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드바 영역으로 건너뛰기

페트라스, 장만옥. 특히 장만옥

헤헤...내일 정말 오랜간만에 일정 없이 쉰다고 생각하니까 흥분이 돼서 잠이 안온다^^ 오늘 전범민중재판 공판 다녀와서 사무실에서 기사를 정리하는데 사무실 홍씨가 책을 읽고 있더라. 룰라에 대한 페트라스의 싸늘한 평가에 대해 이야기를 해주는데 우왕 나도 책 읽고 싶어--;;

 

예전엔 시간이 없어서 짬이 안나서 책 못 읽는 다는 사람들을 정말 이해 못했다.  짬나서 책 읽는 거람? 책 읽는 거야 생활이지..하면서 말야. 근데 내가 요즘 딱 그 짝이다.

 

마르케스, 갈리아노, 페트라스 등등이 함께 쓴 '게릴라의 전설을 넘어'는 번역자도 신뢰가 가고 (박정훈 이다. 이성형 만큼이나 신뢰가 가는 남미 전문가다. 멕시코에 현재 살고 있는 박정훈이 이성형보다 더 나을지도 모른다) 좌파 노미노 현상이 일어나고 있는 남미에 대한 냉정한 분석이라는 소문이 있길래 지난 10월 출간 당시 부터 꼭 읽어야지 하고 있었는데...아예 까먹고 있었다. 물론 까먹고 있는 것이 이것 뿐이랴 만은--;;

 

사무실 홍씨가 다 읽고 나면 꼭 빌려서 읽어야 겠다. 읽고 나면 서평기사라도 한 번 써볼까? 사무실 홍씨한테 서평 기고하라 그랬더니 "싫어"라고 짧게 답했다ㅠㅠ

 

아웅 내일은 뭐할까? 일단 오전 늦게 까지 잔 다음에 교회 갔다와서 뭔가를 해야겠다. 만일 하루 종일 잔다면 정말 허탈할 것이야...실의에 빠져 있을 모 누나한테 전화해서 맛난 것이라도 만들어 줄까? 영화를 볼까? 앗..오전에 써야 할 기사가 하나 있긴 하다. 별로 좋은 내용도 아니라는게 더 맘에 걸린다. 이수일 지도부의 전교조 장악 . 그냥 단신으로 전하기 보다 우려를 전하고 싶은데..그건 내주에 좀 정리해서 기사로 만들어 볼란다.

 

밤이 깊어지니  장만옥이 보고 싶다. 일전에 사무실에서 일하다가 옆에서 모기자(그렇다고 모씨라는 말은 아니다)가 스피어스 너무 이쁘다고 하길래 나는 브리트니 보다 비욘세가 더 이쁘다고 말했더니 묘한 웃음을 지으며 "어허 취향이 그렇단 말야"라고 말했는데 우이씨 비욘세 좋아하는게 잘못인감. 문근영 좋다고 그랬으면 날 더 이상하게 생각했을라나? 취향에서 정치적 올바름을 표현하기란 힘들고도 힘들다.

 

하튼 장만옥 누나 이야기 할려니 신난다. 미스 홍콩 출신의 이 언니가 스타덤에 오르고 한국 관객들에게 회자되기 시작한 것은 아마 성룡의 폴리스 스토리를 통해서 일거다. 몽콕하문으로 아우라를 표하기 훨씬 전이지. 폴리스 스토리 시리즈에서 왈가닥 스러운 건강미를 뽐내기만 했던 이 언니한테 내가 뻑 간 것은 '신용문객잔'을 통해서다.

 

 

이 영화는 12년 전 내가 입시생일 때 극장에서 봤다. 그 이후로 비디오로 본게 한 십여번 될 테고 가끔 티비에서도 봤다. 볼 때 마다 난 브라운관으로 막 기어들어가려 한다.

 

한때 홍콩영화 팬이 아닌 사람이 어디있겠냐만 나도 홍콩영화 무던히도 좋아했더랬다. 지금은 뭐하고 사는지 모를 이자웅과 왕조현의 에스케이프걸을 시발로 이수현, 적룡, 주윤발, 임청하, 원결형, 장만옥...동방불패2를 기점으로 황당액션(장풍으로 큰 배를 침몰시킨다던가, 성을 무너뜨리는둥)이 판을 치면서는 뜸해졌지만 일전에 무간도를 보며 또 그 비장함에 푹 빠졌었다.

여튼  '신용문객잔'은 '신'이란 접두사가 말해주듯 호금전의 용문객잔(용문의 결투)를 리메이크한 영화래더라. 주로 무술감독을 많이 하던 이혜민이 연출을 맡았고 정소동하고 서극이 같이 제작을 했는데 정말 재밌는 영화다. 몇 년전 부천영화제에서 호금전 감독 회고전이 있었는데 거기서 용문객잔을 상영했다는데 그 때 너무 보러가고 싶었었다. 왜 못갔는진 기억도 안나--;;(소설의 김용, 영화의 호금전이라는 말이 있을정도로 호금전은 홍콩무협영화의 태두로 불린단다) 양가휘, 임청하, 장만옥, 견자단, 서금강등의 호화캐스팅이구. 견자단은 액션은 이연걸보다 낫다고 불리는 사람이고 서금강은 옥보단의 느끼한 아자씨..홍콩의 이대근 정도?

 

고비사막의 황량한 황토빛이 끝도 없이 펼쳐지는 가운데 덩그라니 서있는 객잔(주점겸 여관, 서부영화식으로 따지면 이층에 방이 있는 바. 이 영화의 영문 제목이 DRAGON INN이니까) 하며 이 영화의 비쥬얼은 끝내준다(최소한 나한테는) 나름대로 영화를 나도 많이 봤지만 이 영화처럼 관능미를 잘 표현한 영화도 드물더라. 겨우 어깨, 목선정도까지 노출을 하는데도 불구하고....

