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인들이 내건 현수막이 동네 어디를 가도 풍광을 어지럽게 만든다.

경춘선 숲길을 거닐기 위해 집을 나섰다. 그 이유는 모처럼 한가롭고 고요한 시간을 가지고 싶어서다.
그런데 눈앞을 어지럽히는 정치인들의 현수막에 속수무책 노출되는 신세다. 이런 때 드는 생각은 '그들은 뭔 특권이 저리도 많은가?' 묻곤 한다. 원하지도 않거니와 보고 싶은 풍경이 결코 아니기에 외면하고 싶은 마음이 솟구치는 것은 어쩔 수 없다.
왜 저들의 현수막은 시도 때도 없이 각종 구호를 토해내며 산책길에 나선 시민들의 안면을 흐리게 하고 싫은 감정을 무지무지 쌓이게 만드는지 모르겠다.

정치인들이 내거는 현수막과 각종 구호들은 누구를 위한 것인가? 다 자기 자랑성 일방적인 홍보수단 아닌가 말이다. 정치 권력들이 강제적으로 주입하는 구호에는 그래서 지지를 보내고 싶은 마음이 추호도 들게 하지 않는다.
바로 얼마전까지 '경춘선 숲길'이나 노원구와 경계를 이루는 중랑구의 '장미공원'에 가볼라치면 '음악을 들려준다'며 시민들의 귀를 어지럽힌 적이 있었다. 누군가 부질없는 짓이라고 항의를 했는지 슬그머니 멈췄더라.
집을 나와 산책길에 나서는 이유는 자명하다. 자연과 벗하고 싶고, 숲길에 파묻혀서 집과는 다른 공기를 마시며 삶의 흔적들이 주는 각종 스트레스에서 벗어나고 싶어서다. 도보 산책을 하며 풀냄새 맡고 새소리 듣고 싶어서다.

걷다가 운동기구가 있으면 잠시 멈추고서 딱딱한 척추뼈를 뿌드득 소리가 나도록 움직여 본다. 팔, 다리, 목, 무릎의 단단한 근육을 풀기 위해 기구에 의지하여 안간힘을 써보기도 한다. 또 단 5초라도 높은 곳에 매달릴 수 있는 악력을 기르기 위해서 철봉을 붙들고 씨름한다.
그런데 산책길이라고 나서고 보니 원치도 않은 음악소리가 고요를 깨뜨린다면, 음악이랍시고 되지 못한, 원치도 않은 소음에 불과한 잡소리 같은 것들이 귀를 괴롭힌다면 그것은 내가 원하는 순간은 결코 아니다. 난 자연을 만나러 나왔지 인간이 지어낸 인위적인 소리를 들으로 나오지 않았다.
구청이든 시청이든 정치인이든 돈 있다고 현수막 마구마구 내걸지 말라. 환경 파괴애 과소비에. 풍기문란의 일종이라 해도 무방한, 이런 짓 자숙했으면 좋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