 
3. 두 계급
 
3.1 귀족과 노예
그런데 이 나라에 이렇듯 희한한 관행이 고상한 제도 문물의 기반으로서 정착한 것이 건국의 아버지들 때부터 시작되었던 것은 아닙니다. 남의 나라 종살이를 하다가 어찌어찌 해서 나라 살림을 다시 제 손으로 챙기게 되면서 축구도 다른 나라에 못지않게 잘해보자는 의욕이 왜 없었겠습니까. 그 당시에는 축구장 규모도 작았고 변변한 축구장 숫자도 몇 되지 않았거니와 경기장 입장권을 구입할 수 있는 사람들 수도 상당히 적었지요. 그렇지만 축구에 대한 전국민의 열의는 결코 오늘날에 못지않았더랬습니다. 문제는 축구선수인데요. 나라 재정 형편이 넉넉하지 못하였으므로 선수들에게 억대 연봉 어쩌고 하는 것은 화성 여행가는 이바구나 마찬가질 수밖에 없었지요.
 
그러나 ‘지금’(다시 말해서, 이 나라가 지구촌 연대기에서 자취를 감추기 불과 수년 전)하고 확실히 다른 차이점이 있었습니다. 뭐냐 하면, 그 때에는 축구선수 11명 전원이 모두 정식 계약선수였다는 점, 경력 차이에 따라 연봉액수에 얼마간 차등은 있었다지만 ‘지금’처럼 반수는 고대나 중세 시대의 세습귀족 대우를 받는 반면, 다른 절반은 노예 같은 처지에서 빛 좋은 개살구마냥 유니폼만 같은 것을 입고 지내는 납득하기 어려운 상황이 전개되지는 않았습니다. 또 그 때는 한 시즌 또는 한두 해가 지나면 정식선수로 기용되는 게 상례였습니다.
 
물론 축구는 고도의 두뇌 플레이가 필요하면서도 공사 현장의 인부처럼 땀을 흘려야 하는 노동도 겸하여 수행하는 특수한 전문직이라는 것을 누가 모를까요. 그런데 축구선수는 특수전문직 지식노동자로서 살아가는 데 기업 임원들처럼 거액이 전혀 필요치 않다는 것도 다들 잘 압니다. 축구선수의 전문성을 염두에 둘 때 축구선수가 자신이 수행하는 직능의 계발 외에 다른 잡기나 외도에 한눈 팔 겨를은 전혀 없다고 할 것입니다. 축구선수는 일반 시민들도 다 하는 주식투자나 아파트 청약 등 이른바 재테크에 참여하거나 골프 치러 다닐 시간과 정력이 따로 있을 수 없지요. 이런 말 자체가 우습군요. 축구처럼 고난도 기예와 엄청난 운동량이 결합하여 이뤄내는 최상급 운동경기, 아니 예술을 직업으로 삼은 사람이 뭐가 부족해서(또는 남아돌아서) 염의없이 다른 데 신경 쓸 수 있겠습니까. 당연히 이런 사람들이 먹고 사는 데 전전긍긍하도록 방치하거나 강요해서야 축구 선진국을 지향하는 나라의 면목이 도무지 서지 않을 테지요.
 
그렇습니다. 과연 이 나라 축구선수들은 생계비에는 전혀 부족함을 느끼지 못할뿐더러 이 나라보다 훨씬 더 앞섰다는 다른 축구 강국들의 선수들보다 오히려 연봉액수를 더 많이 챙겨주는 특이하게 정착된 제도의 수혜자로 살고 있으니 우린 이 훌륭한 제도를 이해하고 칭찬해줄 수도 있을 것 같군요. 물론, 이 고액 연봉수령자들은 11명 가운데 절반뿐이고 나머지에 대해서는 전국 방방곡곡의 팀마다 참말이지 인간적으로 너무도 싼 값으로 ‘때우고’ 있었기 때문에 참, 뭐라고 말하기가 민망하답니다. 조금 에둘러 말하자면 벙어리 냉가슴을 앓고 있는 이 반수의 선수 아닌 선수들은 스스로 “우린 축구경기장의 유령”이다, “우린 그림자 인생”이다 합니다. 글쎄, 유령에게 그림자나마 있나요?
 
3.2 빵으로 읽는 풍속사
지구촌사를 펼쳐보면 당연히 이 나라도 시장경제를 금과옥조로 삼는 자본주의 국가였답니다. 그런데 경기력 향상을 위해, 체력 향상을 위해 머리 쓰고 땀 흘리고 이 악물고 죽자고 뛰어봤자 노력의 대가를 제대로 주지 않으니 이게 무슨 얼어죽을 놈의 선수랍니까. 하긴 당시 풍속사에 기록하기를 훈련이나 연습 도중 휴식 시간에 구단에서 제공하는 간식도 정식선수들에게는 사람 손으로 구운 빵이지만 다른 절반에게는 공장에서 기계가 찍어내어 가판대에서 무인판매하는 빵이었다고 하네요. 선수도 아닌 것이 선수 행세를 한다니 식용개도 이런 사실을 안다면 하품이 절로 나올 것입니다.
 
4. 장관과 시민의 대화
 
4.1 축구 산업의 경쟁력, 시설 확충에 건다!
그런데 앞에서 ‘때우다’에 따옴표를 한 연유는 이렇습니다. 축구를 중시하는 만큼 이를 관장하는 정부 부처가 있기 마련이지요. 이 나라 각료들 가운데서도 이 부처의 수장은 단명하기로 유명하답니다. 무슨 놈의 장관이 철따라 바뀌질 않나, 어떤 인사는 한 이틀 집무실 의자에 앉았다가 나갔다고 합니다. 그런데 최근 이 요직에 오른 장관이 방송에 나와서 다음과 같은 요지의 발설을 했습니다.
 
“다른 경기 종목들의 경기력 향상은 이제 수준급인 것으로 보인다. 이제 획기적으로 발전시켜야 할 부문은 바로 축구 종목이올시다. 축구의 경쟁력을 강화하여 우리 사회가 요구하는 유능한 인재들을 배출해야 한다. 산업체 임원들이 평가하기를 우리나라 축구 경기를 관전하고 나간 사람들 가운데 데려다 써먹을 가치가 있는 인재는 26% 밖에 되지 않는다고 하더라. 축구는 산업과 직결되어야 한다. 관람객과 티비 시청자들도 기업들이 요구하는 뛰어난 실력과 창발력을 갖추도록 양성해야 하고 이들이 지켜보는 앞에서 뛰는 축구선수들 중에는 큰 호수 건너 축구 강국의 유력한 신문과 잡지에서 거명되는 지구촌급 선수들이 많이 나와야 한다.
 
축구의 경기력 향상을 통하여 국가 경쟁력을 높여야 한다. 우리 축구의 수월성(우수성을 뜻하는 여울목 건너 인접국식 표현으로서 이 나라 각료들이 입에 달고 다니는 말임)을 끌어올리려면 축구 경기장과 축구에 관련된 설비와 건물 등에 대한 평가를 체계적으로 수행하는 국립 축구평가단을 만들어야 한다. 평가를 철저히 계속하면 축구팀들 사이에 경쟁이 붙어 우리 축구를 개혁시킬 수 있다. 또한 중요한 것은 체육관, 기숙사, 운동장 등등 시설을 확충해야 한다. 축구 종목에 국가 예산이 더 배정되도록 해야 한다. 물론 평가단 운영에 필요한 예산도 배정할 것이고.”
 
장관 얘기를 듣고 있던 시민이 질문을 했습니다.
 
4.2 우리 인생은 경기장 입장권 구매의 연속
“장관님하고 직접 대화를 나누게 되다니 영광입니다. 저도 축구에 대한 열성은 둘째가라면 서러워하는 사람이지요. 제게도 정기관람권을 끊어서 각각 족구와 농구 경기를 관람하러 다니는 자식이 하나씩 있습니다. 얘들도 정기관람권 유효기간이 끝난 다음엔 축구 경기를 볼 수 있는 정기관람권을 끊어야 됩지요. 그런데 몇 곳 안 되는 공중 돔 축구 경기장 입장권에 붙은 프리미엄이 워낙 높아서 이 어린 것들이 용돈은 아예 쓸 엄두도 못 낼뿐더러 여기에다 돈을 더 보태려다보니 잠까지 줄여가며 사설 족구장과 농구장에 출입해야 되지 뭡니까. 도대체 왜 이 문제는 해결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가요? 그건 그렇고 오늘은 축구 얘기가 주제니 다시 본론으로 돌아가겠습니다.
 
4.3 시설은 사람에 앞선다? (존재는 본질에 앞선다?)
그런데 장관님 말씀을 듣잡고 있자니 아리송하네요. 제가 잘 몰라서 여쭙겠는데요, 축구 경기도 사람이 하고 축구 경기 관전도 사람이 하는 것이지요? (장관은 너무도 당연한 말에 그냥 듣고만 있습니다.) 헌데 어째서 장관님께서는 운동장이랑 시설 얘기만 하신다요? 제가 알기론 우리나라는 전국적으로 축구팀에서 뛰는 선수 11명 가운데 절반은 정식선수가 아니어서 축구 명부에 올라 있지도 않고 또 나라 ‘운동경기인력자산부’(식량자급부, 에너지부, 아파트부, 재정부, 자동차부, 외교부 같은 이 나라 행정 부처 이름임)에서도 선수로 치지 않는다면서요?
 
풀통 들고 축구시합 포스터를 붙이러 다니고, 운동장 주차 안내 도우미도 하고, 어린이 축구교실 코치도 하고, 스포츠용품 배달사원, 족구, 농구, 축구 등 구기 종목 잡지사를 위해 스포츠 강국 기사를 오려다 붙이는 생업도 마다 않는다는 얘기를 들었습니다. 또 파출선수의 신분증만 가지고는 밑바닥 생활의 최후 저지선 저쪽으로 후딱 넘어가기 십상인 까닭에 근래에는 스타디움에 자장면, 건강음료를 배달하는 오토바이 배달원 등도 즐거이 하고, 시즌 오프에는 새 경기장 건설 현장의 막노동을 부업으로 삼는 사례들을 아는 사람 한둘만 건너면 쉽게 접할 수 있습니다. 정말 이게 사실입니까? 축구는 운동장에서 뛰는 선수들 11명으로 채워야 하는 게 축구의 기본인데 어찌 이런 일이 꿀꿀이죽마저 달게 먹던 울 아버지 어린 시절도 아닌 여적 때까지 마냥 지속될 수 있는 겁니까? 우리나라도 엄연히 지구촌 축구연맹에 가입한 회원국일 텐데요. 고매하신 장관님은 이 문제를 어떻게 푸실 건지 듣고 싶구먼요.”

4.4 경기력 유연화 정책
무표정으로 듣는 둥 마는 둥 하고 있던 장관님이 답변을 시작합니다. “알파 리그 소속만 해도 200개 팀들이 다들 정식선수를 쓰지 않고 파출선수들로 때우고 있다는 사실을 저도 압니다. 그게 어때서요? 저는 눈 하나 깜짝 하지 않습니다. 다른 각료들도 저와 동감인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오늘날 지구촌에서 유행인 신착취즘 정치경제 신조를 우리나라가 백안시해서야 쓰겠습니까? 운동경기력 유연화를 극대화해야 됩니다. 물론 유연화가 극에 달하면 자체 중량을 못 이겨내어 뭉개져 내려앉겠지만 말입니다. 이건 여담이구요. 좌우지간에 이 파출선수들을 전부 정식 계약선수로 쓸 수는 없습니다. 안 그래도 한 십년 전에 제 전임 장관 시절에 축구팀 창단을 아주 쉽게 만들어줬기 때문에 우리나라 인구 대비 축구팀이 과도하게 많아지는 실책을 저질렀지요. 그 양반 다시 유턴해서 자신이 엎지른 물을 담아보겠다고 나름대로 애썼는데, 이제 제가 축구 팀 수를 확 줄이려고 합니다. 관중석이 썰렁하게 빈 채 경기를 진행하는 부실한 팀들이 많거든요.
 
