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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시간단축과 일자리나누기 <박하순> [민대 2004 7/8 확대경2]



노동시간단축과 일자리나누기


- 공공부문을 중심으로 -1)







박하순 (노동조합기업경영연구소 소장)



1. 고용문제의 심각성


2004년 5월중 실업자는 78만 8천명, 실업률은 3.3%로 IMF 위기 이후 1999년 1/4분기 8.5%까지 내려갔던 실업률에 비하면 많이 개선되었다. 비록 IMF 위기 직전 96년도 완전고용에 가까웠던 실업률 2%보다는 아직 높고, 2002년 3/4분기 3% 이하로 하락한 것에 비해서도 약간 악화한 것이라 할지라도 말이다.

한편 현재 경제활동참가율이 IMF 위기 전 추세선에서 1.5~2% 포인트 가량 낮아졌는데(5월에는 많이 상승하여 62.5%가 되었지만 여전히 97년 5월 63.4%에 비해 0.9%포인트 낮은 수치이고, 역시 IMF 위기 추세선에 비하면 1.5-2% 포인트 낮은 수치라 하겠다), IMF 위기 이전 추세 아래서의 경제활동참가율과 그만큼 증가한 실업자를 고려한다면 실업률을 2-3% 포인트 높아진다고 하겠다(<그림 1> 참조).

또한 보도에 의하면 청년실업률은 특히 심해 8%를 넘나들고 있다.



한편 고용문제는 실업률의 문제만은 아니고 고용구조도 문제가 된다. 불완전취업자라 할 36시간미만 취업자는 4월에 비해 약간 개선이 되었는데도 231만 2천명에 이르고, 18시간미만 취업자도 66만 2천명에 이른다. 이런 불완전 취업자를 위시한 비정규직이 문제인데 비정규직은 고용불안이 훨씬 심하고 정규직에 비해 훨씬 낮은 임금을 받고 있는데 이들의 비중이 50%를 넘고 있다.

   하반기부터 중국의 투자붐 억제, 미국의 금리 인상, 유가인상으로 성장률이 더 둔화될 것이라고 예측이 되고 있어 실업문제는 앞으로도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2. 고용문제의 원인: 신자유주의 구조조정 및 금융세계화로의 편입 심화


현재의 고용문제는 근본적으로는 한국자본주의의 과잉축적-이윤율 저하라는 구조적 위기에서 초래되었다. 정부는 이를 극복하겠다고 소유-금융의 이익을 확실히 보장하는 신자유주의 구조조정 및 금융세계화로의 편입 정책을 추진하였다.


① 신자유주의 구조조정


금융기관과 기업의 인위적 퇴출, 7대 사업구조조정, 공공부문 구조조정 등을 통해 민간부문 공공부문 가릴 것 없이 인력을 약 20~30% 감축하였다. 그리고 정리해고제 도입 등 노동법 개악, 기업지배구조 개선 등을 통해 상시적 구조조정 체제를 도입하였다.

공공부문을 보면 ’98 ~‘00년까지 총 13만 1천명을 감축하여, ’97년말 정원 대비 18.7% 정원을 축소하였다. 공기업에서만 ’00년까지 4만 1천7백명을 감축하였다. 정부는 ‘00년까지의 감축목표 13만명 대비 804명을 초과달성하였다고 자랑하고 있다(<표 1> 참조).

<표 1> 공공부문 정원감축(단위 : 천명)

 

’97말

정원(A)

’98 ~

’01 계획

’98~’00

정원

감축율

(B/A,%)

’01년

계획

계획

실적(B)

700.4

142.6

130.3

131.1

18.7

12.8

중앙부처

161.8

26.0

21.9

21.4

13.2

4.6

지 자 체

291.3

56.6

49.5

49.5

17.0

7.1

공 기 업

166.4

41.2

41.2

41.7

25.1

-

산하기관

80.9

18.8

17.7

18.5

22.9

1.1

자료: 기획예산처


② 금융세계화로의 편입 심화


IMF 구조조정협약으로 한국 주식시장과 외환시장은 거의 완전히 개방되어 초국적 금융자본 주도의 세계화로의 편입을 심화하였다. 외국인의 상장주식 총 투자한도가 아이엠에프 위기 직전인 97년 11월까지만 해도 일반법인에 대해서는 26%, 공공법인에 대해서는 21%로 제한되어 있던 것이 아이엠에프와의 구조조정 협약 체결로 점차 확대되어 일반법인은 98년 5월 25일까지 100% 소유가 허용되고, 공공법인은 2000년 11월 15일 40%까지 상향조정되면서 외국인의 투자가 대폭 늘어났다.

