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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논

넓게 열린 도로를 달리기 시작하면서 나는
여행이 끝났음을 실감한다
2009년 8월 9일 정오
파헬벨의 캐논이 흐른다
한 대의 첼로와 세 대의 바이올린
비교적 느린 템포
하늘은 새파랗고 구름은 새하얀 것이
마치 평화주의자의 바탕화면 같았으나
영종대교의 한가운데에선 아연 돌풍이 일어
내 여린 마티즈는 휘청이고 만다
이미 더 크게 흔들리고 있던 내 가슴 탓일까
나는 놀라지 않는다
첼로는 하염없이 같은 저음시퀀스를 반복하고
세대의 바이올린은 두 마디 터울을 두고
앞선 주자들의 선율을 서로 따라간다
그렇다 내 인생이란
저 아래 어떤 근원적 처참함의 무한반복이고
그것을 딛고 오르는 작은 발버둥들의
어긋난 레이스이다
나즈막히 홀로 구슬프던 선율들이
12마디째 근방에 이르러 절규처럼 얽히자
나는 참았던 눈물을 쏟아낸다
아, 커다랗고 아름다운 비애
그 황홀했던 여행이 끝나는 순간이다
내 앞길은 캐논의 나머지 마디들 처럼
더욱 복잡하게 펼쳐질 것이나
결국 반복과 돌림연주의 교묘한 속임수일 터
가슴 아렸던 지난 여행이 그리워
그것을 추억하기위해
아니, 그것을 잊기위해 살아갈 뿐이겠지
내게 그를 허락했던 운명에 감사하고
내게서 그를 앗아간 운명에도 역시
감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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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제목
    거북이눈은 거기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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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설명
    그냥저냥요... by turtleye
  • 소유자
    turtley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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