긴머리를 틀어올린데다가 살쩍 몇가닥이 흘러내린 장만옥의 뒷목덜미로 또르르르 굴러내리는 땀방울, 대의를 위해 사랑하는 남자를 다른 여자와의 신방에 밀어넣고는 항아리채 술을 벌컥벌컥 마시는 임청하,,,그 볼로 흘러내리는 두줄기 눈물..캬....

그야말로 마카오 미남 처럼 느끼하게 생긴 양가휘지만 멋있었다. 줄거리야 뭐 모함으로 죽은 충신과 그 어린 자식들, 영웅과 간신배, 미녀가 펼치는 전형적인 무협영화식인데..아 참 여기서 악당은 동창의 책임자다. 동창이란 명나라의 정보기관이었는데 지금으로 따지면 국정원 정도 될라나? 예나 지금이나 정보기관이 문제라니까...

 

 마지막 부분에서 사랑하는 남자를 살리고 자신은 흐르는 모래속에 묻혀가는 임청하의 가녀린 손, 동창의 우두머리 환관(견자단)을 죽이곤 자신을 붙잡는 장만옥을 뿌리치고 지평선 너머로 사라지는 양가휘는 거의 셰인의 아란랏드에 비견할 만 함.(물론 아주 남성적 판타지다--;;)

무엇보다 객잔이라는 한 공간에 내러티브가 압축되고,그 속에서 인물들간의 얽히고 설킨 관계를 풀어가는 플롯의 절묘함이 고전연극을 방불케 한다는 장점이 있는 영화다. 개인적으로 정소동이 감독하고 허관걸, 장민, 장학우, 엽동, 원결형등이 나오는 소오강호(동방불패의 전편격, 임청하가 확 떠버린 동방불패보다 훨 나음) 와 더불어 가장 좋아하는 홍콩 무협 영화로 꼽고 있음.

프랑스 감독이랑 결혼했던 장만옥 누나는 지금도 너무 멋있다. 글고 홍콩과 극동을 너머 세계적 배우로 커버렸다. 물론 그 성장의 이면에는 유럽 관객들의 후까시와 오리엔탈리즘이 크게 자리잡고 있다고 난 의심하고 있다. 다음은 신용문객잔의 포스터인데 화질이 넘 후지다. 그래도 임청하, 장만옥은 너무 멋져^^ 푸른 안개, 아름다운 옥 . 내가 알기로 이 두 배우의 이름은 예명도 아닌데 어쩜 그렇게 명실이 상부하게 지었을까? 큰 땅이란 약간은 과대 망상적인 내 이름의 의미가 갑자기 생각난다.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간략한 3주 평가와 비정규 법안에 대한 전망

지난 20여일간 그러니까 노대회, 민중대회등이 있었던 11월 중순 이후(이 때 나는 '거리의 주말'이라 명명했었다) 여전히 정신 없이 지냈다. 굳이 따지자면 파업 마무리, 정기 국회 폐회, 비정규 법안 법안소위 회부 등으로 마무리 지어지면서 약간 편해졌다.(정말?)

 

그 3주 동안 파업 선언과 파업(6시간 짜리 짜웅하는 파업)이 있었고 국회가 열렸고 철도는 파업을 쎄웠다가 접었고 왕따와 탄압, 지도부의 뻘짓이라는 내우외환에 시달리던 민주노동당은 그나마 권영길 의원의 단식으로 돌파구(?)를 열었고  과거 주사파들의 행적을 가지고 한나라-열우는 개싸움 중이며 노무현은 부시 흉내내며 이라크 다녀왔고 파업보다 어쩌면 노동계의 관심이 더 클지도 모르는 각급 조직들의 선거는 속속 결판이 나고 있다.

 

정부의 비정규 개악안이 실체를 드러낸 이후 기사에서 비정규개악안이라는 단어를 도대체 몇 번을 썼는지 모르겠다. 이젠 솔직히 덤덤해져버렸다. 이수호, 단병호 이런 사람들은 일주일에 두 세번은 꼭꼭 얼굴 보고 짧게 나마 이야기를 나눠 이젠 낯이 익고 반갑기 까지 하다--;;

 

파업의 수순 국회의 수순이 이런식(결판이 나온 식)으로 풀리리라는 것을 짐작은 했었지만 막상 정말 뻔하게 그렇게 되려니 하고 생각했던 식으로 진행되니 허탈하다. 비정규연대회의의 열우당 전거 선도투 이후 비정규 문제는 노동계 뿐 아니라 사회적 아젠다로 떠올랐고 양대노총은 말대포를 펑펑 쏘기 시작했다. (물론 갸들은 원래 나쁜 놈 입만 살았지 이런식으로 말하고 싶진 않다)

 

총연맹 이수호 위원장은 정말 '열심히' 현장을 돌았고 한국노총 이용득 위원장도 우리가 빡세게 안나가면 총연맹에 밀린다면서--;; 늙다리 한노총 연맹 위원장들이나 대형노조 위원장들을 독려했었다. 근데 뭐 그까지지...열우당에서 법안을 수정하겠다, 연내 처리할 필요없다는 발언들이 슬슬 나오면서 부터 양노총 위원장들은 아주 신이 났다.

 

먼저 이부영의 발언으로 법안의 정기국회내 처리 움직임이 희박해지자 말자 한국노총 이용득 위원장은 선수를 쳤다 "법안을 국회에거 강행처리하면 한국노총도 총파업이다!" 야..정말 이런 순발력은 우리 모두 배워야 할 덕목이라는 생각이 든다. 민주노총도 질세라~11.26 6시간 면피 파업을 하면서 "법안 강행 조짐이 보일시 무기한 총파업 돌입"이라는 말대포를 쏘았고..

