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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회의 기획기사가 연재되는 동안에도, 변함없이 또다른 교수 성폭력 사건들이 언론을 통해 보도되었다. 2년이 넘는 시간동안 고통 속에 살아온 서강대의 피해자는 여전히 교원징계위원회에 나가 가해 교수와 다시 대질을 해야하는 어려운 상황들에 직면하면서 힘겹게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교수 성폭력 사건들이 빈번하게 언론에 등장하면서 수많은 비판과 성토의 목소리가 터져나왔음에도 여전히 대학 당국들과 교수 집단, 대학 사회의 모습은 혹여 사건 하나라도 외부로 유출될 새라 감추고 억누르기에만 바쁠 뿐, 어디에도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하기 위한 노력들은 보이지 않는다.
대학 사회가 하루빨리 진지하고 성숙한 성폭력 정책을 마련하고, 새로운 문화를 구축하기를 바라며 마지막으로 성폭력 없는 대학 사회를 만들기 위해 마련되어야 할 대학 사회 문화와 성폭력 정책들을 제안한다.
대학에 성폭력 정책 수립을 의무화해야 한다.
각 대학의 정관과 학칙에 준하여 성폭력 정책이 별도로 수립되고 적용될 수 있도록 의무화해야 한다. 외국의 경우, 별도의 성폭력 정책이 구체적으로 마련되어 있으며 사건이 발생했을 시 이를 정관이나 학칙과 동일하게 적용하여 가해자에 대한 명확한 징계 조치를 취할 수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 대부분 대학의 경우 학칙은 처벌 조항 등이 보다 구체적인 데 반해 정관 상의 교원 및 직원에 관한 처벌 규정은 상대적으로 매우 모호하게 되어 있어 대학 당국의 임의대로 적용할 수 있으며, 하기에 악용되는 사례도 많다.
성폭력과 관련한 문제에 있어서도 2000년 이후 몇몇 대학에 학칙이 마련되기는 했으나 대학의 전 구성원을 대상으로 한 구체적 신고 및 사건 처리 절차와 피해자에 대한 보호책 등을 담은 구체적 정책의 수준은 아니기 때문에 여전히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하기에 이제는 전국의 대학이 대학에 소속된 전체 구성원을 대상으로 하는 구체적 성폭력 정책을 마련해야 하며 이를 위해서 대학의 각 구성원이 정책 수립 논의에 동등한 자격으로 참여해야 한다. 그리고 국가적으로 이를 의무화하여 전체 대학에서 성폭력 사건이 형사법상의 처벌 원칙과 동일하게 적용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지난 연재글에서 살펴 본 미국 각 대학의 경우에도 각 대학의 성폭력 정책은 대학이 소속된 연방 주의 법률에 따라 동일하게 적용되도록 하고 있다.
대학 내에서의 성폭력 사건들도 범죄 행위와 동일하므로 각 대학에서는 이를 기준으로 한 처벌 원칙을 세우고 의무적으로 성폭력 정책을 마련하도록 하여야 한다.
성폭력 정책은 대학의 일상적 교육과 문화까지 다루는 구체 내용이어야 한다.
성폭력 정책은 결코 가해자에 대한 처벌과 이를 위한 기술적인 처리 과정을 기술하는 데 머물러서는 안 된다.
성폭력 정책은 대학에서의 일상적인 성폭력 예방 교육과 대학 문화 전체를 지속적으로 평가하고 개선해가기 위한 내용들을 담고 있어야 하며 아주 구체적이고 세심하게 성폭력 사건의 신고 및 처리 과정과 관련한 지역 센터들과의 연계망 설정, 피해자 보호 정책, 징계위원회의 구성 원칙 등을 담아내야 한다.
앞서도 검토해 보았듯이, 성폭력은 구조적 문제이다.
성폭력 사건의 발생은 결코 개인만의 문제로 일어나는 것이 아니며, 가해자와 피해자가 소속되어 있는 사회의 특수한 문화와 그 안에서 지닌 그들의 위치가 성폭력 사건의 발생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이다. 하기에 성폭력 문제의 책임을 여전히 개인에게만 남겨 놓는다면 결코 성폭력 문제는 해결될 수 없다.
각 대학은 성폭력 정책을 마련하기 전에 반드시 대학 문화와 특히 교수 학생 간 관계에 관하여 구성원 상호간에 명확하게 성찰하고 반성하는 과정을 거쳐야 하며 정책 수립 이후에도 향후 시행할 지속적인 예방 교육과 대학 문화 개선을 위한 내용들을 담아내고 시행하여야 한다.
성폭력 사건의 처리는 대학 구성원 외의 전문 카운슬러가 담당하여야 한다.
성폭력 사건이 접수된 순간부터 사건은 외부의 전문 카운슬러에게 전적으로 위임되어야 한다. 많은 사례들에서 보듯이 대학 내 구성원에 의한 성폭력 사건이 발생했을 경우 학교 당국의 권위와 입장이 관여될 수 있으며 이에 피해자는 이중의 고통을 당하게 된다.
사건의 처리 과정에서 피해자에게 불리하게 진행되는 사태가 발생하더라도 피해자는 문제제기를 하기 어렵게 된다. 하기에 대학 내 성폭력 사건의 처리는 전적으로 외부의 카운슬러에게 맡겨져야 하며 사건의 처리 과정에서 학교 당국이나 가해자가 개입했을 경우에도 이에 대해 문제제기하고 대응할 수 있는 구조가 형성되어야 한다.
성폭력 피해자에 대한 세밀하고 광범위한 보호책이 마련되어야 한다.
