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당고개 성지로 한 번 더 찾아 갈 예정이다. 주변 환경도 그렇고 미사 때문에도 그렇다. 성당의 음향 상태가 안정적이고 주변 환경은 도심지 같지 않게 고즈넉 하면서도 조용하다.
당고개 성지에 오는 사람들은 위로를 받고 갈 사람들이 많을 것 같다. 가정미사든 자녀를 위한 미사든 위령미사든 이곳에서는 대단히 정성스럽게 봉헌해 주고 있었다.

미사를 올리는 사람들의 이름과 본명을 일일이 거명해주고 주임신부님의 하느님께 대한 맑고 거룩한 목소리와, 성체에 대한 존경과 흠숭의 태도가 확연히 차별이 될 정도로 드물게 인상적이다.
미사 경문이 잘 들리도록 또렸한 것은 물론이고 제대 앞에 서자마자 시작성가에서부터 성전이 찌렁찌렁 울리도록 신자들과 함께 부르는 모습 또한 인상적이었다. 시종일관 경건하고 당당하게 미사를 집전하시는 모습이 참 사제가 아닌가 싶다.

11월도 이제 막바지라서 그런지 위령성월을 맞아 대희년 전대사를 받으려 많은 신자들이 바쁘게 움직이는 모습이다. 전대사는 죽은 영혼들이 아직 다 못 벗은 잔벌들을 벗을 수 있는 은혜의 기회로서 교회가 주는 은총이다.
그래서인지 주변 아는 사람이 '수요일 서소문성지로 순례 가는데 같이 갈 사람 없느냐?'고 물었는데 나는 그팀에 편승하지 않고 당고개 순교성지를 다시 한 번 더 찾은 것이다.


이번주가 마지막이라 생각하고 베로니카와 시간을 따져봤다. 수요일과 금요일에 접점이 맞을 것 같은데 수요일이 더 적당할 것 같아서 수요일로 결정했다. 그렇게 우리는 11월 19일 당고개 성지로 찾아 왔다.
이곳이 성지가 된 것도 특이하다. 당고개 순교성지는 9분의 성인과 1분의 복자를 배출한 성지로, 기해박해가 끝날 무렵 1839년 열 명의 남녀 교우들이 장렬히 순교한 곳이다.

이들은 본래 서소문 밖 네거리에서 처형되기로 되었으나 서소문 밖 상인들이 설 대목장을 보아야 함으로 형장을 다른 곳으로 옮겨 줄 것을 요청하였기 때문에 이 곳 당고개로 옮겨 사형을 집행함으로써 순교자들을 모시게 되었다.
미사가 끝나고 베로니카와 전시관을 둘러 보고 이어서 성당 위 하늘공원에 조성된 한옥 건물로 된 성물방과 십자가의 길을 눈여겨 봤다. 한국화로 그린 성인성녀들의 모습이 정겹게 제각기 알맞은 위치에 서 있었다.

성물방에서 당고개 성당 주임신부님인 배기환 프란치스코 신부님의 저서 '명언 속 숨은 복음 찾기' 두권을 사고 저자 사인을 받았다. 신부님이 때마침 한옥 건물로 올라와 계셔서 사인을 받을 수 있었다.
한권은 루도비코 마리아에게 줄 선물이고 나머지 한권은 내가 읽을 책이다. 300페이지 정도의 책인데 현재 135page까지 읽었다.
남은 시기도 잘 보내면서
오늘 드린 미사를 조용히 음미해 볼 예정이다.
사진은 무작위로 글 사이사이에 적당히 넣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