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난 얼굴, 성난 얼굴로 돌아보라!
우리 주변에는 작지만 소중한 것이 많다. 작은 선물, 작은 정성, 작은 성금, 또 작은 설레임? 이렇게 ‘작다’는 말에는 하나같이 부담스럽지 않고, 유연한 느낌과 사람을 안심하게 하는 기분 좋은 기대감이 곁들여 있다.
이와는 반대로 아주 큰 이슈나 대형 사건사고들은 하나같이 사람을 불안하게 하고 반목과 혼란과 불행의 소용돌이 속에 몰아넣곤 한다. 왜 있잖은가. 지난 독재시대 때 위정자들은 곧잘 우리나라의 뭣뭣은 ‘세계최고’ ‘아시아최대’ 등의 말을 부르대고 살았다. 자신들의 치적을 자랑하고 우민화 정책을 쓰려고 그랬는지 모른다.
헌데 이런 거창한 말에는 으레 허세와 광란의 독소가 들어있기 마련이다. 사람들의 마음이 몹시도 강팍해져서 그런지 어지간한 자극과 사건사고에는 거의 무관심, 무감각, 무신경, 무감동, 무반응인 지경이다. ‘인간은 감정의 동물’이라고 하는데 우리는 지금 이웃의 불행과 아픔에 도무지 감정을 드러내지 않는 돌 같은 마음이 돼버렸다.
용산참사가 8개월 째 어떻게 취급되고 있는지 잘 알잖은가. 그렇다. 도심 한가운데서 사람이 6명이나 타죽고 23명의 부상자가 생겨난 충격적인 이 사건에 정부당국은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고, 책임있는 자들의 사과는 커녕 따뜻한 위로 한마디 없는 상황이 계속되고 있다. 용산참사가 이럴 진 데 하물며 도처에서 벌어지고 있는 각종 현안들은 더 말해서 무엇 하겠는가.
이참에 ‘작은 것이 아름답다’라는 말에 주목해보자. ‘작은 일에 충성을 다 한 자 큰일도 맡게 된다.’는 예수님의 가르침도 음미해보자. 작은 것을 존중하고, 작은 것에 감동하고, 남의 불행에 마음 아파하는 우리 사회라면 용산참사는 해결이 났어도 벌써 10번도 더 났을 것이다. 이런 일은 애시 당초 일어나지 않았을 지도 모른다.
‘재능교육’선생님들의 문제도 그렇다. 혜화동을 지나는 길에 보면 ‘재능 교육’의 사옥이 있는데 그곳에서도 어김없이 시위가 벌어지고 있다. 250여 일째에 이른다. 그런데 하루는 난데없이 빌딩 앞에 양철담이 둘러쳐져 있고 시위는 1인시위로 변해있었다. mb 정권 들어서서 집회신고도 안받아주는 고로 집시법위반이 되지 않기 위해서는 오로지 1인 시위 밖에는 할 수가 없기 때문이다.
이곳에서는 밤늦도록 홀로 현장을 지키고 있는 학습지 여교사의 모습을 목도하게 된다. 이 1인 시위는 아침 9시 경에 시작하여 밤 10시까지 계속되고 그 이후로는 재능본사 정문 앞에 차를 대놓고 밤새 이어진다고 했다.
(재능 12년차 교사 여민희씨 노조에 협조했다는 이유로 수업권을 빼앗아 교실로 돌아가지 못함)
“세상에? 한밤 노상에서 여자가 밤늦도록?” 거리는 공해와 소음, 매연을 뱉으며 달리는 차뿐이었다. 순간 주체할 수 없는 의문이 들었다. 무엇이 저 학습지 선생님을 이런 지경에 이르도록 했을까. 사람들이 관심이나 주는 거야! 동조해주는 사람들이 있기나 한 거야. 여자 혼자서 왜 저렇게 밤늦도록 시위를 하는 건 지 모르겠네. 아닌데, 저건 아닌데.... 그 앞을 스쳐지나갈 때 마다 투쟁의 일수는 640일 또 며칠 후엔 645일..... 하는 식으로 숫자만 늘어가고 있었다.
학습지노조가 최초로 생긴 것은 ‘재능교육’ 학습지노조가 시발점이 되었다고 한다. 그게 99년도이니 10년은 된 일이다. 이듬 해 대교, 구몬, 웅진 노조가 만들어지고 2006년도에는 이 네 개 노조가 합쳐져 전국학습지교사 통합노조를 형성하기에 이른다. 그런데 그 후가 문제였다. 지난 10여년간 음성적인 노조탄압을 해오던 사측이 현 정권이 들어서고 나서부터는 아예 노조를 인정하지 않기로 작정을 한 것이다. “정권 바뀐 거 몰라?” 노무 담당 이사가 한 첫마디였다고 한다. 기가 막히다.
“이럴 수가?” 왜 이 정권 들어서서는 가늘 게 싼 똥마냥, 병아리 눈물만큼 찔끔, 고양이 쥐 생각 하는 만큼 밖에 안주던 그 알량한 노동자들에 대한 배려마저 끊기고 있느냐 말이다. 그러니 온 나라 곳곳에서는 힘없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신음소리가 통곡을 이루고, 못살겠다는 원성이 들불처럼 번져나가는 것이 아니겠는가. 시끄러울 수밖에....., 기업가들이 이권 챙기기에만 좋게스리 돌아가는 이놈의 세상은 결코 정상이 아니까 말이다.