 

지난달 29일 환노위는 정말 눈뜨고 못볼 드라마 였다. 관련 기사..'길고 길었던 29일 환노위 그 안과 밖'  http://media.jinbo.net/news/view.php?board=news&id=31492 뭐 거의 울려고 하던 어떤 부위원장의 얼굴이 아직도 생생하다(법안 올라가면 우리 정말 파업해야 한다니까요..한번만 봐주세요. 수준이었지) 이 날 한나라당 배일도 의원은 유유자적한 표정으로 정말 중요한 지적을 했다. "이 양반들은 유보라는 단어 자체가 중요하다니까요"  이 기사는 배일도 의원 홈페이지에 올라가 있다. 자기 발언 부분에는 색깔이 칠해진 체로^^

 

그래서 얻어낸게 달랑 공청회 하나인데..그 공청회 또한 코미디에 다름이 아니었다. 관련기사 '비정규법안 공청회 거쳐 법안소위 회부' http://media.jinbo.net/news/view.php?board=news&id=31545

 

사실 이 공청회를 통해 총연맹은 스스로 내건 족쇄에 걸려버렸다. 법안소위 회부를 강행으로 보겠다던 자신들의 발언에 걸려 버린 셈이다. 그런데 법안소위 회부는 막고 안막고 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상임위로 올라간 법안들은 모두 법안소위를 거칠 수 밖에 없다. 짤리더라도 거기서 짤리는 거란 말이다.

 

그런데 어리버리한 전술을 내놓은 총연맹은 비정규개악안이 법안소위에 올라갔는데 쌩까고 있다. 공청회 날 이 문제에 대해 물어보자 이석행 총연맹 사무총장의 얼굴빛은 정말 볼만 했다. 내가 미안할 정도로...오히려 국보법 정국이 반가울지도 모른다. 이철우가 제 한 몸 희생해서 총연맹 살리고 있는거다. 근데 열우당 이철우는 이른바 '안개모' 소속이다. 입당식을 했건 말건 간에 하여튼 수령님--;; 초상화 앞에서 민애전 가입하기 까지 한 작자가 자기 일 터지기 전까지는 국보 폐지에 반대했었다는 거다. 여기에서 열우당의 사이비성을 여실히 엿볼 수 있다. (물론 너도 알고 나도 아는 문제지만)

 

그런데 문제는 이것으로 시마이가 아니다. 나야 뭐 매체 기자니까 이렇게 욕이나 하고 앉았을 수 있지만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있는 현장이 아무 곳도 없다는게 문제다. 자기 현장은 정말 잘 돌아가고 있고 파업 준비 철저한데 총연맹이, 위원장이 하지 마라 그래서 못했다고 말 할 수 있는 현장이 한 군데라도 있을까? 이건 내가 알기론 비정규 현장들도 마찬가지다.

 

현자? 민투위 할 때야 그나마 운신의 폭이라도 넓었지..6시간 파업 달랑 해놓고 그 담날 특근 잡는 꼴이라니.쳇.

 

이런 식이면 정말 암흑기로 돌아갈 수 밖에 없다. 대안이 안 보이면 소규모 선도투들만 간헐적으로 나올 수 밖에 없고 외려 극심한 좌편향에 빠질 수 밖에 없을 수도 있다. 

 

하여튼 이 기간에 환노위 위원장인 한나라 이경재 의원에 대해 탄복했다 .삐삐 밴드 이윤정의 아부지 여성의원에 대한 "주물러 줘" 발언등으로 아는 사람한테는 유명한 이 양반은 29일 환노위에서 언론계 경력, 정치판 짬밥이 무색할 만한 윈-윈의 결정을 내렸다.  눈가리고 아웅하기 공청회 결정이 바로 그것이다. 법안을 실질적으로 법안소위에 올리면서도 노동계에선 안 올렸다고 주장 할 수 있는 건덕지를 남겨준 그 결정. 제갈공명이 울고 갈 만한 결정이었다. 이 결정을 가지고 이수호 총연맹 위원장은 승리를 선언했고 노동부 측은 어차피 요식행위라는 걸 알고 문제제기를 하지 않았다.

 

17대 국회가 끝날라면 조선왕조 500년에 가까운 세월이 남았는데 주목해야 할 인물이란 생각이 든다. 그리고 단. 정말 불쌍하다. 다른 상임위에선 한나라-열우 전선에서 줄타기라도 가능한데 환노위에선 정말 1대 11의 싸움을 벌이고 있다. 아니지 이인제는 90퍼센트를 넘는 각종 회의 불참률을 기록하고 있고 가끔 단 편도 들어주니까 1대 10인가?

 

그래도 29일 이경재 위원장의 아무것도 아닌 공청회 실시 발언에 대해 애써 과도하게 의미 부여를 할라 그러고 공청회 끝난 담에는 법안소위 회부 아무것도 아니라고 강변하는 부분에 대해선 좀 실망 했다. "아자씨..그라지 마세요."

 

여튼 이제 비정규법안은 뭉개지고 있다. 뭐 파병연장안도 뭉개지고 있는걸 뭐. 내가 판단할 때 비정규 법안은 연내 처리 가능성은 희박하고 2월로 넘어갈 가능성이 강하다. 그런데 2월 되면 문제가 해결될까? 두가지 전망이 가능하다. 정권에서 노동판은 그냥 조져도 된다고 생각하면 밀어 붙이는거고 환노위내나 의회 전체의 한나라당이 반대할 공산은 극히 희박하다. 두번 째 가능성은 이용득 한국노총 위원장이 장담하고 있는대로 총연맹은 노사정 테이블로 다시 끌어들인다는 전제하에 약간 수정을 할 것이라는 것이지...지금 각급 선거에서 우파들이 득세하는 것을 보면 그 가능성도 작진 않다. 카드를 하나라도 줘야 끌어댕길께 아닌가? 내년 총연맹 대대회에 지금 집행부가 사회적 합의주의 로드맵을 내놓을 라면 정부의 카드 제시가 필수적이다.

