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드바 영역으로 건너뛰기

2004년 자동차 완성4사 공동투쟁에 대하여 <조건준> [민대 2004 7/8 확대경3]

 



2004년 자동차 완성4사 공동투쟁에 대하여







조건준 (금속연맹 정책국장)



1. 완성사 공동투쟁의 필요성


금속연맹은 2003년 사업평가와 2004년 사업계획을 논의하는 과정에서 몇 가지 방침을 확정한 바 있다. 계급적 요구를 중심으로 산별 실천을 강화하자는 것이 그 중 하나다. 특히 산별로 전환하지 않은 대공장의 경우 분과별 공동요구를 걸고 공동실천을 강화하자는 것이다.

2003년의 경우 금속연맹의 16만 조합원이 하나 되는 투쟁을 핵심적인 방향으로 가져 왔다. 그러나 16만이 하나 되는 투쟁을 위한 노력은 추상적인 방향으로서가 아니라 구체적인 실천노력에 의하여 실현되는 것이고 이점에서 실천단위로서 조선업종과 자동차업종, 그리고 금속노조라는 3대 축을 중심으로 한 사업방침을 갖게 되었다.

금속연맹이 산별 미전환 대공장에 대하여 업종중심으로 계급적 요구를 걸고 실천을 강화하자는 결의를 한 것은, 한편에서 본다면 기존의 산별전환 총회노력이 지속적으로 전개되어야 함은 물론이지만 또한 동시에 대공장 노조가 산별 실천을 통해 단결의 기반을 꾸준히 만들어 나가는 것이 필요하다는 문제의식을 반영한 것이다.

금속산업연맹의 공식 사업방침 외에 자동차노조들의 공동사업이 추진되는 다른 배경도 있다.

모든 업종이 98년 경제위기와 함께 구조조정을 거쳐 왔지만 자동차업종의 경우 이 과정에서 거의 동일한 경험들을 해 왔다. 97년 기아차의 부도와 매각 투쟁, 98년 현대차의 정리해고와 만도기계의 정리해고, 99년 대우그룹의 부도와 대우차의 구조조정 투쟁, 2003년 쌍용차의 매각시도와 투쟁 등 자동차산업은 기업의 부도 또는 위기상황에서 구조조정에 맞서 왔다. 98년 기아-현대 자동차노조들의 공동투쟁의 시도, 2000년 대우차 매각반대 완성차 공동파업을 비롯하여 공동실천을 위한 노력을 꾸준히 전개해 온 공동의 경험들이 있다.

과거의 문제만이 아니라 현재와 미래를 예측할 때에도 자동차산업의 공동투쟁의 필요성은 더욱 더 절실해 지고 있는 상황이다. 즉 자동차산업 또한 글로벌 생산체계로 깊숙이 편입되고 있는 상황이다. 지엠대우와 르노삼성이 이미 외자기업이 되었으며, 쌍용차 또한 매각될 가능성이 높다. 부품사의 경우도 델파이, 비스테온, 보쉬 등 세계적인 부품사들에 의하여 한국의 중견부품업체들이 인수되었다. 기아-현대차의 경우도 다임러 크라이슬러와 합작 등 전략적 제휴를 고려하지 않더라도 미국과 유럽은 물론이고 중국과 아시아 지역에 생산공장들을 확대하고 있다.

이러한 글로벌 생산체제의 구축과 가속화는 자동차산업의 노동자들에게 보다 분명하게 공동의 문제들을 보여주고 있다. 해외투자의 증대에 따른 산업공동화에 대한 우려, 모듈화와 외주화를 통한 무노조 비정규직 공장의 확산 등 자동차 산업은 과거 재벌체제하에서의 경쟁원리와 다른 구조 속에 빨려 들어가고 있다.

산업차원에서의 공동대응력을 갖추지 못한다면 일자리 문제는 물론이고 모듈화와 외주화 등 지속적인 재편들이 진행되는 문제들에 대하여 대안을 만들어 내기 어렵다. 바로 이런 측면에서 자동차분과의 공동대응은 더 강화되어야 한다.