대학 내의 성폭력 피해자는 사건의 발생부터 처리 과정 및 그 이후까지도 이중, 삼중의 고통에 시달리게 된다. 하기에 대학의 성폭력 정책에서는 무엇보다도 피해자를 중심으로 한 세밀하고도 다양한 보호책들이 마련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우선, 대학이 성폭력 발생에 대비한 체계적인 시스템을 마련해 놓아야 하는데 가장 기본적으로 지역의 병원, 경찰서, 상담소 등과 상시적으로 연계망을 구축해 놓아야 하며 언제든 신고와 상담을 할 수 있는 상담센터가 설치되어야 한다. 그리고 피해자가 가해자로부터의 2차 성폭력을 피할 수 있는 체계가 마련되어야 하며 필요하다면 별도의 공간을 마련해 주어야 한다. 사건의 발생 후 피해자가 정신적, 신체적 상담과 치료를 받을 수 있는 여건을 대학 당국이 책임지고 제공해 줄 수도 있어야 한다. 또한 사건의 처리 이후에 피해자가 별도의 부담 없이 다시 학업을 계속할 수 있도록 필요한 여건을 조성하는 등의 배려가 필요하다.
마지막 제언, 학생에 대한 교수 1인의 영향력을 줄여야..
대학 전공 교수의 학생에 대한 영향력은 실로 막대하며 특히 대학원 지도 교수의 경우는 더욱 심각하다. 교수 1 인이 학생의 인생을 뒤흔들 수 있는 상황은 성폭력 뿐만 아니라 교수의 학생에 대한 각종의 폭력을 가능케 하는 구조라 할 수 있다.
이에, 성폭력 대응책으로서의 제안을 포함하여 대학 사회의 전반적인 권위적 구조와 문화를 타파하기 위한 제안으로써 학생 평가에 대한 교수 영향력의 분산을 제안한다.
1인의 지도 교수가 아니라 관련 학과의 다양한 교수진이 학생에 대해 평가하고 조력할 수 있는 구조가 형성되어야 학생-교수간에 보다 협력적이고 비 권위적인 문화가 형성될 수 있을 것이며 학문적 토양도 보다 다양화되고 깊어질 수 있을 것이다.
** 이 글은 제가 문화연대의 주간 문화정책 뉴스레터 <문화사회> (http://weekly.culturalaction.org)에 게재했던 기사입니다. (2003.8.6) **
미국의 경우, 70년대부터 대학 성폭력 문제가 본격적으로 이슈화되고, 제도화되었다. 그러나, 오랜 노력을 기울여 온 이들 대학의 경우에서도 아직까지 성폭력 문제의 신고와 해결 과정에서 많은 문제점들이 지적되고 있으며, 이에 미국의 대학들은 성폭력 사건의 체계적 대응과 해결을 위한 방책들을 마련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이번 호에서는 이와 같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 사례로 미국 하버드의 '성폭력 대응 연합'의 사례와 로렌스 대학의 성폭력 정책을 살펴보고 이들이 지적하고 있는 문제들과 성폭력 정책이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를 찾아보고자 한다.
하버드 '성폭력 대응 연합'이 노력하고 있는 것들.
하버드의 '성폭력 대응 연합'에서 학생들로부터 자주 들어오는 성폭력에 관한 질문과 이에 대한 답변을 모아 놓은 글을 보면 대학 보건국의 조사 결과 2000년에만 128명의 학생이 유사 성폭력을 경험했으며, 52명의 학생이 성폭행을 당했음이 밝혀졌다고 한다. 심지어 사법부가 2000년 12월에 발표한 보고서에 의하면 1000명 중 27.7 명의 여성이 강간을 당했으며, 이 수치를 하버드에 적용한다면 3000명의 여학생 중 한 해에 거의 83명이 강간을 당한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그 심각성을 지적하고 있다.
이들에 의하면, 하버드에서는 2000년에서 2001년 사이에 128명의 학생이 강간 시도를 당하고, 52명이 강간을 당했으며, 21명의 학생이 신고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대학 행정위원회는 이 중 오직 7건만 다루었고, 그나마 가해자 중 한 학생만 퇴학 조치되었다. 그러나 그 학생마저 2002년 가을 학기에는 다시 복학하였다.
하버드의 '성폭력 대응 연합'은 이와 같은 문제들이 대학의 행정 당국이 사건과 관련한 증거들을 제대로 확보하지 못하고 사건 처리 과정이 체계적이지 못하기 때문에 발생하는 문제들로 보고, 문제점들을 해결하기 위하여 대학의 행정 당국에 대하여 성폭력 사건의 사례들과 해결을 위한 증거들을 체계적으로 수집하고, 구체적이고 충분한 해결 과정을 마련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하버드의 이와 같은 사례는 대학 내에 성폭력 정책이 수립되고 집행되더라도 제대로 된 사건 해결을 위해서는 대학 당국의 사건에 대한 철저한 집중과 체계적 집행이 뒷받침되어야 함을 보여주고 있다.
로렌스 대학(Lawrence University)의 성폭력 정책
위스콘신 주 로렌스 대학의 성폭력 정책은 그간 대학 당국과 구성원이 많은 논의와 노력을 기울였음을 보여주고 있다. 이 대학의 성폭력 정책이 우리에게 시사하는 것들을 몇 가지 소개해 보면 다음과 같다.
◎ 대학 내 모든 구성원을 대상으로 하고 있으며, 가해자는 대학에서 퇴출 된다.
로렌스 대학의 성폭력 정책은 이 대학이 소유 또는 임대하거나 프로그램을 시행하고 있는 모든 장소의 학생, 교수, 직원 또는 방문자 모두를 그 대상으로 하고 있다.
