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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 수 없다

 

 
또 한번 상처를 받을 것을 나는 분명히 알고 있었다.

 

한치의 망설임도 없이

나는 내게 곧 벌어질  '고통'을  인내할 것을 결심이나 한듯,

기세도 등등하게 전화기를 꺼내들고 그의 이름을 눌러버렸다.  

 

술기운은 사실 그냥 핑계일 뿐이다.

딱지가 조금 내려앉아 무덤덤해진 상처를

나는 요즘  이런 방식으로 확인하고 또 하기를 반복한다.

알 수 없는 심리다.

 

 

덮어두려 했던 기억들이 거칠게 삐죽삐죽 솟아나와서는

큰소리 뻥뻥치며 괜찮은 척 하지 말라고 

계속 말을 걸고 있는 것 같다.

 

 

꺼끌거리는 기억들.. 

나는 가뿐히 손바닥으로 토닥토닥 덮어두려 했었다.

 

하지만

손등의 멀쩡함과는 달리 손 안 쪽은 피가 철철 흐르고 있었나보다.

 

마주앉은 술잔이 다 비워지기도 전에

바보처럼 울컥 울어버리기나 했다.

 

 

버겁다.

정말 많이...

 

언제까지일까.

언제까지 난 시큰거리는 상처의 질감을 계속 느껴야 할까.

 

바램, 기대, 그리고 또 혹시나 하는 서성임.

이 모든 것이 정말 너무도 의미없는 것들이라는...

그런 확신은 정말 확신일까.

 

때로는 다른 그 무엇보다 매일 매일 감정의 혼돈에 휩싸이는

지금의 나의 상황을 위로하는 일에

모든 것을 쏟아붓고 싶을 때가 있다.

그러고도 모자란다.

내키보다 훨씬 더 커다란 미움. 그만큼의 그리움을 이겨나가기에는

나는 무척이나 무덤덤하게 바쁘게 살아간다.

 

지탱하던 모든 버팀목이 휘청하고 흔들려버리면

추락하고 싶은 욕구에 휩싸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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