이런 상황에서 파출선수들을 정식선수로 썼다가는 구단주들은 거덜이 나고 말겁니다. 운동경기인력자산부는 전통적으로 축구 팀 구단주들과 끈끈한 관계를 유지해온 미덕을 아주 중시합니다. 제가 들어서서 그 미덕을 일거에 내팽개쳐버리게 할 수는 없지요. 우리나라는 전통을 소중하게 지켜야 합니다. 일부 불한당들이 운동경기부 마피아 운운하며 이 끈적끈적한 밀월 관계의 실상이랍시고 사실을 쬐금 들춰내는 기사가 나오게도 했지만 가끔 터지는 이런 돌발 사태에 우린 그냥 입 꾹 다물고 모르쇠로 넘겨버리는 것을 또한 자그마한 미덕으로 돌본답니다. 자, 그럼 청취자의 질문에 대한 답변은 요 정도로 하고.
 
4.5 찰리 채플린의 교훈
하여튼 고등운동경기법이니 정식선수니 하는 그런 난처한 얘기는 그만 합시다. 운동경기가 주특기인 전임 장관들께서는 전혀 문제로 여기지도 않았거나 그냥 모른 척하고 지나갔던 것인데 이제 와서 내가 무슨 열성에, 솔직히 인력자산에 대해 무슨 철학이 있다고 나서겠습니까. 다만 제 신조는 축구 경기는 산업이라는 겁니다. 맨땅 축구장을 개선하여 인조잔디 구장으로 바꿔가면서 수입 천연잔디 구장의 숫자를 꾸준히 늘려가는 게 중요합니다. 기업도 설비 투자가 가장 중요한 것과 매한가지라고요.
 
일하는 인력의 행복권? 그런 것 따지다가 설비 투자는 어느 천년에 합니까. 찰리 채플린 영화도 못 봤습니까? 컨베이어 시스템이 중요하지 그 앞에 서서 나사 조이는 사람이 중요합니까. 보세요, 채플린이 컨베이어 위주로 따라가잖습니까. 사람은 환경에 맞춰가게 마련입니다. 지구에 출현한 무수한 생물종 가운데 바퀴벌레와 인류는 환경 적응에서 쌍벽을 이룬다고 합디다. 우리나라 산업은 잘 해가고 있는데 운동경기 부문이 낙후되어 있어요. 당연히 산업을 모범으로 삼아야지요. 그러려면 여러 가지 운동 기구와 설비, 관람객 기숙사, 경기력향상 연구소 등등 시설 확충이 필요하겠습니다. 여기에 필요한 예산은 좀 더 많이 배정되면 좋고요.
 
아 참, 축구장 입장권 구매의 추첨 방식은 계속 심사숙고해서 땜질해 나갈 것을 국민 앞에 약속드립니다. 그렇지만 축구선수는 현재식으로 그냥 돌리겠습니다. 아까운 예산을 인건비로 낭비할 수는 없다구요. 천한 것들 싼 값으로 때우면 되지 뭣 하러 임금을 올려줍니까. 첫째도 설비 시스템, 둘째도 설비 시스템이지 인력은 우리가 아주 여유작작할 때가 혹 도래한다면 그 때 가서 한번 생각해볼 수 있을까나, 하나 아직 시기상조입니다.
 
4.6 축구 꿈나무들의 연수행
허리끈을 질끈 더 동여매야지요. 저야 축구장만한 평수의 성채에 살면서 재산이 자고나면 표나게 불어나는 처지이지만 우국충정으로 이 쇠가죽 허리띠 하나를 20년째 매고 다닌답니다. 좀 자화자찬 같지만 사회 지도층으로서 도의상 의무를 저 나름대로 실천하고 있다고 할까요. 우리가 축구 경기를 구경할 수 있다는 것만 해도 어딥니까. 분수를 알아야지요.
 
정식선수들이야 사회적 지위가 있으니까 물가 인상률도 고려해서 계속 연봉을 올려줘야 하구요. 파출선수들이야 참고 뛰다가 지쳐서 경기장 밖으로 나가 벌렁 자빠지면 큰 호수 건너로 축구연수 다녀온 인력자산에서 약간 명씩만 뽑아서 정식선수로 쓰면 되거든요. 국내 선수 육성? 그런 것은 대충 하는 시늉만 유지하면 그만입니다. 축구 꿈나무들이 스스로 알아서 큰 호수 건너 축구 강국에 가면 거기서 연수시켜 보내주잖습니까.
 
그 꿈나무들이 달고 오는 패찰이면 그냥 보증수표로 치는 겁니다. 구단이 할 일은 연수증 받고 돌아와 줄서서 기다리는 걔들 중에서 하나둘 선발하여 채용하는 패거리 고용 시스템만 잘 유지하면 됩니다. 사실 구단주들에게 무슨 검증 능력이 있겠습니까. 그저 전통적으로 우리한테 강국이니까 무조건 신용하는 거지요. 복잡하게 생각할 필요 없다구요. 강국 것은 좋은 것이여! 알겠습니까?
 
4.7 삭은 그물로 고기잡이
우리 썩어문드러진 현실을 무시하고 괜히 고상한 체하는 이상주의자들이 축구팀의 정식선수 비율을 100% 채우라고 성화를 부리지만 그게 어디 한꺼번에 될 일입니까. 고약하고 불량한 것도 세월이 많이 흘렀으면 유구한 겨레국가의 전통으로서 고이 계승해야지요. 우리나라는 전통을 소중하게 지켜야 합니다.
 
한때 도끼와 푸줏간 칼로 인민을 개, 도야지처럼 취급한 지도자들도 있었다지만 이제 찬연한 역사의 동록이 켜켜로 내려앉은 마당에 새삼스럽게 뒤돌아보고 삿대질하면 뭐 하겠소, 배은망덕하게시리. 다 소중한 우리 전통이잖습니까. 건전한 역사 인식은 현실을 직시할 때 비로소 가능하다고 봅니다, 흠흠.
 
그물코가 여기저기 터져나가고 그물 벼리마저 삭았더라도 조상의 유업이 소중한 줄 아는 어부는 그 그물을 깁거나 벼리를 갈아치우겠다는 못된 망념의 유혹에 빠지지 않습니다. 하물며 이 그물을 잘게 썰어 뱃밥을 만들다니요, 그런 망종이 어디 있습니까. 할아비가 아비가 그 그물로 제 놈을 먹여살렸는데 말씀입니다.
 
우리나라 축구장 상당수가 쓰레기 매립장 부지 위에 건립된 연원 때문에 썩은 냄새가 솔솔 피어오른다, 내부가 부실하다 하면 그 위에다 장중한 건물과 최신형 설비들을 가져다 콱 덮어씌우면 그만입니다.
 
4.8 공복 윤리 강령의 대원칙 ― 쇠털 같은 세월 마냥 고다
사실 우리 운동경기자산부에서 전국 축구팀의 정식선수 비율을 앞으로 5년 동안 해마다 2.5%씩 높이겠다고 발표했다지만 실상 이 비율은 적자 운영에 가까운 부실 팀들을 정리해나가다 보면 그냥 저절로 달성되는 비율입니다. 마냥 고(go)다 그겁니다. 안목에 따라선 국민을 우롱한 것이라고 할 수도 있고 그렇지 않다고도 할 수 있고, 뭐 그렇습니다.
 
그리고 정식선수는 아니지만 일반 관람객들 눈으로는 좀체 식별이 어렵도록 유니폼의 등번호를 정식선수와 유사한 십수 종류 글자체로 써서 붙이게 한 파출선수들도 선수등록 명부상 차별 없이 정식선수로 인정해주고 있으니 정식선수의 비율을 높이는 문제는 돈 적게 쓰고도 서서히 쉽게 해결될 걸로 봅니다.
 
구조정리 나고 사람 났지, 사람 나고 구조정리 났습니까? 다시 한 번 강조하지만, 기구와 설비만 잘 갖추도록 독려해주면 그 안에서 인력자산이야 그럭저럭 꾸려나가게 되어 있다니까요. 이렇게 하다보면 언제 잘릴지 모르는 제 자신의 임기도 역대 장관의 평균 수준은 채우지 않겠습니까? 허허.”
 
5. 공약(空約)
 
방송을 마치면서 장관은 혼잣말처럼 중얼거렸습니다. 물론 이 부분은 방송에 나가지 않았지요. “내 전문 분야는 산업인데 왜 운동경기인력자산부에 왔을까? 사실 나 자신 알다가도 모르겠어. 참, 총통은 총통후보 시절에 핵심 선거공약으로 파출선수 문제를 해결해보이겠다고 강변하던 것이 내 기억에도 생생한데 어찌 된 거지? 크크 그걸 믿냐? 바보들아!”
 
우화는 끝났습니다. 아, 축생들 앞에 눈물 나게 아름다운 나라!
 
정규환 한국비정규직교수노동조합 성공회대 분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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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년. 우리가 '체 게바라'에 열광할 수 없는 이유

자신을 불편하게 만들지 않는 한도에서만 그들은 '비정규직'을ㄹㄹㄹ 사랑한다.

 

2004년. 우리가 '체 게바라'에 열광할 수 없는 이유

<모터 사이클 다이어리>를 보고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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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체 게바라'를 좋아하지 않는다. '인간의 꿈은 하늘에서 내려온다.'라던가 '불가능한 것을 꿈꾸라'처럼 사람들이 간혹 인용하는 격언도 썩 내키지 않는다. 빨간 표지의 체게바라 평전을 읽지 않은 것도, 서점에서 일할 때 총무 형이 당시 유행하던 체게바라 포스터를 주겠다고 했을 때도 한참을 고민하다 머쓱하게 거절했었다.

난 2004년에 한국에 떠도는 '예수'를 좋아하지 않는다. 그가 다시 태어난다면 종교의 이름으로 자신의 욕망을 합리화하는 한국의 기독교를 보며 분노했을 것이다. 그리고 그는 2000년 하느님을 핑계로 자신의 욕심를 챙기는 이들에게 그랬듯, 목수의 일로 튼튼히 다져진 그 두손으로 채찍을 들었을 것이다.

인간에게 '밥'이 얼마나 귀중한 지 알면서도 물질만으로는 인간을 구원할 수 없다고 이야기하던, 인간에게 '정치적 변화'가 얼마나 중요한 지 알면서도 혁명을 넘어선 인간 본연의 변화를 이야기하던 그였다. 그리하여 민중들은 그를 삶의 고통을 해결해줄 마술사로 생각을 하고, 운동가들은 그에게서 자신의 나라를 해방시켜줄 혁명가를 발견하고 그가 그토록 아끼던 열두 제자들은 그가 세울 왕국에서 재상자리를 누가할 것인가를 논하며 싸우는 세상의 한 가운데. 인간의 모습을 한 그가 있었다.

우리가 2004년에도 그를 기억해야 하는 이유는 그 극단적인 오해와 딜레마속에서 유치한 낙관이나 무관심한 양비론에 빠지지 않고 민중의 구체적인 아픔속으로, 모순으로 가득찬 구체적인 현실을 향해 부단히 몸을 채찍질하며 순교자의 길을 묵묵히 걸었던 데 있다. 조금만 지나면 자신이 되살릴 그리하여 그 아픔을 사라지게 해 줄 수 있더라도 '지금, 여기'서 슬퍼하는 나사로 형제의 눈물에 함께 통곡할 줄 알던, 인간이 '빵'만으로 구원될 수 없다고 말하면서도 당장 배가 고파 주린 이들에게는 오병이어의 기적을 보여주던 그였다. 그는 그렇게 천천히 걸어갔다. 아픔을 가슴에 안고, 딜레마를 등에 지고. 그 과정이 요구하는 지리하고 쓰라린 시간을 철저하게 자신이 끌어안고 사라지며 '나처럼 살아달라'고 제자들에게 외쳤던 그였다.

그런데 그의 제자라 자칭하는 사람들은 그를 모르는 '미개한' 이들보다 더 예수를 슬프게 한다. 2000년전 예수는 기존 사회가 인정하지 않던 하느님의 뜻을 전파하고 다녔다는 이유로 십자가에 올라야 했다. 그러나 2004년 그의 제자들은 예수를 골고다 언덕으로 끌고간 그 법과 별반 다르지 않은 국가보안법의 존속을 위해 미국국기를 걸고 기도회를 한다. 한 신부는 1년에도 수백명의 고등학생이 자살하는 한국 교육, 그 비리의 온상인 사립학교를 바로 세우기 위해 만들어진 개혁법안에 대해 '공산주의적 발상'이라며 자신이 이사장인 대학을 폐쇄하겠다는 협박을 버젓이 한다.