 

후자의 경우라면 소위 개혁언론들도 가세해서 이데올로기 공세를 펼칠거다. 미뎌 참샹으로선 더 힘들어질 수도 있겠지...아 현장이, 싸움이 정국의 주요변수로 작용하지 못하고 장기판의 말 하나 정도 영향 밖에 못 주는 이 현실..정말 싫다 싫어.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젠장할

젠장 나도 피곤하고 힘들다...라고 말하고 싶은데 진짜 피곤하고 힘든지 아닌지 솔직히 잘 모르겠다.

어릴적에 엄마가 '공부 다 했냐' 고 물어보면 '공부가 끝이 어디 있나'고 말했는데 그게 습관이 됐는지

모르겠지만 내가 '최선'을 다하고 있냐는 질문에 대한 답변은 항상 부정이다.

 

이걸 기반으로 삼을 것인지 아닌지는 나한테 달린건가?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그레고리 펙 이란 배우

* 이 글은 NeoScrum님의 [가시리와 Harry Belafonte] 에 관련된 글입니다.

벨라폰테가 두 딸과 함께 그레고리 펙의 장례식에 참석한 사진이 있군요. 전 펙에 대해서 좀 써볼랍니다. 

 



하퍼 리의 유일무이한 출세작이자 장편소설인 '앵무새 죽이기'를 책으로 읽은 사람들 많을 겁니다. 사백몇십 페이지나 되는 두꺼운 소설이지만 책 앞 뚜껑을 열면 마지막 장을 넘길때까지 손에서 놓지 못하게 하는 책이죠. 박진감 넘치는 전개 외에도 주제의식, 남부 시골에 대한 흥미로운 묘사, 어린 소녀를 나래이터로 내세운 특이함 등의 뛰어난 장점들을 두루 갖추고 있습니다. 퓰리처 상도 받았을 겝니다. 재작년인가.. 출간 40년을 맞이해 미국전역에서 독서캠페인으로 앵무새 죽이기 다시 읽기 운동을 벌이더군요.

동명의 영화도 참 유명한데요. 영화는 글쎄요...지금의 시각으로 보면 박진감 넘치는 장면에 너무나 잘 맞아떨어지는 박진감 나는 음악^^이나 너무나 반듯한 모습들이 약간 눈에 거슬리기도 하지만 관객을 쥐었다 놓았다 하지요. 앨런J 파큘라가 제작했다지요. 이 영화를 테잎이나 디비디로 보긴 그리 쉽지 않은데 가끔 EBS에서 해줘요. 그리고 EBS영화의 장점 중 하나는 더빙 대신에 캡션을 보여준다는 점인데..그레고리 펙의 낮게 깔리는 목소리도 멋집니다.

 

아파르트헤이트와 별 다를바 없던 미국남부의 인종 차별문제를 정면으로 바라본 이 영화는 62년 작품입니다. 미시시피 버닝 같은 영화가 주제의식 면에서 더 뛰어날 순 있겠지만 제작년도를 감안해본다면 이 영화는 더 대단하죠. 남북전쟁과 노예해방의 상징이 엉클 톰스 캐빈 이었던 것 처럼 흑인민권운동과 반전으로 대표되는 미국의 '위대한'60년대를 시작한 소설/영화를 '앵무새 죽이기'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겁니다.

그레고리 펙..이 사람만큼 기품과 신사다움 이라는 두 단어가 어울리는 배우를 찾기 힘듭니다.(뭐 어차피 스크린에서 나타난 모습이긴 하지만요. 게다가 잘 나가던 미국의 잘나가던 배우라는 한계점도 있지만)
모비딕, 나바론의 요새, 케이프 피어(이 영화에서 로버트 미쳠과의 불꽃튀는 대결에 비하면 리메이크 작에서의 로버트 드 니로와 닉 놀테의 대결은 새발의 피에 불과합니다.) 그리고 로마의 휴일...아 또 오멘도 있군요. 연기변신이 너무 부족했던 건 아닌가 할 수도 있겠지만  이 배우의 흐트러진 모습을 영화 안에서든 밖에서든 찾기 힘들죠.

AFI는 '앵무새 죽이기'에서 그레고리 펙이 분한 '애티커스 핀치'를 미국 영화 백년 사상 최고의 영웅으로 선정했습니다. 펙에게 오스카를 안겨준 '애티커스 핀치'는 소설에서나 영화에서나 신사다움, 유머, 따뜻함, 자녀에 대한 사랑, 인종차별에 대한 분노, 정의감의 화신입니다. 너무 완벽해서 리얼리티가 떨어져 보인다는 것이 흠인데 펙의 아우라는 그 흠결을 메우고도 남음이 있지요....

 

독립기념일에 직접 전투기에 올라타고 외계인을 공격하는 대통령, 전용기를 납치한 테러리스트를 다 때려잡는 싸움 잘하는 대통령, 가족의 소중함을 설파하며 수백명을 파리 잡듯 잡아버리는 LAPD등등 요즘의 유치한 영웅들을 두고 가난한 시골 변호사를 최고의 영웅으로 선정한데서 그나마 헐리우드의 저력 혹은 무서움을 느낄 수 있더군요.

펙은 스크린 안에서 뿐 아니라 스크린 밖에서도 영웅(?)의 면모를 지켜나갔었습니다. 총기협회 회장으로 온갖 오버를 다 떠는 찰턴 헤스턴에 비교하면 그의 모습은 더 돋보이죠. 아마 미국 암협회 회장을 역임했던 것으로 기억이 나고 자신의 아들을 베트남 전에 참전시켰는데도 불구하고 자신은 반전시위에 앞장섰고 베트남전에 반대하는 영화를 제작하기도 했습니다..'국민의 도리는 다하지만 국가가 잘못한 일은 반드시 지적해야만 한다'고 이야기 하면서요.

 

이즈음에 민주당에서 펙을 캘리포니아 주지사로 밀어야 된다는 운동도 있었을 정도라고 하니...