이 정책에 따르면 로렌스 대학은 피해자가 자신에게 성폭행을 가했다고 믿고 있는 사람과 성폭력 행위가 고발된 사람 모두를 대학에서 퇴출시키도록 되어 있다. 또한 사건을 고발한 이에 대한 보복 행위와 그에 동참하는 행위 또한 금지하며, 학생과 교수, 직원 중 서로 신분이 동등하지 않은 이들간에 성폭행이 자행된 경우, 이들이 서로 사랑하는 관계라는 것이 명백하게 입증되지 않는 이상 정책을 위반한 것으로 하고, 처벌은 동일하게 적용한다. 그리고, 적용 대상에 대한 마지막 절에서는 특별히 교수와 학생, 행정 책임자와 아르바이트 학생간의 관계에서 자신의 가진 권위를 이용하여 성폭력을 행한 경우에는 더욱 엄중히 처벌할 것임을 명시하고 있다.
◎ 성폭력 사건의 신고와 처리에 관한 체계적 방법과 충분한 환경 조성
우선은 긴급한 상황에 대비한 시스템이 충분하게 갖추어져 있음을 발견할 수 있다. 대학 내에서는 보안처와 의료센터, 병원, 성폭력 센터가 긴급한 성폭력 상황에 대비하여 언제든 신고를 접수할 수 있도록 하고 있으며 신고가 접수되면 경찰서와 병원 등으로 바로 연결될 수 있는 시스템을 제공하고 있다. 또한 피해자의 안전을 확보하기 위해 학생처나 보안처에서는 피해자를 위한 공간을 제공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총장은 최대한 빨리 피해자의 보호와 사건에 대하여 대학 당국이 취할 행동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또한 행동이 요구될 경우에는, 총장의 권한으로 관련자를 대학으로부터 분리시키는 행동을 포함하여 즉각적으로 필요한 행동들을 취할 수 있다.
피해자가 공식적인 고발 절차를 진행하지 못한 상태라 하더라도 해당 상황에 대한 청문회와 토론을 거쳐 그에 상응하는 처벌을 내릴 수도 있다. 대학 당국은 공식적으로 고발된 사건의 모든 경우에 대해서 피해자의 기소 여부의 결정에 필요한 각종 정보, 의학적 원조, 내부 고발 절차, 대안 공간, 자신감 회복을 위한 심리 상담, 학과 공부를 지속할 수 있는 환경 등을 제공하며, 사건의 기소를 위한 증거의 확보와 보안 유지 등을 위해 대학 경찰 또한 피해자를 위해 제공하도록 되어 있다.
◎ 사건의 처리 과정에 대해 전문성을 보장하며, 처리 과정 중에도 다양한 경로로 대학 당국에 문제를 제기할 수 있다.
로렌스 대학의 성폭력 정책에서 가장 많은 분량을 할애하고 있는 내부 고발 과정에 대한 설명 부분에서는 사건의 해결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다양한 가능성들에 대한 대책들을 설명하고 있으며, 사건의 해결에 전문성과 객관성을 기하기 위한 대책들을 제시하고 있다.
기본적으로, 대학 내 성폭력 사건의 접수와 해결은 대학의 정규 직원이 아닌 관련 분야에서 전문적 교육을 받고 경험을 쌓은 전문 상담가가 책임지고 진행한다. 이는 사건의 해결이 대학 당국의 관련자에게 맡겨지게 될 경우, 악덕한 총장이나 학장, 부처장 등에 의해 피해 학생이나 교수, 직원 등이 문제를 제기해야 하는 어려운 상황이 발생하지 않도록 하기 위한 것이며 전문 상담가는 대학 내의 모든 교수, 학생, 직원 및 방문자를 대상으로 조사를 진행하게 된다. 또한 고발된 사건에 대한 청문회는 교수, 학생, 직원이 동수로 참여하며, 결과에 따라 가해자는 상담이나 경고의 수준에서부터 정직 또는 파면 수준의 처벌까지 받게 된다. 그리고, 그 결과는 반드시 공지된다.
◎ 대학의 성폭력 정책에 대한 일상적 교육과 모든 대학 구성원을 대상으로 한 성폭력 예방 교육의 실시
마지막으로, 로렌스 대학은 정책적으로 대학의 성폭력 정책에 대해 전 구성원에게 핸드북을 통하여 숙지하도록 하고 정기적으로 교수, 학생, 직원을 포함한 대학 내의 전 구성원에게 성폭력 예방 교육을 실시하며 이에 필요한 면담과 수업, 관련 프로그램의 개설과 출판 등을 상시적으로 제공하도록 지원하고 있다.
** 이 글은 제가 문화연대의 주간 문화정책 뉴스레터 <문화사회> (http://weekly.culturalaction.org)에 게재했던 기사입니다. (2003.7.30) **
연줄과 권위가 지배하는 사회, 대학
대학에는 학문 연구의 기능 외에도 다양한 기능이 있다. 그런데 그 중에서도 사람들을 죽자 사자 대학에 매달릴 수밖에 없게 만드는 중요한 기능이 또 하나 있으니 그것은 바로 '연줄'을 만드는 기능이다.
같은 학교, 같은 학부 출신을 넘어 같은 학계, 같은 학회, 같은 지도교수로 이어지는 수도 없는 연줄에 연줄이 대학 사회와 나아가 이 사회를 거미줄처럼 얽어매고 있다. 게다가 지나치게 기능화 되고, 세분화 된 분과학문 체계는 대학 사회의 이러한 병폐에 풍부한 토양이 되어주고 있다. 이러한 대학 사회의 특수한 배경이 있기에, 대학 내에서 한 교수의 권위란 연륜이 쌓일 수록 절대적인 것이 되며 소속된 학계나 학회의 힘이 클수록 그 위치는 안정적인 것이 된다. 그러나 뒤집어 말하면, 그 만큼 교수의 위치란 불안정한 것이라고도 할 수 있다. 자칫하다가는 '왕따'가 되거나 심지어 교수직을 잃게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하기에 이런 상황에서 '원하는 연구'를 하고 그것을 발표하기란 그리 녹녹치 않은 일이다. 나아가 입바른 말이라도 한 마디 하는 것은 그것만으로도 크나큰 결심과 용기를 필요로 한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대학과 대학원 역시 이와 같은 문화의 영향권 아래에 있을 수밖에 없다. 특히, 대학원의 경우 각종 학계 행사나 학회 행사를 준비하거나 교수들과의 프로젝트를공동으로 수행하게 되는 일도 잦기 때문에 교수 사회 또는 학계, 학회에서 발생하는 온갖 문제들에도 자연스럽게 연관될 수밖에 없다. 게다가 논문 심사 등에 있어서 지도교수의 영향력이 절대적이기 때문에 지도교수가 학생에 대하여 가지게 되는 권위도 그만큼 절대적이다. 이번 호에서는 교수 성폭력 사건의 발생에서부터 해결 과정까지에서 보여지는 특징들이 이러한 대학 사회의 문화와 밀접한 관련이 있음을 지적하고자 한다.