체 게바라는 자본가에게 총을 겨눈 운동가다. 그의 실천은 자본주의 사회에서 법이 보장하는 노동 3권 중 하나인 집단 행동권을 얻기 위한 공무원 노조의 싸움이나 자신의 빵을 불리기 위한 미국의 침략전쟁에 동참하지 말아달라는 반전 평화의 운동과 같은 지극히 상식적인 수준의 것이 아니었다. 그는 제국주의 자본가들의 목에 총을 겨누고 구체적인 실존을 지닌 제국주의 군대의 병사들에게 방아쇠를 당기는 '살인'속에서 운동을 했던 사람이다.

그에게 열광하는 열광하는 젊은이들 중 많은 사람들은 사진에 박제되어버린 그를 사랑한다. 시가를 꼬나문 그의 사진에 열광하고 '혁명'이란 단어에 흥분하고 다시 일상으로 돌아간다. 매일 꼬박꼬박 10명씩 노동재해로 골병들어 죽는 남한 사회 노동자들의 현실, 언제 추방될지 몰라 숨죽이며 명동성당을 지키는 이주노동자들의 운동에 대해서는 그 열정을 거둬들인다. '체 게바라'를 사랑하지만 그가 온몸으로 덤벼들었던 그 운동들에 대해서는 몸을 움직일 줄 모른다. 자신을 불편하게 만들지 않는 한도에서만 그들은 '체 게바라'를 사랑한다. 그리하여 때로 그들은 한손에는 체게바라 평전을 즐겁게 읽으며 광화문에서 집회를 하는 민주노총을 욕하는 그 흔한, 하지만 당혹스러운 모습을 연출한다.

예수에게 어느 부자가 구원의 길을 물었을 때, 그의 대답은 '사람을 사랑하라'도 '교회에 나오라'는 것도 아닌 '네가 가진 재산을 모두 가난한 사람들에게 나누어 주어라'는 것이었다. 현실 사회주의가 패망한 2004년에 우리가 다른 사회주의 혁명가가 아닌 체 게바라를 기억해야 하는 단 하나의 이유가 있다면 그것은 그가 성공한 쿠바 혁명의 장관 자리를 버리고 자신의 몸을 투쟁의 현장에 가져갈 수 있었던 그 자세 때문이었을게다.

<모터사이클 다이어리>는 따뜻한 영화다. 광활한 남미 대륙에서 한 젊은이가 성장해 가는 소박한 과정을 지켜보는 것은 여느 영화를 보는 것만큼이나 즐거웠다. 그런데 영화를 보고 나오는 연예인 스캔들 이야기를 하는 젊은이들. 하지만 막막한 청년 실업의 시대. 사립학교 법이 통과되면 대학을 폐쇄하겠다고 주장하는 신부가 당당히 공공매체에 얼굴을 들이미는 극우세력의 사회. 30년전에 '돈'을 이유로 베트남민을 학살했던 그 일을 다시 '한반도 평화'를 이유로 반복하는 사회. 그리고 그 속에서 유행하는 급진적 사회주의 혁명가 체.

그가 살아있었다면 2004년 한국의 젊은이들에게 과연 무슨 이야기를 하고 싶었을까.

기사입력시간 : 2004년 11월30일 [10:03] ⓒ 진보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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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보조기구? 믿지마세요

건강보조기구 광고 믿지 마세요!

- 신체교정·미용관련 제품 중 효능·효과를 과장한 광고 많아 -

 (2005.05.25)

 최근 외모 중시 풍조가 확산되면서 착용하기만 하면 가슴이 커진다거나 영구적인 주름제거가 진행된다는 등의 건강보조기구 광고가 범람하고 있다. 그러나 광고에서 주장한 효능·효과가 없고, 심지어 부작용이 발생했다는 소비자불만 및 피해가 적지 않아, 소비자들의 주의가 요망된다.

 한국소비자보호원이 2005년 1월 한 달동안 7개 일간지와 5개 여성지에 게재된의 신체교정 및 미용 관련 건강보조기구 31개 제품(의료기기 11개, 의료기기 아닌 제품 20개) 광고를 분석한 결과, 10개 중 7개의 광고가 객관적 근거없이 효능·효과를 과장하는 등의 허위·과장광고인 것으로 나타나 이에 대한 대책 마련이 시급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광고에 의료기기 표시가 명확하게 되어있지 않아 의료기기와 의료기기 아닌 제품의 구별이 어려워 소비자가 오인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조사됐다.

 ■ 의료기기가 아닌데도 질병치료 효과를 암시하기도 해

  의료기기가 아닌 20개 제품광고를 분석한 결과, 70.0%(14종)가 허위·과장성이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현행『의료기기법』에서는 의료기기가 아닌 것은 의료기기와 유사한 효능·효과가 있는 것으로 오인될 우려가 있는 광고를 금지하고 있으나, 15.0%(3종)가 '시력 회복', '질병 개선' 등 질병 치료효과가 있는 것처럼 암시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땀과 지방을 빨아들여 허리 군살 확실하게 조여 줍니다', '영구적인 주름제거가 진행된 상황' 등 객관적 근거없이 효능·효과를 과장한 광고가 65.0% (13종)나 되었고, '일본에서 인정받은' 등 객관적 근거없이 수상·인증 표현을 하거나 자사의 인기도를 과장한 광고가 35.0%(7종)로 밝혀졌는데, 이들 역시 『표시·광고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상 부당한 광고로 볼 수 있다.

< 광고 표현 예시 >

유형

비율

광고내용

 질병치료 효과가
 있는 것처럼 암시

15.0%
(3종)

▲시력 회복
▲질병 개선

 객관적 근거없이
 효능·효과 과장

65.0%
(13종)

▲땀과 지방을 빨아들여 허리 군살 확실하게 조여 줍니다.
▲영구적인 주름 제거가 진행된 상황
▲지속적인 착용만으로 가슴을 확대
▲얼굴이 몰라보게 작아집니다.

 객관적 근거없이 수상·인증
 표현 및 자사의 인기도 과장

35.0%
(7종)

▲이미 일본, 대만 등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일본에서 인정받은 …

 ■ 허가받은 효능은 근육통 완화인데도 디스크에 효과있는 것처럼 광고

  의료기기 허가를 받은 11종 광고제품 중에서도 63.6%(7종)가 허위·과장성이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36.4%(4종)는 식품의약품안전청에서 허가받은 효과가 근육통 완화에 불과한데도 디스크에 효과가 있는 것처럼 암시하는 등 허가받은 치료효과 이외의 효과를 주장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성능이나 효능 및 효과 또는 그 원리에 관한 허위·과대광고를 하거나(7.7%, 1종), 전문가 또는 의료기관의 추천·사용으로 오인할 수 있는 광고도 있었는데(27.3%, 3종) 이들 모두 『의료기기법』상 광고 금지 행위에 해당될 수 있다.

  한편, 11종 광고 모두 해당 제품이 의료기기임을 명확하게 표시하기보다는 식품의약품안전청 제품허가 표시방식 등을 각각 다르게 기재하고 있어, 소비자들의 혼란을 가중시킬 가능성이 큰 것으로 지적됐다.

 < 광고 표현 예시 >

유형

비율

광고내용

 허가받은 치료효과 이외의
 효과를 주장

36.4%
(4종)

▲디스크란? 본래 한번 걸리면…
  (☞허가받은 효능은 '근육통 완화')

 성능·효능·효과 또는
 그 원리에 대한 허위·과대광고

7.7%
(1종)

▲가슴사이즈를 영구적으로 확대시키고 올려주는 역할을 하기 때문에…
  (☞허가받은 효능은 '유방의 확대를 위해    사용하는 것으로 의사의 처방·지도로
   사용하는 기구')

 전문가·의료기관의
 추천·사용으로 오인할 수 있음

27.3%
(3종)

황○○박사가 제품을 들고 있는 모습을 사진으로 게재

  ■ 조사대상 광고 대부분이 기본정보 표시 미흡해

  『전자상거래등에서의 소비자보호에 관한 법률』에 의하면, 통신판매는 통신판매업자 상호·주소·통신판매업 신고번호 등의 기본정보를 표시하도록 규정되어 있다. 건강보조기구 관련 광고에는 대부분 주문전화와 대금입금계좌번호가 기재되어 있어 통신판매로 볼 수 있는데도 대부분의 업체가 기본정보를 제대로 표시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구체적으로 보면, ▲판매업체 주소 미기재 93.5%(29개) ▲판매업체 상호 미기재 16.1%(5개) ▲통신판매업 신고번호 미기재 67.7%(21개) 등이었다.

 ■ 주문한 제품이 광고와 다르거나 효과가 없다는 소비자불만이 가장 많아

  2004년에 의료기기와 이·미용기구 관련 소비자상담·피해사례 중 광고와 관련된 건은 185건이었다. 유형별로는, '제품이 광고와 다르거나 효과없다'는 불만이 44.9%(83건)로 가장 많았고, 다음으로 '광고를 보고 문의하자 제품이 일방적으로 배송되는 등 계약관련 불만' 33.5%(62건), '품질 및 A/S 불만'이 9.2%(17건), '부작용 발생' 8.1%(15건) 등으로 나타났다.

【사례 1】부작용 발생
- 김○○(30대)씨는 2004. 8. 6. 신문광고를 보고 297만원 상당의 가슴확대기기를 구입하고 하루 6시간
 
정도 착용하였으나 첫날부터 착용 부위가 부어오르고 가렵고 쓰린 현상이 발생
- 상태가 호전되지 않아, 9. 10. 피부과에서 자극성 접촉 피부염 및 2차 염증으로 추정되는 진단을 받고
  해약을 요구함.
【사례 2】광고에서 언급한 효과 없음
- 김○○(30대)씨는 2004년 11월 홈쇼핑을 통해 14주 사용 후 효과가 없으면 반품해 준다는 가슴확대
  기기 광고를 보고 247만원 상당의 제품을 구입함
.
- 2005년 3월까지 14주동안 사용하였으나 효과가 없어 본사에 반품해 달라고 요구하자 매일 10시간씩
  사용하지 않아 효과가 없는 것이라며 반품을 거절함.

 ■ 의료기기 광고기준 강화와 자율심의 제도 등의 도입 필요

  건강보조기구는 인위적으로 신체를 변형시키거나 신체에 직·간접으로 작용하는 기구로, 특히 의료기기는 소비자가 효과와 안전성을 판단하기 어려우므로 일반 공산품과는 구별되는, 적절한 정보제공이 필수적이다.  

  따라서, 한국소비자보호원은 해당제품이 의료기기임을 광고상에 반드시 표시하고 허가된 효능·효과, 부작용 등 필수 기재사항에 대한 관련 기준을 강화하는 내용을 『의료기기법』에 반영해 줄 것과 의료기기 광고 사전심의제도, 유사 의료기기 광고의 상시 모니터링 제도 등의 도입을 보건복지부, 식품의약품안전청 등에 건의할 예정이다.

  아울러, 관계기관(식품의약품안전청, 공정거래위원회)에 허위·과장광고 업체에 대한 단속 강화도 요청할 계획이다.

 【첨부】『건강보조기구 광고 실태 조사 - 신체교정 및 미용관련 기구를 중심으로 -』결과(요약) 

보충취재

                   정책연구실  거래개선연구팀   팀장   장 수태 (☎3460-3311)

                                                               차장   최 윤선 (☎3460-3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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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기청정기 대기업 유명 메이커, 수준 이하

에어컨 품질 비교시험 결과
           
공기청정기능 믿을 수 없고, 업체별로 성능 차이있어

 (2005.06.24)

  최근 웰빙 바람을 타고 에어컨마다 공기청정 기능을 앞다투어 광고하고 있지만, 실제로는 공기청정 효과가 기대치에 훨씬 미치지 못하며, 냉방능력, 소비효율 등의 성능은 각 업체별로 차이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한국소비자보호원이 2005년 4월 대형 유통점에서 판매중인 5개 업체의 에어컨을 구입하여 실시한 비교시험 결과에 따른 것이다.

   ※ 조사대상업체 : (주)대우일렉트로닉스, 삼성전자(주), 위니아만도(주), 캐리어(주), LG전자(주)
   ※ 냉방기능과는 별도의 독립공기청정 기능이 있는 15평형 스탠드형 제품을 대상으로 함.

