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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님 맞이 상차림 기획안

내일 미디어참세상은 또 손님 맞이를 한다. 한 이주 전에 한 것 같은데 또 한다.

손님 오고 북적북적하면 재밌긴 한데...내가 일이 많다ㅠㅠ

앞으로 만약 결혼을 했을때 같이 사는 사람이 의논 없이 마음대로 밥손님을 데려오면

용서치 않으리라.

 

하여튼 내일 손님 맞이의 기획안은 다음과 같다.

 

 

기조
1. 좀 풍성하니 있어보여야 한다.
2. 맛도 있어야 한다.
3. 돈이 많이 들면 안 된다.
4. 품도 줄여야 한다.

따라서,
1. 돼지수육+김치
오징어 데친 것을 할까 하다가 너무 없어보인다는 의견에 동감하는 바
2. 오징어와 골뱅이 무침 과 소면
3. 청포묵, 도토리묵 무침
4. 홍합탕


의 네가지로.

참가인원은..미디어참세상 식구들 10. 뉴저 6, 7명 (최대 열명 가까이 되겠죠) 그리고 내일 저녁시간에 사무실에 있을 진보넷 식구들.

참고로 알티비 팀 때는 스물다섯명. 이번엔 한 서른명?



필요한(사야할) 재료들
1에 대하여 돼지고기 4.2킬로그램(작을란가?), 풋고추, 마늘, 새우젓
2에 대하여 오징어 다섯마리(7, 8천원으로 예상) 골뱅이 두통(이것도 8처원정도) 대파(정육점 기계로 채썰어 달라 그래야죠) 큰 한단, 양파 세통, 미나리 한단, 소면 한봉지, 고춧가루(얼마 없더라구요. 우리 집에 있는지 확인해볼께요.), 참기름은 충분히 있음
3에 대하여 청포묵 두모, 도토리묵 두모, 김(이건 제가 가지고 오죠)
4에 대하여 홍합 그냥 좀 사면(1kg 정도) 되겠네요. 홍합은 손질하기 귀찮은데..값은 싸요.


따라서 예산을 대략 잡아볼랍시면 고기 30,000
각종 야채와 양념 등등 대략 10,000
소면 2~3,000 묵 6,000 홍합은 모르겠고...
골뱅이와 오징어 20,000

따라서 6내지 7만원정도? 비싼가 ?

 

이 기획안을 작성한 다음에 슬픈 소식을 들었다. 오기로 확답한 사람이 열명.

올지 말지 반반인 사람이 4명이라고 한다. 올거면서 그냥 말안하고 있는 사람이 분명히

있을거고...또 내일 할 일 없는데 갑자기 생각나서 오는 사람도 있을게다..

 

흑...잔치다 잔치. 맛이나 있을란가 걱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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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도로 첫발을 내려디디는 의미

* 이 글은 레니님의 [열 전도체] 에 대한 트랙백 입니다.

사실 '거리의 주말' 이라는 미다시 뽑아 놓고 혼자 뿌듯해 하고 있다가 아무도 좋단 말 안하기에 삐져 있었는데--;; 레니님이  칭찬해주셔서 눈물이 앞을 가린다.

 

거리의 주말 이틀간, 정확히 말하면 금요일 부터 진짜로 거리에서 살았다.  아침 나절에 정부종합청사에서 오랜만에 꽃구경도 하고 노란 은행잎 이쁘게 깔린 국회 앞 농성천막촌을 돌아서 토요일 농민대회, 민중대회, 노동자대회전야제 일요일 노동자대회 금속연맹 사전결의대회, 노동자대회 본대회까지..

 

그 기간에 기사 공장도 차려놓고 라인 쉴틈 없이 돌렸다. 11개 뽑았나 12개 뽑았나...로스가 한 두개 나서 불량 처리했고 로스가 별로 안 크다 싶은 제품들은 그냥 다 출하했다.

 

듣기좋은 꽃노래도  하루 이틀이라고 '비정규 개악안 박살내자'  너무 많이 들어서 감흥도 별로 없다--;;  매너리즘이라 부르겠지 이런걸.

 

그나마 전야제날 이수호 위원장이 한총련 의장 같은 폼으로 "죽창이, 화살이 되어 자본가와 정권, 그 신자유주의의 심장에 꽂히자" 고 말할 땐 가오다시가 좀 났지만 그런 것에 감동먹기엔...

 

노동자 대회 본대회날 광화문엔 6만 정도 모였다. 경찰추산은 4만이고...물론 삼십분 정도 지나서 부턴 대오의 무대 집중도가 확 떨어졌다. 없는 사람들 품앗이 하는 셈인지 주위 노점상들은 신났고 여기 저기에서 술잔이 돌기도 했다.

 

돌이켜 보면 십년전 노동자 대회에 처음 갔을 때는 삼십대 중반의 남성노동자들이 주 구성원이었다. 십년이 지난 지금은 나이 지긋한 사람들이 확 늘었고, 중년 여성 조합원들도 많고 어찌보면 되게 다양해졌다. 학삐리하고 남성 노동자로 대별되는 그 때에 비해선...이 부분에 대해선 좀 더 고민이 필요할 듯하다.

 

여튼 삼일 동안 빨빨 거리고 서울 시내를 돌아다니는 동안 짜증, 피곤, 가끔 신남, 심드렁 등등의 감정이 지배했다. 그러나 어디에서도 꽃은 피는 법. 반짝이는 한 순간을 포착했다. 감사하게도....