교수 성폭력 문제의 해결을 어렵게 하는 대학 사회 문화의 발동.
나이 많은, 학계의, 대 선배이자, 남성, 교수인 가해자의 위치는 상대적으로 나이 어린, 학계에 막 진입하려는, 까마득한 후배인, 여성, 학생 피해자에게 의식적, 무의식적으로 상당한 압력으로 작용한다. 특히 잦은 행사와 프로젝트 등으로 교수와 술자리를 함께 '해야하는' 일이 많은 대학원생들에게는 더욱 이와 같은 상황이 일상에서 매우 신경 쓰이는 문제가 아닐 수 없다. 게다가 2차, 3차까지 암묵적 반 강제로 이어지는 술자리 뒷풀이 문화는 자주 곤혹스러운 상황을 발생시키는데, 여학생들에게 술을 따르게 하거나 노래방에서 어깨동무를 하고, 손을 잡는 등의 행위는 학부와 대학원을 막론하고 사실상 흔히 있는 일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그리고 이런 일은 남녀공학이나 여학교를 불문하고 이루어진다.
문제는, 이러한 상황이 발생했을 때 이에 대해 제대로 판단하고 대처하는 일이 결코 쉽지 않다는 것이다. 바로 상대가 나이 많은, 남성, 교수이기 때문이다.
나이 많은 어른이니까 술 좀 따라드릴 수도 있고, 교수니까 제자와 친근하게 지내고 싶어서 손 한 번 잡고, 어깨에 손 좀 올릴 수도 있지 않느냐는, 오랜 세월 머리와 몸으로 길들여져 온 관념들이 우선 머리를 스친다. 기분이 나쁘지만 다음 순간, 우선 피해자는 심각하게 고민해야 한다. 문제제기 후 자신에게 돌아올 상황들에 대하여...
'교수가, 어른이 함께 즐기는 술자리에서 그런 걸 가지고 뭘 그러느냐', '그러니까 여자들이 사회에서 도태되는 거다', '어디 다음부터는 신경 쓰여서 여학생들하고 술자리 할 수 있겠느냐' 는 등의 뻔한 말들이 쏟아져 나올 것이다. 그리고 용기를 내어 입을 연 다음 순간부터, 상황은 한 치의 어긋남도 없이 그대로 현실이 되어 나타난다.
특히 사건이 '술자리'에서 일어났을 때, 우리의 현실은 처음부터 여성에게 불리하게 작용한다.
사건에 대한 1차적 관심은 가해자가 한 행동보다 '여자가 왜 밤 늦게까지 술자리에 함께 있었는가'에 맞춰지고, 이 때문에 가해자가 사건에 대하여 '술에 취해 있었기 때문에 기억나지 않는다'고 부인해도 남성이자 교수인 가해자의 행위는 '우선 교수이고' '술에 취해 있었으므로 그럴 수도 있는 것'이 되고, 여성이자 학생인 피해자가 당한 상황은 '여자가 조심하지 못하고, 밤 늦게까지 술자리에 있었기 때문에 당한 일'이 된다. 하기에 사건에 대하여 언급한 이후부터 피해자는 이와 같이 자신에 대해 불합리한 시선들부터 감당해내야 한다.
많은 사건들이 학생들과의 MT 자리나 술자리에서 발생하지만, 사건이 술자리에서만 발생하는 것은 아니다. 일상적인 자리에서도, 교수라는 권위를 이용하여 대학원생 조교나 학생들에게 언행을 함부로 하는 사례가 흔히 발생한다. 그리고 이러한 상황은 매일, 너무나도 익숙하게 이루어지기 때문에 이에 대해서는 더더욱 피해자가 문제를 제기하기가 쉽지 않다.
여하간 이러한 어려움을 감수하고 문제제기를 하더라도 피해자에게 이중, 삼중의 고통을 가하는 상황들은 사건이 교수 사회와 학교, 학계에 알려지면서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학교는 우선 '학교의 명예'를 생각하기에 바쁘다.
혹여라도 사건이 외부로 새나갈까 두려워 인터넷과 학보 등의 학내 여론부터 차단하려 애쓰고 사건을 빠른 시일 내에 마무리하기 위하여 피해자에게 일방적으로 합의를 요구한다.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을 경우, 학생들에게 의도적으로 유포되는 '이러다가는 학교의 명예가 실추된다'는, 위기의식을 조장하는 이데올로기는 또다시 화살을 피해자에게 돌려 고통을 가하며 이와 더불어 각종 루머로 피해자에게 '모종의 의도가 있을 것이라는' 혐의를 덮어씌운다.
사건이 발생하면 학교 당국과 교수 사회, 학계는 삼위일체가 된다.
피해자의 인권에 앞서 교수로서의 위치를 사수하기 위한 '교권'이 이들에게는 보다 중요하게 부각되기 때문에 가해자가 어떠한 행동을 했던지 간에 우선 그가 교수로서의 지위를 박탈당하지 않도록 하기 위해 앞 뒤 가리지 않고 힘을 모으며 여기서 '연줄'이 본격적으로 힘을 발휘한다.