 ■ 15평형 에어컨의 공기청정 능력은 0.2∼3.0평에 불과해

   요즘 출시되는 에어컨 대부분은 냉방기능과는 별도로, 부가기능으로 공기청정 기능을 갖추고 있다. 광고에서도 공기정화 기능만 단독으로 사용할 수 있다는 점을 내세워, 에어컨이 여름 한철에만 사용하는 제품이 아니라 4계절 사용할 수 있다는 부분을 강조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실제로 실내공기중의 부유먼지 제거능력(청정능력)을 시험한 결과, 전 업체 제품의 청정능력이 0.2평~3.0평에 불과한 것으로 확인됐다. 시험대상 제품들의 냉방능력이 약 15평임을 감안하면, 이에 비해 청정능력은 기대치에 훨씬 못미치는 것이다.

   ※ 청정능력은 1시간당 1회의 환기조건에서 10분동안 가동시켜 입자농도를 50%로 낮출 수 있는 방의 크기를 말함.

< 제품별 청정능력 >

구분

DAEWOO
(DP-1510M)

HAUZEN
(HP-S152DR)

WINIA
(PAS-153GU)

Carrier
(CP-151VAL)

WHISEN
(LP-C152Q)

업체명

(주)대우일렉트로닉스

삼성전자(주)

위니아만도(주)

캐리어(주)

LG전자(주)

청정능력(평)

0.7

*0.6

0.2

0.4

3.0

   * 집진강화용 옵션필터(사용설명서 및 팜플릿에는 이에 대한 설명없음)를 사용할 경우 1.8평으로 청정능력
     이  다소 커짐.

   더욱이 이들 제품의 사용설명서나 팜플릿에는 청정능력에 대해 소비자가 참고할만한 구체적인 정보도 표시되어 있지 않았다.

 ■ 경제성은 LG전자(주), 냉방능력은 (주) 대우일렉트로닉스가 우수

   에어컨의 품질은 전 제품이 KS기준에 적합해 대체로 양호한 것으로 나타났으나, 기본성능인 냉방능력, 소비효율 등 각 부문별로는 업체간 차이를 보였다.

   냉방능력의 경우 (주)대우일렉트로닉스 제품이 5,967W로, 상대적으로 높았으며, 경제성을 나타내는 척도인 소비효율은 LG전자(주) 제품이 3.32W/W로 가장 우수했다.

 ■ 에어컨 관련 소비자상담 중 작동이상, 설치불량 관련 내용이 가장 많아

   한편, 지난해 소비자보호원에 접수된 에어컨 품질 및 설치관련 소비자상담 건수는 302건으로, 이중 품질관련 불만이 183건, 설치 관련 불만은 119건으로 나타나, 에어컨은 품질못지 않게 설치관련 소비자 불만이 많은 것으로 확인되었다.
  ※ 2004년 소비자보호원에 접수된 에어컨 관련 총 소비자상담 건수는 846건임.

   품질 관련 소비자상담중에는 컴프레셔, 실외기 이상 등의 작동이상이 183건 중 37%(68건)로 가장 많았으며, 냉방능력 부족이 25%(46건), 소음이 13%(23건) 등의 순이었다. 설치 관련 소비자상담 119건 중 가장 많은 것은 누수, 설치장소가 부적절했다는 등의 설치 불량(45%, 53건)이었고, 그 다음으로 가스 누설이 21%(25건)이었다.

    소비자 불만 발생시기는 에어컨 관련 전체 소비자상담 건수의 76%(643건)가 6~8월에 집중되어 있었다.

   이밖에 아파트 및 사무실에 설치된 에어컨 20대를 대상으로 냉매량을 측정한 결과, 측정대상의 30%(6대)가 냉매량이 부족한 것으로 밝혀졌다. 냉매량이 30% 부족하면 냉방능력도 최대 30%까지 떨어질 수 있다.

   한국소비자보호원은 에어컨의 공기청정 기능에 대한 기술적 검토 및 성능을 향상시켜 줄 것과 청정능력 평수를 사용설명서 등에 표시해줄 것을 에어컨 제조업체에 요구할 계획이다.

   아울러, 소비자들에게도 ▲ 7~8월 성수기 전 시운전을 통해 반드시 에어컨 상태를 점검하고 ▲ 시원하지 않을 경우에는 냉매량을 필히 점검하고 ▲ 에어컨 설치는 전문업체에 맡길 것을 권고했다.

 [첨 부] 1.「에어컨 시험검사 결과」(요약)
     
        2. 에어컨 평가표  

보충취재

                   시험검사소  기계용품팀   팀장   정  진 향 (☎3460-3071)

                                                        과장    이 재 환 (☎3460-30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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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웰빙우유 맞아?

   '검은콩의 효능', '진짜 딸기과즙을 듬뿍' 등

웰빙 강조한 우유, 당 함량 높고, 색소·착향료 표시안해

 (2005.06.10)

  최근 웰빙열기에 편승하여, 검은 콩 등의 곡물과 딸기, 바나나 등 천연과즙을 첨가해 건강에 유익하다는 점을 강조한 우유가 늘고 있다. 그러나 이들 '웰빙강조' 우유들이 실제로는 당 함량이 높고, 색소 등을 첨가했음에도 천연과즙만 넣은 것처럼 표시하는 등 소비자를 오인케 할 우려가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한국소비자보호원이 시중에 판매되는 유제품 30종(흰우유 5종, 곡물함유우유 7종, 과즙함유우유 10종, 맛우유* 8종)에 대해 당 함량, 보존료, 색소 및 착향료의 함유 실태를 조사한 결과, 곡물 및 과즙함유우유와 맛우유* 25종 가운데 17종은 총 당함량이 흰우유의 2배 이상이며, 심지어 일부 제품은 탄산음료와 비슷한 정도의 당분을 함유한 것으로 나타났다.
  * 맛우유 : 곡물이나 과즙의 첨가없이 색소와 착향료로 맛을 낸 우유 (바나나맛 우유 등)

  또한 곡물이나 과즙의 함유량이 미미하고 색소와 착향료를 사용했는데도 '진짜', '듬뿍', '싱싱한', '신선한', '팡팡' 등 마치 천연과즙만 넣은 것처럼 표시하고 있어, 이에 대한 대책마련이 시급한 것으로 지적됐다.   

□ 일부 제품은 당 함량이 탄산음료와 비슷해

  조사대상 곡물·과즙함유우유, 맛우유 25종 모두 총 당 함량이 흰우유보다 높았으며, 2배이상 함유된 제품도 68.0%(17종)이나 됐다.

  100㎖ 기준으로 흰우유는 천연당인 유당이 평균 4.42g인 반면, 딸기과즙, 바나나과즙 등의 과즙함유우유는 유당을 포함한 당 함량이 10.08g, 맛우유 9.57g, 곡물함유 우유 6.48g으로, 과즙함유우유의 당 함량이 가장 높았다.

  특히, 과즙함유우유 중에는 1팩(300㎖)에 당함량이 최대 32.19g이나 되는 제품도 있어, 이 우유 1팩을 마시면 사이다 1캔(25.8g)이나 콜라 1캔(31.5g)보다도 더 많은 당분을 섭취하게 된다. 이는 같은 용량(250㎖)으로 환산해도 26.83g으로, 당함량이 사이다보다 높은 수준이다.

   <제품군별 당 함량 함유 표>                                                                                       단위 : g

분류

흰우유

곡물우유

과즙우유

맛우유

스포츠
음료

사이다

콜라






100㎖

4.42

6.48

10.08

9.57

6.1

10.3

12.6

1컵(200㎖)

8.84

12.96

20.16

19.14

12.2

20.6

25.2

1캔(250㎖)

11.05

16.2

25.2

23.92

15.3

25.8

31.5

1팩기준 최대

⇒250㎖환산시

44.6
(1000㎖)
⇒11.15

62.73
(900㎖)
⇒17.43

32.19
(300㎖)
⇒26.83

24.09
(240㎖)
⇒25.09

-
 

-
 

-
 

  그러나 현행 규정상 당 함량 표시는 의무사항이 아니므로, 갈수록 심각해지는 어린이, 청소년 비만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미국, 호주 등 선진국처럼 영양성분표시란에 총 당 함량 표시를 의무화할 필요가 있다.

□ 조사대상 대부분이 착향료, 색소를 사용하지만 표시하지 않아

  현행 표시기준은 ▲원재료를 제품명 또는 제품명의 일부로 사용하거나 ▲함유량이 높은 재료 5가지 성분에 포함되거나 ▲황색4호 등 일부 색소, 착향료에 한해서만 사용여부와 성분명 표시를 강제하고 있다.

  착향료, 색소 사용 여부에 대한 검사 결과, 착향료는 흰우유를 제외한 25종 모두, 색소는 25종중 20종에서 사용하고 있었는데, 표시의무대상 제품외에는 착향료나 색소의 사용사실을 표시하지 않았다.(표시의무대상제품은 착향료 10종, 색소 5종)

  미국의 경우, 색소와 향료 사용시 인공, 자연, 복합으로 구분하여 표시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우리 나라도 2007년 1월부터는 우유의 원재료명을 전부 표시토록 입안예고됨에 따라, 색소, 착향료 역시 표시대상에 포함될 예정이지만, 색소, 착향료는 알레르기에 의한 과민성쇼크 등 소비자의 안전과 직결될 수 있으므로, 색소, 착향료에 대해서는 당장이라도 표시를 강제할 필요가 있다.

  ※ 미국 미시간의대 알레르기 전문의 Baldwin박사는 딸기우유에 많이 사용되는 코치닐추출색소에 의한
      과민성쇼크(알레르기반응)로 위험할 수 있다는 임상실험 결과를 발표
   
  (James L. Baldwin 외 2, Popsicle-induced anaphylaxis due to carmine dye allergy, 1997.11.)

□ 곡물이나 과즙의 함유량이 미미하고 천연과즙이 아닌 농축과즙 사용해

  또한, 곡물이나 과즙을 함유한 우유에 '검은콩의 효능', '특허받은 발아현미', '상황버섯균사체', '진짜 딸기과즙을 듬뿍 넣어', '상큼한 딸기과즙이 듬뿍 들어 있어', '생과즙', '싱싱한' 등의 문구를 제품명으로 사용하거나 표시하여 건강에 좋은 것처럼 암시하는 것도 문제점으로 지적되었다.

  이들 제품에 함유된 원료는 모두 1차 가공을 거친 농축액이며, 첨가된 농축과즙이나 곡물 농축액의 함량은 대부분(확인가능한 11종중 8종) 1% 이하로 낮은 반면, 인위적으로 당을 첨가하고, 색소와 착향료를 사용한 제품이 대다수여서 맛우유와 큰 차이가 없었다.

  심지어 색소와 착향료를 첨가했으면서도 '천연과즙을 넣지 않고 맛을 낸 향우유와는 다르다'라고 표시한 제품도 있었는데, 소비자 오인의 소지가 크다.

□ 원유의 함량이 낮은데도 우유와 동일한 명칭 사용해

  이밖에 조사대상 곡물 및 과즙함유우유, 맛우유는 원유의 함량이 최저 45%인 제품을 비롯해 90%이상 함유한 제품은 1종에 불과했다.

  그런데, 이들 제품 역시 우유라는 명칭을 사용하고 있어, 소비자가 흰우유와 별 차이가 없는 것으로 오인할 소지가 있다. 실제로 2004년 낙농진흥회의 조사에서 우유는 모두 같다고 응답한 소비자가 36.8%에 달하였다.

  반면, 일본에서는 지난 2001년 소비자에게 올바른 정보를 제공하기 위해 원유 100%가 아니거나 색소, 착향료를 사용한 제품에 대해서는 '우유'라는 명칭 대신 '가공유'나 'OO유' 등을 사용하고 있다는 사실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한국소비자보호원은 ▲당 함량을 포함한 영양성분표시 의무화 ▲색소와 착향료 사용 표시 ▲가공유의 우유명칭 사용금지 등을 관계부처에 건의하는 한편, 사업자에게도 '검은콩의 효능', '진짜', '듬뿍' 등 소비자가 오인할 수 있는 과대표시 내용을 자제해줄 것을 권고할 예정이다.

  소비자 역시 흰우유에 비해 곡물 및 과즙함유우유의 당 함량이 높다는 사실을 기억하고, 비만, 당뇨 등 본인 또는 자녀의 영양상태에 따라 적정한 유제품을 선택하여 섭취할 것을 당부하였다.