80년대 레이건이 스타워즈 계획이다 뭐다 하는 진짜 영화 같은 군비 확충으로 구 소련을 압박하던 시절 70의 노구를 이끌고 고르비의 초청을 받아 소련을 방문해서 핵 없는 세상과 인류의 생존을 외치며 전략핵무기 감축에 관한 고르비의 의견에 힘을 실어주기도 햇습니다. 같은 영화배우 출신의 캘리포니안 레이건과는 참 다르죠. 게다가 레이건은 배우노동조합 위원장 출신이자나--;;

스크린 쿼터제에 관한 안팎의 갈굼이 거세어지고 전세계를 획일화 시키는 헐리우드의 해악을 입에 거품 물고 씹어대면서 헐리우드 배우를 보며 입을 헤벌리고 있는 이중적인 내 자신이 좀 우습기도 하고 펙의 모습은 정치적으로 올바른 백인 영웅에 대한 미국언론의 지나친 호들갑도 분명히 들어 있을거란 생각이 드네요. 그래도 이런 배우 참 괜찮잖아요.

'나를 박애주의자로 규정하는 것에 당황하지 않을 수 없다. 나는 단순히 내가 믿는 행위에 참여할 뿐이다.' - Gregory Peck (1916.4.5 ~ 2003.6.12)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나 자신에 대한 족쇄

나는 글 쓰는 것을 힘들어 하는 사람이 아니다, 혹은 아니다 라고 생각했었다. 근데 말이지...취재 뒷다마 디렉토리에 글을 못 쓰고 있는지 한 참 됐다. 이주가 넘어 삼주가 가까이 되네...

 

써야지 써야지 하는데 정리를 못하고 있다. 너무나 너무나 많은 일들이 있었기 때문에....내 컴퓨터^^도 인푸팅 되는 것들을 정리해서 아웃푸팅 못하고 있다. 제기랄 정리 못하고 넘어 가는 것은 그냥 묵혀져 버릴 것이라는걸 잘 아는데... 이런 것이 '그들' 이 역사를 정리해온 방식이었고 우리가 역사로 부터 소외 당해온 경과임에 다름 없다. 총파업 혹은 총파업 유보 기간 동안 얼마나 많은 것을 보고 들었던가? 사관(?)으로서라도 내겐 책임이 있다. 연합 기자보다도 더 많이 듣고 봤으니까...

 

미디어 종사자로서 느낌과 실천의 괴리... 내 자신이 그 작둣날을 밟고 있다. 힘들어도 꼭 정리하자. 스스로에 대해 족쇄를 채우고자 이 글을 쓴다. 빠른 시일 내에 정리하도록. 영향력 작은 매체의 기자는 이렇게 안팎으로 힘들고나.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노무현의 코스요리, 진보넷의 코스 요리

다음은 지난 1일 버킹엄 궁에서 노무현 대통령이 엘리자베스 여왕에게 얻어먹은 식사에 대한 기사의 일부분이다. 연합 발로 보내진 이 기사는 거의 모든 언론을 장식했다. 오X이 뉴스 같은 곳에서는 이런 환대가 우리 나라의 국제적 지위를 상징하는 감격적 사건 이라는 식의 쌍팔년도 스러운 노비어천가를 불러제꼈고..

"메뉴는 꿩 수프에 연어 요리를 곁들인 가자미 필레과 새우에 이어 이른바 `메인디시'(주요리)로 버섯을 곁들인 사슴고기로 짜여졌다.

그리고 감자와 강낭콩, 양배추 볶음, 오이와 허브 샐러드, 파인애플 아이스크림, 과일 디저트와 커피까지 모두 7개 코스로 이어졌다.

여왕이 1953년 즉위식때 사용한 고풍스런 유리잔 등이 놓인 테이블에는 식욕을돋우기 위한 반주로 쉐리(sherry)주와, 아이스크림과 곁들여 먹는 디저트로 포트(port) 와인이 준비됐으며 샤또 그뤼오 라로스 상 줄리앙 1985년산 적포도주와 백포도주도 놓여졌다.

그릇은 1770-89년 프랑스산인 투르네 서비스 스위트, 1876년 산인 빅토리아 &앨버트 디저트 서비스 등이 사용됐고 식사를 하는 동안 슈베르트의 `밀리터리' 행진곡과 백파이프 연주곡 등 모두 14곡이 연주돼 편안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

 

필레라..어류의 경우 척추뼈 제거하고 포를 떠서 가운데 골을 중심으로 두 쪽으로 나눈 것을 필레라 하는데 '연어요리를 곁들인 가자미 필레' 라 하니 먼 모양인지 잘 그림이 안그려진다. 꿩 수프 이후에 애피타이저(오르되브르)와 앙트레 와 메인 디쉬 사이의 생선요리로 가자미 필레가 나온 모양이다. 색깔을 내기 위해 연어를 곁들인 모양이고..

 

아마 윗 기사는 보도자료를 보고 썼거나 누구한테 물어봐서 쓴 모양인데 정확한 표현은 아니다. 쉐리주는 식욕을 돋구기 위한 술은 맞지만 반주라기 보다 아페리티프(식전주)라고 해야 정확한 표현이다. 샤또 그리외 라로스 상 줄리앙이 반주인게지. 붉은색 포도주는 메인디쉬(사슴고기)를 위한 것 이고  백포도주는 아마 가자미 필레를 위한 것이겠지?

 

그리고 '아이스크림과 곁들여 먹는 디저트로 포트 와인이 준비됐다'는 것도 좀 이상하다. 메인 디쉬 이후에 샐러드, 프로마주(치즈)에 이어 파이, 케잌, 아이스크림 등을 디저트로 먹고 커피와 코냑으로 마무리하는게 정식 코스에 가깝다. 따라서 위의 코스에 대압시켜 보자면 오이와 허브 샐러드에 이어 파인인애플 아이스크림과 과일이 서브 되고 곧 커피와 포트 와인이 마지막으로 서브 됐을게다. 포트와인은 일반 와인에 비해 단맛이 강한 와인이다.  아이스크림 직후에 포트 와인을 먹는것은 맞지만 이것을 곁들여 먹는 디저트로 말할 수 있을까? 논란의 여지가 크다.