가해자가 지도교수인 경우, 가해자는 '학점'을 무기로 2차 성폭력을 가하고 다른 교수들과 학교 당국 역시 피해자에게 합의를 요구하며 이 때, 가해자를 보호하기 위해 나오는 논리들이 '가해자 교수가 학교와 학계에서 얼마나 중요한 인물인지', '학생들과 함께 몇 년을 노력해 왔는지 '따위 들이다. 하기에 학내에서 징계위원회가 열리더라도 이와 같은 논리로 맞서는 교수 사회와 학계 측의 압력으로 인해 사실상 가해자에게는 '징계'를 가장한 '연구년'이나 '휴가'가 주어지고 마는 것이다.
설령, 정직 처분이 내려진다 하더라도 동국대의 경우처럼 교수들과 학계가 나서서 막무가내로 서명운동을 벌여 복직시키기까지 하며, 이미 보았듯이 그 과정에서 '서명'을 하는 행위는 서명 목적의 옳고 그름에 앞서 학계의 '연줄'에서 '의리를 지키고', '왕따 당하지 않기 위한' '의무감'에서 발로되는 것이다.
악순환의 고리를 끊기 위하여
문제제기 되지 않았을 뿐, 크고 작은 교수 성폭력은 대학 사회에서 빈번히 이루어져 왔다. 그러나 뿌리 깊은 교수 사회의 권위의식과 '연줄'과 '명예'를 기반으로 한 대학 사회의 만만치 않은 문화가 피해자에게는 이중, 삼중의 고통을 가하면서 문제의 해결 또한 더욱 어렵게 하고 있다.
하기에 교수 성폭력을 뿌리뽑기 위해서는 '성폭력 학칙 제정'에서 나아가 대학 사회의 '연줄 '문화와 학생/교수 간의 권위적 관계를 해체하기 위한 노력 등이 다각적으로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이와 관련하여 다음 호에서는 우리의 대학 문화와는 다른 외국 대학의 교수/학생간 관계와 대학 문화, 그리고 교수 성폭력과 대학 내 성폭력을 방지하기 위한 그들의 구체적 사례들을 살펴본다.
** 이 글은 제가 문화연대의 주간 문화정책 뉴스레터 <문화사회> (http://weekly.culturalaction.org)에 게재했던 기사입니다. (2003.7.23) **
성폭력 사건은 사건 당시부터 그 사건을 제기하고 증명하여 해결하기까지의 과정 자체만으로도 피해자에게 전적으로 엄청난 정신적, 육체적 고통이 따르는 과정일 수밖에 없다.
사건을 다시 기억해내는 순간, 피해자의 온몸은 사건 당시의 고통을 그대로 재현해낸다. 같은 크기만큼의 정신적, 육체적 고통이 사건을 다시 언급할 때마다 피해자에게 다가오는데 그것도 모자라 피해자는 사건의 공개 이후부터는 그 배에 달하는 비난과 압박 또는 동정의 눈길 속에서, 가해자와 그 주변 인물들로부터 가해지는 현실적 피해(2차 성폭력에 해당되는) 속에서 고통의 시간을 견뎌야 한다.
가해자의 뻔뻔함은 시간이 갈수록 극에 달하고, 처음에는 "미안하다", "한 번만 봐달라" 하다가도 자신이 불리해질 상황에 처할 것 같으면 어김없이 사건을 부정하고 심지어 피해자에게 사건의 책임을 돌리기까지 한다.
이 때, 가해자의 '남성' 이라는 사회적 위치는 그가 '가해자'임에도 불구하고 일반적으로 그에게 유리하게 작용한다. '남자가 그럴 수도 있지 ', '취해서 그런 걸 가지고', '여자가 오죽했으면'하는 논리들이 가해자를 감싸고, 피해자는 '얼마나 극적으로 가해자의 행위에 반항하려 노력했는지', '왜 피해자가 술에 취했는데도 같이 있었는지' 증명해야 하며, 심지어는 '피해자가 원했던 건 아닌지', '가해자를 음해하기 위한 의도가 있는 것은 아닌지' 인격모독적인 의심의 눈초리까지 감내해야 한다.
'남자'라는 위치만으로도 이럴진데, 하물며 그 당사자가 '교수'임에랴.
'교수'란 어떤 사람인가.
그는 '이 시대 최고의 지성' 이자, '국가와 학교와 사회를 이끌어 가는 지식인', '학생을 위해 헌신해 온 사람' 이기에 한낱 '술취해 저지른 실수에 불과한' 성폭력 사건 한 번 때문에 피해자의 말만 믿고 그를 해임한다는 것은 너무나도 큰 국가적, 교육적 손실이며 '교수'인 그에게 가혹한 행위가 되어버리는 것이다.
이번 기사에서는 이와 같은 교수 성폭력 사건의 특징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는 대표적 사례 두 가지를 살펴보고 그 심각성을 진단한다.
동국대 사회학과 K 교수 사건의 경우
- 교수사회와 학교당국, 교육부의 교권 수호를 위한 강고한 합체!
2000년 7월. 연구차 일본에 가 있던 동국대 사회학과 교수 K는 같은 학교의 졸업생이자 일본인인 피해자와 재일교포 학생 1인을 만나 술을 마시고, 3차로 노래방에 갔다. 그는 만취한 상태에서 노래방에서 피해자를 붙잡고 억지로 춤을 추려 하였으며, 피해자의 가슴과 다리 사이를 더듬고 강제로 키스를 시도했다. 놀란 피해자는 가해자를 거부하고 뛰쳐나와 집으로 돌아간 후 다음날 피해자에게 전화를 해서 사과를 요청했다. 그러나 가해자는 기억이 안 난다며 그저 '교수로서 학생을 실망시킨 것에 대한' 사과만을 하고 사실을 부인했으며 피해자에게 사건을 잊어줄 것을 부탁했다. 이후 피해자는 함께 같던 재일교포 학생과 상의하고 그달 말 경, 동국대 사회학과 학과장과 전 학생회장에게 메일을 보내 사실을 알렸다.