2002년 말 한국 안에서의 외국인투자 총 잔액은 2,803.4억 달러이다. 이 중 외국인직접투자는 626.6억 달러, 증권투자는 1,167.3억 달러, 그리고 기타투자는 1,009.6억 달러이다.

외국인 보유 상장주식 가액은 91년 12월 현재 약 2조 4,000억 정도에서 아이엠에프 전 10조원대였다가 99년 12월 약 77조원으로 대폭 증가한 다음 2000년 주식시장 거품이 꺼지면서 12월에 약 57조원까지 하락했다가 최근 2003년 12월 말 현재 약 143조원에까지 이르고 있다. 외국인의 주식소유비중은 시가총액 기준으로 아이엠에프 위기 전인 96년말에는 12.97%였고, 위기 직후인 97년말에는 14.59%였던 것이 2003년 말 현재 40.1%에 달하고 있다. 이 수치는 91년 말에는 3.27%에 머물렀다.2)

시가총액 기준으로 상위 10개 기업에 속하는 기업들의 외국인 주식소유비중은 더 높다. 증권거래소3)에 따르면 2004년 1월 16일 현재 시가총액 1위를 차지하고 있는 삼성전자의 외국인지분은 58.19%이다. 다음으로 SK텔레콤의 외국인 지분은 48.99%, 국민은행 74.38%, POSCO 66.76%이다. 시가총액 5위를 차지하고 있는 한국전력공사의 경우 외국인지분 비중이 28.78%로 상대적으로 낮은데 이는 한국전력이 아직 공기업으로 존속하고 있어 정부 및 관련기관의 지분율이 높기 때문이다. 현대자동차는 51.23%이고, KT는 46.82%(KT 또한 외국인 총 지분소유한도가 49%로 제한되어 있다), LG전자는 36.06%, 삼성SDI는 37.14%, 신한금융지주는 52.40%이다. 그리고 10대그룹의 외국인 시가총액은 2004년 4월 8일 현재 삼성 57.04%, LG 32.72%, SK 43.56%, 현대자동차 47.28% 등 평균적으로 49.41%를 차지하고 있다.4)

한국은 주식시장에서 외국인 비중이 높기로 헝가리 멕시코 핀란드에 이어 세계 4위를 차지하고 있다고 알려져 있다.


③ 초국적 금융자본의 투기대상이 된 공기업


한편 신자유주의 구조조정 및 금융세계화로의 편입의 일환인 공기업 사유화 및 해외매각 정책으로 인해 거대 공기업의 주식이 대거 외국자본에 의해 장악되었다.5)

KT(구 한국통신)는 아이엠에프 위기 이후 98년 7월 공기업 사유화 정책이 본격화할 당시 외국인 지분이 전혀 없었으나 증시상장과 해외 주식예탁증서(DR) 발행 2회 매각, 국내경쟁입찰, 국내공모 등 다양한 방법을 통해 2002년 5월 정부지분을 완전히 매각하였다. 2004년 1월 16일 현재 KT의 외국인 지분은 46.82%까지 올라섰다. 아이엠에프 위기 이후 98년 7월 공기업 사유화 정책이 본격화할 당시 30% 정도이던 POSCO(구 포항종합제철)의 외국인 지분율은, 26.7%에 이르던 정부 및 산업은행 소유 지분을 3차례에 걸친 해외 DR 발행과 자사주 매각을 통해 2000년 10월 완전히 매각한 이후 2004년 1월 16일 현재 66.76%에 이르러, POSCO는 한국인소유 기업이라 할 수도 없는 상황에 이르렀다. 1988년 국민주 형태로 기업공개를 한 후 1994년 뉴욕증시 상장, 1995년 런던증시 상장을 통해 외국인의 접근이 시작되었지만 당시만 해도 외국인지분율은 상대적으로 낮았고 외국인투자한도와 동일인지분소유한도가 있었으나 이는 전부 폐지되었다. KT&G(구 한국담배인삼공사)는 1999년 9월 국내증시상장을 시작으로 해외 주식예탁증서(DR)․교환사채(EB) 발행, 국내공모 등을 통해 정부 및 국책은행 소유 지분을 전부 매각하여 2002년 10월 사유화를 완료하였다. 외국인지분은 2004년 1월 16일 현재 39.66%에 이르고 있다. 사유화가 중단상태인 한국전력공사의 외국인지분은 2004년 1월 16일 현재 28.78%이고, 한국가스공사의 외국인 지분율은 2003년 8월 16일 현재 12.18%로 상대적으로 적은 편이다.

