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드바 영역으로 건너뛰기

하루 일분 일초

.

.

다시 영화를 볼 수 있으려면.

다시 묵직한 이론서를 읽어낼 수 있으려면.

다시 불빛 없이도 잠들 수 있으려면.

다시 이야기의 뒷편이 궁금하고 누군가의 발자취가 궁금하려면.

다시 아무렇지도 않게 늘 낙서를 할 수 있으려면.

 

내가 여지껏 알고 있던 나 자신이 돌아오게 될지 확신하진 못한다.

단지 더 오래 걸릴 뿐인걸까, 아니면 달라지는 걸까.

 

생활을 지탱하는 자잘한 것들을 즐길 수가 없게 된 것도 좋지 않은 일이었지만..

30년이 넘도록 무의식적으로 빈 지면만 있으면 뭔가를 그리고 있어

쌓이고 또 쌓여가던 노트의 넘어가고 또 넘어가던 페이지가

반년이 넘도록 단 한 페이지도 넘겨진 적이 없다는 걸 자각했을 땐 충격을 받았다.

그걸 그때까지 못 깨닫고 있었다는 것에도.

 

기억이 닿는 한 나는 스스로를 그림 그리는 사람으로 알고 살아왔는데,

비단 일로서 뿐만 아니라

일상적 동작에 가까웠던 행위로서의 낙서까지도 완전히 중단되어 있었고

하고픈 욕구마저도 들지 않고 있었다.

지금도, 일은 어떻게든 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니 불안하나마 겨우 재개가 되었지만

여전히 그 외의 그림은 전혀 그리지 못한다.

 

작년 봄이 지난 후로 내가 아무런 책무 없이 드로잉한 것이라고는

16개월의 조카에게 크레파스가

종이에 대고 움직이면 뭔가가 묻어나는 물건이라는 걸 시범 보였던 게 전부였다.

 

의사는 치료는 리부팅이라고 했다.

그게, 시스템 재설치 정도일까, 포맷까지 되는 것일까, 이따금씩 생각한다.

그럭저럭 사람처럼 지낼 수 있게 된 지금까지도 여적 돌아오지 않는 것들을 기억할 때

그런 생각을 하게 된다. 아직 단계를 밟아나가는 와중이라는 걸 알고 있음에도.

 

사람은 변한다. 굳이 병 때문이 아니더라도.

하지만 올 여름 어김없이 개봉할 블럭버스터 영화가 보고 싶어 극장엘 가게 된다면,

아마도 난 조금 기쁘지 않을까 싶기도 하다.

.

.

.

트위터로 리트윗하기

持續

.

처방받고 있던 약 중 이제 두 가지를 끊었다.

그러나 어떤 약도 필요없게 되는 스스로를 기대하는 대신

날 붙들어 줄 수만 있다면 평생이라도 기꺼이 약을 먹겠다고 생각하는 내가 있다.

 

2년, 그리고 82일.

내려가고 있는 줄도 모르고 내려간 기간, 그리고 이만큼이나마 건져 올려진 기간.

내려가는 동안은 내가 그래도 설마 뭔가 지어 올리고 있으려니 했다.

기어올라와 둘러보니 황량한 그라운드 제로다.

나도, 어이는 없다.

작년이 끝날 때 쯤, 생각했다.

인생, 내가 널 얕봤다.

너무 쉽게 봤어.

결국 그게, 35년을 산 시점에서 내가 얻은 교훈이었다.

 

내일은 자꾸만 온다.

지금으로선 막을 수가 없다.

 

.

트위터로 리트윗하기

근황

 

 

몇 안되지만, 저에게 그간 연락을 시도해주시거나 만나자고 해주신 분들께..

당신들이 제게 소중하지 않아서 응답이 없는게 아니란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그간 저도 모르는 새에 꾸준히 건강이 악화되어,

결국 최근 병원 치료에 들어간 상태입니다.

일상적이고 가벼운 대화나 만남도 지금의 제겐 매우 힘이 드는 일입니다.

그간 얘기해왔던 '일이 바빠서 시간적으로도 정신적으로도 여유가 없다'..라는 것도

사실 제 건강 상태가 못 따라가고 있는 것이었단 걸 스스로도 잘 깨닫지 못했습니다.

 

곧 다시 웃는 얼굴로 당신들을 만날 수 있는 날이 오기를, 저도 바라고 있습니다.

 

트위터로 리트윗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