수만의 전국의 학습지 교사들은 억울하게 급료를 빼앗기고 잘못된 자동충당제로 해서 주머니를 털려 살림살이는 점점 얇아진다고 한다. 하지만 2009년도를 기준으로만 보더라도 학습지회사 회장들은 대한민국의 주식부호 대열의 윗자리에 앉아서 떵떵거리며 살고 있다.
자 보자! 수치가 증명해주고 있다. 사는 곳이 증명해주고 있다. 비상장사 기준으로 해서 대교 강영중 회장이 6위, 구몬 장평순 회장이 7위, 그의 부인인 김숙영이 79위, 웅징의 윤석금 회장이 26위, 재능 박성훈 회장이 48위요 동생 박지훈이 92위 등 모두 수천억원대의 주식자산을 보유하고 있다. 많이 벌어서 잘 먹고 잘 사는 거 누가 뭐라 하지 않는다. 다만 가까운 이웃도 배려할란지라 내 주머니를 배불려주는 학습지교사들의 정당한 몫은 빼앗지 말았으면 하는 것이다.
모 학습지 회사의 회장님은 3억 벤츠를 타고 60억 타워펠리스에 산다는데 뭐 어떤가. 잘 벌어 잘 먹고 사는 거 그거 좋은 일이다. 다만 부자 회장님들이 기회만 있으면 교사들의 수수료율을 인하조정 하는 것도 모자라서 갖가지 이유로 착취구조를 만드는 것이 문제다.
‘휴회홀딩’이라 해서 그만 둔 회원을 처리하지 못하게 하고, 학습지교사들의 가족이나 친지 의 이름으로 ‘가짜회원 만들기’를 조장하고 또 ‘자동충당제’라 해서 회비를 내지 않는 회원들의 것까지 교사의 급여에서 차감해가는 일이며, 아이들에게 나가는 선물도 교사가 개인 돈으로 사서 줘야한다. 이 모든 총체적인 부당행위에 대한 정당한 항의조차 새 정부가 들어서자 할 수 없는 구조로 바뀐 것이다. 재능교육측에서는 때는 이때다. 얼씨구나 좋다하고 단체협약을 파기하는 사태로 나아간 것이다.
(재능 오수영 사무국장이 1인 시위도중 잠시 방문한 학습지 교사와 같이 있다)
학습지 교사들은 어찌해야 할까? 이들이 요구하는 것은 거창한 것이 아니다. 일방적으로 파기한 노조의 단체협약권을 인정하고 부정업무를(휴회홀딩, 가라입회)를 없애달라는 것이다. ‘근로기준법’이나 ‘남녀고용평등법’등의 법조항은 그림의 떡이다. 학습지선생님의 90%이상이 여성이고 그 중 절대다수가 가임기 여성이며 육아휴직이 필요한 아이들을 가지고 있는 실정이다. 몇 푼 벌기 위해서 육아도 내 팽개친 채 밤늦도록 아이들을 가르치러 다니는데 정작 “내 새끼들은 숙제는 했는지? 밥은 제대로 먹었는지도 모르고.....”라는 넋두리 속에서 일하는 여성이다. 여성노동자라면 당연히 보장받아야할 모든 권리를 누리지 않아도 좋으니 자신들이 벌어들인 돈에서만이라도 정당한 급료를 받고 싶은 것이다.
지난 10여년간 물가상승률은 13.9%이고, 학습지 인상률은 40%나 된다. 회비 인상률만큼은 아니더라도 물가인상률만큼이라도 학습지선생님들의 급여는 올랐을까? 아니다. 임금인상은 고사하고 최초수수료 삭감, 완전성과급제 강화 등으로 수수료제도는 갈수록 나빠지고 회비대납, 자동충당제도 등으로 주머니를 털려 살림살이는 오히려 나빠져만 간 이 불평등을 시정해달라는 것이다.
여기서 ‘부자회장님’ 대 ‘가난한 선생님’이라는 말이 나온다. 4대보험도 적용받지 못하고 퇴직금? 상여금 한 푼도 못 받으면서 일하는 학습지선생님들에게 제대로 된 월급을 주지는 못할망정 회비입금분에 대해서만큼은 무조건 보장이 되어야 하는데 현실은 그렇지 않다. 회비대납과 자동충당이라는 날강도행위로 인해 그렇지 못하다는 얘기다.
일한 대가는 고사하고 회원이 내지 못한 회비까지 교사의 월급에서 자동으로 갈취해 가는 회사가 정상일까? 이를 묵인해주는 나라가 정상적인 나라일까? ‘벼룩의 간을 내 먹는다’는 말이 이 경우에 딱 맞는 말일 것이다. 자신들의 배를 불려주는 직원들에 대한 처우가 이러니 학습지 교사들의 안착률은 6~7개월 정도요. 실력있는 배테랑교사들의 누적률은 점점 줄어들고 있는 실정이다.
사정이 이러니, 반 이상이 1년 미만의 교사들로 이루어져 있는 학습지회사의 조직은 실력을 담보하고 있는 교육기관이라고 할 수 없다. 전국의 13만 학습지 선생님들이여
젊은 여성들이여 이 사회를 돌아보라.
성난 얼굴로 돌아보라! 당신들의 귀한 권리를 당신들은 반드시 쟁취해야 한다.
쟁취해서 일한 만큼 대접받고 일한 만큼 주머니도 채우시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