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걱정이란..

 성실해 보이는 외모에  시니컬한 목소리를 가졌던 그 아이는

항상 변치않는 심정으로 운동에 임하고 있다는 인상을 받았었다.

벌써 육개월이나 훨씬 넘었나? 

병특 취직에 성공한 그 아이가 사무실에서 갑자기 사라져버리고나서 

지금껏 안부전화 한통을 못했었나보다.

아직 회사인지, 특유의 성실함에 더해진 엄격한 목소리로 조심스레 전화를 받는 그 아이에게

나는 요즘 전화연락이 끊겼다는  또 다른 한 아이의 연락처를 물어보았다.

 잘 지내느냐는 물음과 그렇다는 대답은 물 흐르듯 사소하게 지나쳐간 듯 하다.

 

동기들이나 활동했던 거의 모든 이들의 전화는 받지 않는다는 또 다른 그 아이는

낯선 나의 번호에 별 생각없이 전화를 받았던 듯 하다.

나라는 사실을 알고 나서 변한 음성에서 굳어진 그 애의 표정이 보이는 것 같았다.

지난 3월 황새울 들에서 포크레인 앞에 버티고 싸우다 연행된 건에 대한 재판이 내일인데,

도통 연락이 안되었던 아이였다.

어찌할 꺼냐는 물음에 알아서 벌금을 마련하겠다는 대답이 오고갔다.

왜 그걸 혼자 책임지냐..왜 연락을 끊은 거냐...사람들이 걱정하던데 무슨일이냐...질문공세에 

 미처 준비되지 않은  대답들이 얼버무려졌다.  

전화를 빨리 끊고 싶어하는 그 애의 민망함이 자꾸만 눈에 보여 되려  내가 더 미안해졌다.

지레 서둘러 전화를 끊고는  가만히 궁금해졌다.

 

전화를 끊고 그 아이는 무슨생각을 했을까?

움찔하게 들켜버린 '은둔생활'을 돌아보며 다시한 번 우울해졌을까.

아니면 이제부터 못보던 새 번호의 전화는 절대 받지말아야겠다고 다짐했을까.

"무슨 일 있음 혼자서 고민하지 말고 만나서 술이나 한잔 하자"

대충 이런식의 문짜를 보낼까하다가 말아버렸다.  지키지도 못할 꺼면서...

 

생각해보니, 정말 많은 사람들이 그렇게 나와 함께 서 있다.

갑작스러운 용무를 위한 전화통화..

그리고 물흐르듯 사소한 안부인사의 가벼움으로...

 

이 정도의 거리를 두고 서있던 그/녀들에게 지금의 나의 모습은 어떤 형상일까.

운동과 활동의 흐릿한 윤곽을 

그/녀들은 일상의 탄탄한 순환 속에서 어떤  심정으로 찾고들 있을까. 

성실하고 시니컬했던 그 아이는 언젠가 함께 마주할 술 자리에서

왜 운동의 논리가 자신의 지금을 설득할 수 없는가에 대해

납득할 만한 이유를 물을 지도 모르겠다.

잠적을 탄 그 아이는 진정한 미안함으로 어느 날 10만원짜리 회원이 될 지도 모르겠다.

쓸데없이 비관적인...

이러한 결과들이 도래할 것에 대해 

괜히 마음이 쓰이는 이유는

그 아이들을 믿지 못해서가 결코 아닌 것 같다.

어쩌면 그들은 내가 생각하지도 못할 치열함으로 오늘도 운동과 활동을 생각하고 있었을지도 모를 일이다.

 

나는 다만 갑작스러운 전화 한 통의 '어색함'과 '불편함'을 곧 회피해버릴 나의 모습을,

그리고 한 걸음씩 어디론가 걷고 있는 그들의 발걸음을 멈춰세울 수 있는

나의 자신있는 '대안'이나 '전망'이 없다는 사실을.

그냥 잘 알고 있을 뿐이다.

그래서....답도 없이

걱정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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