이후 비대위가 결성되고 학교에서 사실이 알려지기 시작하자 가해자는 처음에는 "학생들이 원한다면 사퇴할 의사도 있다"며 사태를 마무리지으려 하다가 사태가 커지자 도리어 피해자를 음해하기 시작했다. 가해자 K 교수는 사건의 공론화 이후 제출한 해명서에서 '피해자가 한국인 유학생과 파혼을 하여 제자의 상심을 달래주고자 술을 마시다가 피해자의 요청으로 노래방에 가자고 하여 노래방에 갔고 만취해 몸조차 제대로 가누지 못하는 자신이 어떻게 피해자의 몸을 더듬었겠냐'며 도리어 '피해자가 방조하지 않았으면 있을 수 없는 일' 이라면서 억지 논리를 펴고 있다. 심지어 그는, '피해자가 그렇게 취한 자신을 왜 여관으로 바래다 주지 않았는지' 의문을 던지고 있다.
그러나 피해자의 가해자 해명서에 대한 반박글을 보면 '피해자는 약혼도, 파혼도 한 적이 없고, 노래방에 가자고 한 것도 가해자'였다. 우리는 경험 상, 술에 취한 사람은 혼자서 잘 쓰러지더라도 억지를 부리거나 폭행을 하면 말릴 수 없을 만큼 힘이 세진다는 사실도 알고 있다. 여관으로 왜 바래다주지 않았냐니! 피해자가 그 상황에서 여관까지 바래다 주었으면 더 큰 일이 벌어졌을 것이다. '교수'인 가해자는 자신의 해명서에서 도무지 상식적으로도 이해할 수 없는 억지 주장을 펼치고 있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더욱 기가 막힌 상황은 그 다음의 일이다.
결국 K교수는 학교에서 해임되었으나 이번에는 사회학과 동문들과 학계, 동료 교수들이 K 교수 구명운동에 나선 것이다. 그 탄원서의 요지는 'K 교수가 학계와 학교의 발전에 공헌한 바가 지대함에도 불구하고 '일본인' '피해자' 의 말만 믿고 '학생들의 인민재판식 여론몰이에 밀려' K 교수를 해임하기까지 한 것은 가혹한 처벌' 이라는 것이다. 게다가 동국대 여교수들까지도 이러한 논지의 탄원 성명을 내기에 이르렀다. 그러나 후에 이 구명운동은 '같은 학계'이자 '같은 교수'라는 명분만으로 '결코 흔들려서는 안 되는 교권을 수호하기 위해' 동일 학계와 교수직에 있는 이들에게 내용확인도 없이 무작위로 진행된 것임이 밝혀졌다. 이에 동아대 사회학과 한석정 교수와 서울대 사회학과의 김진균 교수는 자신이 제대로 된 내용확인 없이 서명에 동참한 것을 반성하며 서명을 철회하는 성명을 내기도 하였다.
그러나 결국 K 교수는 교육부 ‘교원징계재심위원회’에 재심을 청구하여 ‘정직 1개월’ 처분을 받고 학교 당국의 침묵을 발판 삼아 복직하였다. 그리고, 그는 다시 '사랑하는' 제자들 앞에 서서 '사회학'을 강의하고 있다.
서강대의 경우는 교수에 의한 성폭력 사건에 대한 학교측의 대응 양태를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 서강대 측은 '학교의 명예'를 지키기 위해 사건의 공론화에 대응하여 학내 언론 등 학생들의 자치활동을 심각하게 탄압하였다.
서강대 사건의 가해자 K교수는 학과 간담회 행사 후 가진 1차 회식 자리에서 학과 남학생들에게 고기 집게를 들고 "이걸로 네 배를 확 쑤셔서 내장이 딸려 나오면 내가 그걸 씹어먹겠다"는 등의 폭언을 하고, 2차 회식 자리에서 술에 취해 피해자에게 본격적인 성폭행을 가했다. 그는 피해자의 머리와 얼굴을 쓰다듬고, 러브샷을 강요하였으며, "너를 여인으로 만들어주겠다"며 피해자의 입술에 강제로 키스를 시도했다. 피해자는 이후 서강대 여성위원회에 사실을 알리고 가해자에게 사과를 요구했으나 가해자는 피해자에게 "○○양 놀랍군, 앞길이 구만리 같은 자네가"라는 발언을 하여 피해자를 간접적으로 협박하기까지 했다.
더욱 놀라운 것은 사건의 공론화 이후 서강대 측의 대응과정이다.
서강대 여성위원회는 사건을 접수받고 총장 면담을 신청하였으나 거절당했으며, 이후 학교측은 인터넷 게시판에서 성폭력 사건과 관련하여 올라오는 글들을 삭제하고, 학보사에 관련 기사 삭제를 요구하였다. 서강대 측은 여성위원회와 공동대책위 주도의 서명운동이 벌어지고 한 달 후에야 겨우 부총장 면담을 진행하고 '교내성차별진상규명위원회' 회의를 '비공개'로 진행했다. 다음 해 1월, 교원징계위원회가 소집되었으나, 학교측은 교원징계위원회의 내용 일체를 공개하지 않았으며, 결과도 공고하지 않았고, 여성위원회 및 피해자에게조차 결과를 통보하지 않았다. 결국 여성위원회가 수차례 전화통화를 시도해서야 '3개월 정직 처분' 이라는 결과를 알았지만 가해자 K 교수는 이미 연구년을 신청해 놓은 상태였다.