 

복잡한 전술을 통해 공무원 노조 조합원들이 삼삼 오오 광화문으로 파고 들어와 작지만 소중한 수백의 대오를 형성하고 행렬 복판에 자리잡았다. 그 상기된 얼굴들, 어색하지만 힘찬 팔뚝질.

가방에서 한 번도 써보지 않은 새 깃발을 꺼내 깃대에 묶는 두 조합원들을 봤다. 어찌나 아름다워 보이던지...


 

여러 선배들이 보면 웃겠지만 나도 옛날 생각이 났다.

 

광화문, 종각에서 보도가 아닌 차도에 내려선다는 것의 의미는 내게 남달랐었다. 떳다비 할 때 긴장감 도 짜릿했지만 대규모 집회도 마찬가지지. 보도에서 거리로 한 발 내려 디딘다는 것은 내가 수동적 국민, 시민이 아니라 . 국외자가 아니라 거창하게 말하면  역사^^의 주체로, 저항의 주인공으로 나선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난 아직도 생각한다.

 

보도와 차도의 높이 차이는 삼십센티미터 남짓하지만 그 한 발을 내려서긴 그리 쉽지 않을게다. 내가 처음으로 차도에 내려서던 날의 그 긴장, 짜릿함, 두려움  앞 뒤를 가득 메꾸고 있는 낯선 동지들에 대해 느끼는  든든함 그 복합적 무엇을 깃발 묶는 두 사람에게서 엿봤다.  그리고 그 무엇이 내게 다시 힘을 줬고..

 

공무원 노조 파업이 실질적으로 마무리 지어지고 있다고 한다. 사실 투표날 부터 예견되고 있던 사태인지도 모른다. 취재 다니며 만난 공무원노조 조합원들은 낯섬, 두려움, 위축감에 휩싸여 있었다. 대화 해보면 법과 규정에는 빠삭했지만 어떻게 밀고 나가겠다는 의지는 부족해보였다.

 

그리고  구속, 해고, 징계 안 봐도 뻔한 비디오가 길게 상영될게다. 하지만 공무원 조합원들은 이제 차도로 첫발을 내려딛었다. 그리고 전야제를 하며 옆 조합원들과 어깨 맞대고 체온을 나눴다. 그거면 된거다. 시작이 반이라는 진부한 속담의 생명력은 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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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광입니다.

* 이 글은 알엠님의 [방문히트 이벤트 메뉴얼] 에 대한 트랙백 입니다.

영광입니다! 민청학련 사건 당시 김병곤은 사형 판결을 받고 판사 앞에서 '영광입니다' 라고 말해 방청객들로 부터는 눈물을, 판검사로 부터는 자괴감을, 동지들로 부터는 의지를 이끌어 냈다고 합니다. 

 

알엠님 포스트들에 덧글 한 번 안 단 저 인데 소발에 쥐잡기로 8338 먹었습니다. 그래서 솔직히 좀 미안하기도 하고 쑥스럽기도 합니다. 또한 알엠님께서 실망하신 건 아닐지 싶습니다만 올 해 잡은 최고의 행운을 놓칠 생각은 없습니다. 오늘의 영광을 부시 대통령 각하와 로라 영부인께...........가 아니라  제 앞을 채워준 8337명의 블로거들께 바칩니다. 메롱!

 

저는 월요일 부터 컨디션 조절을 시작해 자유이용권은 최대한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도록 몸 만들기에 들어가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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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기 한 건 쳤다.

국회에 가면 꼭 국회 앞도 간다. 그냥 읽으면 좀 이상한 문장이지만  사실 그대로를 쓴 거다. 왜냐면 국회 앞, 정확히 말하면 구 한나라당사 앞이나 국민은행 앞은 이런 저런 농성 천막들이 많기 떄문에 국회 갈 일이 있으면 항상 일타쌍피로 농성 천막도 다녀오곤 한단 말인게다.

 

오늘도 마찬가지. 며칠전 강제 철거된 국보법, 장애인 이동권, 사학법 관련 천막들이 보란 듯이 다시 국민은행 앞에 쳐져 있었고 농성자들은 아무렇지도 않은 듯 제 자리들을 지키고 있었다. 나도 혹 아는 얼굴 있나 확인해서 아는 체 하고 그러려니 했지.

 

그. 런. 데 길 건너편 구 한나라당 당사 앞에는 한터 여성들이 천막을 치고 농성을 하고 있었다. '차라리 우리를 이 자리에서 죽여라'는 펼침막 아래서. 덥지도 않은 날씨인데 무에가 그리 답답한지 전부 다 천막 밖으로 나와있더라. 열 남짓한 여성들은 마스크와 선글래스를 착용하고 있었지만 꼭꼭 얼굴을 싸매고 있었던 건 아니고 서넛 정도는 맨 얼굴로 천막 앞에 잎을 꾹 다문채 앉아 있더라.

 

평소의 나 라면 아니 다른 천막이라면 넉살 좋게 다가가서 이렇게 저렇게 말 붙여 보고 예상 답변들을  두 세수 정도 앞서 계산해서 질문을 던지곤 했을텐데 못 그러겠더라. 왜 였을까?

 

호기심, 증오감, 열패감, 분노, 답답함 등이 뒤섞여 나를 쏘아보던 그녀들의 눈빛이 따가와서였을까?

 

늦은 오후 나절 기자실에서 기사 쓰다가 담배 한 대 피러 나왔는데 비가 꽤 오더라. 걱정 되더라. 아스팔트 바닥이 그리 낯설지 않아 솜씨 좋게 쳐진 국민은행 앞 농성 천막들에 비해 구 한나라당 앞 천막은 너무 허접했었거든.

