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입술을 깨물면
눈을 감고 혹은
눈꺼풀 안쪽의 암흑을 응시하며
입술을 지그시 깨물면
아래로 주욱
심장까지 회한의 도랑이 파인다
깊다
깊어서 거스를 수 없는 그곳에
눈물이 고인다
슬픔이 흐른다
눈과 귀와 코와 사지를
즉 머리 아래의 온몸을
구속하듯
그 끄트머리 입술을 깨문다
질책한다
머리를 지탱할 수 없음을
생각의 무게에 짓이겨져
무기력할 수 밖에 없는 삶의 진짜 모습을
깨물어 탓한다
그리고 슬퍼하며 운다
심장에게 호소한다
그러나 그것은
거짓이다
당황하여 어쩔 줄 몰라하는 건
오히려, 바로 머리다
무게감이라고는 없는 음흉한
생각의 조직이다
감당할 수 없었다
머리의 바깥을, 진짜 세상을
파악할 수 없었다
생각의 원천을, 그 진한 흙내음의 속을
그는 심장에게서 단지
혈액을 착취할 뿐이다
심장에게로 길을 내지 않는다
그리고는
그리고는 슬쩍
입술을 깨문다
눈을 감고 혹은
겁에 질려 두리번거리는 눈동자를
얄팍한 눈꺼풀에 감춘 채
입술을 지긋이 깨문다
순식간에
공포를 슬픔으로 포장한다
냄새 찌든 식은땀을 눈물로 포장한다
비겁한 새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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