 

그저께 벌어진  진보넷 6주년 행사장에서도 코스 요리를 진행할까 했었는데 여의치 못했던 것이 아쉽다. 만일 내가 코스 요리를 준비했다면 다음과 같은 기사가 나올 수 있겠지. 내년엔 꼭 이런 기사가 나올 수 있도록 하겠다.

 

"아페리티프로 선운산 복분자주가 나온 후 브로컬리 크림 스프에 이어 차가운 하몽(스페인식 돼지 뒷다리 햄)이 전채로 나오고 앙트레로 캐비어를 뿌린 시칠리아식 문어요리가 서브됐다. 버섯을 곁들인 볼로냐 물소치즈와 트뤼후로 향을 낸 송아지 립 스테이크가 메인디쉬로 매실주, 차가운 물로 희석한 안동소주와 함께 나왔다.  연두부 소스를 뿌린 배추속과 두부 가지 그라탕이 서브 요리로 나왔다. 두릅과 석이 버섯 샐러드에 이어 임실 치즈를 프로마주로 내놓았다. 후식으로는 색깔별로 오미자 화채, 식혜 셔벗, 수정과 셔벗이 나와  취향에 따라 선택 할 수 있게 했고 VSOP급 코냑으로 마무리 됐다. 식사 하는 동안 조국과 청춘의 "청년의 기상' "통일 선봉대 찬가" 노래공장의 '들불의 노래' 류금신의 "비정규직 철폐가"등이 연주돼 참석자들의 다양한 정치적 취향을 세심하게 신경쓰며 투쟁적 분위기를 연출했다.

 

하여튼 노무현은 저렇게 비싼 음식 먹으면 얌전히 있다 올 것이지 또 사고 쳤다. 기사참조-(http://media.jinbo.net/news/view.php?board=news&id=31521) 영국 다음에는 폴란드라는데 거기 가선 무슨 말 할지 궁금하다. 그냥 거기서 쭉 살았으면 좋겠다.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주7일 근무의 연속

아 또 난 거리의 주말이었다--;; 아니 오늘은 실내에서 인터뷰 했구나. 주7일 근무의 연속이다ㅠㅠ  피곤하기 짝이 없다. 정신적으로라기 보단 육체적으로...나름대로 에너제틱한 편이라고 자부했지만 힘들다. 그나마 정신적으로 힘들다던가 그러진 않아서 다행인데 몸의 에너지가 확 방전되버린 느낌이다.

 

내일도 아침 일찍 부터 일정 있는데 어쩌나.

 

그래도 참 웃긴 게 밖에 나가면 희한하게 또 몸과 머리가 움직여 진다는 것이다. 이건 사실 '불타는 신심' 보다는 승부욕이나 긴장감  혹은 자존심 따위의 개인적 특성에서 빚진 것이 많을 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어떤 연료가 더 좋은건지 모르겠지만 지금 연료 고를 때가 아니긴 하다. 

 

별 말 없이 그냥 같이 있어도 어색하지 않은 사람이랑 한 이박 삼일 어디론가 갔다 왔음 좋겠다. 그 어디론가 가서는 잠을 많이 자고 재밌는 소설, 영화(극장 가는건 귀찮으니 비디오로) 쌓아놓고 보고 맛있는 것 먹고 온천이라도 하고 그랬으면 좋겠다. 와 얼마나 좋을까...

 

영화는 본 아이덴티티와 본 슈프리머쉬를 연달아서 보고 에 또 봤으면 하고 생각했던 것이 킹 아더 하여튼 별 생각없이 볼 수 있는 영화들. 소설 또한 성석제 정도면 될 듯. 음식은 복국, 너무 달지 않은 불고기, 과일 많이, 흑맥주 약간, 삼계탕, 추어탕 같은 보양식.

 

허허 참 예전엔 꿈이나마 캐러비안 베이(삼성이 만든데 말고 진짜 캐러비안 베이), 브라질 이런데 가서 놀고 싶다 였는데 이젠 꿈도 많이 쪼그라 들었네...어차피 이박 삼일 어디 가서 온천, 영화, 소설 읽기도 꿈이긴 하지만...

 

 


 

토요일 집회에서 서로 손 맞잡고 있는 학생들을 봤다. 약간 유치한 감이 있었지만 참 이뻐보이더라. 저렇게 맞잡은 손은 참 따뜻할게다. 잡은 손이 얼마나 든든할런지 팍 느낌이 오더라. 동기면 동기라서 선배면 선배라서 후배면 후배라서...

 

손만 안 잡고 있을 뿐이지 집회 나온 사람 다 내 동지다 라고 생각하기엔 너무 찌들었다ㅠㅠ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마지막 예비군 훈련

어제 마지막 예비군 훈련 다녀왔다.  나는 전쟁과 무기에 반대하고 모든 양심적 병역거부자를 지지 고무한다. 하지만 그와는 또 별개로 해 준 것 없는 국가의 부름을 받아서 입대하는 것에 대해 별로 부정적이지도 않다. 총을 드는 것을 애국이라고 포장할 생각은 없지만 못난 나라의 못남 속에서 부대끼며 살아나가야 하는 운명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도 그리 나쁘다 생각하지 않기 때문이다. 아프고 괴롭지만 그 길이 또 나의 민중됨을 알고 살아내는 길 중의 하나라고 거창하게 생각하기도 했다.

 

어제 새벽 여섯시 사십분에 눈을 떳다. 순간 몸이 침대에서 떨어지지 않았지만 훈련 소집 통지서에 붉은 글씨로 나와있던 훈련불참시 고발 조치함   문구를 떠올리며 몸을 일으켰다. 세수도 안하고 전투복을 주섬주섬 주워 입었다. 전투복 상의 안에 티셔츠를 받쳐 입어도 불편하지 않을 땐 음 그래도 몸관리가 꽤 됐군 하는 생각에 순간 뿌듯하기도 했지만 한웅큼 잡히는 옆구리 살을 보며 내년엔 한 3-4kg정도 감량해야 되겠다는 맘을 먹었다.