 

다음 주에도 국회 일정은 없을 것이라는 한나라당 남경필 의원의 간단하고도 단호한 브리핑을 듣고 일간지 기자의 차에 편승해 국회를 나왔다. '진보매체' 기자인 내게 '개혁적 신문사'의 기자가 성매매 특별법에 대한 견해를 물었다. 물론 난 쿨하고도 진보적인 모범 답변을 거리낌 없이 내놓았다. 돌아오는 답변은 '아 그게 그런거군요'

 

오늘 사기 한 건 쳤다.   

 

며칠 후 다시 국회 갈 때 까지 그 천막이 있으면 가서 담배라도 나눠 펴야 겠다. 듣는 것이 먼저 아니겠나? 쓰는 것은 나중일이고.  일단 들어 볼란다.

 

그런데 과연 그 한발을 내디딜수 있을지 나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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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시 재선 기념 유머 하나

전세계 신민들의 관심을 집중시킨 제국의 선거 윤곽이 드러났다. 나도 기사를 두 꼭지나 썼네...사람들 한테 욕먹을 까봐 말은 못했지만 솔직히 잘 됐다는 생각이 든다 (그 이유는 미디어 참세상의 기사를 읽어보시도록..) 하여튼 밥통과 대머리 콤비가 사년 더 흰집을 지키게 됐다. 상,하원도 공화당 것이 됐고 오히려 예측 가능성이란 측면에선 안정성이 높아지는 느낌이다--;;   온갖 자기 만족적 예언들을 내놓던 미디어 꼴들이 좀 우습게 됐다. 더불어 조그비는 매상이 확 떨어질 전망이다. 내가 민주당 당직자 래도 앞으론 조그비 한테 일 안 맡긴다.

 

부시의 재선을 기념하여 철 지난 유머를 다시 올려본다.  근데 블레어도 재집권 할 수 있을까?

 

 

George W. Bush was depressed because people were saying he was stupid.
조지 부시가 사람들이 그가 바보 같다고 말을 하기 때문에 우울해졌다.

So he calls his good friend Queen Elizabeth, who says, "Now George, what you need to do is to surround yourself with smart people. Let me show you."
그래서 그는 좋은 친구인 엘리자베스 여왕에게 전화를 한다. 여왕은 [그에게] 다음과 같이 말한다. "그래, 조지. 네가 해야 할 일은 네 주위에 똑똑한 사람을 많이 두는 일이야. [즉 머리는 빌릴 수 있다. ··· 김영삼 전 대통령에게서 한 수 배웠나 ?] 내가 보여 주지."

She conference-calls Tony Blair in and asks, "Tony, your parents had a baby. It isn't your sister and it isn't your brother. Who is it ?"
여왕은 토니 블레어와 삼자 대화 전화를 하고 [토니 블레어에게] 묻는다. "토니, 네 부모가 아기를 낳았다. 그 아기는 너의 자매도 아니고 형제도 아니다. 그 아기가 누구지 ?"

Tony Blair replies, "It's me!" and hangs up.
토니 블레어가 "나지 누구요" 하고 대답하고 전화를 끊어버린다.

George Bush then calls Dick Cheney and says,"Dick, your parents had a bay. It isn't your sister and it isn't your brother. Who is it?"
조지 부시가 [그 말을 듣고] 딕 체니에게 전화를 걸어서 말한다. "딕, 당신 부모가 아기를 낳았는데, 그 아기가 당신의 자매도 아니고 형제도 아니다. 그 아기가 누굴까요?"

And Cheney says, "Wow, that's a tough one. Let me get back to you."
체니가 말한다. "와, 어려운 문제네요. 내가 [그 문제에 대해서 알아보고] 다시 전화하지요."

So Cheney calls Collin Powell and says, "Collin, your parents had a bay. It isn't your sister and it isn't your brother. Who is it?"
그래서 체니는 콜린 파월에게 말한다. "콜린, 당신 부모가 아기를 낳았다. 그 아기는 당신의 자매도 아니고 형제도 아니다. 그 아기가 누굴까요 ?"

And Collin Powell says, "It's me."
그리고 콜린 파월이 말한다. "나지."

So Cheney calls Bush and says, "It's Collin Powell."
그래서 체니는 부시에게 [다시] 전화해서 말한다. "그 아기는 콜린 파월이지요."

And Bush says, "No, you idiot! It's Tony Blair."
그리고 부시가 말한다."아니야, 이 바보야 ! 그 아기는 토니 블레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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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훈, 글쓰기, 민중언론

'불멸의 이순신' 을 간만에 봤다. 이 드라마가 시작할 땐 막대한 제작비, 원균에 대한 재평가 등으로 이런 저런 주목을 받았다. 나  또한 원작으로 알려진 김훈, 김탁환의 두 소설들을 재밌게 읽었는지라 관심이 꽤 가더라. 거개의 드라마들이 그렇듯 이순신의 청년 시절을 다루는 요즘, 이 드라마에 대한 관심은 덜 한 듯 하다. 오랜만에 본 이 드라마를 보니 시청률을 높이기 위한 안간힘이 느껴지더라. 재미는 없고 그 안간힘만 느껴지는지라 얼마나 안타깝던지^^

 

생각이 줄기를 뻗어 김훈에게 이르렀다. '화장' '현의 노래' 이후 이 사람은 뭐하고 있을라나? 뒤늦게 김훈의 이름이 값나감을 알아챈 이런 저런 출판 상인들이 그의 예전 글들을 이리저리 묶어 잡다하게 내놓고 있다. 깔끔한 장정과 화려한 사진으로 묶여져 나온 그 책들이 보기 훤칠 하긴 하지만 크기가 작은 활판으로 찍혀 나오던 그 글들에 대한 포장으론 너무 번질거린다. 