이러한 배경 속에 금속연맹의 자동차분과는 기금요구와 자동차산업 정책마련을 위한 노사공동기구의 설치 등 산업공동요구와 함께 자본이동에 대한 공동결정과 주간연속2교대를 비롯한 실근로시간의 단축, 작업장 혁신과 임금구조의 개선 및 비정규직 관련 사항을 단체협약의 핵심요구로 제출하였다.

2004년 공동투쟁을 위하여 자동차 완성사의 노조대표자들의 회의는 물론이고 자동차노조의 상집간부전체를 대상으로 하는 공동수련회 등이 개최되었다. 이 과정을 통해 자동차분과의 핵심적 요구로 ‘산업발전 및 사회공헌 기금’ 등이 논의되고 각 단위노조의 대의원 대회를 통해 공동요구를 임단협 요구안으로 결의, 확정하였다.


2. 2004년 공동투쟁의 방향과 기조에 대하여


올해 공동투쟁을 위한 방향은 산업공동요구를 중심으로 한다는 것이었다. 이는 단위사업장의 임단협의 요구를 강화하기 위한 차원의 공동사업과는 분명한 차이가 있다.

임금의 경우 자동차분과 차원에서는 아예 별도의 임금가이드 라인을 결정하지 않았다. 임금에 대해서는 각 사가 자율적으로 추진하는 것이 분과차원의 방침이었다.

임금에 대한 정책은 임금 수준보다는 임금구조에 대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문제의식 때문이었다. 이를 위해 임금체계개선위원회와 같은 요구들이 제안되기도 했지만 아직 임금체계에 대한 전면적인 개편을 제기할 조건이 마련되지 않은 상황에서 주목받지 못했다. 다만 임금체계를 개편하기 위한 노력들이 2003년 현대차의 단일호봉제합의와 같은 단사별 시도와 자동차분과 차원의 수당체계개편프로젝트와 같은 사업으로 진행되고 있다.

임금격차의 해소를 위한 노력은 비정규직 임금인상요구로 반영되었으며 산별최저임금요구는 비중 있게 다뤄지지 못했다.

산업정책과 관련해서는 자동차산업정책 마련을 위한 노사공동기구의 요구를 비롯해서 연구개발투자의 강화나 부품산업발전 요구가 제출되었다. 그러나 연구개발투자요구의 경우 구체적인 요구로 실행하기에는 좀 더 많은 논의 속에서 세부적인 검토가 필요하며 원하청 불공정거래를 해소하기 위한 CR(Cost Reduction)문제의 제시는 좀 더 좀 더 실효성있는 세부 방안이 필요한 요구로 전면에 부각되지는 못했다.

가장 기본적이면서도 핵심적으로 추진되어야 할 사업으로 구상된 작업장혁신의 문제는 단위노조별로 교대근무나 노동강도 문제 등 세부적 사안의 차이들이 있다. 다양한 의제들을 좀 더 정리해 나가야 할 것이며 이미 이와 관련해서는 현대차의 근무형태관련 제도개선위나 기아차의 노동강도 완화를 위한 기구 등 일정한 노력들이 진행되고 있다.

가장 비중 있게 다뤄진 요구는 ‘기금요구’다.

2002년 임금에 대한 새로운 접근의 방법을 모색하는 과정에서 제기된 것이 기금이다. 당시 임금격차의 지속적인 증대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를 놓고 여러 방안이 검토되었다. 임금인상을 시급기준으로 제시하는 방안도 검토되었으나 이 방안은 각 사별로 임금인상의 효과에 엄청난 격차들이 발생하는 등 여러 문제들 때문에 현실화되지 못했다.

다른 방안으로 제출된 것이 ‘사회적 임금’이었다. 기업 간의 임금격차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기업수준의 임금구조를 가지고는 해결될 수 없기에 사회적 차원에서 분배와 결합된 방안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바로 이점에서 기금을 조성하고 이 기금을 자동차산업 내부의 임금격차를 해결하는 방안으로 가져갈 것을 검토하였다. 현대차에서는 순이익의 목표초과달성분에 대하여 기금으로 축적하는 방안이 제출되었으나 현실화되지 못했다.