그런데 POSCO, 케이티, KT&G(이상 12월 10일 현재), 한국가스공사(12월 1일 현재)의 자사주가 각각 15.9%, 25.49%, 25.75%, 9.18%인 것을 감안하면 실질적인 외국인 지분율은 더욱 높아진다. 또한 한국전력공사, KT, 한국가스공사는 외국인 지분소유 제한 규정이 있기 때문에 아직 외국인 지분율이 상대적으로 낮은 상태이지만 정부의 기본 방향이 이런 제한을 철폐해가고 있기 때문에 향후 1-2년 내 공기업에서의 외국인 지분율은 더욱 높아질 것이고 소유 측면에서 공기업은 외국인 소유 기업으로 될 것으로 보인다.6)

이뿐 아니다. 정부는 발전사들, 한국공항공사 등 민영화특별법 적용을 받는 공기업들을 언제든지 팔아치우려 하고 있고, 철도운영주식회사도 때가 되면 사유화하려 들것이다.


④ (공공) 금융기관의 매각


금융기관들이 외국자본 지배하에 들어가고 있는 것도 마찬가지다. 은행 중에서는 제일 외환 은행이 각각 뉴브릿지 캐피탈, 론스타으로 넘어갔고, 한미은행은 카알라일 컨소시움을 거쳐 시티은행으로 넘어갔다. 이들 은행들의 국내 은행산업에서의 점유율(총자산 기준)은 약 30%로서 거듭되는 외환위기 및 체제전환과정에서 외국자본의 지배력이 높아진 남미(30~80%) 동구권(50~90%)보다는 못하지만 매우 높은 편이다. 이는 아시아 금융위기를 같이 겪은 태국(7%)과 말레이시아(19%)보다도 높다.

한편 이는 경영권까지 내준 은행의 경우이고 일반은행(시중은행과 지방은행)의 외국인 지분 비중은 2003년 9월 말 현대 38.6%(시중은행 43.4%, 지방은행 8.8%)에 이른다.7) 예를 들어 외국인들은 2003년 12월 26일 현재 국민은행 주식을 73.26% 보유하고 있고 하나은행 주식을 37.61%를 보유하고 있다.


⑤ 투자와 성장 부진: 고용문제 미해결


주지하다시피 이런 신자유주의 구조조정과 금융세계화로의 편입의 심화는 한국경제의 위기 극복책이 되지 못하고 있다. 이런 정책은 초국적 자본이 지배하는 대기업의 이윤율은 급격히 회복시켰으나 이들 기업의 운영원리로서 금융의 원리가 관철되면서 상시적인 구조조정이 이루어지고 있으며 투자와 성장부진을 낳고 있다. 투자와 성장이 고용문제의 직접적인 해결책이라고 한다면 고용문제가 해결되지 않고 있다는 것은 당연한 이야기라 하겠다.

