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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안정노동과 빈곤에 맞선 연대투쟁은 이제부터 시작이다. <이종훈> [민대 2004 7/8 확대경1]


불안정노동과 빈곤에 맞선 연대투쟁은 이제부터 시작이다.


- 최저임금현실화투쟁 평가와 과제 -







이종훈 (이주노동자운동후원회 사무국장)



최저임금 결정이후, 더욱더 고삐를 잡아야


최저임금위원회에서 최저임금이 결정된 지 한 달이 지났다. 최저임금현실화 투쟁은 근로빈곤층이라고 불리는 가난한 노동자가 급속도로 확산되는 불안정노동의 시대에 더욱더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올해 9월부터 내년 8월까지 적용되는 최저임금수준은 이미 결정이 되었더라도 빈곤이라는 문제가 특정 계층의 문제가 아니라 광범위하고, 구조적인 문제로 일상적으로 다가온 이상 이제 특정한 노동자계층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것이다. 2003년 남한의 빈곤규모가 750만에 이른다는 정부 통계도 있고, 비정규직 노동자가 800만 명이 넘었다는 조사도 나오고 있다. 이러한 통계가 말해주 듯, 정부기관과 언론들은 남한의 빈곤상태가 국가경쟁력을 약화시키고 사회갈등을 부추긴다는 투로 걱정하면서도, 저임금과 빈곤문제의 책임을 결국 개인의 무능력으로 돌리는 것도 잊지 않는다.

불안정노동과 빈곤의 일상화가 구조화된 현재, 최저임금현실화 투쟁은 최저임금 근저에 머물고 있거나 그 이하선에 있는 저임금노동자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점은 점점 더 분명해 지고 있다. 올해 최저임금위원회에서 결정된 최저임금은 올해 9월부터 내년 8월까지 적용된다. 매년 최저임금을 결정하는 최저임금위원회에서 노동계는 요구안을 제출하고 이를 압박하기 위해 여러 시민단체들과 이를 공동으로 발표하기도 하였다. 비록, 여론의 홀대에도 불구하고 비정규직과 여성 등 최저임금과 직접 관련된 주체들이 상반기 내내 투쟁을 조직화하였으며, 올해는 한시적이고 동원의 성격이 컸지만 조직된 노동자들의 참여도 두드러졌다.

우리가 올해 최저임금현실화투쟁에 주목하고 상당한 의미를 부여하는 것은 그동안 노동운동진영이 최저임금 결정과정에서 시민단체들을 규합하거나 또는 독자적인 여론전에 몰두해 왔던 것에서 벗어나, 최저임금의 대상이 되는 주요 주체들이 모여 지속적인 투쟁을 조직하고 실질적인 요구를 진행하게 되었다는 점만은 아니다. 비록 6월 25일 최저임금이 결정되는 당일, 교섭 과정에서 문제점이 드러났지만, 이것만으로 이번 투쟁을 재단할 수 없는 것이다. 그 보다도 더 핵심적인 것은 노동유연화 시대, 신자유주의가 횡행하는 이 시대에 최저임금제의 현실화를 위한 투쟁이 갖는 또 다른 의미에 주목하기 때문이다. 불안정노동과 빈곤의 문제가 전체 노동자민중의 문제라면, 노동자운동은 이제 최저임금현실화 투쟁은 상반기 혹은 최저임금이 결정되는 6월 한 달을 넘어서는 계획과 실천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불안정노동-빈곤의 시대, 2004년 상반기최저임금투쟁을 돌아본다?