 

김 훈...보수주의자, 남성우월주의자, 적자생존주의자, 마쵸, 노땅 등등으로 규정할 수 있는 사람이고 그 규정에 틀림은 없을게다. 하지만 세상을 온 몸으로 견뎌내는 자세, 스스로에 대한 엄격함, 자기 글과 말에 대한 책임과 자신감...을 배우고 싶었고 지금도 꽤 그러하다. 한 때는 나도 저렇게 살고 싶다고 속으로만 부러워하기도 했다. 인생 개판으로 살았던 부르주아지 발자크를 맑스가 상찬한 것에 빗댄다면 좀 어색하겠지만 보수주의자 김훈의 글들은 꽤 자주 이 세상의 핵심들을 날카롭게 찌른다.

 

보통 김훈은 치노바지에 라운드 니트 티 혹은 굵은 체크무늬 남방을 받쳐 입는다. 짧게 쳐올린 희끗한  옆 머리가 보이는 캡을 둘러쓰거나 아니면 손으로 머리를 움키고 있는 모습이 대중이다. 자전거로, 다리로, 연필로 온 몸으로 글을 쓰는 그의 몸은 글 만큼이나 단단해보인다. 예전 김훈이 한겨레에 의탁하고 있을 때 팔자에 없게 김훈의 팀장 노릇을 하던 권태호가 '김훈이 담배를 왼 손가락에 담배를 낀 채 오른 손에 연필을 들고 앉아 기사를 쓰던 단골 까페의 여주인이 반했' 노라 밝혔던가? 

 

이리 저리 꼽아보니 소설, 기행문, 시평(김훈은 시평 안 썼으면 좋겠다. 아마 앞으론 안쓰지 싶다. 늙은이 냄새가 너무 많이 난다. 날렵한 문장으로 세상의  변화에 대한 질투를 드러내거나 황당한 여성관을 드러낼때면 참....그래도 '아들아 다시는 평발을 내밀지 마라' 같은 꼭지들은 빛난다. )은 거진 다 읽었지 싶다.

 

그의 기사에 대해서도 마찬가지. 몇가지 신문을 읽으면서 바이라인을 확인하며 읽은 글들은 얼마 안되지만 김훈의 기사들은 꼭꼭 읽었었다. 이런 스트레이트 기사가 있었다. 

 

18년만에 아들죽음 밝혀낸 아버지

 

"진실규명만 된다면 다 용서하겠다고 했습니다.” 지난 84년 군 복무 도중 숨진 아들 허원근씨의 사망 원인이 타살로 밝혀진 20일, 허씨의 아버지 허영춘(63)씨는 의문사진상규명위원회 기자회견 장소에 직접 참석했다. 18년에 걸친 힘든 진상규명 여정이 성과를 거두는 순간이었다. 전남 진도의 평범한 농부였던 허씨는 아들의 사망 이후, 전국민족민주유가족협의회 의문사 지회장을 맡는 등 생계를 팽개치고 진상규명에 매달렸다. 청와대, 헌병대 등 각계에 청원서를 수십번 넣었지만 결과는 그때마다 동일하게 자살로 결론이 났다. 허씨는 가해자들에 대한 처벌이나 배상보다는 솔직히 진상을 털어 놓을 것을 바라고 있다. 허씨는 규명위의 조사결과가 나온 뒤, 아들에게 맨 처음 총을 쐈던 하사관에게 편지를 보내 “다 용서할테니, 진실만 규명해 달라”고 호소하기도 했다. 허씨는 이 사건의 진상이 완전히 밝혀지면, 경기도 마석 모란공원 납골당에 보관했던 아들의 유해를 정식으로 매장하고 아들을 가슴에 묻을 생각이라고 밝혔다.

 

원고지로 따지면 두매 정도 될까? 단문들의 단단함, 그리고 쉼표의 적절한 사용. 요즘 들어 좀 신경을 쓰긴 하지만 한글 97 10포인트 기준으로 두줄을 넘어서기 일쑤이고 잡스런 관계사 안 넣으면 문장 연결이 안 되는 내 글들과는 정말 비교된다ㅠㅠ

 

보수주의자 노땅이 쓴 이런 취재파일도 있다. 함축성과 간접성의 매력을 느껴보시라.

 

철도 노조 위원장의 '눈물'


지난달 27일 오전 10시께, 파업 철도노조원들이 농성중인 건국대 운동장에 김재길 위원장(36·기관사)이 나타났다. 김 위원장은 단체협약합의서 내용을 보고하고 직장복귀를 명령했다. 3조2교대는 관철되었지만 `민영화철회'는 합의서에 명시되지 않았다. 일부 노조원들은 `위원장 사퇴'와 `복귀불가'를 외치며 거칠게 항의했다.

김 위원장은 협상과정 중의 `넘을 수 없었던 벽'의 어려움을 설명하면서 거듭 직장복귀를 호소했다. 위원장과 노조원들은 끌어안고 울었다. 먼지 낀 뺨과 덥수룩한 수염 위로 눈물이 흘러내렸다. 그들의 눈물은 받아들이기 어려운 것을 우선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사람들의 눈물처럼 보였다.

서울지부 노조원들이 위원장의 앞을 가로막고 땅바닥에 주저앉아 `해산불가'를 주장했다. 위원장은 `미래의 승리'를 절규하며 거듭 직장복귀를 호소했다. 한 조합원이 나서서 “이제 감옥으로 가야 하는 위원장의 길을 열어주자”고 호소했다. 조합원들은 눈물을 닦으며 길을 열어주었다. 5천여 조합원들은 깃발을 앞세우고 대오를 지어 농성장을 빠져나갔다.