가계는 신용불량에, 정부는 재정적자에 시달리는 가운데, 기업은 엄청난 이익을 내고 있다. <표 2>에 의하면 최근 기업들은 엄청난 이익을 내고 있는데 매출액경상이익률은 0%를 넘나들다가 2002년 2003년 5% 내외의 이익률을 보이고 있고, 올 1/4분기 이익률은 13.4%라는 경이적인 이익률을 보이고 있다. 이런 이익률 개선은 5대기업에서, 내수기업보다는 수출기업, 순수국내기업보다는 외국인투자기업에서 발생하고 있다(<표 3>, <표 4> 참조).8)

 

<표 2> 제조업 수익성 추이1) (매출액대비, %)

 

96

97

98

99

00

01

02

03

 

04.

1/4

03.

1/4

영업

이익

6.5

 

8.3

 

6.1

 

7.3

(6.6)

8.2

(7.4)

5.3

(5.5)

7.3

(6.7)

7.9

(6.9)

8.8

 

11.7

 

경상

이익

1.0

 

-0.3

 

-1.8

 

1.6

(1.7)

-0.3

(1.3)

-1.4

(0.4)

5.2

(4.7)

5.7

(4.7)

6.4

 

13.4

 

주 : 1) 거래소 상장법인, 코스닥 및 금감위 등록법인중 제조업체 실적(이하 동일),

       ( )내는 전체 법인기업을 대상으로 한 기업경영분석 결과

자료 : 한국은행

 

<표 3> 제조업 부문별 수익성 관련지표 비교 (%)

 

매출액영업이익률

 

 

매출액경상이익률

03.1/4

04.1/4

 

 

03.1/4

04.1/4

제 조 업

8.8

11.7

 

 

6.4

13.4

5대기업

12.2

18.0

 

 

10.1

20.3

5대기업이외

7.3

8.7

 

 

4.7

10.1

수출기업

7.8

12.9

 

 

5.4

15.0

내수기업

10.0

10.0

 

 

7.6

11.2

자료: 한국은행

 

<표 4> 수익성 관련 지표 비교(2002년 연간) (매출액대비, %)

 

외국인 투자기업1)

순수 내국법인

영 업 이 익

13.3

< 9.3 >

5.9

경 상 이 익

14.3

< 7.7 >

1.5

자료: 한국은행

주 : 1) 외국인들의 지분 합계가 50% 이상인 기업

     2) < > 내는 삼성전자 제외 시


그런데도 설비투자율은 계속해서 마이너스를 기록하고 있다. 이는 IMF 이후 신자유주의 구조조정과 금융세계화로의 편입과 무관하지 않은데, 이들 대부분의 기업들이 초국적 금융자본의 손으로 들어갔고, 이들 초국적 금융자본의 눈치를 보는 한국의 경영자들은 단기적인 이익을 올리느라 위험이 동반되는 중장기적 투자를 하지 못하고 있다. 대신 한국의 경영자들은 초국적 금융자본에게 고율배당을 하고, 경영권 확보 및 주가관리를 위해서 자사주를 구입하고 나머지 돈은 현금으로 쌓아두고 있다. 비상장기업의 경우 초국적 자본은 유상감자를 통해 자금을 빼내가고 있다. 고용문제가 해결될 리 만무다.


3. 정부의 실업대책 비판9)


정리해고와 노동유연화를 신주처럼 떠받들어 온 정부도 뒤늦게나마 실업문제의 심각성에 대해서 우려(?)하고 있는 듯 하다. 그리하여 이러저러한 대책을 내놓고 있다. 하지만 실효성 있는 대책보다는 이벤트성 대책과 단기적인 방안에 집중되어 있어 실제로 실업문제에 대한 해결의지가 있는지 조차 의심스럽다.

정부가 지난해부터 내놓은 주요한 실업대책을 살펴보면, ‘청년실업종합대책’(03,9,22)을 통해 3,623억원을 투입해서 130,000명이 수혜를 받은 것으로 보고 되고 있고, 또한 ‘사회적 일자리 창출사업’(03,12)을 통해 2,369명이 일자리를 찾은 것으로 언급하고 있다. 올해 들어서는 지난 2월9일 국회를 통과한 ‘청년실업해소특별법’과 경총과 노총이 참여한 ‘일자리 만들기 사회협약’ 체결(04.2.10)이 있었다. 최근에는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200만개 일자리 창출을 약속하고 있다.