 

세수도 안 하고 쌀쌀한 거리로 나섰다. 등교 길을 걷던 여중고생 몇몇이 힐끗 쳐다보더니 발걸음을 바삐하더라. 그래 뭐 아침부터 야비군 보면 재수가 좋을리가 있겠나 싶어 이해하려 하지만 기분이 썩 좋지만은 않다. 지하철 역으로 들어서니 여기 저기 예비군들이 보이기 시작한다. 괜히 반가워 진다.

그렇다. 우리는 정예 예비군 '호국이'다. 그림을 보라 포돌이 보다는 훨씬 용맹스러워 보인다. 근데 갑자기 '그래 너희에게 외세와 자본이 있고 폭력집단 경찰과 군대있지만~' 이라는 노래 가사가 떠오른다.

 

 

구파발 역에 도착해서 훈련장으로 들어가는 버스를 타려고 기다렸다. 저 멀리서 콩나물 시루처럼 예비군들을 태운 버스가 오는데 정류장에선 속도를 높여 지나쳐버린다. 여기저기서 욕설이 터지고 다람쥐 택시 아저씨가 호객행위에 열을 올린다. 요금이 얼마인지 물어보니 일인당 오천원이란다. 버스 타면 다섯정거장이데....여덟시 삼십분 까지 못 들어가면 귀가 조치 라는 사실을 떠올리며 사천원에 쇼부 쳐서 택시 타고 들어간다.

 

이차대전 당시의 미군의 주력무기였던 칼빈 소총을 지급 받고 입소식 준비를 한다. 광주 시민군들도 주로 칼빈 소총을 들었음을 생각하며 잠깐 담배 한 대를 폈다. 입소식이 끝나고 날이 쌀쌀한데 각개 전투 해야 된다고 일정을 읊어준다.

 

나를 포함한 고참 예비군들 몇몇이 우리는 정신상태가 안 좋기 때문에 정신교육을 받아야 한다고 강력하게 요구한 끝에 통일관이라는 이름의 강당에서 2교시 또한 정신교육을 먼저 받기로 일정 변경을 얻어냈다. 주위 사람들 내게 박수를 친다.

 


정신교육에 나선 대대장은 자기는 육사출신이라고 자랑하더니 국방예산을 증액해야 한다는 소리를 한다. 그래도 북괴의 남침 운운하는 소리는 없다. 주변 4강이 문제란다. 여기 저기 엎드려 자는 사람들이 늘어나자 아예 불을 끄라고 지시 하더니 북한산 슬라이드를 보여주며 북한산에 대해 구수한 설명을 늘어놓는다.(이 훈련장은 북한산 자락에 있다) 대부분은 아는  이야기 였지만 원효대사가 해골물을 마셨던 곳이 바로 북한산이라는 사실은 이 날 처음 알았다. 뿌듯한 마음으로 나도 엎드려 잤다.

 

자다 일어나서 모의 시가지 전투 훈련을 했다. 조교 애들은 Band of Brothers에 나오는 데로 싸우면 된단다. 근데 BoB의 주인공들은 특수부대고 우리는 향방 예비군이다. 또한 우리가 십만 숫자와 무서운 정신력및 전투력을 자랑하는 북 특작부대와 맞서 싸워야 한단다. 모의 시가지는 홍제 지하철역 입구를 본 딴 곳이다. 디지털 조선일보 초청 칼 그로브 인텔 회장 초청강연이라는 간판이 눈에 띈다. 조교놈은 미군 철수하면 자기들 복무기간이 늘어난다고 선배님들은 절대 반미운동 하시면 안된단다. 그래서 나는 예비군 훈련장에서 조교들이 정치선전 했다고 국방부 인터넷 게시판에 올린다고 협박했다. 니 이름도 기억해뒀다고 쐐기를 박았더니 겁먹은 눈치다.

 

시가전 나면 정말 아비규환 이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는데 모의 시가지 전투훈련은 끝났다. 이제 점심시간이다. 짬밥 값이 사천원으로 올랐다!! 식당 입구에는 서대문구 방의협의회가 이 식당을 운영하는데 절대 폭리를 취하지 않고 예비군들의 편리를 위해 봉사하는 것이라는 거짓말이 적혀있다. 내가 먹어본 사천원짜리 밥 중에 최악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조미료 미역국, 싸구려 김 외에 기억나지 않는 반찬 세가지가 딸려 나오는 짬밥이다. 그래도 배가 고파 그런지 술술 잘 넘어간다. 밥 먹고 나니 종이컵에 커피 믹스 담아 놓은 것을 삼백원에 판다. 그것도 사먹었다.

 

양지 바른 곳에서 또 잤다. 자고 일어나니 사격이다. 아마 내 인생의 마지막 사격이 되어야 할 텐데 하는 생각이 든다. 사격장 앞에는 총알 한 발에 원가가 백구십몇원이라고 적혀있다.  사격장에 올라가니 그래도 좀 긴장이 된다. 총이란게 얼마나 무서운 것인지 잘 알기 때문에...

 

격발을 하는 순간 어깨를 때리는 반동이 무겁다. 마음을 비우고 방아쇠를 차례차례 당긴다. 몇 발이나 맞았을까는 역시 궁금하다. 표적지 확인을 하는데 일곱발이다. 역시 나는 신기의 사격술을 지니고 있나 보다.

 

의 포즈를 한 번 불끈 취했다.

 

그런데 가만 보니 옆 사람 표적지에 다섯발이 들어있다. 나한테 한 발 쏘았나 보다. 훈련이 끝났다. 총기반납하고 신분증 받으면 집에 간다. 그래서 예비군들이 이 시간 만은 조교의 통제를 잘 따른다. 말 안듣는 사람 있으면 야단 치기도 한다.

