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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8/10/21
    정부의 건설업계 9조원 지원에 대한 몇 가지 생각
    야옹이

정부의 건설업계 9조원 지원에 대한 몇 가지 생각

오늘 정부의 건설업체 지원 뉴스를 보고 드는 몇 가지 생각
 
최근 정부는 부동산대책을 내놓는데 여념이 없다. 10월 21일에 정부가 발표한 건설업체 지원 규모는 최대 9조 2천 억 원이다. 건설업체의 미분양아파트와 건설사 보유 토지 매입비가 대부분을 차지한다. 건설업체에 돈을 직접 넣어 현재의 부동산 경기 침체가 건설업체 부도, 저축은행 파산으로 이어지는 것을 막겠다는 것이다.
건설업체와 저축은행 사이에는 프로젝트 파이낸싱이라는 금융관계가 있다. 프로젝트파이낸싱은 쉽게 말하면 건설사의 분양 수익을 믿고 돈을 빌려주는 것이다. 대신 은행은 분양 이득의 일정부분을 챙긴다. 보통 일반 융자 금리보다 분양 수익이 훨씬 크니 은행으로서는 그리 손해 보는 장사가 아니고, 중소 건설업체 역시 자산 담보보다 큰 규모의 대출을 통해 대규모 사업을 벌일 수 있어 남는 장사다.
하지만 건설경기가 하강하면 문제가 심각해진다. 은행 입장에서는 분양 수익이 담보이니 미분양이 되면 낭패이고, 건설업체 역시 마땅한 자산이 없는 관계로 추가적인 대출도 어렵다.
 
그렇다면 어느 정도 건설업체 부실이 커지면 우려하는 은행권 부실이 감당 못하는 수준이 되는 것일 까? 현재 프로젝트파이낸싱의 규모는 74조원 정도. 이 중 은행이 48조, 저축은행이 12조원이다. 나머지는 증권사 등이다. 문제는 저축은행이라고 하는데 연체율이 현재 12%가 넘는다고 한다. 사실 그렇게 크지 않은 금액이다. 금액으로만 치면 1조 4천 억원 정도. 대형 건설사의 경우 프로젝트 파이낸싱 비율이 높지 않다고 하고, 은행의 경우 연체율이 0.6%로 낮다.
그런데 문제는 언제나 금융은 연쇄 효과로 인해 신용 경색 국면을 쉽게 만든다는 것이다. 특히나 지금처럼 만사가 다 불안할 때는. 마구잡이 대출로 카드대란을 만들었을 2002년 당시 카드사 대출규모가 61조에 연체율이 4% 정도였다. 금액으로는 3조원이 안 된다. 하지만 미국 발 IT 거품 붕괴라는 외부조건에 한국의 개인대출 규모가 눈덩이처럼 불어버린 것이 확인되자 순식간에 금융경색이 일어났다. 특히 개인파산이 번지자 이제 불안은 극도로 치달아 LG카드는 순식간에 법정관리로 들어갔다. 다음해 연체율은 10% 넘게 상승했다.
현재 주탬담보부동산대출 규모는 300조. 전체 가계부채 640조 중 거의 절반이다. 서브프라임이 당시 2006년 미국보다는 나은 편이지만, 우리나라는 미국이 아니다. 미국 형님이 비틀비틀하고 있으니 안심할 일이 아니다. 저축은행 발 1조원이 전체 300조를 흔들 수도 있다. 아주 간단하게 시나리오를 그려보면 저축은행발 프로젝트파이낸싱 부실이 부동산시장을 흔들고 건설사에 대한 대출이 중단되면서 건설사 몇 개 부도나고, 외채 상환 압력이 다시 가중되면서 약 1600억 달라가 넘을 것으로 예상되는 단기 외채 상환 압력이 증가하면서, 국제신용평가기관이 신용등급 몇 개 낮추면 게임은 끝나는 것이다. 우리는 미국처럼 달러를 찍어낼 수도 없다. 모조리 외국에서 빌려오거나 벌어와야 한다.
 
정부가 건설업체에 9조를 지원하겠다는 것이 한 편으로는 이명박과 그의 건설 친구들의 이해관계도 있겠지만 동시에 조그만 금융 부실에도 확 고꾸라질 것 같은 현재 한국 경제 상황이 있을 것이다. 사실 현재 금융 문제가 비단 건설 관련 프로젝트파이낸싱만 있겠는가를 생각해보면 더욱 암울하다. 조만간 전매 제한이 풀릴 신도시의 부동산 매물이 있을 것이고, 정부의 의도와는 달리 전매 제한 완화로 부동산 가격은 더욱 폭락할 수도 있다. 미국과 같은 파생상품으로 인한 혼란은 없더라도 부동산가격하락과 부동산담보대출 금리 인상과 연체 규모가 커지면 과연 현재와 같은 금융 혼란 속에서 수습이 가능할 지는 의문이다.
 
한편, 이러한 가운데 대안세계화 사회운동 진영의 경우 더욱 위축되어 있는 모습이다. 공공부문 사유화 저지 투쟁은 가스공사 정도를 제외하고는 흐지부지 되어가고 있는 것 같고, 비정규직 투쟁은 연일 참패다. 공안정국 이후 촛불시위 역시 상당히 위축되어 있다. 민주노동당은 거리에 꽤 많은 돈을 들여 공안탄압 저지 플래카드를 걸었던데, 지금은 탄압이 쟁점이 아니라 탄압을 견뎌내며 금융 자본, 재벌 자본에 대한 비판을 해야 할 때가 아닌가 한다.
문제가 되는 주택과 금융 부분에 대한 지원은 허하되 이를 재벌과 금융자본의 손실을 메워주는 것이 아니라 서민에게 이득이 되도록. 영국 식의 우선주 매입을 통한 부분 국유화는 솔직히 노동자에게 아무런 이득이 없다. 금융 기관의 운영에 대해서는 원칙적으로 자율을 보장한다는 우선주 매입이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조금 후면 세금으로 살린 기업 다시 헐값에 넘길 것을. 따라서 차라리 지방 건설사와 미분양 주택 등은 중앙정부 지원을 통해 지방정부가 소유 관리하도록 하는 것이 차선일 수도 있을 듯 하다. 9조 2천억으로 미분양 아파트를 구매해주는 것이 아니라 분양 업체를 아예 지방정부로 귀속시키고, 이 미분양아파트를 지방정부가 지역 시민들에게 장기로 임대해 주는 것이 옳아 보인다. 엄한 서울의 장기임대아파트보다 낮지 않겠는가? 이 과정에서 저축은행의 PF는 상당부분 손해를 감내하고 필요할 시는 지방정부가 저축은행의 예금부분만 보장해주는 방식은… 이런 건 잘 모르겠다.
 
자세한 대안은 모르겠다. 다만 이제 대안을 내걸고 싸워야 할 때는 분명하다. 연구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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