2003년 하반기 논의과정에서는 ‘산업기금’이라는 이름으로 공동요구가 제출되었으며 2004년 초에 논의를 거쳐서 ‘산업발전 및 사회공헌기금’요구로 최종 요구안을 결정하였다.


3. ‘산업발전과 사회공헌 기금’에 대하여


‘산업발전 및 사회공헌 기금’은 자동차 완성차 노조대표자들의 기자회견을 통해 공식 제안된 후, 재계의 반대와 노동부장관의 발언을 비롯하여 언론에서도 자주 언급될 만큼 사회적인 이슈가 되었다.

기금안은 최초에 부품산업 문제 등 산업발전, 비정규직 차별해소, 대공장 이기주의에 대한 사회적 비판에 대응하는 취지에서 ‘산업기금’으로 제출되었다. 기금의 명칭은 자동차노조의 대표자들의 논의과정을 통해 보다 분명하게 기금설치의 취지가 공감될 수 있도록 하자는 제기에 따라서 ‘산업발전 및 사회공헌기금’으로 바뀌었다.

논의 과정에서는 대공장노조의 사회적인 기여를 중심으로 두는 의견과 산업공동화에 따른 고용불안 및 차별이 확대되는 고용시장을 중심으로 가야 한다는 강조점의 차이들이 제출되기도 하였으나 이 모든 것을 포괄하는 차원에서 산업발전, 노동시장, 사회공헌을 위한 기금으로 성격을 규정하였다.

그러나 민주노총에서 ‘연대기금’이 제출되면서 약간의 혼동이 발생하였다. 또한 금속연맹의 대의원 대회에서도 ‘노동연대기금’이 제출된 바 있다. 그러나 민주노총과 연맹의 연대기금안은 폭넓은 대중적 토론을 거치지 못한 상황이었으며 이와 별도로 논의해온 자동차분과의 ‘사회공헌기금’ 논의에 약간의 혼선이 발생한 것이다.

첫 번째 문제는 연대기금, 노동연대기금을 비롯하여 금속연맹에서 논의과정에 한 방안으로 추가 제출된 ‘고용기금’(노사가 일정한 비율로 각출하여 기금을 모아 고용안정에 사용하자는 것)등 자동차분과의 기금과 함께 여러 가지 기금성격이 혼동을 가져올 수 있다는 점이다. 이와 관련해서는 민주노총과 연맹의 논의를 통해서 일단 자동차분과는 기존에 추진해온 기금안을 가져간다는 것으로 결정하였다.

두 번째 문제는 기금의 출연 방식을 둘러싼 문제다. 민주노총과 연맹에서 제기된 기금마련의 방식은 노사가 동일기금을 각출하는 방식인데 이는 자칫하면 ‘대공장의 고임금론, 임금동결 및 자제론’에 휩쓸릴 가능성이 있다는 점이 제기되었다. 따라서 자동차분과는 노사의 공동기금출연의 방식이 아니라 순이익에서 일부를 기금으로 조성하는 방침을 확정하였다.

사실 기금요구와 관련해서는 요구안의 확정, 기자회견을 통한 공론화 시기에는 노동조합 내부적으로 큰 논란의 대상이 되진 않았다. 기금 문제가 사회적으로 논란이 된 후에 내외적인 쟁점으로 떠올랐다. 제기된 몇 가지 논점들에 대하여 간략히 지적하고자 한다.

첫째, 기금 주장이 대공장의 임금인상을 위한 방어전술에 불과한 것이 아니냐는 것이다.

사실 단위노조 차원에서 대중적인 논의를 통해 확정된 요구안이 아니었다는 점에서 현장으로부터 강력한 의지가 결집된 요구라고 보기는 힘들다. 상당한 견해들이 2003년 집중적으로 비난받은 대공장이 자기만을 위해서가 아니라 사회를 위해서 뭔가를 한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 이를 위해 내건 방어전술 차원의 요구로 이해하고 있다.

‘사회공헌기금’이 사회적으로 논란이 된 상황에서 임단협이 본격적으로 진행되었고 2003년에 비해 대공장에 대한 집중적 공격이 무뎌진 측면이 있다는 점에서 기금요구가 그 전술적 가치를 모두 발휘했다고 평가하는 간부들도 적지 않다.