 

부대 밖으로 나오니 관광버스로 나라시 영업을 뛰는 아저씨가 있다. 북가좌동은 이천원이란다. 갈등 안 하고 탔다. 훈련 전날 야상과 전투화를 후배한테 빌렸다. 통닭 사주면 갔다주고 안 사주면 안 갔다준다 그래서 통닭 사주는데 만원 들었다. 아침에 교통비 사천원(지하철값 빼고), 짬밦 사먹는데 사천원, 돌아노는 교통비 이천원. 훈련에 내 돈이 토탈 이만원이 들었다.

 

예비군 대대장이 입에 거품을 물면서 내년 국방예산이 GDP기준3.5% 넘겨야 한다고 떠들던 생각이 난다. 잠깐 마음이 흔들리다가 나는 예비군 훈련이 끝났다는 사실을 떠올리며 마음을 다잡는다. 그렇다 국방예산 증액은 말도 안되는 소리다. 국민과 함께 일하면서 싸우는 예비군이라는 슬로건을 조금만 바꾸면 된다. '국민과 함께 돈쓰면서 싸우는 예비군' 으로...

 

첨언: 진보 블로그에서 예비군 이야기 쓴건 내가 처음인 것 같다. 눈살 찌푸릴 사람들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지만 컨텐츠 다양화에 복무한다는 생각으로 그냥 냅둘란다.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나도 후기나 한 번

금요일 자리는 오랜간만에 참 즐거운 자리였다. 하은과 지지라는, 온라인으로만 알고 있던 두 매력적인 여성들을 만난 탓도 컸다. 게다가 두 여성 모두 나한테 백만불 짜리 미소를 보내줬다 하하하. 슈아님이 애들은 원래 얼굴 큰 사람을 좋아하는 법이라고 매몰차게 말해 약간 기분 상하게 했지만 흥이다 뭐!

 

알엠님께서 힘든 보투를 하신 걸 생각하면 보람을 느끼게 해드렸어야 하는데 그러지 못한게 아쉽다. 바쁜 일상사 때문에 몸만들기도 제대로 못했고 등등.

 

스트레스 해소하느라 , 혹은 정말 별로 먹고 싶지도 않은데 일 때문에 가지는 술자리들이 재미없어진 건 오래다.  그 다음날 하나도 기억 못할께 뻔한 이야기가 고성으로 오가는 그런 술 자리들도 별로긴 마찬가지고...

 

그런 면에서 금요일 술 자리는 참 좋았다. 소싯적에 번개 하던 스릴감^^을 비롯해서 몇 년 만에 다시 만난 사람들도 있었고 얼굴은 알지만 좀 더 친해졌으면 하던 사람하고도 많이 이야기 나눌 수 있었고 처음 만난 분이 알고 보니 한다리 건너 인연의 끈을 가지고 있었던 것도 재미있었고...하여튼 여러모로 즐거운 시간이었다.

 

물론 이차 자리에 가선 처음엔 너무 추웠고(왜 밖에 앉았었지? 자리가 모자라서? ) 머리랑 정신은 너무 말짱한데 속이 안 좋아서 좀 힘들었었다. 그리고 점차 술이 사람을 먹는 것을 관찰하게 되었다--;; 나는 안 취하고 남은 취한 것 보는게 예전엔 재밌기도 했는데 요샌 별로 재미없더라. 차라리 같이 취하는게 낫지.

 

그래도 택시타고 탈출한게  다행이었다^^

 

앗 취재 나가야 되서 나중에 계속.....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나의 수육 레시피

* 이 글은 홍실이님의 [[필독] 방문 이벤트] 에 대한 트랙백 입니다.

 


방문 이벤트에 관련된 내용은 아닌데 덧글 숫자 제한에 걸려 트랙백으로--;;

홍실이님도 인삼깍두기 잘 담궈 드시나 보죠. 저희도 인삼깍두기, 영지버섯 조림, 녹용 장아찌 같은 밑반찬 잘 만들어 먹어요. 날씨 으실으실 할땐 민물 철갑상어 맑은 탕 끓여서 인삼 깍두기 척 얹어 먹으면 왔다죠.

 

수육은 쉬워요.고기 구워 먹는 것에 비해 느끼하지도 않고 설겆이도 쉽고...뜨거운 고기 써는게 좀 그렇긴 한데 목장갑 하나 끼고 썰면 됩니다.

 

일단 목삼겹살 부위(비계가 약간 붙은게 좋아요) 덩어리 고기를 사셔서... 그냥 살코기부위 사면 질겨서 맛없음. 홍실이님 정량을 모르겠지만 한근 이면 두분이 드실만할겝니다. 생강과 마늘을 통짜로 넣어서(생강이 없어서 전 보통 마늘만 넣어요. 한근 기준으로는 대여섯개) 물을 끓이죠. 거기에 커피를 밥숫가락으로 반스푼 정도, 된장은 한스푼 가득 넣어서 같이 삶아요.(커피는 잡맛과 잡냄새를 없애주고, 된장도 마찬가지) 그냥 푹푹 삶아주세요. 홍실이님집엔 가스불이 아니라 전기불이라 그랬으니 한 이십분? 너무 오래 삶으면 딱딱해져서 맛없답니다.

 

젓가락으로 찔러 보셔서 들어갈 정도, 잘 모르겠으면 덩어리 고기를 꺼내서 반을 살며시 잘라보세요. 정 가운데 속살이 붉은 색이 아니라 연분홍색 정도 됐을때 드시면 됩니다.

 

쌈장, 새우장 등에 찍어먹는 분들이 많은데 저는 식초 좀 떨어뜨린 간장에 찍어드시길 권합니다. 고기는 간장에 찍고, 야채 등속은 쌈장에 찍어서 좀 신김치도 곁들여서 냠냠 하시면 되요. 어려운 손님 말고 편한 손님 맞을때 같이 냠냠 하시면 편하고 맛도 좋고..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