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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0년 오늘(9.28) 이집트 대통령 나세르 영면

 1970년 9월 28일 이집트 대통령 가말 나세르가 심장마비로 사망했다.


나세르는 아랍 민족주의의 상징적 인물이다. 사담 후세인 조차 제2의 나세르를 꿈꿨었고 리비아의 최고지도자 카다피의 벤치마킹 대상 또한 나세르이다. 뿐만 아니라 제3세계 국가들에 영향을 매우 크게 끼친바 심지어 박정희 조차도 나세르의 영향을 받았다고 전해진다.

나세르는 이집트 사관학교 출신의 장교로서 48년 1차 중동전쟁 이후 국내변혁의 필요성을 의식하여 비밀조직 자유장교단을 결성하여 중심 역할을 맡았다. 52년 7월 자유장교단은 마침내 민족주의적 쿠테타를 일으켰다.


이 쿠테타로 인해 이집트의 친영, 친미, 반민중적 무하마드 알리 왕조(마지막 왕은 파루크)는 종지부를 찍었다.  또한 이 쿠테타로 인해 2,300년만에 이집트 인에 의한(물론 이집트 인의 실체가 머냐고 물으신다면 할말은 없다--;;) 통합적 민족국가가 탄생하게 되었다. 그러나 나세르의 쿠테타는 편협한 민족주의를 뛰어넘는 ‘아랍’ 이라는 코드의 제기였다. 이는 제국주의자들하고 짝짜꿍이 맞는 사우디 왕조의 그것과는 질적으로 다른 것이었다.

나세르는 영국, 프랑스 이후 미국이라는 제국주의 국가들에 의해 복잡하게 얽힌기도 하고 마음대로 국경선이 그어져버린 아랍을 하나로 묶으려는 시도를 했던 것이다.(물론 이것이 성공했다면 역시 제국주의적 성격을 띄게 되었을런지도 모르지만)


나세르는 시리아와 예멘과 함께 아랍연합을 만들기도 했다. 1956년 수에즈 운하에 대한 국유화를 전격적으로 선언했을 때만 해도 나세르는 전 아랍의 영웅이었다. 영국, 프랑스에 의해 한세기 동안 지배당한 수에즈 운하(이 가치를 설명할 필요는 없겠지)와 아랍의 진정한 독립 선언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물론 이집트가 다른 국가들 위에 군림하려는 모습을 보이자 시리아가 61년 탈퇴하고 즉각 아랍연합은 붕괴하고 말았다.


나세르는 50년대 말부터 계획경제를 실시하고 이집트는 사회주의적 색채를 띄기 시작했다. 61년에는 사회주의 선언을 하고 사기업을 국유화하기 까지 했다. 당연한 결과로 미국-이스라엘이라는 축과 대립각을 격하게 세우기 시작했고 수차례의 중동전쟁에서 연전연패ㅠㅠ 했으나 아이러니컬하게도 패배가 연속될수록 아랍권에서 나세르의 인기는 높아가기만 했다.

  

그러나 연속된 패전은 역시 경제적, 정치적 부담을 낳는 법. 67년의 3차 중동전쟁에서 이스라엘에게 불과 6일(!)만에 패전하고 당시 이집트 영토였던 시나이 반도가 이스라엘에게 점령되기도 했다. 결국 군사적 해결로 돌파구를 찾지 못한 나세르는 정치적, 외교적 해결방안을 찾기 시작했고 70년 6월에는 미국의 중동평화안을 수락했다. 


이 와중에 요르단에서 일어난 요르단 정규군과 PLO게릴라 간의 충돌사건을 수습하려다가 과로로 죽고 말았다. 일설에 따르면 요르단 국왕을 독살하고자 홍차에 독을 탔는데 실수로 자신이 그 홍차를 마셔서 사망했다고도 한다.(근데 난 이건 못믿겠다. 무슨 삼국지 연의도 아니고 말야..)


나세르의 후계자는 혁명동지이자 부통령이었던 안와르 사다트 이다. 사다트는 나세르의 노선을 계승할 것을 대내외에 천명하면서 냉전구도에서 미국의 편에 섰다. 78년에는 캠프 데이비드에서 미국 대통령 카터와 회담을 하기도 하고 81년에는 이스라엘을 방문하기도 했다. 점입가경으로 이집트는 아랍동맹에서 제명까지 당했다. 아랍권내에서 이집트의 지도적 위치는 상실 당했고 이는 지금도 마찬가지다.


이런 걸 만회하기 위해 사다트는 더 강한 친미적 경제, 외교 정책을 펼쳤고 외자도입과 투자 증대정책을 펼쳤으나 이집트는 인플레이션, 주거, 교통, 실업 문제에 점점 더 시달리게 됐다. 결국 사다트는 82년 암살당하고 말았다. 사다트와 나세르에 얽힌 재밌는 일화가 있다. 대통령 전용차를 타고 카이로 시내를 달리고 있던 사다트가 교차로를 만났다고 한다. 운전사가 ‘각하 어디로 갈까요’ 라고 물으니 사다트는 ‘전임 나세르 대통령은 어떻게 했나’ 고 되물었단다. 운전사는 ‘나세르 대통령께선 좌회전 하셨습니다’라고 대답하니 사다트 왈 ‘그러면 좌측 깜빡이를 켜고 우회전 하게나’ 라고 했다는데 믿거나 말거나...(소싯적에 아버지가 사온 사다트 자서전-중앙일보사 간-을 읽었는데 그 땐 사다트가 정말 훌륭한 사람이고 나세르는 이상한 독재자 인줄 알았었다. 돌이켜 보니 참 열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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