이는 대공장의 노조운동이 전략적으로 어떻게 나가야 할 것이며 기금요구는 전략적 방향과 관련하여 어떤 의미를 갖는가에 대한 충분한 공유가 부족한 상태를 반영하는 것이라 볼 수 있다.

둘째, 기금요구가 오히려 대공장의 고임금론과 임금양보론을 인정하는 것이 아니냐는 반론이다.

그러나 이미 임단협의 결과들이 보여 주듯이 자동차 노조들에게 ‘기금논의’가 임금양보론으로 작용한 근거를 찾아보기는 어렵다.

여기에서 기금문제의 비판을 둘러싼 미묘한 모습을 엿볼 수 있다. 즉 한편에서는 대공장이 임금인상을 주장하기 위한 수단으로 기금을 비판하고 반대측면에서는 오히려 기금요구가 대공장의 임금양보를 위한 수단으로 전락할 것이라는 비판이 있다는 점이다. 그러나 ‘임금인상의 수단이냐, 임금양보의 수단이냐’는 엇갈린 평가는 매우 지엽적으로 문제를 바라보는 결과의 소산이라 생각한다.

셋째, 비정규직 문제가 기금을 통해 해결 될 수 있냐는 반론이다.

실제 이 사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누구도 비정규직 문제가 기금을 통해 해결될 수 있다고 믿는 사람은 없다. 비정규직 사업은 이와 별도의 차원에서 각 단위노조가 추진하고 있다. 또한 임단협에서도 비정규직에 대한 요구를 별도로 제출하고 있다. 그렇다고 해서 기금요구가 비정규직과 전혀 무관한 것도 아니다. 실제 일정한 기금을 비정규직 문제의 해결을 위해 사용하자는 것이기 때문이다.

대공장 노조들이 비정규직을 위해 기금을 만드는 수준에서 자신의 도덕적인 역할을 다 했다고 자처함으로서 대공장 노조들에게 책임회피의 명분을 주는 것이라는 비판도 있지만, 진정으로 정규직 노동조합의 비정규직 노동자들에 대한 역할을 논의하고자 한다면 이 문제는 그 자체로 평가되고 논의될 필요가 있다.

정규직 노조들은 불과 몇 년 전 까지만 해도 비정규직 문제에 관심도 갖지 못했다.

그러다 광주의 캐리어 사례에서 극명히 드러난 것처럼 조직된 비정규직들의 투쟁에 대하여 정규직이 적대적인 태도를 보였다. 금속연맹에서는 캐리어 정규직 노조를 제명징계 하였으며 이 사건을 계기로 정규직 노조들은 비정규직 문제에 대하여 그 의무를 피할 수 없게 되었다. 올해 자동차 대공장들이 모두 비정규직 관련 요구안을 걸고 있는 것처럼 매년 비정규직 관련 요구가 제출된다.

현재는 정규직 노조에 의한 비정규직 관련 ‘대리교섭’이 일반화되는 단계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새로운 문제들이 제기되고 있다. 비정규직 노조의 역할을 오히려 제한하기도 하고 일부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를 둘러싸고도 비정규직 노동자들 속에 정규직화라는 계급상승(?)의 기대심리를 확대시켜 기대와 정 반대의 상황이 빚어지기도 한다. 심지어는 ‘정규직 노조에 의하여 관리되는 비정규직운동’이라는 걱정을 불러오기도 한다.

따라서 정규직 노동조합이 비정규직 문제에 대하여 어떻게 연대할 것인지는 변화된 현 단계의 상황을 평가하면서 새롭게 제기되어야 한다.

넷째로는 기금요구는 ‘시혜적, 온정적’ 사고방식으로서 결국은 ‘비정규직의 존재를 인정하고 합리화하는 결과를 낳을 것이다’는 비판이다.

