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➄ 남원 보절하우스미술제 총평과 이후의 전망

-김해곤 예술총감독에게 들어보는 미술제 전후 이야기


 

사용자 삽입 이미지

 

회화는 오랜 세월 동안 제1 예술로 자리매김해 오고 있는 예술 장르다. 여러 세기에 걸쳐 생산돼 왔고 그 중 시대를 뛰어넘는 걸작들은 인류의 역사와 함께 수많은 영감과 감동을 안겨왔다. 인류는 그림 또는 예술작품들을 수용하며 대리만족을 해왔고 때로는 신앙과 철학적 사고를 고양시키는 매개체로 기능해 왔다. 나아가 어떤 작품들은 이념과 사상을 전파시키는 도구로 사용됐는가 하면 거대한 담론 형성에도 기여해 왔다. 예컨대 세기를 초월하여 문화적 비전을 제시하기까지 한 작품들은 정말 많았다고 할 수 있다.

16세기 초로 가본다. 가톨릭 교황 율리우스 2세의 명을 받아 제작된 시스티나 성당의 천정화를 보자. 미켈란젤로가 그린 천정화 ‘천지창조’는 하느님이 세상을 창조했다는 기독교 교리의 첫 페이지를 보여줌으로써 나이, 세대, 귀천을 막론하고 창조주 하느님의 위대함을 마주하게 한다. 이를 인문학적인 관점에서 보면 미켈란젤로는 천정에 그려진 340여개의 인물상 중 <아담의 탄생>에서 인간인 아담을 신의 크기와 동일하게 그려놓아 신(神) 중심 사고에서 인간중심의 사고로 옮겨간 르네상스의 특징을 보여준다.

미켈란젤로의 <피에타 상>은 아들 예수의 주검을 무릎위에 앉히고 비통해 하는 성모 마리아의 모습을 통하여 ‘사랑’이라는 기독교 교리를 인류 보편적인 모성으로 치환하여 보여준 걸작이다. 이는 섣부른 지식으로 계량할 수 없는 예술의 위대한 가치를 일깨워주는 하나의 바로미터가 된다.

또 레오나르도 다빈치는 ‘모나리자’를 통하여 여인의 미소를 매력적이고도 신비하게 표현하면서 르네상스 회화기준을 새롭게 정립하기에 이른다. 그는 윤곽선을 강조하여 배경과 물체를 분리했던 이전 화가들과는 달리 경계선을 흐릿하게 표현하는 스푸마토 기법을 사용하여 안개 속에 있는 듯한 효과를 주고 있으며 눈앞의 형상을 3차원적으로 제시한다. 기존의 ​원근감과 명암대조법 또는 피라미드형 구조로 일관하던 도식적인 기법을 무너뜨리고 정확한 해부학적 인체묘사 방식으로 르네상스 이전의 그림들에 비해서 기법에 있어서도 혁신적인 면모를 드러내고 있다.

이밖에도 프랑스의 ‘스페인침공’을 주제로 한 프란시스 고야의 ‘1808년 5월 3일의 학살’은 프랑스 측의 스페인 시민의 무차별 학살을 고발하고 있다. 이어 1830년 7월 28 파리에서 일어난 3일간의 시민혁명을 작품화한 당시 32세인 들라크루아의 ‘자유의 여신’은 자유에 대한 민중의 염원을 선도하는 장면을 잘 보여주고 있다. 피카소의 게르니카도 유명하다. 게르니카는 스페인 내전 때 독일군에게 폭격 당한 게르니카 지역의 참상을 고발한 작품이다.

이처럼 위대한 작품들은 때마다 고유의 무게감과 감동을 안겨주면서 민중의 각성을 견인해왔다. 하여 회화를 비롯한 수많은 미술 작품을 통해 발휘되는 시대정신과 비전은 섣불리 예단할 수 없는 가치로 기능(機能)한다. 장르, 기법, 소재의 다양성 등에서 차이는 있지만, 예술로 통칭되는 넓은 의미의 미술은 남원의 보절아트페어에서도 유용하다 하겠다. 이에 ‘초.중.고생들의 2024년도 그림공모를 비롯하여 앞에서 미처 질문을 다하지 못한 점들에 대해서 김해곤 감독을 통해서 이어가 본다.

 

-2024년도 초.중.고 생 그림공모는 어떤 식으로 진행되나?

“지난해(제2회 그림.글 공모전)는 전라북도를 대상으로 공모를 시작하였는데, 올해는 전국으로 확산해 공모를 할 계획이다. 전국단위의 공모가 이루어진다면 장관상도 바라볼 수 있을 것 같고, 장르와 형식은 기존의 종이, 화선지, 천 등 평면 방식으로 이루어진 작품과 컴퓨터를 활용한 그림도 병행해서 공모할 계획이다. 현대는 폭넓은 IT시대다. 한국은 자랑스럽게도 IT 강국이다. 선배 화가들은 그들이 어떤 도구 어떤 매개체를 활용하여 작품을 생산하든 불필요한 제약을 둬선 안 된다는 생각이다.”

 

-응모작 중 선정된 작품이 받는 특혜는?

“심사를 거쳐 수상작으로 선정되면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보절아트페스타 행사의 일환인 특별전에 초대받아 전시 될 거다. 가능하다면 홈페이지, 유튜브, 인스타그램 등에 온라인 전시판도 만들어볼 계획이다. 또 1회 2회 때 판매된 학생들의 그림도 있었는데, 3회 때는 조금 더 적극적인 홍보를 통해 동기부여를 확실하게 해볼 계획이다.”