노동부가 3월4일 대통령에게 보고한 ‘2004년 주요업무계획’에 따르면 일자리 만들기를 위해 근로시간단축 지원금 지원, 교대제 개선 장려금 지원방안 검토 그리고 공공근로 중 사회적 유용성이 높고, 효과가 검증된 사업을 사회적 일자리로 전환하고 새로운 사회적 일자리 발굴 추진(외국인 근로자 상담, 산재근로자 간병, 저소득근로자 자녀 방과후 교실 등) 등은 비교적 실효성 있는 대책이라고 판단되어진다.

그러나 정부의 대책은 다소간의 긍정성에도 불구하고 근본적으로 문제점을 가지고 있다. 실업문제의 근본적 해결보다는 임시방편적이며, 오히려 고용의 질을 저하시키는 방식으로 가고 있어 오히려 실업률을 높일 수 있다는 점이다.

우선 지난 2월9일 국회를 통과한 청년실업해소를 위한 특별법을 간략히 살펴보기로 하자. 법안은, 정부 투자 및 출연기관이 향후 5년간 해마다 정원의 3%씩 신규인력을 채용하도록 하고 있으며, 중소기업이 신규인력을 채용할 경우에는 이러저러한 지원을 약속하고 있다. 그러나 법안을 조금만 뜯어보면 얼마나 기만적인가를 확인할 수 있다. 우선, 정부 투자 출연기관의 경우 신규인력 채용은 경영합리화를 전제로 하고 있으며, 예산배정이 전혀 없다. 이것은 현재 고용되어 있는 노동자들의 임금과 노동조건을 저하하는 것을 전제로 하는 것을 의미한다. 특히 근속연수가 오래된 고임금 노동자의 퇴출 즉, 명퇴나 정리해고를 유도하고 있으며 특히 최근 집중적으로 거론되고 있는 임금피크제를 도입하는 계기로 작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게다가 법안은 겨우 910억원의 예산을 배정하고 있어 실질적인 일자리 창출은 기대하기 어려우며. 예산의 대부분이 공공근로의 확대에 집중되고 있다. 이것은 결국 공공부문에서 비정규직을 더욱 확대하는 것으로 나타나게 된다. 공공부문에서 비정규직 확대는 직업상담원과 근로복지공단비정규직노동자들의 연이은 파업투쟁에도 불구하고 노동부가 최근 월급 76만원 수준의 국민연금 상담사 1,000명을 채용한 것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또한 정부는 경총과 노총을 끌어들여 일자리 사회협약을 체결했지만, 절차와 과정의 문제는 차지하고 내용적인 측면에서 보더라도 일자리 창출을 통한 실업의 완화는 기대하기 어렵다. 선언적인 내용만 가득 들어있을 뿐 구체적인 대책이 나와 있지 않다. 오히려 대기업과 공공부문 노동자들의 책임론을 거론하면서 임금억제를 강요하는 기제로 작용하고 있다. 결국 정부의 이러저러한 대책은 실업의 책임을 기존의 정규직 노동자들에게 돌리려 하는 것이다.


4. 주 5일/40시간 노동제10) 도입의 문제점


이런 상황에서 올 해 7월 1일부터 시작되는 법정노동시간 단축은 고용문제의 근본적인 해결책은 될 수는 없겠지만 적절하게 도입된다면 고용문제 해결에 일정한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현재 정부는 이런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지 않다. 이렇다면 노동연구원이 계산한 68만개의 일자리를 만들기는커녕 임금억제, 노동강도 강화, 비정규직 증가만을 초래할 것으로 보인다.