27일 오후 6시께 김 위원장은 경찰에 출두했다. 구속영장을 대기하고 있던 위원장은 “작은 것을 발판으로 큰 것을 향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그는 조용히 웃고 있었다. 서울 용산경찰서는 1일 김 위원장의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국경일인 3·1절이었다

 

나도 취재 수첩이라는 이름으로 칼럼 두 번 써봤다. 기사 쓰기 전엔 항상 힘빼야지, 3자적 시선이 더 신뢰를 주는 법이야 하고 되뇌이지만...쓰다보면 감정 과잉과 감정이입이 어찌 그리 시너지 효과를 잘 일으키는지 나 원 참.

 

물론 종이 신문, 잡지의 글쓰기와 온라인 언론의 글쓰기는 분명히 다르다. 일단 물리적 제약에서 자유롭고 논조도 더 분명하다. 아무 의미없는 정론직필이라는 간판을 내걸고 있진 않다. 게다가  우리는 민중언론임을 자임하고 있다. 그러나 민중언론에 대한 자임과 격문식 글쓰기는 그리 관계가 많지 않음을 나는 잘 알고 있다. 입장의 분명함과 각종 형용사들의 남발은 무관함도 잘 알고 있다. 기름기 없는 글들의 호소력에 대해서도 잘 알고 있고...예컨데 저들이 환호하는 조선일보 김대중의 칼럼들은 그야 말로 직선이다. 

 

내가 비린내 풀풀 풍기는 글들을 민중언론 이라는 이름으로 유포하면 그것은 죄다. 죄. 갈 길이 멀다. 까마득하기도 하고..  김훈 처럼 자전거는 못 타더라도  나다닐땐 많이 걷도록 애써야 겠다. 두 다리가 좀 더 단단해지면 글도 단단해지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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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감사, 겹눈으로 바라보기(외부 기고글)

노동자의 힘 기관지 이번 호에 실린 글입니다. 국정감사가 끝나기 일주전 주말이 마감이라 그 때 상황까지 보고 쓴 글인데 국감 전체에 대한 조망글로 봐도 별 무리는 없을 듯 하네요. 미뎌 참세상에도 정리 글 한 번 썼어야 됐는데 어, 어, 하다가 그냥 때 놓쳐버렸네--;; 맨날 이런단 말야 ㅠ.ㅠ

 

국정감사, 겹눈으로 바라보기


17대 국회 첫 국정감사가 막바지로 치닫고 있다. 사실 그 동안의 국정감사라는 것이 그들만의 리그인데다가 공무원 불러다 놓고 삿대질 하며 고래고래 고함치다가 제 풀에 심드렁해지기 일쑤인 짜고 치는 고스톱인지라 별 관심을 끌지 못했다. 이 번 국정감사도 마찬가지인 것이 고등학교 교과서가 친북이니 성매매금지법안 때문에 청춘 남성들이 성욕을 풀 기회를 잃어 버렸다는니 하는 황당한 이야기들이 보수 언론을 장식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민주노동당 의원들을 중심으로  환경노동위원회를 필두로 재정경제위원회, 교육위원회 등에서 주목할 만한 감사들이 진행되고 있다. 의회전술에 대한 각자의 생각이 어떻든 간에 깔아놓은 멍석을 본체만체 한다는 것은 현명한 자세가 아닐 것이다. 그리고 현장의 노동자들은 국정감사를 활용하기 위해 최대한 노력중이다. 예상 질의 내용을 뽑아 엄청난 양의 답변 자료 준비로 방어하는 관료들 보다 자신들의 싸움을 의회공간에 까지 확장시키려는 노동자들의 노력과 준비는 더욱 성실했다.


국정감사가 시작된 10월 4일 리베라, 풀무원, 성람, 효성 등 20여개 장기투쟁 사업장 노동자들은 상경투쟁을 시작했다. 2박 3일의 상경투쟁을 마치고 10월 6일 해단식을 가졌지만 그것이 끝이 아니었다. 10월 7일 서울, 대전, 경인 노동청에 대한 국감을 앞둔 서울지방노동청 앞에서 국감을 시작하기 한 참 전부터 장기투쟁 사업장 노동자들의 집회가 있었다. 지난 10월 7일 환노위 국감장에는 성람재단 이사장, 리베라 호텔의 사주인 신안그룹 회장과 더불어 노조 위원장들이 증인으로 나란히 출석했다.


국정감사를 앞둔 장기투쟁 사업장들의 준비는 철저했다. 중요한 것은 이들이 ‘우리의 비참한 상황을 굽어 살펴달라’ 는 식의 의원나리에 대한 읍소 전략으로 나선 것이 아니라 투쟁의 전술로서 의회공간을 적극 활용해 냈다는 점이다. 신안그룹 박순석 회장의 “국회는 깡패집단” “야마가 돌아” 발언으로 화제가 된 10월 7일 국감에서 박순석 회장을 몰아붙인 것은 단병호 의원이지만 박순석을 궁지에 몰게 만든 자료는 전부가 리베라 호텔 노조에서 준비해서 제공 한 것이었다. 박순석 회장이나 대전지방노동청장이 어떤 발뺌을 할지라도 노조가 준비한 자료(박순석 회장의 노조 불허 발언 녹취록, 기 합의된 사항을 손바닥 뒤집듯 한 증거자료)를 벗어날 수 는 없었다. 이는 경기지역이 대표적 장기투쟁 사업장인 성람재단도 마찬가지였다.