결론부터 말한다면 기금 요구를 있는 그 자체로 보자는 것이다. 자동차산업이라는 하나의 산업을 중심으로 놓고 볼 때에 자동차산업 노동자들의 노동에 의하여 잉여가치가 발생한다. 원자재의 공급과 생산활동에 필요한 제반 여건, 판매를 둘러싼 사회적 과정, 산업활동에서 발생하는 납세나 관세 등 복잡한 것을 일단 제껴 놓고 본다면 완성차에서 높은 이윤실현의 원천은 무엇인가?

그것은 바로 자동차산업 노동자들이다. 그 노동자들 중에서 정규직 노동자들은 상대적으로 높은 임금을 받는다. 물론 최근 몇 년간의 노동소득분배율 등을 고려할 때에 정규직 대공장 노동자들이 기업의 지불능력 만큼 임금을 받는다고 볼 수 없다. 그러나 영세부품업체의 노동자나 비정규직 노동자를 보면 상황은 전혀 달라진다.

2003년 기준으로 볼 때에 현대차의 1조 7천억, 기아차의 7천억, 쌍용차의 3천6백억, 현대모비스의 5천5백억의 순이익은 어디서 나온 것일까? 노동자들, 그 중에서도 특히 중소영세부품사들과 비정규직 노동자들에 대한 저임금 수탈에 기초하고 있다고 주장해야 할 것이다.

그렇다면 이렇게 발생한 순이익을 주주배당금, 회사의 재투자 비용, 대공장들의 노동자들의 성과금으로만 나누는 것이 옳은 것인가? 이것이 비정규직이나 중소영세부품사들에게 돌아가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것이 아닌가? 이것은 곧 분배의 정의를 실현하는 문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노동운동 일부에서는 기금요구를 비정규직에 대한 수탈의 문제, 혹은 분배정의의 문제로 보지 않는다. 오히려 정규직 노조들이 더 철저하게 수탈과 분배정의의 문제로 발전시키자는 긍정적 대안의 관점이 아니라 부정적 방향에서 우려들만을 쏟아 놓고 있다.

여기에는 연대기금에 대한 의혹과 정규직 대공장들의 비정규직 사업에 대한 여러 가지 비판적 판단들이 스며들어 있다는 점을 십분 이해한다. 그러나 모든 문제들을 ‘기금’이라는 문제에 결부시켜 놓고 판단해선 안된다. 너무 복잡하게 해석할수록 있는 그 자체로 보기 어렵고 온갖 주관적 해석들만 덧붙여질 뿐이다.

다섯째, 노조가 왜 산업발전을 주장하냐는 반론이다.

말 그대로 ‘산업발전 및 사회공헌기금’은 산업발전을 위해서 노조도 기여하겠다는 사고법을 담고 있다. 그래서 노동조합이 이런 식으로 가면 자본이 말하는 산업발전의 논리, 성장논리에 빠질 것이고 또한 노사공동은 기금운영기구를 만드는 것은 노사협조주의로 빠지는 것이 아니냐는 반론을 편다.

개인적으로는 수많은 기회를 통해 산업발전에 대하여 노동자가 어떻게 접근할 것인가를 주장한 경험이 있다. 이미 구조조정을 거치면서 ‘기업(경제)이 살아야 노동자(국민)가 산다’는 식의 주장은 더 확장되고 있다. 그것은 단순히 자본의 이데올로기 조작을 넘어서 노동자의 경험을 통한 학습의 결과처럼 굳어지고 있다.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

실제 우리의 경험에서는 기업이 망하니 고용이 불안해 졌다는 객관적인 측면과 함께 또한 이를 이데올로기적으로 활용하는 자본의 의도가 결합되어 있다. 따라서 단순히 자본의 이데올로기적 조작의 측면만 보고 그것은 허구라고 주장하면, 그 결과는 ‘자본 =경제를 살리는 집단, 노동(조합)= 기업과 경제를 망치는 집단’이라는 사회적 등식을 벗어날 수 없다.

따라서 노동자 계급이 이 사회의 주인(대안집단)이 되고자 한다면 국민을 먹여 살릴 대안을 제출해야 하고 이점에서 ‘산업발전’이라는 화두를 노동운동이 자신의 화두로 뺏어 와야 한다.