이제까지 각 사업장에서 도입되고 있는 노동시간 단축은 매우 파행적이어서 일자리 창출과는 무관하게 도입되고 있다. 자본측은 인력충원을 거의 하지 않고 기존인력의 활용도를 높여(노동강도를 강화하여) 대처하고 있으며 간혹 조금 인력충원계획이 있더라도 이것이 정규직 채용으로 이어진다는 보장도 없다. 심지어는 사업장에 따라서는 인력을 감축하기까지 한다. 노동자들은 노동자들대로 단체협상 과정에서 연월차 축소, 생리휴가 무급화, 최초 연장 4시간 할증률 1.25 등이 관철되면서 통상임금을 넘어 임금총액과 퇴직금까지 전체 임금이 확실히 보전되지 않음으로 해서 실노동시간을 단축할 엄두를 못내고 있다.11)

공기업도 예외가 아니다. 부산지하철의 예를 들어보자. 회사는 단협을 대폭 개악한 안을 제출하고 있는데 여기에는 연장수당 할증률 하향, 생휴무급화, 연월차 축소(이는 퇴직급 지급기준의 하향을 가져온다) 이외에도 상여금지급기준 하향, 특별휴가(효도휴가, 위로휴가 등)에서 장기근속휴가, 퇴직휴가 삭제, 토요일 유급휴일 대상 제외 등을 제안하고 있다. 그리고 3급 이하 정년을 단축하려 하고 있고, 2급 1급의 경우 직급별 체류연한이 넘으면 임금 및 승호를 동결하려 하고 있고, 정년이 3년 이하일 경우 임금피크제를 도입하려 하고 있다.

이런 (생애) 임금성 항목 이외에 조합활동, 조합간부 지위보장 등 조합활동과 관련해서도 개악안을 제출하고 있고, 담당급 임용 승진에서 연령기준은 없어지는 대신 포상기준이 새로 생기고 시험 비중 높아지는 등 승진제도의 개악안도 제출하고 있다. 이런 개악안이라면 어차피 노동시간 단축도 조합에서 이야기한 17시간 정도 단축되는 것도 아니고 출퇴근 시간도 이전보다 훨씬 불규칙해진 마당에 노동시간단축 안한다는 이야기가 나오지 말란 법도 없다.

한편 서울지하철공사와 철도운영공사로 전환될 철도청은 흑자경영계획 또는 적자 축소를 이유로 대폭적인 기존인원의 감축과 신규필요인력의 대대적인 비정규직 채용을 계획하고 있어, 노동시간단축으로 삶의 질도 높이고 고용도 늘이겠다는 노조의 소망이 채 꽃피워보기도 전에 공사와 철도청측의 대대적인 노동권 훼손 공세에 맞서 힘겹게 투쟁을 하지 않을 수밖에 없는 처지에 놓여 있다.


5. 결


현재 고용문제의 근본적인 원인은 앞서 이야기했듯이 과잉축적-이윤율 저하라는 자본의 구조적 위기를 신자유주의 구조조정 및 금융세계화로의 편입 심화를 통해서 극복하려 한 데 있다. 이를 통해 자본은 이윤율을 어느 정도 회복했지만 그것은 한편으로는 임금억제, 실업 및 비정규직화, 노동강도 강화 등 노동에 대한 공격을 통해, 다른 한편으로는 부채의 사회화를 통해 재정적자 및 정부부채 증대를 통해서 가능하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초국적 금융자본이 지배하는 한국의 기업들에서는 새로운 투자는 발생하지 않고 성장은 정체하고 있으며 고용문제의 해결은 난망해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진행되는 정부의 실업대책은 미봉책에 그치고 있고, 노동시간 단축은 근로조건이 유지되면서 실노동시간이 단축되고 일자리도 늘어나는 형태로 진행되지 않고 있다. 인원동결, 실노동시간 유지 속에 노동강도는 강화되고 비정규직화가 확산될 가능성마저 예상되고 있다. 그야말로 누더기 시간단축이 되고 있다.

결론적으로 이번 궤도부문을 중심으로 한 공공부문 및 민주노총 조합원들의 투쟁은 정권과 자본의 이러한 누더기 시간단축을 분쇄하고 노동권이 보장되고 일자리를 늘리는, 그래서 실업의 고통을 겪고 있는 많은 젊은 실업자들에게 다소나마 희망을 주는 노동시간단축을 이뤄내야 할 것이다. 그런데 이것만으로는 현재의 실업과 비정규직 문제를 다 풀 수는 없을 것이다. 고용문제의 보다 근본적인 해결을 위해서는 미국 정부 및 노무현 정부를 비롯한 세계 각국 정부와 초국적 자본이 주도하고 있는 신자유주의 금융세계화, 그리고 이 체제를 유지하고, 확대하고, 공고화하기 위한 미국 주도의 다양한 전쟁들과 무력시위에 대한 반대운동이 있어야 할 것이다.