 

현대자동차의 불법파견 실태가 노동부에 의해 공식적으로 인정된 직후 벌어진 10월 13일 국정감사도 마찬가지였다. 이 날 국정감사에서는 현대중공업에 대한 불법파견과 산업재해에 대한 문제들이 적극적으로 다뤄졌다. 울산지역 하청사업장 노조들의 꼼꼼히 취합한 자료 앞에서 현대중공업 대표이사나 부산지방노동청장, 울산지방노동사무소장의 변명은 별 효과를 보이지 못했다. 특히 노동부가 내놓은 비정규 개악안에 대한 투쟁이 높아지고 있는 상황에서 현행 법규 아래서도 온갖 불법, 탈법적 파견과 노동탄압이 벌어지고 있음이 의회 공간 내에서 폭로된 것은 주목할 만한 대목이다. 환경노동위원회 내에서는 심지어 열린우리당이나 한나라당 의원들 조차 현행 비정규직 문제의 심각성을 수긍하는 분위기였고 두고 봐야 알겠지만 최소한 노동부의 원안이 환경노동위원회를 통과하기는 그리 쉽지 않아 보인다.


이번 국정감사에서는 ‘일등 기업 삼성’ 도 도마 위에 올랐다. 16대 까지는 의회에서 삼성의 ‘삼’ 자는 물론이고 그보다 한 끝발 낮은 이건희의 ‘이’자도 국회 속기록에 오르기가 쉽지 않았다. 하지만 이번 국정감사는 달랐다. 휴대폰을 이용한 불법적 위치추적 문제로 삼성 SDI임원을 증인으로 채택하자는 단병호 의원의 제안이 한나라당과 열린우리당의 야합에 의해 무산되었을 때만해도 ‘역시 삼성은 삼성이다’라는 중평들이었지만 국정감사 첫날 삼성측이 총력을 다해 대비하고 있던 환경노동위가 아니라 재정경제위에서부터 삼성에 대한 공격이 시작됐다. 삼성그룹 계열사 간 출자의 핵심 고리 역할을 하는 삼성에버랜드와 삼성생명에 대한 과세 문제에 대한 지적은 이건희, 이재용 부자의 탈법적 증여와 상속 여부로 까지 확장됐다. 법제사법위 국정감사에서는 삼성의 무노조 정책이 위헌이 아니냐는 추궁에 대해 “헌법이 노동권을 보장하고 있고, 노동조합을 탄압하는 행위는 처벌 대상이라는 사실” 이라는 서울지검 지검장의 답변이 나오기도 했다.

 

이번 국감을 통해 삼성 저격수로 성가를 높이고 있는 사람은 의외로 열린우리당 우원식 의원이다. 우원식 의원은 10월 5일 노동부 국감에서 삼성 SDI의 근로기준법 위반과 삼성 SDI 만의 특이한 근무시간 산정을 폭로해 최초로 삼성그룹 계열사에 대한 노동부 차원의 특별근로감독을 이끌어냈다. 연이어 7일에는 삼성전자의 부당노동행위와 위장하도급을 문제를 제기해 경인지방노동청의 특별조사를 이끌어냈다. 물론 삼성의 노동탄압은 널리 알려진데다가 여러 경로를 통한 문제제기가 있었다. 하지만 삼성일반노조의 존재에도 불구하고 삼성 내부에 운동주체가 제대로 서있지 못하고 노동운동진영 내에서는 삼성 문제가 소홀히 다뤄진 것은 사실이다.

 

오히려 시민단체나 인권단체 쪽이 삼성 문제에 대해 더 공을 들여온 느낌까지 든다. 물론 투쟁의 단초들이 삼성재벌과 그를 비호하는 공권력에 의해 무자비하게 짓밟히는 현실을 무시할 수 없다. 그러나 삼성전자를 필두로 삼성 그룹이나 이건희가 한국사회에서 신화화까지 되고 있는 현실이나 전경련이 아닌 삼경련으로 불리는 현실, 해외 순방을 다녀온 노무현 대통령이 삼성재벌에 대한 극찬을 아끼지 않는 현실에서 총자본의 상징인 삼성에 대한 공격은 매우 중요하다. 2세 경영을 넘어 3세 이재용에게로 원활한 상속을 위한 여론 정지를 위한 이미지 메이킹에 삼성이 온 힘을 쏟고 있는 현 상황에서 실체 폭로를 통한 여론화 작업이 필수적일 것이고 의회는 중요한 경로임에 분명하다. 이 지점에 대한 운동진영의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다. 


사실 진보정당의 의회진출도 처음이고 국감도 처음이라 도대체 어떤 식으로 진행될지 예측하기가 쉽지 않았다. 국회의원 개개인이 헌법기관이긴 하지만 지난 수개월간 의회 내에서 민주노동당이 정국 방향타에 대해 유의미한 역할을 했다고 보긴 힘들었다. 물론 그나마 국정감사는 당의 힘보다는 개별 의원실의 역량이 발휘되기가 용이한 장이긴 하다. 그러나 국감 자체의 한계(부산, 울산, 대구광역시와 경남 경북을 포괄하는 지방 노동청 감사에 할애된 시간이 세시간 반에 불과하다)와 그 동안 잘 드러나지 않았던 민주노동당 10개 의원실의 역량 차이가 여실하게 드러났다. 또한 수많은 장기투쟁 사업장이나 불법파견을 비롯한 비정규 사업장들이 자신의 이름을 국회 속기록에라도 올리는 것은 하늘의 별 따기에 가깝고 실질적 사주의 어이없는 망발로 모든 미디어에 오르내린 리베라 호텔 노조는 천운을 얻었다고 밖에 말할 수 없다. 


