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개의 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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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하는 거 말고, 재발을 막을 수 있는 방법은 없나요?”

나는 나의 질문이 좀 어색하고 우습다는 사실을, 의사가 풋하고 웃을 때 에야 알 수 있었다.

의사는 몇 달째 같은 답만 반복하고 있는 터였다.

지금 맞고 있는 여성호르몬 억제주사는 그러니까 사실 별 소용이 없는 것이었다.

당장의 재발을 막을 수는 있겠지만, 문제는 여성의 본연적인 생리기능 자체가 자꾸 이상한 혹을 만들어 내고 있단다. 결혼을 해서 아기를 낳으면 씻은 듯이 낫는다는 병. 이 병을 고쳐야 하는 이유는 ‘아기를 잘 낳기 위해서’인데 그 아기를 낳으면 병도 낫는다는 정말 이상한 치료법이다. 

그러니까 나는 내 몸에 있는 어떤 병을 “아기를 낳는 행위”를 경유해서만이 치유해야할 목표와 치유의 효과 둘 다를 얻을 수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나는 지금 내 삶의 계획 어디에도 없는 그 ‘아기’에게 구원의 요청이라도 해야 할까? 돈도 아깝고, 시간도 아깝고, 몸도 아픈 이 자궁내막증 치료를 그만두고 싶으니 도와 달라....??

여성에게 ‘현대 의학’은 아직 ‘삼신 할매’의 손길 같은 거 이상은 아닌 것 같다.

#진료를 기다리면서 앞의 사람의 진료내용을 그대로 듣게 된다.

처음엔 미안하여 안 듣는 척하며 몰래 엿들었지만, 어차피 뻥 뚤린 진료실에 다 들으라고 하는 소리려니 하고 이제는 환자의 얼굴과 의사 얼굴을 번갈아가며 빤히 쳐다보며 듣는다.

거의 대부분의 여성들은 ‘갱년기’를 접어들어, 암으로 발전될 위험이 있는 그 혹들을 완전히 제거하기 위해 자궁이나 나팔관, 난소 등을 없애는 수술을 하고 얼굴이 화끈 달아오른다던지, 식은땀에, 관절염, 등의 증상을 완화하고, 생리가 없는 몸을 다시 “여성”으로 단련시키기 위한 약과 치료를 한다.

의사는 “이제 생리가 없으니, 여성스럽기 위해” 치료하고 약을 해야 한다고 한다. 1년 한번씩 주기적으로 자궁 고밀도검사라든지 혈액 검사 등을 통해 몸에 이상이 없는지를 확인해야 한다고 한다. 그 이유는 여성의 생리기능이 없기 때문이다.

생각해보니 그렇다면 여성의 인생에서 여성의 생식기능에 의해 병이 날 위험이 없는 시기는 어느 한 순간도 없다. 아마, 초경을 시작하기 전의 십여 년의 어린 시절, 그러니까 사회적으로 ‘여성’임을 공인받기 전에서야 잠깐 ‘여성의 병’에서 자유로울까. 그 때는 아마 그녀가 아직 ‘여성’이 아니었기에 그 조금의 자유라도 허용되었으리라...

30대 초반의 나는 여성호르몬과 생리기능 때문에 생긴 혹을 계속 떼어내려 애를 쓰고, 50대 나이의 또 다른 나는 아마 여성호르몬과 생리기능이 없어서 생기는 병을 치료하느라 또 갖은 애를 쓰겠지....

참 피곤하다.

여성의 몸이 이처럼 시기를 타고 모순적으로 ‘부인병’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이유가 설마 그 에스트로겐이라는 여성호르몬 자체가 저주스러운 호르몬이기 때문일까?

그것은 아마도 여성의 병원이라는 ‘산부인과’가 진정 여성이라는 인간의 삶을 위해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라 생각한다. 적어도 내가 느낀 ‘산부인과’는 한평생 ‘여성성’이라는 사회적 요건을 완비해야 하고, 또한 인류의 종족보존욕구를 실현할 수 있는 특정생식기능을 가진 생물체를 보존하기 위해서만 존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