(1) 조금씩 노동자운동의 연대를 확장해온 최저임금현실화투쟁


민주노총은 합법화가 된 이후 2000년부터 최저임금위원회에 참가했다. 최저임금현실화 투쟁은 최저임금적용에서 제외되고 있었던 여성노동자들의 투쟁에서 시작되었다. 2002년에는 지하철 청소용역노동자와 전북지역에서 올라온 환경미화노동자를 중심으로 최저임금위원회 앞에서 최저임금 현실화를 위한 농성투쟁이 있었다. 이때 최저임금현실화투쟁을 전개하였던 노동자들은 조직된 정규직 노동자들에게 연대의 손길을 내밀었다. 많은 노동자들의 연대가 실현되지 못했지만 최저임금현실화 투쟁의 중요성을 알린 선도적인 투쟁이었다. 그리고 2003년에는 최저임금현실화 투쟁이 한 단계 상승하는 해 이기도 하였다. 다만 최저임금심의위원 사퇴를 두고 ‘저임금노동자에게는 너무 무책임한 행동이 아니었는가’ 또는 ‘최저임금투쟁의 상승을 위한 결단이었다’는 등의 상반된 평가가 나오기도 하였다. 하지만 2003년도 최저임금현실화 투쟁은 최저임금 결정방식과 제도개선의 필요성에 대한 문제제기를 통해 저임금 노동자의 임금수준을 사회적으로 폭로하고, 운동 내적으로는 최저임금현실화투쟁에 대한 광범위한 인식의 확산과 연대가 필요함을 일깨워주는 한해이기도 하였다. 2004년 최저임금투쟁은 그 연장선에 있었다.

올해는 최저임금투쟁이 양적이나 내용적으로 상승한 한 해였다. 금속노조와 보건의료노조의 각 산별노조는 올해 임단투의 주요내용으로 산별최저임금을 요구하였다. 산별최저임금협약을 쟁취한 금속노조의 경우 금속사업장내의 이주노동자 등 모든 노동자의 최저임금을 보장하는 내용을 이루어내기도 하였다. 그리고 '조직된 노동자의 힘으로 최저임금현실화 쟁취하자'라는 슬로건 하에 진행된 최저임금심의위원회 앞 아침집회에 결합 한 투쟁사업장은 비록 투쟁과정에서 한두 번의 결합이지만, 최저임금투쟁의 인식을 확산시킨다는 의미에서 그 자체로 의미가 있었다. 비록 많은 단위노조나 산별연맹에서는 최저임금현실화의 요구를 내세우고 있지 않지만, 현재의 노동자내부의 위계화와 분절화를 극복할 수 있는 주요 원동력이 될 수 있는 만큼 확산의 여지는 충분히 있다.

하지만 아직까지 많은 노동자들이 최저임금투쟁은 저임금․비정규노동자들이 하는 것이고, 시혜적이며 동정하는 것으로 바라보는 시선 또한 존재한다. 이러한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현재의 집회동원이나 제도개선의 내실화뿐만 아니라 조합원이 직접 참여할 수 있는 통로를 열어주는 총연맹과 각 연맹의 비상한 노력 또한 요구된다. 최저임금현실화 투쟁은 저임금노동자를 생존권을 쟁취하는 의미와 노동자내부의 격차를 해소한다는 의미도 존재한다. 노동자내부의 격차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전체노동자들의 조직적인 결합이 중요할 것이다. 이러한 측면에서 보면 최저임금 투쟁은 최저임금적용을 받지 못하는 노동자나 그 이하로 받는 노동자의 투쟁만으로는 극복될 수 있는 사안이 아닌 노동자들의 적극적인 연대가 필요한 부분이다. 노동자운동의 연대성의 회복이란 측면에서 최저임금현실화 투쟁은 지속적으로 기획될 필요성이 존재한다.


(2) 노동유연화 분쇄, 불안정노동철폐로의 최저임금현실화투쟁의 의미


최저임금현실화 투쟁은 연대성의 회복과 더불어 노동유연화와 빈곤에 맞서는 주체를 형성한다는 의미가 있을 것이다. 상반기 최저임금농성투쟁이 들어가기 전에 진행된 ‘최저임금․최저생계비 현실화를 위한 공동투쟁’은 비록 노동자민중의 광범위한 참여 속에서 이루어지지 못했지만, 기간 불안정노동자들의 연대를 이어나가고 상승시키기 위한 계획이었다. 올해도 장애인 이동권․교육권 투쟁은 계속되고, 이주노동자들의 노동권쟁취를 위한 농성투쟁이 해를 넘어 계속되고 있고,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투쟁 또한 비정규노조를 중심으로 각각 전개되고 있지만, 이들의 생존권과 노동권쟁취를 위해 사업장들을 기계적으로 한 데 묶을 수 없는 노릇이다. 최저임금․최저생계비현실화 투쟁은 각각의 사업장과 지역에서 투쟁하는 노동자민중의 요구를 공동으로 내걸고 공동투쟁을 조직화하는 유력한 매개가 될 것이다. 최저임금․최저생계비 현실화투쟁이 저임금 노동자와 최저생계비이하로 생활하는 빈민들의 투쟁만으로 국한되지 않는 투쟁이 필요한 시점이다.