결국 말이 징계이지 가해자에게는 '정식 연구년'으로 잠시 쉬고 돌아오는 것에 불과한 처분이었던 것이다. 그러나 피해자는 이후 법정 싸움을 시작하였고 올해 2월이 되어서야 비로소 재판에서 승소하여 2천만원 배상 판결을 받아냈다.
그러나 2천만원이라는 돈이 결코 피해자의 상처를 치유해 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2년이 넘는 사건의 해결 과정에서 피해자는 '학교의 명예'를 실추시킨 댓가로 사건 당시보다 더욱 심한 이중, 삼중의 고통에 시달려야 했다.
사건이 알려지기 시작하자, 총장은 도리어 일부 교수에게 "뒤에서 누가 조종한 것 아니냐"고 물어보았고, 학과장은 학생들을 불러 침묵을 강요했다. 상황이 자신에게 불리해지자 K교수는 사과문을 게재했지만 사과문이 나오자 일부 교수는 "BK21 평가가 있는데 이런 사실이 밖으로 알려지면 좋을 게 없다"고 압력을 가하기 시작했고, 학생들 사이에서 동요가 일어났다. 학교측은 게시판에 올려지는 글들의 IP 주소를 추적하기까지 했다.
이후 '학교의 명예'를 지키고자 하는 이들은 수많은 루머를 만들고, 피해자를 음해하기 시작했다. 피해자가 학교를 떠난 교수들의 종용을 받아 대학원에 진학하여 K 교수를 음해할 목적으로 일을 벌인 것이라는 둥, 원래 헤픈 여자였다는 둥, 정신이 원래 이상한 사람이라는 둥 피해자가 감당하기 힘든 엄청난 비난과 음해가 피해자에게 가해졌고, 이에 피해자는 스트레스로 인한 심각한 위장장애와 알레르기 등 신체적 고통까지 겪어야 했다.
그러나 피해자의 고통은 승소 이후 복학한 지금까지도 계속되고 있다. 오랜만에 들어간 수업의 다른 교수마저도 다시 피해자를 불러 "학생이 학교를 위해 이제 K 교수를 용서하라"는 말을 해 피해자에게 2차 성폭력을 가한 것이다.
이제 대학원 마지막 학기이지만, 그녀는 이런 상황에서 학위를 제대로 받을 수 있을지 조차 불안하기만 하다. 피해자의 상처는 이렇게 계속되고 있다.
** 이 글은 제가 문화연대의 주간 문화정책 뉴스레터 <문화사회> (http://weekly.culturalaction.org)에 게재했던 기사입니다. (2003.7.16) **
예부터 '난 사람 이전에 된 사람이 되라'고 했다. 그런데 참으로 안타깝게도 소위 '진리의 상아탑' 이라는 대학에 책만 열심히 팠지 미처 사람이 되지 못한 '교수'라는 신분의 사람들이 곳곳에서 문제를 일으키고 있다. 게다가 그들은 죄책감을 가지고 자신의 죄가를 반성하기는커녕, 자신의 신분과 학교의 명예를 지키기 위한 방패막에 둘러싸여 문제를 일으키고도 버젓이 '휴가'를 받고, 다시 돌아와 수업을 하는 뻔뻔스런 작태들을 보이고 있다.
이번 기획을 굳이 대학 내 '교수' 성폭력으로 정한 이유도 특별히 그들이 '교수'이기 때문에 피해의 심각성이 더 크고, 해결도 어려울뿐더러 2차 성폭력의 발생 가능성 등 그 후유증 또한 크기 때문이다.
지난 98년 서울대 '신 교수 사건'(피해자의 이름으로 사건명을 언급하는 '우조교 사건'이란 말대신 '신 교수 사건' 이라 하겠다.) 이 사회적으로 커다란 파장을 일으키면서 대학가에서는 성폭력 학칙' 이 제정되는 등 가시적인 노력들이 진행되어 왔다. 그러나 아직 '성폭력 학칙'이 제정· 시행된 학교는 소수에 불과하고, 그나마 제정된 학칙도 '학칙'에 불과할 뿐 대학 특유의 권력 관계 속에서 발생하는 성폭력을 제대로 예방하고 대응하기에는 역부족이다.
가해자가 '교수'이며, '어른'이기 때문에 피해자인 '어린' '학생'은 막상 성폭력 상황이 발생했을 때 다른 상황에서보다 더욱 제대로 대처하기가 힘들기 때문이다. 이는 피해자가 대학원생일 경우 더욱 심각하다. 서강대 'K 교수' 사례처럼 대학원생 피해자의 피해 정도는 지도교수와 특수한 관계에 놓여 있는 '대학원생'이라는 위치 때문에 성폭력 발생 당시에 받는 고통과 상처를 넘어서 인생 전체를 뒤바꾸어 놓을 수 있을 정도로까지 확장된다.
이렇게 막대한 정신적, 신체적 피해에도 불구하고 가해자 교수는 보통 징계 기간 동안 '연구년'으로 처리되어 공식적으로는 '휴직' 상태가 되거나, 잠시 쉬고 있다가 잠잠할 쯤 되면 복직하는 것이 보통이다. 학교 당국 역시 사건이 외부로 유출되고 확산되면 학교의 명예가 실추될 것을 우려하여 피해자 학생에게 대충 이해와 합의를 요구하거나 심하게는 되려 피해자 학생을 불러 다그치고, 협박하기까지 한다. 게다가 교수들간의 연대의식이란 굳이 정당치도 못한 일들에서 자신들의 신분에 불안감이 느껴지면 어찌나 강하게 발휘되는 지 동국대에서는 성폭력을 자행하고 징계 당한 교수를 동료 교수들이 서명운동으로 복직시키기까지 했다.
이러한 대학 사회의 모순을 대표적으로 보여주는 사례가 모두 서울대에 있다.