또한 국정감사에서 지적되고 폭로된 문제들이 모두 해결될 리도 만무하다. 국감장에서 공무원들은 ‘시정하겠습니다.’ ‘서면으로 답변하겠습니다.’ ‘검토하겠습니다.’ 란 세 가지를 전가의 보도처럼 써먹었다. 노동탄압이 폭로된 사업장의 업주들도 증인으로 출석해선 ‘본의가 아니었습니다.’ ‘개선 하겠습니다’ ‘사실과 다릅니다’ 이 세 가지 답변을 적절히 섞어가며 대응했다. 개별 의원실의 의지와 역량을 아주 높게 쳐준다손 치더라도 관료집단과 자본가를 지속적으로 감시하고 사후 확인 한다는 것은 공상에 가깝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들이 국감장에서 언급이라도 되는 것 자체를 두려워 하는 것도 사실이다.


의회를 통해 모든 것이 해결된다고 생각하는 것이나 의회로 모든 요구안을 집중시켜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리고 물론 ‘진보정당’ 의원이 국회에 없다고 해서 의회 공간을 활용할 수 없는 것도 아니다. 그러나 깔린 멍석을 못 본 체 하는 것도 그 만큼이나 멍청한 짓 이다. 이제 첫 국감이 마감되려고 하는 시점에서 운동진영이 의회 아니 좁혀서 말하자면 국정감사를 구체적으로 어떻게 활용해야 하는지 정확한 안을 내놓을 수 있는 사람은 없을게다. 그러나 철저한 준비를 한 단위는 국정감사를 통해 소기의 성과를 끌어냈다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 이미 지난 2001년 한국통신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국회본회의장에 펼침막을 들고 요구안을 외쳤던 선례가 있다.


개별 운동주체들이 국정감사 이후 의회를 지렛대로 어떻게 전술을 펼쳐야 나갈지 제시할 능력이 내겐 없다. 그러나 몇마디 제언을 덧붙여 본다. 물론 개별 투쟁 단위들의 철저한 준비는 기본이다. 그러나 여러 사안들이 개별 의원실로 취합되는 경로가 명확하지 않다. 개별 단위들이 알아서 찾아가 직거래 하는 형태를 나타내고 있다. 이것은 오히려 과도한 의회주의, 대리주의로 수렴되기도 쉽다. 노동자 출신 의원의 손을 붙잡고 눈물을 흘리는 장기투쟁 사업장 노동자의 마음이 이해가 안가는 바는 아니지만 언제까지 그럴 순 없는 것 아닌가?

 

개별 사업장이나 개별 투쟁단위가 개개의 의원실과 손발을 맞추다 보면 당연히 무게 중심도 의원실로 쏠릴 수 밖에 없다. 따라서 좀 더 조직적인 경로를 통해 의원실과 소통할 수 있어야 한다. 민주노총과 민주노동당의 배타적 지지가 현실인 상황에서(그것이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민주노총 중앙의 역할이 좀 더 필요하다. 민주노총이 민주노동당에 대한 중앙위원 지분이나 최고위원 지분을 가지고 있는 것과 별개로 의회에 연락관을 파견해 상주시킬 것을 제안한다.  경제부처 관리들과 재벌들은 이미 조직 내 핵심인자들을 서로 교환 근무시키고 있다.  의회 투쟁은 민원이 아니다. 대등한 위치라는 것을 자각해야 하고 또 그 자각과 실천을 위해선 그 만큼의 준비가 필요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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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yo기자님은 저 싫어하는 것 같아요'

오늘 좀 요상한 소리를 들었다. 타 매체 기자가 'peyo님은 저 싫어하는 것 같아요. 아니 우리 매체를 싫어하시는것 같더라구요. 그죠?' 하고 내 동료한테 말했단다. 술먹고 한 소린지 맨 정신에 한 소린지 모르겠지만 하여튼--;;

 

그 떈 '뭐 그래라~' 싶었지만 곰곰 생각해보니 여러가지 잡상들이 교차한다.

 

그 친구랑 개인적으로 딱 한 번 밖에 본 적 없다. 밥 같이 먹고 이야기 좀 나누고.. 정치적인 이야기 한 것도 없고 그냥 이런저런 이야기(이거 하기 전에 뭐 했어요? 등등) 쬐금 하고 여성주의에 대해(여성주의에 대해 이야기 한 것도 아니고 '우리는 오늘 성폭력예방교육 받는다' 고 내가 말했더니 '우리 사무실은 사람들이 별로 안 친해서 성희롱 같은게 생길 일이 없어요'고 답한데 이어 'Peyo 기자님은 봉건적인 이번 성매매 금지법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세요?' 라고 묻길래 좀 황당해 하는 표정으로 몇 마디 했는데...사실 그 말을 하면서 이 친구가 볼 땐 내가 투철한 여성주의자로 보일 수 있겠다 생각이 들어 많이 찔리더라ㅠㅠ 그러나 내 동료가 말하는 것보다 내가 간단하게 답하는게 낫겠다 싶어서 그냥 이야기 했다. 그러면서 얘는 나한테 정말 성매매금지법안에 대해 묻는건가 아니면 떠보는건가 싶기도 했고)  한 것 밖에 없다. 도합 삼사십분 쯤 시간 같이 보냈을라나? 그 친구는 진지한 표정으로 내 기사 잘 보고 있다고 이야기 한테 반해 난 입에 발린 소리 하나 안 했긴 하다.