 【별 첨】「웰빙강조 우유제품의 안전실태 조사」(요약) 

보충취재

                 소비자안전센터  식의약안전팀   팀장   김 정호 (☎3460-3411)

                                                                과장   조 재빈 (☎3460-34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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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한군대=안보..믿음부터 바꿔야..

국민개병제를 바꾼다면..

자원해서 입대할 사람이 없다?

왜 그렇게 생각하는건지?? 만약 그렇다면..

왜 그런지 한번쯤 성찰해 보는 것도 좋지 않을까 군바리놈들아? 거기에는 분명 군 = 천민의 자식들, 돈 없고 빽 없어 몸으로 때운다는 정서가 강하게 작용해 안갈 수 있으면 안가는 그런게 아닐까 그렇다면 소위 기득권층부터 솔선수범할순없을까 일단 강제징병제 폐지하고 전원 기득권층의 아들놈으로 군을 채우라? 그럼 기득권 인정해주마? 그전엔 택도 없다. 타도 대상일뿐.....

 

‘강한 군대=안보' 믿음부터 바꿔야 할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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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여성들이여 세상의 리더가 되자” 세계여성학대회 폐막



  • 여성학대회 폐막 좌담 | 권인숙 - 신시아 인로

    “21세기의 특징은 군사주의의 세계화다. 이를 막을 세력은 여성이다. 여성들이 대안을 찾으려 움직이고 있다. 그런 점에서 부시 행정부가 가장 부담스러워하는 존재는 당연히 여성이다.”

    신시아 인로 교수(미국 클라크대)는 여성주의 시각으로 군사주의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학자로 잘 알려져 있다. 제9차 세계여성학대회 참석차 한국을 방문한 인로 교수는 부시 대통령이 줄곧 군사통수권자로서 역할을 늘리고 있는 점을 우려해 왔다. 그는 이 흐름을 막을 힘이 여성에게 있다고 주장한다. 22일 이화여대에서 권인숙 명지대 교수와 만난 그는 한국의 군사주의에 큰 관심을 보였다. 또 최근 전방에서 벌어진 총기난사 사건을 두고 “한국 사회의 새로운 전환점을 만들라”고 충고했다.

    권인숙(이하 권): 한국 병사 한 명이 최전방에서 동료들을 향해 총을 난사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20여년 전에도 비슷한 사건이 일어났지만 군이 사건 공개를 꺼려 외부로 알려지지 않았다. 이번 사건으로 부모들은 자식들의 안전에 대해 한층 더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신시아 인로(이하 인로): 예전에 어머니들은 몸과 마음을 더욱 튼튼히 할 수 있고 또 국가를 지키는 것이 국민의 의무라는 생각에서 자식을 군대에 보냈다. 하지만 이제 ‘좋은 어머니’란 자식들이 어떤 일을 당하는지 지켜보고, 보호하고, 문제제기를 하는 사람으로 구실이 바뀌었다. 러시아 군에서 자살사건 등 사고가 잇따르자 어머니들이 자녀들의 징집을 거부하는 운동을 벌인 것이 대표적이다. 미국에서도 부모들이 이라크에 나가 있는 아들과 딸을 걱정하면서 군대 내 문제들에 개입하기 시작했다. 아르헨티나에서도 어머니들이 단결하기 시작해 군대가 정치적 영향력을 행사하는 일을 막고 있다. 세계 여러 곳에서 어머니들이 상당히 정치화되는 분위기다. 이는 정치인들에겐 대단히 위협적이다.

    권인숙 “부적응자 5% 억압·처벌 군대문화가 근본 문제”

    권: 최근 총기난사 사건을 놓고 신세대의 군대문화 부적응을 주요한 원인으로 제기한다. 신세대를 이야기하지만 이들의 고등학교 문화는 군대문화와 다를 게 없다. 문제는 부적응자 5%를 억압하고 처벌하면서 나머지를 적응하게 만드는 문화가 군대 문화의 속성이라는 것이다. 시대와 상황적 이유로 문제를 돌리지 말고 군대에 대한 근본적인 고민이 필요하다.

    인로: 그렇다. 민주 사회는 설명이 가능하고, 모든 것에 열려 있어야 한다. 중요한 기관일수록 외부 감시와 내부 투명성이 있어야 한다. 성역이 있어서는 안 된다. 국민 개병제가 불가피하다, 또는 강한 군대만이 우리를 보호할 수 있다, 라는 전제부터 따져봐야 할 것이다.

    권: 지난 56년 동안 한국은 국민 개병제를 해왔고 이 제도는 도전 없이 유지됐다. 식민지 경험과 한국전쟁 탓에 강력한 군대는 국가에 평화와 안전을 준다는 신화가 있는 게 사실이다. 미국과 같이 자식을 남자답게 만들기 위해 군대에 보내는 게 좋다는 것과 별개로 한국은 강한 군대가 필요하고, 개병제가 아니면 군에 가려는 사람이 없을 것이라는 인식에 기반해 있다.

    인로: 이번 사살사건을 기점으로 지금 한국은 정치적 역사적으로 중대한 전환점에 서 있다. 군대에 대한 새로운 비전을 가질 수 있느냐에 대해 생각해봐야 한다. 한국은 그동안 민주화를 이루면서 괄목할 만한 성장을 했다. 진정 장기적인 민주화를 갈망한다면 군대, 평화, 안보 등과 민주화에 대한 새로운 담론을 형성하는 것이 필요하다.

    권: 미국은 73년 개병제를 폐지했고, 그 뒤 자발적인 군대지원자들이 많았다. 하지만 완전히 자발적이라고는 보기 힘들지 않나?

    “GP 총기난사, 신세대 탓 아닌 군대문화 산물”
    “지금 한국은 전환점…평화·안보 새 담론 필요”

    인로: 그렇다. 좋은 대학을 나온 사람들은 굳이 자식을 군대에 보낼 필요가 없었다. 일자리를 찾을 수 없는 고등학교 졸업생들은 월마트 아니면 군대에 가야 했다. 아프가니스탄전쟁, 이라크전쟁에서 1700명의 장병이 죽었는데 어떤 사회학자가 희생자만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시골의 하층계급 출신이 훨씬 많았다.

    권: 한국에서 여군이 2%대인 데 미국에서는 여군의 비율이 15%다. 여성이 자발적으로 입대한 뒤 남녀 역할에 변화가 생겼나?

    인로: 여군의 존재 자체가 남성 가부장 문화를 바꿀 수는 없지만, 성역할의 경계를 허물 수는 있다고 생각한다. 미국에서는 이라크에 파병된 군대에 대해 ‘우리 아들과 딸’이 희생되고 있다고 얘기한다. 그러나 여성의 군대참여가 가져오는 변화에 대해 아주 회의적이다. 군대는 제도화된 사회고, 남성화된 것을 추구할 수밖에 없다.

    권: 9·11 사태 이후 전세계적으로 안보문제가 대두되고 있다. 전지구적인 군사화가 문제다. 해당되는 지역에 군사화된 민족주의가 커지고 여성의 가난이 심해지고 억압적 통제가 강화되고 있다.

    인로 “복지 중요성 아는 미 여성들 부시의 안보논리 동의 안해

    인로: 9·11 테러 이후 미국은 국방 비용이 늘고 사회복지 비용이 많이 줄었다. 2004년 선거에서 부시쪽 선거전략이 ‘가족을 테러리즘으로부터 보호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일하는 기혼여성들은 부시의 논리에 동의하지 않았다. 그들에게는 안보 외에도 더 많은 사회적 안전장치가 필요했다. 여성들은 국방 외에도 아이들에 대한 다양한 보호, 의료시스템 등 다양한 안전장치가 국가시스템 안에 있어야 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권: 영토분쟁에 대해 얘기해보자. 독도 사건을 보면서 전쟁이 일어나는 것이 아주 작은 군사적 도발만으로도 얼마든지 가능하겠구나라는 생각을 했다. 영토분쟁이 벌어지면 다른 대안과 생각을 할 기회가 주어지지 않는다. 특히 여성의 목소리는 철저히 소외되고 들을 필요가 없는 의견으로 치부된다.

    인로: 미국에서 아프가니스탄 전쟁시 바버라 리라는 단 한 명의 여성 의원만이 이에 반대했다. 여성은 권력 문화에 흡수되는 강도가 약하기 때문에 새로운 시각을 찾아낼 수 있는 가능성이 더 많다. 하지만 군사적 안보문제에서는 최소한의 다양한 목소리와 대안에 대한 고민이 허락되지 않는다. 여성은 전문가가 아니라고 보기 때문에 논의에서 배제된다. 반면 통일과 영토문제에서 남성들은 단결된 가부장의 모습을 드러낸다. 여성이 목소리를 더 내려면 정치권에서 당을 초월해 공감하는 이슈를 대안으로 꺼내 연대해야 한다. 정책적으로 풀뿌리 시민단체들이 여성 의원들과 연계하는 것도 중요하다. 여성을 전문가 집단에 포함시켜 주지 않기 때문에 여성 의원들은 이들의 지지를 받으면서 개입해야 한다.

    권: 여성들은 영토문제나 국가, 민족문제가 자신을 억압한다고 생각한다. 영토, 시민권, 민족 등 이주의 전지구화와 관련해 가장 많이 고민해온 집단이다. 여성 이주노동자들의 문제를 고민할 수밖에 없다. 한국에서도 동아시아 교과서문제, 과거사문제, 독도문제, 징병문제 등과 관련해 여성이 이야기할 수 있는 기회는 얻기 힘들었다. 이들 여성들이 이런 문제를 이야기할 수 있는 중요한 주체라는 개념부터가 없다고 본다.

    인로: 일반적인 현상이다. 〈뉴요커〉란 진보 매체는 여성에게 칼럼을 많이 맡겼는데, 9·11사태가 나자 이를 분석하는 특집호에 실린 26개 칼럼 가운데 여성에게 1개의 칼럼만을 그것도 여성적 관점이 없는 수전 손택에게 줬다. 침묵을 강요하는 것이다. 중요한 기관이나 국가적 이슈는 사회적 감시와 토론의 대상으로 항상 열려 있어야 한다. 그것이 민주주의고 탈군사화이다. 여러 집단, 다양한 문화가 존재하는 사회 안에서 새로운 대안을 제시할 수 있는 길을 막는 것은 위험하다.

    권: 강한 군대가 국가와 영토를 보호하는 필요악적인 수단이라는 전제를 바꾸고 있는 지역이나 나라들도 많은 것으로 알고 있다. 유럽연합이 한 예다. 강대국에 둘러싸여 자기를 지키는 길은 오직 ‘강한 군대’ 뿐이라는 전제가 앞으로도 유지할 필요가 있는 패러다임인지 고민해야 하지 않을까.

    인로: 그렇다. 어머니들이 세력화해 군부의 정치개입을 막고 있는 아르헨티나와 여성이 국방장관에 오른 칠레도 마찬가지다. 특히 칠레는 반공주의가 상당히 강한 나라인데 미첼레 바첼레트가 국방장관이 되면서 여성주의자들과 합심해 군대에 대한 대안을 만들려고 군비와 국방력에 대한 재고찰을 시작했다. 전세계적으로 군대가 돈과 개인의 역량을 너무 비생산적으로 쓰고 있다는 지적이 많다. 삶에 대한 안전망이 국방뿐이란 개념을 바꿔야 한다.

    정리 | 이유진 기자 frog@hani.co.kr
    사진 | 이정아 기자 leej@hani.co.kr



    * 신시아 인로

    1939년생. 미국 클라크대 여성학과 교수. 군사주의와 젠더 문제에서 손꼽히는 학자다. 〈무장하고 있는 여성들의 삶〉, 〈여성주의적 관점에서 본 국제정치와 군국주의에 관한 연구〉 등을 저술했다. ‘권력을 가진 사람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것은 고통에 대한 감수성’이란 말로 유명하다.