하지만 최저임금을 현실화하라는 주장에 대해 이를 임금인상 투쟁과 같은 의미로 받아들이는 사람들이 있다. 그러나, 최저임금을 현실화하자는 주장은 단순히 최저임금 인상률을 두 자리로 유지하자는 것을 훨씬 초과하는 의미를 가진다. 만약 그 의미가 두 자릿수 인상에 그친다면 물가인상률을 훨씬 상회하는 생계비 인상이 이루어지는 상황에서 노동자 민중이 자본의 숫자놀음에 농락 당할 수 있다. 현실이 증명하듯 매년 최저임금을 상향조정하고 그것이 심지어 물가인상률을 초과한다고 하더라도 저소득층 노동자는 의료보험료, 교육비, 주거비 등 높은 생계비 지출에 따라 빚에 떠밀려 살아가고 있다. 문제는 자본이 왜 이러한 전략을 유지할 수밖에 없는가 하는데 있다. 경제위기 극복방식으로서 신자유주의 정책개혁은 적정(3~4%) 물가상승률을 유지하는 선에서 경기를 부양한다. 국가와 자본이 제한적인 수준에서 경기를 부양하고 일자리를 만들기 때문에, 수많은 노동자 민중은 항상적인 실업과 비정규직 노동, 낮은 임금의 위협에 시달릴 수밖에 없다. 낮은 임금의 유지는 현재의 자본주의 경제를 유지하는데 있어서 필수적인 조치로 인식되고 있다. 즉, 물가상승을 억제하기 위해 이자율을 조정하며 임금의 인상폭을 지속적으로 낮춘다. 그리고 저임금 노동자들이 비정규, 하청, 용역업체와 숙박․음식․서비스업 등 보다 유연적인 노동시장에 참여하도록 강제한다. 뿐만 아니라 자본은 소매금융시장을 자본의 수익원으로, 개발․공격적인 사업대상으로 삼아 노동자 개인이 지출해야 할 사회적 비용을 증가시켜왔다. 그 결과 실질임금은 꾸준히 상승하였고 경제상황도 다시 좋아지고 있다고는 하지만 노동자 민중의 삶이 더욱 팍팍해지는 것이다.


(3) 최저임금위원회의 객관적인 한계는 인식해야


때문에 최저임금의 현실화 과정은 기본적으로 최저임금위원회와 같은 사회적 협약을 통해서 결정될 수 있는 사안이 아니다. 인상률로 제한된 최저임금위원회의 논의라는 것은 그 자체로 주먹구구식의 산출방법을 지니게 되며, 책임소지도 모호하게 만든다. 사실상 이러한 생계비를 최저임금을 통해서 보전 받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고 보면, 자본에게도 국가에게도 그 책임은 돌려지지 않게 된다. 사회적 임금을 국가가 보장해 주어야 하는 것인지, 중소영세자본이 보장해 주어야 하는지도 애매한 상황을 자초하는 것이 바로 최저임금위원회의 논의구조라고 할 수 있다. 비록 현재의 최저임금제와 최저임금위원회를 매개로 한 최저임금의 현실화 투쟁을 진행한다고 하더라도 이러한 객관적인 한계는 반드시 인식해야 할 것이다.