서울대는 '최초로' 대학 내 성폭력 문제의 심각성을 일깨운 '신 교수 사건' 이후 '최초로' '성폭력 학칙'을 제정하여 '최초로' 성폭력을 저지른 '학생'을 제명 시켰지만 바로 지난해까지, 총장은 심심하면 '신 교수 옹호 발언'을 하여 많은 이들을 분노케 했다.
'학생'은 당연히 제명시키면서 더욱 심한 행동을 저지른 '교수'는 사회적 비판을 감수하면서까지 총장이 나서서 '옹호' 해주고, 복직시켜주는 이 모습이 바로 대학 내 '교수 성폭력' 문제의 심각성을 말해주고 있는 것이다.
올해 들어서만도 벌써 수 차례 대학 내 교수에 의한 성폭력 사건이 폭로되었다.
이제 대학 내 교수 성폭력 문제의 해결을 위해서는 '학칙 제정'이나 '제도 마련'의 차원을 넘어 교수와 학생, 선배와 후배, 교수자와 연구자 사이의 권력 관계가 권위적 상하관계로 놓여지지 않도록 하기 위한 다각도의 대책을 함께 고민해야 한다.
** 이 글은 제가 문화연대의 주간 문화정책 뉴스레터 <문화사회> (http://weekly.culturalaction.org)에 게재했던 기사입니다. (2003.7.9)**
영화 속의 ‘인터내셔널’ |
지금은 하늘에서 편히 쉬고 계실 정은임 아나운서가 어느 날엔가 프로그램을 진행하면서 영화음악이라면서 ‘인터내셔널’ 가를 들려주었다죠. 영화 <랜드 앤 프리덤>에는 또 하나의 감동적인 ‘인터내셔널’이 있습니다. 한 명의 목소리로 조용히 시작되어 마침내는 우렁찬 합창이 되는 <랜드 앤 프리덤>의 ‘인터내셔널’은 동지의 무덤 앞에서 다시 한 번 결의를 다지는 힘찬 노래와 구호로 감동을 주었습니다. 이렇게 감동적인 ‘인터내셔널’이 있는 한편, ‘인터내셔널’을 사랑하는 이들의 뒷통수를 날리는 한 방이 있었으니... 그것은 바로바로바로...<에어 포스 원>!! <에어 포스 원>, ‘인터내셔널’을 비웃다. 아... 잊을 수 없는 <에어 포스 원>의 추억! 위대한 미국 대통령님께서 러시아 테러리스트들을 물리치기 위한 작전으로 그들의 장군을 석방해 주는 장면. 감옥에 갇혀 있던 그들의 동지들이 장군의 석방과 동시에 한 목소리로 부르던 ‘인터내셔널’ 위로 곧 자랑스런 미국의 총탄이 날아들더군요. ‘인터내셔널’을 가비압게! 무시하고 테러리스트들을 진압하여 인류를 구원하시는 멋진 헤리슨 포드 대통령님이 어찌나 주먹 떨리도록 존경스럽던지요!!! 오늘날도 그 헤리슨 포드 대통령님처럼 전 인류를 구원하고자 밤잠 못 이루고 계실 저 미국의 부시 대통령님, 여하간 수고가 많으시겠습니다. 그려. 자본의 ‘인터내셔널’을 넘어 민중의 ‘인터내셔널’ 그 날까지!! 우리의 현실에는 그 영화 속의 현실들이 그대로 존재하고 있습니다. 이 문장을 누르시면 '인터내셔널' 러시아 합창곡을 들으실 수 있습니다. |
<정사>의 ‘Bachianas Brasileiras No.5’ 그리고 ‘Manha De Carnival’ |
<밀애>의 미흔, <디 아워스>의 브라운 부인 그리고 <정사>의 서현. 한 때는 그녀(들)도 ‘전설바다에 춤추는 밤물결 같은 검은 귀밑머리 날리는 어린 누이’였다. 그러나 자신의 삶을 돌아본 어느 순간, 그녀(들)은 어느 새 ‘아무렇지도 않고 예쁠 것도 없는 사철 발 벗은 아내’가 되어버린 자신을 발견한다. Manha Tao Bonita Manha |
'Cucurrucucu paloma' in |
그는 수많은 긴긴 밤을 술로 지새었다 하네. 그러던 아휘가 장을 만난다. 스페인의 가장 유명한 여자 투우사 리디아. |
<밀애>, 무상한 것을 위하여. |
<밀애>. 미흔. 독사진. 그리고 ‘무상한 것을 위하여’ |
<배틀로얄>, ‘Requiem' -"인생은 게임이다. 끊임없이 싸워서 생존하라!” |
실업자 1천만 명에 등교거부 학생 80만 명, 교내 폭력에 의한 순직교사가 1,200만 명에 달하게 된 미래의 혼란스러운 일본. 급기야 일본정부는 일 년에 한 번씩 무작위로 한 학급을 선발하여 무인도에서 3일 간 단 한 명만 생존하도록 ‘진짜’ 서바이벌 게임을 시키는 이른 바 ‘BR' 법을 제정하기에 이른다. 한편, 중앙 본부에 서서 아이들의 전쟁을 지켜보는 선생(기타노 다케시)는 자신이 가르치던 제자의 칼에 찔리고, 자신의 딸에게는 멸시를 당하며 도무지 소통할 수 없는 10대들에게 자신이 받은 깊은 상처를 배틀로얄을 통해 아이들에게 되돌려주려 한다. 불신의 세상, 탐욕의 세상, 경쟁의 세상을 만들어 놓은 무책임하고 잔혹한 어른들은 이제 영문도 모른 채 어른들에 의해 죽임을 당하거나 서로를 죽이며 살아가야 하는 아이들 앞에서 어떻게 그 책임을 질 수 있을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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