 

-출품료 없이 응모작품을 받고 있다. 이에 따르는 고충도 있을 것 같다.

“아니라고는 말 못하겠다. 우리 미술제엔 출품료가 없다. 입상작들은 전시를 위한 액자와 상장 제작, 작품 포장 및 운송까지 무상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꽤 많은 비용이 소요되고 있지만 올해도 그렇게 할 계획이다. 아동 청소년들의 응모작을 소중하게 취급하는 것이야말로 우리가 할 일이고 그들의 발걸음에 힘이 될 것이라 믿는다.” 또한 “기업들의 상품 협찬과 지원 역시 참가 학생들에게 큰 격려와 동기부여가 될 것이다.”

 

-농촌작품의 특성을 말씀하셨는데 농촌작품의 기준과 특성은 무엇인가?

“현대미술의 장르는 매우 다양하다. 경계 없고, 복합적이고 격식파괴, 이런 특징이 있다. 이런 기조 안에서 우리만의 정체성이나 차별성을 갖는다는 것은 중요한 요소가 된다. 미술제를 위해서도 우리 모두를 위해서도 간과하지 말아야 할 점이다. 이를 기획자의 안목이라 해두자. 우리 보절아트페스타의 특성이라 하자. 농촌만의 분명한 특이점이 아직은 뚜렷하게 형성되어 있진 않지만 가능한 한 그런 작품을 선보이고 싶은 꿈마저 버릴 순 없다. 자연과 생명, 기후변화와 환경, 보절의 논과 밭, 빈 집과 빈 점포, 농민들의 삶과 토속적인 이야기 등, 지역정서를 잘 담아서 표현한다면 독창적인 미술제가 되리라고 기대한다. 도시에서 볼 수 없는 미술작품, 타 미술관에서 만날 수 없는 주제와 소재 등을 피아가 잘 풀어내는 의욕이 팔팔하게 번득였으면 한다.”

 

-감독님이 말씀하시는 농촌작품과 구독자들이 바라보는 농촌작품에 대한 접점은 무엇인지 궁금하다.

“한강에서 볼 수 있는 작품과 시골의 논과 밭, 비닐하우스 속에서 바라보는 작품이 같을 거라고 믿는 것은 안이한 생각이다. 이는 기획자나 작가들 양쪽 다 생각을 많이 하지 않았다는 증거이기도 하니까. 그래서 구독자나 관람객들은 보절이기에 가능한 그림이 특정될 때 공감도가 상승할 것이다. 예술의 가장 큰 가치는 생명력이고 감동이라 할 수 있는데 감동은 마음의 움직임이고 영감은 창의.창조의 가장 강력한 동기다. 우리 미술제가 감동과 영감을 낚을 수 있는 기회의 장이 됐으면 한다. 실력 있는 작가들이 모이는 아트페어라면 봄날의 아지랑이처럼 그런 기운이 따뜻하게 흘러야 한다고 믿는다.”

 

-아트페어 활성화를 위한 방안도 중요할 것 같다. 궁극적인 목표나 지향점은?

“첫째는 궁색하지 않게, 풍성하게 작품을 많이 보여주고 싶다. 둘째는 관객들이 미술작품을 이해하도록 돕는, 안내 작업이 중요하다고 본다. 다음으로는 되도록 작품 구매자가 쇄도하는 아트페어가 되길 지향한다. 솔직히 말해서 보절은 아트페어를 치루기에 아직은 시기상조일수도 있다. 그러나 남원에 가면 ‘보절아트페어라는 미술시장이 열리고 프로의식이 강한 사람들이 많고 작품이 풍성해서 좋다.’는 입소문 가득한 미술제를 목표로 가고 있다.”

김 감독은 이어 중저가 작품들과 관객들이 선호하는 그림들을 전시하면서 사회적 붐을 일으켜보고 싶고, 차츰 미술시장이 형성되도록 만들어보고 싶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더해서 내방객들이 저마다 지역농산물에 곁들여 그림까지 한 가득 담아가는 진풍경을 만들어볼 예정이라고 한다.

 

-갑진년 새해다. 현 상황에서 보절미술제는 감독님에게 어떤 의미가 있는가?

“보절아트페스타는 전북 남원시 보절면이라는 작은 농촌의 이야기가 아니다. 소멸되어가는 한국의 농촌의 현실을 어떻게 재창조해 살릴 것인가에 대한 실험적 장소이자 대표적인 농촌예술제라고 인식해줬으면 좋겠다.”

 

-최종적으로 어떻게 자리 매김 됐으면 하는가?

“정치적 논리와 지역이나 내 고장 발전만이 최선이라는 소아적인 셈법을 떠나 농촌의 현실을 직시하길 바란다. 제 개인적으로는 보절아트페스타가 농촌재생으로 성공하는 첫 단초가 되도록 영혼과 정신, 노력과 지혜를 주저 없이 갈아 넣을 예정이다. 보절미술제 혹은 보절아트페아라 부르는 이들 프로젝트를 기필코 성공시키고 싶다.”

 

글쓴이/박정례 선임기자.르포작가.칼럼니스트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2024/02/12 16:11 2024/02/12 16:11
트랙백 주소 : https://blog.jinbo.net/8434pjr/trackback/614
◀ PREV 1 ... 2 3 4 5 6 7 8 9 10 ... 579 NEXT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