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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무효율성의 획기적 증대를 위한 노트북 설계의 음모

가 쓰는 노트북은 아래 그림과 같이 삼성 센스P30이다. 회사에서 대량구매하여 지급해준 물건인데, 아마 Bargaining power를 활용하여 무척 싸게 들어왔을 것이다. 그래도 나와 2004년부터 동거동락을 해온 처지라 애착을 가지고 사용하고 있었다. 때론 너무 애착을 가진 터에(이것도 운명이라고 생각하여) 이름까지 지어줬었다. 그 전에 쓰던 노트북 이름을 이어받아 '초울트라포스트모던디자인앤파워멀티태스킹어베일러블오퍼레이팅듀얼시스템위드브로드밴드네트웍 Jr.'(이하 Jr.)이라고 말이다. 그러다 어느날부터 Jr.이 가지고 있던 치명적인 문제가 나를 괴롭히기 시작했다. 그것은 한미FTA와 같이 은밀하게 다가왔지만 화산같은 뜨거움으로 나를 데우고 있었다. 바로 방열팬이었다. 문제의 원인은 팬의 위치가 노트북의 오른쪽에 위치하고 있다는 점이었는데, 처음엔 '설계의 오류'를 의심하였지만, 고객만족을 일등으로 생각하는 제조사인 만큼 쉽게 단정할 수 없었으므로, 다른 이유를 찾아보기로 했다.

 

 

장 먼저 생각해 본 것은 이 기계의 주요 소비층을 날씨가 추운 지역의 사람들로 한정하였을 가능성이다. 추운 지역의 사람들이 난방비를 절약하고, 더구나 마우스를 사용하는 손에 직접 열풍을 제공하여 체온을 따뜻하게 유지하고 그로 인하여 업무효율성을 제고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해가 안되는 점은, 더운 나라나 4계절이 있는 한국같은 나라에서 왜 마케팅을 했는가 말이다.

 

루어 짐작컨대, 이 기계를 개발할 때의 계절이 겨울이었다면, 그리고 개발자들이 충분한 지원을 받지 못했다면 그들은 추위에 노출된 열악한 근무환경에서 이 기계를 개발했고, 그들 스스로의 생존을 위해 방열팬의 위치를 절묘하게 설계했을 가능성도 있다. 반대로, 근무환경이 너무 좋아서 에어콘이 과도하게 빵빵한 경우에도 비슷한 결과가 나올 것이다.

 

리속도 등 본연의 성능 외에 추위까지 배려한 섬세한 설계까지 신경써준 점에 대해 감사하려고 하던 차에, 혹시 다른 음흉한 의도가 있는 것은 아닐까 의심해 보기로 했다. 어쨌든 더운 기후에서는 오른손잡이에게 고통을 주는 점에 대해서는 꼭 짚고 넘어가야 하기 때문이다. 

 

고끝에 두가지의 결론을 내렸다. 첫째는, 오른손에 직접 방사되는 열풍 때문에 마우스를 잡기가 싫어진다는 점이다. 대부분의 사무직 노동자처럼 나도 '일'하는 시간에는 워드프로세서 같은 문서작성기를 사용하기 때문에 마우스를 잡을 일이 별로 없지만, 놀때는 웹브라우저를 띄워놓고 마우스를 만지게 된다. 이 기계의 구조는 일안하고 노는 시간을 괴롭히게 되어있는 것이다. 두번째는 인체공학(?)적인 의문이다. 최근에 내가 알아낸 사실은 내가 Jr.을 사용하는 동안에는 양손의 온도가 다르다는 것이다. 그런데, 수년동안 Jr.에 조련(?)된 결과 나는 Jr.을 사용하지 않는 시간에도 양손의 온도가 다르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 나는 의학에 문외한이지만, 느끼는 바대로 말한다면, 양손의 온도차이로 인해 혈류의 속도가 증가하여 두뇌에 공급되는 혈액의 순환이 빨라지게 되고, 이로써 업무생산성이 획기적으로 높아지는 것이다. 다만, 과도한 혈액순환으로 인한 부정맥, 고혈압과 심한 경우 조로까지 이어지는 위험이 생긴다. (관계가 있는지 모르겠지만 때로 헛것이 보이기도 하고, 세상이 예쁘게 포장되어 보이기도 한다) 이러한 부작용들에 대해 제조사가 사용자 개인에게 보증하지 않는다. 고용주(대량구매자)에게 생산성 증대 효과를 보여주었기 때문인 것 같다. 그래도 희망적인 사실은, 근래에 나온 노트북들은 이런 문제가 수정되었다는 것이다. 그렇다. 발전이다. 세상은 진보하고 있단 말이다!! 이 엄청난 진보의 물결에 감동의 쓰나미가 몰려온다.

 

그런데, 나는 이 노트북을 얼마나 더 오래 써야할까? 5년? 10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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