    * 권인숙

    1964년생. 명지대 교수. 미국 클라크대에서 ‘군사화된 여성의식과 문화’에 관한 논문으로 여성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미국 플로리다주립대 여성학과 교수를 지냈다. 한국의 징집제도와 이 제도가 한국 사회의 여성차별적 제도와 문화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연구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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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3혁명 선언문의 일부

     


    '68 혁명' 당시 학생들의 선언 중 일부


    "이제 대학생들은 부르주아의 자식을 선발하고 다른 학생들은 제거하는 교육에 종사하는 대학교수의 길을 거부한다. 정부의 선거운동을 위한 구호를 제작하는 사회학자가 되지 않으려고 한다. 고용주의 최상의 이익을 위해 노동자들이 기능하도록 만드는 심리학자들이 되지 않으려고 한다. 노동자들에게 반하는 체제를 적용하려는 기업의 간부들이 되지 않으려고 한다. 고등학생, 대학생, 노동자, 젊은이들은 현 사회가 그들에게 제공하는 미래를 거부하며 끊임없이 위협적인 실업을 거부하며, 가치없고 극단적으로 전문화된 지식을 부여할 뿐이고 지배계급의 이익에 합치하지 않는 사상은 모두 반대하는 오늘의 대학. 지배계급의 표현 도구를 거부한다."


    "고등교육 수혜자인 노동자의 자식은 전체 노동자 자식의 10%대일 뿐이다. 대학의 민주적인 개혁으로 그 수혜자가 느는 것은 좋은 일이다. 그러나 한 사람의 노동자의 아들이 기업의 이사가 되는 것이 우리의 강령은 아니다. 우리는 사무직 근로자와 노동자와 간부급의 분리를 폐지하고자 한다."


    "대학을 졸업하고서 일자리를 찾지 못하는 학생들이 있다. 이 상황이 개선되어야하지만 그러나 그것이 우리의 투쟁의 본질은 아니다. 심리학 학위나 사회학 학위 취득자는 당신들의 근로조건을 개선시키려는 연구자나 심리기술자가 될 것이다. 수학 학위 취득자는 기계를 더욱 생산적으로 만들어서 당신들을 더욱 참을 수 없게 만드는 엔지니어가 될 것이다. 부르주아 출신의 학생들인 우리가 왜 자본주의 사회를비판하는가? 노동자의 자식에게는 대학생이 되는 것은 그의 계급을 떠나는 것이다.
    부르주아의 자식에게 그것은 계급의 진정한 성격을 인식하고 운명같은 자신의 사회적 기능을 자문하고 사회조직과 당신들이 차지하고 있는 자리를 자문하는 기회가 될 수 있다. 우리는 사회현실과 차단된 식자이기를 거부한다. 지배계급을 위해 쓸모있는 존재이기를 거부한다. 단순히 집행하는 노동, 전체를 숙고하는 노동, 계획을 조직하는
    노동, 그 노동들간의 분리를 철폐할 것을 원한다. "

     

    우리는 계급 없는 사회의 건설을 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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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자유주의 정책이 낳은 괴물 KT

    <대안연대칼럼>
    신자유주의 정책이 만든 ‘괴물’, 민영 KT
    KT는 해외투자자들의 이익대변자로 변신…시민사회가 사회적 책임 요구해야
     
    신자유주의 경제정책을 반대하고 대안을 모색하기 위한 학자, 현장활동가 중심의 연구모임인 대안연대회의가 앞으로 매주 1회씩 신자유주의를 앞세운 시장권력을 비판하고 이에 대한 진보적인 시각과 대안을 제기하는 칼럼을 보내오기로 했다.<편집자주> 



    KT 민영화는 어떤 경제이론으로도 설명하기 힘든 참으로 기괴한 '괴물'을 만들어냈다. KT 민영화로 우리 사회는 전 국민의 돈으로 구축한 시내통신망을 일개 사기업에게 넘겨주고 말았다. 공적 자산이 영어 표현 그대로 사유화된 꼴이다. 그 결과 사실상 시내망을 독점한 KT로 인해 경쟁체제가 도입된 지 7년이 지나도록 여전히 시내전화 가입자의 94%가 KT 고객이다. 이런 불균형 상태에서 KT에 대한 시장원리가 제대로 작동될 리 없다.

    ▲ 이해관
    · KT노조 부위원장(94~96) · KT 해고
    · 대안연대회의 정책위원(현)
    · 전태일을따르는사이버노동대학 기획위원(현)
     
    그렇다면 국가의 규제가 필요하지 않겠는가! 그래서 정부가 나섰다. 정부는 시장지배적 사업자인 KT가 경쟁업체보다 비싼 요금을 받도록 차등 규제하는 이른바 ‘비대칭규제를 통한 유효경쟁정책’을 썼다. 그러나 이 또한 신자유주의 괴물 KT를 당해낼 수 없었다.

    이미 안정적인 수익구조를 갖고 있던 KT는 민영화 이후 경쟁분야에 모든 인적·물적 자원을 집중했다. 광고선전비는 20배, 판매촉진비는 10배가량 증가했다. 이러한 KT의 공세 앞에 경쟁업체들은 전반적으로 부실화 될 수밖에 없었다.

    정부 입장에서 보자면 민간기업에 불과한 KT가 통신시장을 독점하는 것을 막기 위해서는 KT의 경쟁업체들이 살아남아야 했다. 그래서 정부는 KT가 막대한 이익을 누리고 있음에도 통신요금을 내리는 것을 막았다. 그 결과는 KT의 초과이윤이었다. KT는 경쟁업체들의 부실화에 힘입어 막대한 이익에도 요금을 내리지 않아도 되었을 뿐 아니라 경쟁업체들을 압박해서 부실을 키우면 키울수록 안정적인 초과이윤을 보장받을 수 있었다.

    민영 KT 매출 늘었으나 설비투자 큰 폭 줄어

    민영화론자들은 시장에 맡기면 기업의 효율성이 높아지고 이는 요금 인하 등을 통해 사회 이익으로 환원된다고 얘기했다. 그러나 KT 민영화와 유효경쟁체제는 이와는 정 반대로 KT의 요금 인하를 가로막고 초과이윤을 보장해주는 결과를 빚었다.

    문제는 단순히 초과이윤 발생 여부가 아니다. 설혹 일시적으로 초과이윤이 발생했다손 치더라도 그것이 사회적으로 적절하게 재투자 될 수 있다면 그것은 큰 문제가 아닐 수도 있다. 그러나 민영화 이후 KT는 엄청난 이익에도 오히려 투자를 줄였다.

    민영화 이전 8조원대에 불과하던 KT의 매출은 12조원에 육박하고 있으며 당기순이익은 1조원을 훌쩍 넘어섰지만 설비투자는 오히려 민영화 이전의 반으로 줄었다. 2000년 3조5천억원 규모이던 설비투자비는 2004년 1조8천억원으로 줄었다. 그 결과 매출대비 설비투자 비중은 2000년 33%에서 2004년에는 15%로 급격히 감소했다.

    이러한 투자 감소는 곧바로 공공성 후퇴로 귀결됐다. 119, 112통신까지 '먹통'이 되어버린 지난 2월말의 경기남부와 영남지역의 전화 먹통사태는 민영 KT의 투자 감소와 통신의 공공성과의 충돌을 단적으로 보여준 사례다.

    이용경 KT 사장 스스로도 인정했듯 이 사태는 늘어나는 통신수요에도 KT가 투자를 하지 않은 채 기존의 교환기에 무리하게 많은 통신회선을 수용한 데 따른 것이었다. 인터넷종량제 논쟁 또한 마찬가지다. KT 이용경 사장은 ‘인터넷 트래픽량이 매해 두배씩 늘어나는 상태에서 망에 투자하지 않을 경우 우리나라 인터넷이 올 스톱될 수밖에 없다’며 요금 인상을 위한 인터넷 종량제 도입을 역설했지만 정작 자신의 사장 재임 기간 내내 설비투자비를 줄여왔다.

    내심 투자를 계속 줄이면 인터넷 속도는 떨어지게 되고 이런 상황이 오면 요금인상을 위한 종량제를 네티즌들도 받아들일 수밖에 없으리라는 계산을 하고 있는 것이다.

    주주에겐 황금알을 낳는 거위, 노동자에겐 구조조정 저승사자

    문제는 이러한 KT에 대해 사회적으로 적절한 규모의 투자를 강제할 수단을 사실상 시장도, 정부도 우리 사회 그 누구도 갖고 있지 않다는 점이다. 민영화된 KT 경영의 성과는 노동자도, 사회도 아닌 오로지 주주들만의 몫이었다.

    기업의 수익 대비 배당금의 비율을 의미하는 배당성향의 경우 KT는 2003년 50.8%, 2004년에는 50.4%를 각각 기록했다. 이는 국내 주요 상장기업 중 최고 수준이다. 그리고 그 고배당의 2/3는 해외투자자들의 몫이었다. 결국 KT의 주주가치경영은 국내에서 내수로 번 돈을 배당금 명목으로 해외로 퍼주는 역할을 하고 있는 셈이다.

    IMF 전까지만 해도 정부지분 71%의 잘 나가던 국민기업이었던 KT가 어쩌다 이렇게 되었을까? 이는 IMF 경제위기 이후 신자유주의 정책이 우리 사회를 지배하면서 빚어진 필연적 결과이다.

    경제위기의 해결사를 자처하며 등장한 김대중 정권의 최우선 정책기조는 외환보유고를 늘리는 것이었다. 이에 따라 KT 민영화는 해외매각으로 결정되었고 99년 뉴욕증시에 상장되었다. 매각이 시작된 지 불과 4년만에 71%이던 정부지분은 0%, 단 한 주도 보유하고 있지 않던 해외투자자들은 49%를 보유하게 되었다.

    물론 정부는 법을 통해 해외투자자 지분 한도를 49%로 제한했다. 그러나 이 또한 사실상 사문화되었다. 민영화 과정에서 해외지분 49%는 전부 소화된 반면 국내매각은 진전이 없자 정부는 KT에 자사보유주 형태로 잔량을 모두 떠넘겼다. 그 결과 현재 KT 주식 중 26%가 자사 관련 주식이며 이는 상법상 의결권이 제한되어 있다. 그래서 의결 가능 주식을 기준으로 보면 2/3 가량이 해외투자자 지분이다.

    이러한 기업지배구조가 만들어지자 약삭빠른 경영진들은 적극적으로 해외투자자들의 이익 대변자로 변신하였다. 이들은 사회공공성과 국민경제에 대한 기여를 외면한 채 오로지 주주들을 위한 단기실적 위주의 경영으로 일관했다. 이것이 이른바 KT의 저투자-고배당 경영의, 그리고 천문학적인 흑자에도 정규직 2만5천명, 비정규직 1만명을 감원한 이유이다.

    민영 KT는 '해외투자자의 KT'…정부 개입능력 없어

    국민의 돈과 노동자들의 땀으로 일군 국민기업 한국통신은 이렇게 신자유주의 민영화를 거치면서 해외투자자들의 KT로 변했다. 지금 그 KT를 이끌 민영 2기 사장 선출이 한창 진행 중이다. 무수한 인사들이 후보로 거론되고 있지만 정작 KT의 사회 책임 경영에 대한 문제의식은 취약하기만 하다.

    KT 경영진들은 그저 현 기업지배구조에 충실하게 사장 선출이 이루어지길 바랄 뿐, KT 경영에 대한 사회적 관심 자체를 부담스러워 한다. 정부는 ‘권력이 시장으로 넘어 갔다’는 한탄만 할 뿐, KT 기업지배구조에 개입할 엄두조차 못 낸다.

    이런 상황에서 뒤늦게나마 대안연대회의를 비롯한 소비자단체, 인권단체 등 다양한 시민단체들이 모여 “국가기간통신사업자 KT의 사회책임경영을 위한 시민사회의 역할과 대응방향”이라는 주제로 토론회를 개최하기로 한 것은 매우 뜻깊은 일이다.

    이들은 소비자, 노동인권, 사회공공성, 국민경제 등 다양한 관점에서 KT 경영을 진단하고 시민사회의 대응방향을 논의할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신자유주의 이후 기업은 성역이 되고 있다. 그러나 사회운동은 이러한 흐름에 반대할 뿐, 이를 넘어설 적극적인 개입과 실천의 고리를 만들어 내고 있지 못하다. 사기업이 된 KT, 시장도 국가도 통제 못하는 신자유주의가 만든 '괴물' KT에 대해 시민사회가 나서서 사회적 책임을 요구하는 것이야말로 신자유주의 이후 우리가 빼앗긴 공적 영역을 회복하는 작은 실천적 고리가 아니겠는가.
     
