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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일에 집중을 잘 못하는 편이다. 물론 여기서의 일이란 호구지책으로 하는 작업-일을 말한다. 정신 바짝 차려서 하면 그리 오래 걸릴 것 같지 않은 일도 듬성듬성 몽상의 나래를 펴던가 이리저리 손에 잡히는 다른 소일꺼리에 기웃대던가 하면서 지지부진해지기 십상이다. 즉, 별 이유없이 일하기 싫어하는 인간이고 그래서 나중엔 결국 고생고생하는 인간이다.
그런데 요즘은 일에 집중 못하는 '확실한 이유'가 생겼다. 온종일 그 생각에 휩싸여 있느라 무언가 보아도 보는게 아니요 무언가 들어도 듣는게 아니다. 연신 담배를 피워대느라 흡연실로 쓰는 베란다만 들락거리다 끼니 때가 되면 대충 몇 술 뜨고 만다. 머신 앞에 앉아서 모니터를 응시하지만 뇌는 시각정보를 해독할 여유도 없이 다른 짓만 하고 있다. 밤이 오면 몸은 피곤한데 잠이 오지않아 하염없이 뒤척인다. 겨우 잠들어도 내내 그와 연관된 꿈만 줄창 꿔대다 새벽녘 퀭한 눈을 뜨게 된다.
별 이유없이 작업이 안될 때는 느긋하게 쉴거 다 쉬어가며 지낼 수 있었는데 작업을 방해하는 확실한 이유가 생긴 뒤론 무언가에 쫒기듯, 무언가를 내쫒듯 작업에만 매달리게 된다. 물론 그런다고 해서 작업이 잘 될 리 없다. 참으로 괴로운지고...... 내 의지(...라는게 있다면...)와는 무관하게 나를 괴롭히는 그것, 그 생각, 그 집착......
해결할 방법은 없다. 그냥 버티는 수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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