따라서, 최저임금 현실화 투쟁은 임금인상 투쟁이 아니라 신자유주의 반대투쟁으로서, 노동의 불안정화에 맞서는 투쟁으로서 자리매김 될 때만이 그 의미가 분명해 질 수 있다. 그 이유는 최저임금의 현실화는 실제 신자유주의 공세로 인해 야기된 불안정노동을 철폐하지 않고서는 이루어질 수 없는 과정이기 때문이다. 즉, 최저임금 현실화 투쟁은 최저생계비의 현실화와 함께 신자유주의 정책 전반에 대한 문제제기가 포함되어야 하며, 동시에 비정규직, 이주, 여성, 장애, 실업 등 불안정 노동자들의 투쟁과 적극적으로 연대한 가운데 이루어져야 함을 의미한다. 불황이 구조화된 시대, 노동이 유연화 된 시대에 살아가고 있는 노동자 민중은 스스로 단결하여 투쟁하지 못하면 경제상황과 시대상황의 볼모로 희생을 감내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또한 최저임금위원회 전원회의에서 합의된 최저임금 제도개선위원회는 선언적 의미의 그 이상은 될 수 없다. 최저임금위원회 안에 제도개선전문위원회가 설치돼 7월 2일부터 △최저임금 수준을 전체 노동자 임금의 1/2로 법제화 △공익위원을 노사단체가 추천 △택시노동자, 감시․단속적 노동자 등 최저임금 적용대상 확대여부 △최저임금 적용시기를 현행 9-8월에서 1-12월로 교체 등 제도개선 사안을 다룰 예정이지만, 정부의 유력한 정책공급처인 한국노동연구원에서 제출한 ‘최저임금 제도개선’안을 보면 대부분이 현행유지를 선호하고 있어 그 실효성 또한 의심이 가는 상황이다.


최저임금․최저생계비현실화를 위한 정권과 자본과의 승부는 이제부터 시작이다.


1988년 최저임금제도가 시행된 지 15년이 흘렀다. 최저임금제도는 ‘국가가 노사간의 임금결정과정에 개입하여 임금의 최저수준을 정하고, 사용자에게 그 수준 이상의 임금을 지급하도록 법으로 강제함으로서, 저임금노동자를 보호하는 제도’라고 설명하고 있다. 하지만 최저임금제도는 매년 갱신되는 최저임금 수준을 보면 알 수 있듯이 전 사업장 노동자 평균 임금의 1/3수준이어서 저임금 노동자를 보호하겠다는 국가의 약속은 자본을 보호하겠다는 약속으로 변해버린 상황이다. 최저생계비의 기준이 되는 기초법제도 역시 구조조정과정에서 나타난 노동자민중의 삶의 파탄을 치유한기는커녕, 오히려 신자유주의 개혁을 정당화하기 위한 보완물로 실재하고 있다.

'최저생계를 보장할 수 있도록 최저임금을 현실화하라' , '모든 사회구성원의 기본 생활을 보장하라'. 이것은 이번 투쟁을 하는 해당주체들의 소박하지만 정말 처절한 요구이다. 동시에 이러한 요구가 전체 노동자 민중의 이해와 요구로 대표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무엇보다도 이 투쟁 과정에서 놓치지 말아야 할 점은, 개별임금인상 투쟁의 한계를 극복케 하는 공동의 논의와 토론, 그리고 연대의 확대를 도모하는 가운데 노동의 불안정화에 맞서 싸울 수 있는 저항주체를 형성하는데 있다.

이를 위해 첫째, 최저임금․최저생계비 현실화 투쟁에 대한 단위사업장과 노동자대중에 대한 교육이 필수적이다. 아직 노동자운동진영에서조차 최저임금투쟁은 자신과 별 상관이 없다고 생각하는 노동자들이 상당하고, 최저생계비의 개념조차 생소한 노동자들과 빈민들이 많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최저임금․최저생계비 현실화투쟁에 연대하기 위해서는 노동자민중의 인식을 확장해 나가기 위한 교육이 필수적일 것이다. 둘째, 단위사업장과 산별연맹(노조), 지역을 망라한 공동투쟁을 계획해야 할 것이다. 민주노조 운동의 위기는 연대성의 약화와 주계급주체형성이 난망해졌음을 뜻하는 것일 게이다. 최저임금․최저생계비 현실화 투쟁을 중심으로 노동자내부의 격차와 위계화를 지양하는 투쟁을 전개해야 할 것이다.

21세기 점증하는 구조적 위기와 불황의 시대, 노동자민중의 수탈을 아예 제도화하려는 획책이 정권의 각종 로드맵을 통해 난무하고 있는 지금, 불안정노동-빈곤에 맞선 연대투쟁의 대상과 폭은 더욱 크게 열려있다. 올해의 최저임금제현실화 투쟁은 비록 한시적이고 제한된 주체의 투쟁이었지만 더 이상 물러설 수 없는 이 한판 싸움의 커다란 촉매제가 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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