    이해관 전 KT노조 부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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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좋은 책을 보려면 먼저 사람이 되어야

    <1>

    ▲ 책방 앞모습 - 낡고 오래되었으나 길고긴 사회과학 서점 모습을 잘 간직하고 있는 <풀무질>입니다. 작은 고추가 맵듯 작은 책방 <풀무질> 책들이 매섭고 좋습니다
    ⓒ2003 최종규
    <풀무질>은 인문사회과학 책방입니다. 많은 대학교 앞에 이러한 책방이 있었습니다. 지금은 그 책방이 술집, 빵집, 옷집, 찻집, 밥집으로 바뀌었습니다. 책 장사는 지금 시대에서 먹고사는 장사로서 이윤이 잘 남지 않는답니다. 더구나 대학교 앞 책방은 장사가 안 된답니다. 참 얄궂은 일이죠. 대학생이 책을 읽지 않는다는 소리니까요. 또 책을 읽어도 마음을 살찌우고 몸을 올곧게 이끄는 책을 읽지 못한다는 소리니까요.

    대학로로 가는 길은 버스를 타고 가거나 지하철 4호선 혜화역에서 내리면 찾아갈 수 있습니다. 그곳에서 성균관대학교 쪽으로 가면 <풀무질>과 <논장>을 만날 수 있습니다. 성균관대학교 쪽으로 바로 가는 버스 편도 많이 있습니다. 지하철은 혜화역에서 내려서 가는 길이 가장 빠르고 가깝습니다.

    성균관대학교로 접어드는 두찻길로 접어들면 얼마 걷지 않아 <논장>을 만날 수 있습니다. 그곳에서 좀더 올라가 성대 들머리 가까이 나올 때쯤 자그마한 책방 <풀무질>을 만날 수 있습니다. <풀무질>은 참 작습니다. 앙증맞다고 할까요. 어쩌면 책방이 이리도 작을꼬... 그런 생각이 듭니다.

    책방이 작으면 그 책방 안에 둘 수 있는 책은 아주 적습니다. 그렇기에 책을 제대로 골라 놓지 못하면 사람들 발길은 쉬 끊이고 맙니다. 자그마한 책방으로 찾아오는 책손이 많고 오래도록 책장사를 이어간다면 그만큼 책을 보는 눈이 높고, 그곳을 찾는 책손 또한 좋은 책을 즐겨 찾는 눈높이와 마음이 있다는 소리입니다.

    헌책방도 마찬가지죠. 아무리 작은 헌책방이라 해도 좋은 책을 꾸준하게 찾아볼 수 있으면 그곳을 들락거리는 사람은 많으며 그곳 장사도 오래오래 잘 됩니다. 크기만 넓다고 다 좋지 않으며 넓은 곳, 목이 좋은 곳에 있다 하여 헌 책 장사가 잘 되지 않습니다. 문제는 "찾아서 사서 읽을 만한 책"을 얼마나 잘 갖춰서 보여주느냐, 나눌 수 있느냐예요.


    <2>

    ▲ 책방 안모습 - 사장님이 조그마한 자리에 앉아서 조그마한 책방을 지킵니다. 책방을 지키며 당신이 읽을 좋은 책을, 또 이곳을 찾을 이들이 사서 읽으면 좋을 책을 추스리고 가슴에 담으시죠.
    ⓒ2003 최종규
    <풀무질>에서 <송두율 지음-경계인의 사색,한겨레신문사(2002)>을 골라서 고운 님에게 새해 선물로 선사합니다. 제가 읽을 책으로 <헬레나 노르베리 호지/이민아 옮김-허울뿐인 세계화,따님(2002)>를 고르고 <채광석 시모음-밧줄을 타며,풀빛(1985)>와 <이기형 시모음-설제,풀빛(1985)>를 고릅니다. 풀빛판화시모음이 열 권쯤 눈에 띕니다. 이 책은 판이 끊어져서 찾아보기 어렵습니다. 이런 책을 잘 보이는 곳에 꽂아두고 있다니. 반가우며 놀라븝니다. 하지만 이 시모음은 한 사람이 사 가면 재고가 더 없어서 다른 이는 사갈 수 없겠구나 싶습니다.

    <채광석 시 - 아버지와 아들>

    제적학생 복교조치다 뭐다 시끄러울 때
    다섯살박이 애녀석이 불쑥 물었다
    아빠, 복학이 뭐야?

    음, 그건 말이지, 으음
    학교에서 쫓겨난 학생이 다시 학교에 들어가는 거란다

    서른 일곱의 쉬어빠진 애빌 올려다보며
    녀석은 오금을 박는다
    그럼 아빠도 쫓겨났었어?

    이때다 싶어 아내가 네 손가락을 펴 보이며
    쐐기를 박았다
    네 번씩이나 쫓겨났단다, 네 번, 알지?
    그뿐인 줄 아니? 죄진 사람들 가는 곳에도
    두 번씩이나 갔다 왔단다
    네 첫돌때도 거기 갇혀서 까까 하나 사오지 못했단다

    에이, 아빤 나쁜 짓 많이 많이 했는갑다
    그치?

    문득 좌경극렬...의 첫 운을 떼신
    총장님인지 아전님인지 섬찟 떠오르고
    제 밑창까지 들어먹은 신문 테레비의
    그 쇳소리 손가락질 발길질 이간질 태질이 되살아나며
    가슴은 울컷 머리를 쭈삣 사지는 덜덜거려
    나는 미친 듯이 도리질을 했다

    아니다, 아니야, 그게 아니야

    피이, 아빤 거짓말쟁이야
    나쁜 짓도 안했는데 왜 쫓겨나고 그런 데 갇힌담

    아득하고 막막하고
    갑자기 아이의 얼굴이 가물가물 멀어졌다

    수왕이 네가 나쁜 애야, 연식이가 나쁜 애야?
    에이 연식이 걘 욕심쟁이야
    저는 맨날 맨날 다른 애들 장난감 뺏어 가지구
    저 혼자 실컷 놀면서 제 장난감에는 손도 못 대게 해
    같이 나눠 가지구 놀자구 그러면 때리구 내쫓구 그래
    오늘 낮에두 나를 막 할퀴구 때리구 그랬지 뭐야
    호연이두 맞구 동진이도 맞구 희진이두 맞았어

    아빠도 그래서 쫓겨나구 갇히구 그랬던 거란다

    증말? 에이 세상에 아빠보다 힘센 사람이 어딨어?
    아빠는 엄마보다두 힘이 훨씬 세잖아?

    너도 크면 알게 돼
    저쪽 동네에는 엄마 아빠보다 힘센 사람들이 많단다

    그치만 우리 동네에선 아빠가 최고로 힘세지?

    그래, 그래

    그 사람들은 뽀빠이같이 시금치만 먹는갑다
    그치만 아빠, 내가 크면 말이지
    엄마가 그러는데 밥 잘 먹고 군것질 안하면
    이 세상에서 제일 크고 제일 힘센 사람이 된대
    내가 크면 말이지, 그 사람들 혼내 줄 거야
    근데 아빤 뭘 나눠 가지구 놀자구 그러다가 쫓겨났었어?

    아내의 눈꼬리가 갑자기 올라가더니만
    애를 몰고 밖으로 나가 버렸다
    어느덧 등줄기엔 식은땀이 흘렀는지
    축축한 오한이 몰려오고
    어지러운 머리 속으로 몇 개의 말이 아스라이 떠올랐다

    자유 밥 사랑


    ▲ 채광석 시모음 <밧줄을 타며> 겉그림
    ⓒ2003 풀빛
    좀 길긴 하지만 채광석씨를 읽으며 눈물이 찔끔 나옵니다. `자유 밥 사랑'을 바라고 지키고자 그렇게 애쓰고 싸우다가 고문실로 끌려가 모진 발길질 손찌검을 받았던 일을 떠올린 모습이 눈에 선합니다. 채광석씨는 나이 서른아홉에 교통사고로 세상을 떠나고 만 사람. 한때는 <채광석 전집>도 나오고 이래저래 추모도 했지만 이제 채광석 씨는 우리에게 잊혀진 사람이 되어 자그마한 책방 <풀무질> 책꽂이 한켠에 겨우 고개를 내밉니다.

    사지는 않고 읽으면 좋겠다고 보이는 책도 여럿 눈여겨봅니다. <풀무질> 사장님은 <더글러스 러미스-경제성장이 안 되면 우리는 풍요롭지 못할 것인가,녹색평론사(2002)>라는 책이 아주 대단하다며 나중에 꼭 한 번 읽어 보라고 추천합니다. 척 보기에도 퍽 읽을 만하다는 느낌입니다. 나중에 꼭 찾아서 읽어야겠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자그마한 책임에도 책값이 퍽 나가는군요. 6000원이면 알맞겠다 싶은데 7000원을 매겨 놓았습니다. 그 작은 책이...

    ▲ 잘나가는 책 100선 - 책방 <풀무질>에서는 "이곳에서 잘 팔리는 책 100 가지"와 "<풀무질> 책방에서 추천하는 책 100가지"를 문 바로 옆에 있는 책꽂이에 가지런히 꽂아 놓고 있습니다
    ⓒ2003 최종규
    <오물덩이처럼 딩굴면서,종로서적>라는 책이 있었습니다. 지금은 이 책은 판이 끊어졌을 뿐 아니라 종로서적이 문을 닫아 버려서 헌책방에서만 찾아볼 수 있습니다. 이 책을 보름쯤 앞서 `한걸음'이라는 출판사에서 두 권으로 새로 냈군요. 그 책이 눈에 띕니다. 새로 나온 판은 <권정생 이야기>라는 이름을 달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 책 어디에도 <오물덩이처럼 딩굴면서>를 새로 낸 판이라는 소개가 없습니다. 무척 아쉽군요. 그리고 한 권짜리 책을 둘로 나누면서 작은 판으로 만들었는데 책값을 8500원씩 매겼습니다. 아. 그러니까 둘을 사자면 17000원이 있어야 한다는 소리. 놀랍습니다. 헌책방에서는 1500~3000원이면 살 수 있는 책을 17000원을 들여야 살 수 있게 되었으니까요. 히유. 그냥 한 권으로 묶었으면 아무리 비싸게 매겨도 12000원 안팎이 될 텐데... 왜 이렇게 해야 하는지 모르겠습니다.

    <3>

    ▲ 문에 붙은 것 - 파리채, 책겉장, 부적, 스티커, ......
    ⓒ2003 최종규
    책방 <풀무질> 간판은 열여덟 해가 되었답니다. 이제는 낡아서 밤에 형광등도 켜지지 않는답니다. 그래도 그냥 두고 있다는군요. 하지만 형광등을 새로 갈고 간판을 새로 간다고 책방 장사가 더 잘 되거나 책방 모습도 더 깔끔하고 보기 좋다고 느끼지 않습니다. 겉을 꾸미는 일도 중요하고 겉도 꾸미면 좋습니다. 그러나 겉과 함께 속을 가꾸는 마음이 있어야 좋아요.

    제가 잘은 모르나 <풀무질> 사장님에게는 간판 바꾸는 일보다 알뜰한 책을 <풀무질> 안에 잘 갖추는 일을 더 중요하게 생각하고 힘을 쏟지 않나 싶습니다. 물론 돈 얼마 들이고 잠깐 짬을 내면 간판이야 얼마든지 갈 수야 있지만 세월히 흐르고 흐르면서 `낡은 간판'을 갈기보다는 `역사'와 `기억'으로 그대로 남겨두는 일도 좋지 싶어요. 한동안은 `불편함'이지만 세월이 흐르고 흐르면 `새로운 역사'처럼 남기도 하니까요.

    <4>

    ▲ 테이프와 무엇 - 노래테이프, 카드계산기, 이런저런 스티커 딱지가 붙은 책상......
    ⓒ2003 최종규
    대학로로 술 한잔 꺾으러 가거나 누구를 만나러 가는 길이라면 조금 걸어서 한성대입구역 <삼선서림>을 가 보아도 좋겠고 성대 쪽으로 가서 <논장>과 <풀무질> 같은 책방으로 가도 좋으리라 생각합니다. 잘 갖춘 책을 휘 둘러보면서 우리를 가꾸고 살찌울 좋은 책을 많이 만날 수 있습니다. 즐겁습니다. 그리고 가슴을 적시는 책을 만나면 눈물도 찔끔 나오고요.
    - 성균관대 앞 <풀무질> / 02) 745-88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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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커밍스 &quot;수정주의는 '수정'되지 않았다&quot;

    한국전쟁에 관한 논의를 할 때 으레 회자되는 책이 있다. 미국 시카코대 석좌교수 브루스 커밍스(Bruce Cumings·62)가 쓴 <한국전쟁의 기원>(The Origins of the Korean War, 전 2권)이다.