 


1) 이 글은 공공연맹, 일자리창출 토론회 (2004.7.13/14)에서 발표되었습니다.


2) 2004년 들어서 외국인의 주식투자는 더욱 왕성해지고 있는데 이로 인해 4월 말 현재 외국인 보유주식 비중은 시가기준으로 43%가 되었고 금액은 약 165조원으로 전년에 비해 약 23조원이 늘어났다. 외국인은 올해 4월말까지 약 11조원 정도 추가투자를 통해 평가액이 전년에 비해 약 23조 가량이 늘었으니까 단순 계산으로 올해 들어서만 약 12조 정도의 평가이익을 얻은 것으로 추산된다. 이는 금융감독원, ‘2004. 4월 중 외국인 투자현황’, 2004년, 5월 12일 참조.


3) 증권거래소, ‘종목별 외국인지분률 사상 최고 현황 조사’, 2004년 1월 20일 참조.


4) 중앙일보 인터넷판 2004년 4월 12일자 참조.


5) 외환위기 이후 외국인의 지분율 확대는 정부의 공기업 해외매각이 주요한 배경이 됐던 것으로 보인다. 증권거래소 통계를 보면, 정부 및 정부관리기업의 상장사 지분율은 1998년 말 19.72%에서 2002년 말 5.66%로 급감했다. 『한겨레21』2003년 9월 24일 제477호


6) 한편 정부는 『공공개혁백서』(2003)에서 이렇게 사유화한 기업에서 구조조정을 활발히 하여 순이익이 늘고 시가총액도 증가하였다고 선전을 하면서 포스코의 사례를 들고 있다. 포스코의 시가총액이 2000년 10월 4일 7조 6,606억원에서 2002년 7월 16일 12조 3,537억원이 되어 구조조정의 성과가 매우 컸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 이익의 2/3 가량은 지분에 비례하여 초국적 금융자본에게 돌아갔을 것이다. 초국적 금융자본의 이익을 대변하는 세계적인 경제관련 미디어인 불룸버그통신이 지난 대선에서 김대중정권의 신자유주의를 계승한 노무현을 지지한 것은 우연이 아니다. 정확히 자신의 이익을 고려한 행동이었다. 신자유주의 구조조정과 금융세계화로의 통합의 가속화는 노동자 민중을 위한 길도, 한국경제를 위한 길도 아니다. 단기적으로도 아니고 중장기적으로도 아니다. 언필칭 ‘신자유주의 개혁’을 주도하고 있고 거기에 부화뇌동하는 집단은 정확히 초국적 (금융)자본의 이익을 옹호하고 있다고 하겠다.


7) 한국은행, ‘외국자본의 은행산업 진입영향 및 정책적 시사점’, 2003년 12월 19일


8) 초국적 자본은 이런 이익에 기초하여 막대한 배당을 해가고 있고, 주식시장에서만 98년부터 2003년까지 약 90조원의 평가이익을 얻었다고 알려지고 있다. 비상장 기업에서도 막대한 이익을 얻고 있기는 마찬가지다.


9) 이 장은 나상윤 공공연맹 정책실장의 글, “심각한 실업문제의 해결은 공공부문 인력충원과 고용창출에서 출발해야 한다 - 공공부문에서 고용창출은 사회공공성을 강화하는 것이다 - ”에서 본인의 허락 하에 전재하였음을 밝혀둔다.


10) 주 5일/주 40시간 노동제는 미국에서는 약 70년 전에, 여타 선진국에서는 벌써 몇 십년 전에 도입되었다. 미국에서는 대공황 뒤 주당 30시간 노동제 운동이 일어났었고 프랑스에서는 최근 35시간제가 도입되었다. 케인스는 1930년에 1백년 뒤, 즉 2030년경에 주 3일/주 15시간 노동제를 예상한 바 있다.


11) 주야 맞교대 연장 특근이 일반적인 대기업 제조업체에서 인력은 거의 충원되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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