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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508 근황

- 인터넷 쓰러 로비에 내려왔다가 밖을 보니 비가 살짝 왔더라. 일로일로에서 처음 보는 비다. 이제 슬슬 우기가 시작되려는가?

 

- 오늘은 맛사지를 받으러 스파에 갔다. 공짜 표가 있었기 때문이다. 공짜 표가 어디서 났냐 하면, 학원에서 보는 실력향상테스트에서 top3 안에 들었기 때문에 선물로 받은거다. ㅎㅎㅎ 당황스럽지. 사실, 시험은 여기서 이룩한 '실력향상'이라고 볼 수는 절대로 없는 것이, 5일인가 수업 받고 나서 힘들다고 5일이나 보라카이에서 놀다 온 다음날 친 것이었기 때문이다. 작은 것이긴 하지만 기분은 좋았다. 하지만, 이번 달 말에도 있을 시험도 잘 볼 자신은 별로 없다는 거. 기본기도 여기까지, 여기서 열심히 공부하는 친구들에 비하면 나는 다소 슬슬 하고 있달까.

사실, 슬슬 하더라도 여기에서 계속 부족한 부분을 채워나가다 보면 많이 늘지 않을까 싶기는 하다. 두 달을 계획하고 온 나로선 이제 한 달 열흘 밖에 시간이 없다고 생각하니 다소 아쉬워져서 기간을 좀 늘리고 싶다는 생각이 슬쩍슬쩍 들기도 한다. 이 생활도 어쩌면 고시준비랑 비슷해서, 조금만 더 하면 될 것 같은데 하면서 중독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사실 나의 목적은 재충전이 아니었나. 여전히, 그런 일상을 선택하진 않겠다.

 

- 학원에서 서른명 쯤 되는 동료 학생들을 만나서 생활한 지 이제 3주 쯤 되었다. 어느 사회나 처음엔 적응하기 어렵겠지만, 여기도 마찬가지였다. 이제까지 내가 몸담았던 사회와는 또 다른 새로운 문화. 다앙한 연령대의 사람들, 서로 다른 사회적 배경과 이데올로기를 가지고 있으면서도, 지금은 영어공부라는 하나의 목적으로 같은 공간에서 공부하고 먹고 자고 있다. 이 곳에서 가장 큰 헤게모니를 가진 것은 아마도 '나이주의'가 아닐까. 첨엔 정말 적응이 안되고 적응하고 싶지도 않았지만, 솔직히 편한 점도 있긴 했다. (나이가 많으니까, 먹고들어가는 것도 있다 보니...) 그리고 가끔 나오는 군대 문화도 참 낯설었다. 생각해보면, 이런 일반적인 한국의 문화들이 없는 곳에서만 서른 평생 살아오지 않았나.

어차피 두달 지내면서 바꿀 것도 아니고, 지금은 적응하고 친해지고 보니 재미있는 점도 많다. 사람들에게서 매력을 찾아가니 무엇 보다 일상이 더 살기 좋아지는 것이다.

 

- 또... 독실한 카톨릭국가의 보수적인 지역 도시인 이 곳에서 생활하는 필리핀 튜터들과의 대화 (논쟁 수업의 주제로 블라인드 데이트-소개팅이 제안되는 상황. 이혼과 낙태는 법적으로 금지. 데이트 할 때 여성은 절대로 돈을 내는 법이 없음. 하지만, 대통령은 여성이고, 덕분에 여성의 권리는 상당하다고 인식하고 있는 사람들...), 필리핀 사람들의 놀랍도록 느린 속도 (인터넷을 포함해서, 패스트푸드점에서 음식을 주문하고 받아먹는 데 까지 얼마나 오랜 시간이 걸리는지!) 등에 거의 적응한 듯.

 

- 어제는 내가 지내고 있는 호텔이 아니라 하숙을 하고 있는 친구들 집에 놀러가서 라면을 끓여먹었다. 하숙집을 보니 어찌나 부러운지. 나무들, 창문들, 숨통이 터지는 분위기... 사실 필리핀에서 기대했던 건 그런 것이었는데... 나도 하숙집을 알아봐서 한달이라도 맘에 드는 분위기를 즐겨봐야겠다.

 

- 어버이날이라, 스카이프로 집에 전화를 했다. 주말에 생각나서 한국의 인터넷쇼핑몰에 접속해서 작은 선물을 보내드렸더니, 많이 좋아하신다. 동생이 꽃이랑 선물들도 잘 준비한 모양이다.

 

- 부모님이 놀러오실 날짜가 6월 29일 쯤으로 정해졌다. 그 전에 나는 학원 생활을 끝내고 필리핀 일대를 여행할 예정이다. 부모님이 오시면 일주일 정도 마닐라와 세부, 그리고 홍콩 (부모님은 스탑오버로, 나는 싼 표를 구해서)을 함꼐 구경할 예정이다. 부모님이 귀국하실 떄 쯤엔 방학하고 병원실습을 마친 동생이 합류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럼 배를 타고 같이 보르네오섬 말레이시아 땅으로 넘어간 다음 부르나이를 통과해서 보르네오섬을 횡단하여 말레이반도 쪽으로 넘어갈 예정이다.

 

- 다음 주 월요일은 선거날이라, 또 다시 휴일! 학원 사람들과 이번 주말 또 보라카이에 놀러가기로 했다. ㅎㅎㅎ 결론은 틈 날 때 마다 논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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