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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어커스틱 기타에는 작은 얼룩이 많이 있는데
모두 그녀석 자신의 눈물자국들이다
우는 모습을 직접 목격한 적은 없지만
난 알 수 있다
그건 분명한 눈물의 흔적들이다
조지 해리슨은 자신의 기타가
"울고있다"라고 노래했지만
결국 자신이 슬프다는 이야기다.
자신의 연주가 애잔하다는 이야기다
그러나 내 기타, 그녀석은
스스로 우는 것이 틀림없다
그것도 남몰래 소리없이......
한낱 가공된 나무 쪼가리인 그녀석도
잘 알고있을 터이다
세상에 존재한다는 것, 즉
세상에 태어나서 살아간다는 것이
얼마나 고된 일인지
얼마나 슬픈 일인지......
화려한 장미나무였을 시절의 회한으로, 혹은
살을 깎던 끌과 톱의 냉정한 금속성에 소스라쳐서, 또는
자신을 만들던 노동자들의 가혹한 처지를 동정하여, 라거나
너무 싸구려인 자신의 가격표에 자존심이 상해서, 아니면
형편없는 솜씨의 연주에 애가 타서 등등
눈물의 연원을 굳이 추측하려 애쓸 필요는 없다
그것들을 모두 포함한 삶의 총체
그 자체의 근원적 슬픔을 그녀석은 아는 것이다
게으른 손의 나는
그의 주인이기를 애초에 포기했었지만
마침내 그의 친구가 되기로 한다
서로를 대신해 울어줄 수는 없다
그냥
함께 우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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