    '한국전쟁'의 기원을 논구한 '기념비적 저작'으로 평가받고 있는 이 책은 1981년 1권이 출간되자마자 미국 학계에서 한국학의 수준을 중국학이나 일본학 수준으로 일거에 끌어올렸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러나 흔히 '수정주의'라고 설명되는 커밍스의 주장에 대해 다양한 형태의 비판이 제기되기도 했다. 한국전쟁과 한국현대사에 대한 커밍스의 해석은 어떻게 시작되었고, 그 현재성은 어떠할까.

    "내전은 복잡한 역사 속에서 자라난다!"

    "한국전쟁의 원인은 주로 1945년에서 1950년 사이의 사건에서 찾아야 하며, 그 다음으로는 식민통치기간 동안 한국에 부과된 외부세력과 그것이 전후의 한국에 남긴 독특한 자취에서 검토되어야 한다."

    커밍스 교수는 '한국전쟁의 기원'을 어떻게 찾아야 하는지에 대해 그의 책 <한국전쟁의 기원>(김자동 옮김·일월서각 펴냄)의 '머리말'에서 이렇게 말했다. 이런 그의 문제의식은 "1950년 6월에 전쟁이 시작된 것은 어느 누구의 잘못이라고 말할 수 없다. 왜냐하면 한국전쟁에 대한 내 책의 전체적 강조점은 내전은 시작하는 것이 아니라 복잡한 역사 속에서 자라난다"(<한국현대사>(김동노 외 옮김·창비 펴냄) '한국어판을 내면서'중에서)는 입장으로 드러난다.

    커밍스는 당시의 한반도 상황에 대해서 "40년 동안 일본의 운명에 매여 있었던 한국은 태평양 전쟁의 결과로 그 질곡으로부터 해방되었으나 두 조각으로 쪼개지는 운명에 놓이게 되었다"며, "그로부터 5년 간 한반도에서의 주된 문제는 새로운 충성이 어느 쪽으로 기울어질 것인가- 모스크바인가, 워싱턴인가, 북경인가 -에 있었다"고 봤다.

    ▲ <한국전쟁의 기원> 영문판 표지와 일월서각 번역본 표지.
    ⓒ2005 조성일
    이런 입장에서 커밍스는 한국전쟁의 구체적 발발 유형을 ▲전면남침설 ▲남침유도설 ▲전면북침설 등 세 가지로 나눈 후 분명하게 어떤 것이라고 지칭하지는 않았지만 두 번째에 무게중심을 두고 설명했다. 당시 이승만 정권의 북진통일론과 휴전선 부근에서의 소규모 충돌이 빈번했는데, 이날 감행된 공격도 어느 쪽이 먼저였는지 분명치 않다는 것.

    또한 그는 한국전쟁은 소련의 사주 없이 김일성이 주체적으로 수행한 민족해방전쟁이라고 규정했다. 그러나 이 주장은 훗날 공산권의 붕괴로 인한 소련의 비밀문서가 공개되면서 김일성이 스탈린에게서 허락을 받고, 남침했다는 사실이 밝혀지기도 했다.

    어쨌든 그의 주장이 적극적이지는 않더라도 미국과 남한, 혹은 미국의 '남침유도설' 내지 '남침묵인설'로 받아들여지면서 기존의 '북한 남침설'에 입각한 정통적 연구방법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드러냈다는 점에서 수정주의로 받아들여졌다.

    수정주의에 가해진 다양한 비판들

    커밍스의 수정주의는 1980년대 한국의 소장 연구자들이 주목하기 시작하면서, 한국현대사에 있어서 특히 해방공간이라고 불리는 8·15해방 후 3년간 혹은 해방에서 단독정부 수립까지 8년 동안의 정치·사회적 변동에 대한 연구에 지대한 영향을 끼친다.
    이 책이 출간되기 전의 한국전쟁의 기원에 대한 탐구는 1950년 6월25일 이전의 몇 주일 혹은 몇 달 간의 사건에 초점을 맞춰 '남침과 북침 중 하나를 선택해야만 하는' 이분법적 논쟁 속에 있었던 게 사실이다.

    특히 '남침설'이외의 주장은 허용하지 않았던 보수적 관제 사관이 지배적이던 상황에서 던져진 커밍스의 신좌파적 수정주의는 격렬한 논쟁을 야기했음은 당연한 수순이리라. 그의 이같은 시각은 <고개숙인 수정주의>(전통과 현대 펴냄)라는 책을 펴낸 전상인 교수의 말처럼 한국 현대사 해석과 관련하여 우리 학계에 좌파적 시각의 '커밍스 콤플렉스'와 우파적 시각의 '커밍스 알레르기'를 동시에 일으켰다.

    <고개숙인 수정주의>에서 전상인 교수는 "1980년대 '커밍스의 아이들'이 자라나 어른이 되었지만 한국 현대사에 대한 수정주의적 시각이 고개를 숙였다"며, 커밍스가 당대의 객관적 자료를 면밀히 검토하는 실증적 접근이 아닌 역사와 사회의 흐름 속에서의 구조적 변화에 관심을 갖는 소위 구조주의적 방법론을 택한 것이 잘못됐다고 비판했다.

    박명림 교수의 <한국전쟁의 발발과 기원>(전2권, 나남출판) 역시 커밍스의 비판과 극복의 성과물이다. 박 교수는 그의 책에서 이른바 '48년 질서'에서 압도적으로 우월했던 요소는 이념도 경제도 아닌 정치라고 전제한 후 전쟁은 혁명과 달리 결정의 과정이 없이는 일어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 한국전쟁에 관한 한국 학자들의 연구서들과 커밍스의 저작들.
    ⓒ2005 조성일
    따라서 한국전쟁은 정통성의 배타적 독점을 주장하는 두 분단국가의 등장이 원인이며, '48년 질서'를 타파하려는 북한 리더십의 급진군사주의의 결과라는 것.

    영화 <태극기를 휘날리며>의 감독이 여러 번에 걸쳐 통독했고, 필자에게 자문까지 구했던 김동춘 교수의 <전쟁과 사회>(돌베개 펴냄)는 한국전쟁에 대한 새로운 접근을 시도한다. 한국 전쟁에 관한 지금까지의 연구가 전쟁 발발과 책임 규명에만 맞춰져 있다고 문제를 제기한 후 김 교수는 "누가 먼저 총을 쏘았는가, 왜 전쟁이 발생하게 되었는가?"가 아닌 "전쟁 중에 어떤 일이 일어났는가, 그러한 일들이 왜 일어났는가, 그러한 일들은 전쟁 후 한국정치에 어떻게 반복, 재생산되었는가?"라는 질문에 대한 답을 찾는다.

    커밍스에 대한 오해

    그러나 한편으로 우리는 브루스 커밍스의 주장을 제대로 이해했다기보다는 한국정부에 대한 비판적 시각과 서너 차례 북한을 다녀왔다는 사실로 인한 '친북인사'라는 복선 아래 그를 바라보는 데서 비롯된 오해도 있었던 것 같다. 그 대표적인 것이 "그는 한국전쟁을 남한이 일으켰다고 주장하는 학자"라는 주장이다.

    이런 자신에 대한 오해에 대해 잘 알고 있는 커밍스 교수는 <한국현대사> 한국어판 서문에서 이례적으로 그 소회를 밝히기도 했다. 이 책에 따르면, 커밍스 교수는 언젠가 한 한국인 외교관을 만났는데, 그는 "당신이 이제 생각을 바꾼 것을 이해합니다. 이제는 남한이 전쟁을 일으켰다고 생각하지 않는다지요"라고 하더란다.

    ▲ 6·25 한국전쟁 중, 대전형무소 정치범 처형장에서 한 사형수가 카메라를 응시하고 있다.
    ⓒ 미국 국립문서기록보관청(NARA)
    커밍스 교수는 자신이 박정희와 전두환에 대해 공식적인 반대 입장을 표명해왔기 때문에 그들 체제의 관리들은 자신과 자신의 저작을 비방하는 게 편리하다는 점을 알고 있었으며, 그래서 자신이 '남한이 전쟁을 일으켰다고 말했다'는 전설이 생겨났다는 것. 그러나 커밍스 교수는 "전쟁에 대한 기본적인 생각은 결코 바뀐 적이 없다"며 한국전쟁에 대한 생각은 앞에서도 말했듯 "내전은 시작하는 것이 아니라 복잡한 역사 속에서 자라난다"는 입장을 지금도 그대로 견지하고 있다.

    그러면서 그는 역사가가 그 복잡한 역사를 알고 있는 한 수많은 요인으로 빚어지는 전쟁에 대해 어느 한쪽을 비난하는 것은 정말 어리석은 일이라고 했다. 다만 그는 자신의 조국(미국-인용자)이 한국에서 해온 행위를 비판적인 시각에서 비춰보려고 노력한 것도 사실인데 이것 역시 새로 찾아낸 문서의 결과로서 대부분의 미국인들이 믿게끔 인도된 냉전신화와 모순된다고 했다.

    "'있는 그대로의 북한' 인정할 때 문제 해결 시작"

    지난 3월 커밍스 교수의 2004년 신간 <김정일 코드>(원제 North Korea : Another country, 따뜻한 손 펴냄)가 번역 출간되면서 요즘 '뜨거운 감자'로 부상한 북핵문제에 대해서도 그의 생각의 일단을 들여다 볼 수 있게 됐다.

    '북한'만을 테마로 삼아 집중분석한 이 책에서 커밍스 교수는 "북한 침략에 대한 미국의 대응이 정당했을 수 있다"는 전제 아래 "가혹했던 미군의 전쟁 수행 방식은 미국에 대한 북한의 분노와 불신의 근원"이라고 지적했다.

    "폭력전문가들이 가장 강력한 권력을 장악하고 있는 '병영국가'개념에 가장 근접한 나라"로 북한을 규정한 커밍스 교수는 그렇더라도 북한을 '국가'로 인정하고 그 작동시스템을 제대로 이해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인 문제해결 방식이라고 말한다.

    최근 '6·15 5주년 기념 학술회의'에 참가하기 위해 방한했던 커밍스 교수는 '있는 그대로의 북한'을 인정해야 문제해결의 과정이 시작된다고 재차 강조했다. 한국 현대사에 관한 연구로 일약 세계 석학의 반열이 올랐다고 해도 크게 틀리지 않을 커밍스 교수의 스칼라십은 비판자들의 지적처럼 시쳇말로 '약발이 다한 이론'일지라도 그 영향은 단순한 수정주의의 시각과 방법에만 머물지 않는다.

    그의 주장에 동의하든 안하든, 한국전쟁과 한국 현대사에 대한 우리들의 인식 지평을 넓혀주는 계기를 제공하기 때문이다.

    커밍스 책 영문판 판권도 ‘역비’가 갖고 있다

    브루스 커밍스의 역작 <한국전쟁의 기원>(The Origins of the Korean War, 전2권)에 대한 영문판, 한국판 출판권은 모두 한국의 역사비평사(대표 장두환)가 갖고 있다.

    1981년 1권과 1990년 2권 모두 미국의 프린스턴대학 출판부에서 출간된 이 책의 출판권이 만료되자 커밍스 교수는 한국인 제자인 코넬대 신동준 교수에게 이 책은 한국책이나 마찬가지인데, 한국의 출판사가 출판권을 가져갔으면 좋겠다는 의사표시와 함께 믿을만한 역사 전문 출판사를 추천해달라고 했던 것.

    이 부탁을 받은 신 교수는 역사비평사에 편지를 보냈고, 역사비평사는 ‘사업성’ 따위는 아예 따지지 않고 커밍스 교수의 계약 제의를 선뜻 받아들이면서 이루어졌다.

    커밍스와 계약을 한 후 역사비평사는 2003년 5월말 이 책의 영문판을 발간, 한국을 비롯한 전세계에 공급하고 있고, 내년 상반기에는 새로운 정본 개념의 한국어판을 출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또한 역사비평사는 올해에 나올 예정인 <한국전쟁의 기원> 축약본도 번역 출간할 예정이며, 청소년을 위한 축약본 등도 따로 기획할 예정이라고 했다.

    <한국전쟁의 기원>은 1986년 일월서각에서 1권만 타계한 언론인 송건호씨의 추천사와 함께 번역 출판되었고, 2권은 아직 번역되지 않았다. / 조성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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