다만 산업발전의 목적과 방법들에 대한 분명한 노동자적 관점이 정립되어야 한다. 즉 노동자의 개입과 통제의 영역은 임단협이나 작업장 수준을 넘어서 산업차원으로 확장되어야 한다. ‘산업발전’이라고 표현하는 것과 ‘산업정책에 대한 개입과 통제’라는 표현의 차이가 매우 중요할 수 있다. 그러나 더 중요한 것은 표현보다 실제 내용이다.


 

산업발전의

목적

방향

방법

결과

노동

노동자(국민)의

후생복리 증진

자본에 대한

사회적인 통제

노동시간단축 →

일자리 창출

적정임금 →

복지증진

산업발전 =

전체 국민의

고용과 복지증진

자본

이윤의 확대

기업에게

무한한 자유

(규제철폐)

인력절감 →

실업양산

저임금정책 →

비정규직 확대

산업발전 =

비정규직의 양산,

빈부격차의 확대


“ 우리 금속노동자는 생산의 주역으로서 금속산업발전과 사회발전에 이바지 해왔으며...”

이 문구는 노사협조주의를 표방하는 어용노조의 주장이 아니다. 계급운동의 대안으로 수많은 간부들이 주장하고 있으며 또한 수많은 조합원들에게 이것만이 살길이라며 그토록 외치면서 만들어온 금속노조의 선언이다.


4. 노동운동의 발전 전략을 고민하면서


자동차의 공동투쟁에 대한 수많은 논의를 다 고려하여 반론을 전개하고자 한다면 수많은 논의를 더 전개해야 할 것이다. 그러나 이글을 쓰는 현재도 완성차의 투쟁은 끝나지 않았다. 부족한 점을 지적하고자 한다면 어디 한두 가지에 불과하겠는가?

‘87년 노동운동체제의 붕괴’를 말한다. 백번 동의 한다. ‘신자유주의 광풍이 휘몰아치고 있다.’ ‘노동자들은 계층화되고 계급해체 마저 우려된다.’ ‘대공장 노동자들은 더 실리적이고 이기적으로 변하고 있다.’ 등등의 수많은 평가들이 나오고 있다. 이제 문제는 이런 평가가 아니다. ‘당신은 현재 노동운동의 발전을 위하여 어떤 전략을 가지고 있으며 어떤 구체적인 실천을 하고 있는가?’ 바로 이것이 문제다.

자동차완성차의 공동투쟁에 참여 해온 한 필자는 올 완성차의 공동투쟁을 둘러싸고 ‘연대(노조)인가? 이권(노조)인가?’ 하는 도발적인 제기를 수없이 해 왔다. 자동차 대공장노조에 대해서 우리가 걱정할 것은 시혜주의든 온정주의든, 사회공헌기금이든 뭐든 자신의 주머니를 채우기 위한 노력보다 연대를 위한 노력을 좀 더 기울이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오히려 문제는 ‘산업발전 및 사회공헌기금’의 요구를 그 자체로 관철시키지 못하였다. 산업발전기금과 사회공헌기금을 분리하여 사회공헌기금은 각 사 노사에 맡기고 산업발전 문제는 자동차산업노사협의체 구성으로 해소했다는 것이다. (이에 관해서는 7월2일 자동차산업노사협약 참고)

하나의 군대가 있다. 내부의 한쪽은 군량미가 넉넉하고 비교적 좋은 대우를 받고 있다. 다른 한쪽의 군사들은 군량미도 부족하고 형편없는 대우를 받고 있다. ‘과연 이 군대가 적군과 싸워서 이길 수 있을까?’ 이 질문 자체도 어리석기 그지없다. 적군과 싸우기도 전에 내부에서 붕괴될 것이기 때문이다. 이 군대를 강철의 군대로 어떻게 다시 세울 것인가? 이를 위해 구체적인 실천의 방안들이 백가쟁명처럼 제출되어야 한다. 정말로 허망하기 그지없는 “안된다”는 주장만 남발하기보다 더 좋은 구체적 방안을 내놓고 토론하자. 구체적인 실천방안을 제출해서 서로 앞장서려고 노력하는 풍토가 만개하기를 바랄 뿐이다.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