 

그 기자 개인이 싫을 이유는 없지만(사실 싫다기 보다 갑갑과 짜증 사이의 그 무엇을 느끼긴 한다.그리고 솔직히 그 친구가 쓰는 기사들 논조도 별로로 느껴진다. 그치만 머 그런 기자가 한둘인가? 대부분이지... ) 순진한 건지 순진한 척 하는 건지 모르겠긴 하다. 그 쪽 사람들 만날때 보통 드는 생각이긴 하지만. 또한 그가 속해있는 매체는 꽤 싫어한다. 가끔은 웃기고 가끔은 황당하고 가끔은 해악이라고 생각도 한다. 이 세가지 경우 외에는 그럭저럭 우리 사회의 진보(?)에 힘을 보태는 매체겠거니 싶다.

 

하여튼 타 매체 기자의 저런 발언을 듣고 두 가지 생각이 교차한다.

 

먼저 냉혈한 민완 기자--;;의 관점에서 드는 생각

 

내 속내가 저렇게 쉽게 드러났나 싶다. 학생운동 할 때만 해도 그 쪽 친구들이랑 얼굴 마주볼 떈 그럭저럭 잘 지냈는데 얼굴이 그 때보다 훨씬 두꺼워진 지금 저런 평을 듣다니..정말 반성해야 겠다 싶다. 관료, 보수정당 구성원, 자본가들 상대로 취재할 떄도 앞에선 실실 웃으면서 맞장구도 치면서 취재하는 판국에 앞으로 주구장창 상대해야 할 저 쪽 친구들한테 감정 표현을 드러나게 했다는건 나의 잘못이다. 다음에 만날 때 벌써 그 친구는 나한테 한자락을 깔고 상대할 것 아닌가? 게다가 취재원들한테 소문이라도 나면...상당히 힘들어질테고. 공적으로 비판할 일이 있어도 사적으로 이런 느낌을 먼저 줘버리면 비판이 제대로 안 먹히기 마련이기도 하고...기회 잡아서 소주라도 한 잔 하면서 오해(?)를 풀어야 겠다는 생각.

 

 

그 다음은 다른 맥락에서

 

사실 주위 사람들이 저 쪽 친구들한테 날선 반응을 보일때면 난 항상 '뭐 그러냐 쟤네도 똑 같은 사람인데..' '아닐떈 아니고 같이 할 떈 같이 하고 그러면 되는거지 난 쟤네가 적이라곤 생각 안해' 하는 식으로 쿨하고 대범하게 충고했었다. 그리고 내가 지금 말하고 있는 '타 매체 기자' 라면 나(진보넷 구성원) 한테 절대 저런식으로 말안할 거다. 내가 저 쪽 친구들 처음 만난 자리에서 (평소에 미운정 고운 정 쌓인 사이면 또 좀 다르지만)  순진한 표정으로 '뽀글이 정말 웃기지 않아요.' 라고 말할 리가 없듯이. 그래서 참 헷갈린다. 저 친구는 정말 순진하던지 아니면 순진한 척 하는 고도의 정치꾼이든지 둘 중의 하나인데...얼굴을 보면 '나 착해' 하고 이마에 써붙이고 있을 정도다. 까놓고 말해 저 쪽 친구들에 대해 무시하거나 우습게 생각하고 있는건 사실이고 그들이 하는 주장에 대해선 더 심한 생각들을 갖고 있긴 하다. 하지만 개인을 대면한 자리에서 저런 느낌을 받을 만큼 행동했다는건 내가 상당히 폭력적이었다는게 아닌가 싶다. 여기 저기 쑤시고 다니고 이것 저것 조지는 기사들을 쓰다보면 상처 받는 사람들이 발생하는건 어쩜 당연하기도 하지만 내가 상대한 개별자가 나에 대해 저런 느낌을 받게 했다는 건 정말 내 수양이 덜 됐다는게다. (에구 결론이 냉혈한 민완기자 관점과 비슷하네...)

 

근데 참 내가 기사를 통해 조졌던 대상들은 나의 까댐에는 까딱도 안 하는 사람, 집단이 대부분이었네--;; 조지 부시가 내 기사 보고 열받았을리 만무하고....열우당에서 내 기사 보고 열받았다는 소식도 없고  신안그룹 박순석 회장이 항의 전화 한 적도 없다. 심지어 한나라당 배 모 의원은 열라게 씹어논 인터뷰 전문을 자기 홈피 초기 화면에 한동안 떡하니 내걸고 또 우리 바이라인도 제대로 달아줬다 -- (내가 호의적으로 기사를 쓴 많은 곳-개인, 단체-들 조차 우리 매체 이름을 '기타'  심지어 '참소리'(참소리는 우리 기사를 전재하는 전북인터넷 신문이다.)라고 자기네 홈피에올리기도 하는데...게다가 우리 매체 이름 기자 이름 다 잘라먹고 내용만 자기네 홈페이지에 올려놓은 곳도 있다. 여긴 내가 전화까지 했건만 안 고쳤단 말이지..내 마음의 기자 수첩에 다 적어놓았다. 두고 보자고--;;)  

 

게다가 국감 부터 시작된 이주 노동자 때리기의 허상을 파헤치고자 오늘 평등노조, 이슬람 전문가인 한양대 이희수 교수 인터뷰 하고 다와툴 이슬람 코리아, 그 상급 단체로 알려진 자마이티 이슬라미에 대해 조사하고 법무부 출입국 관리소, 한나라당 김재경에 대해 삼각취재까지 철저히^^ 마친 고로 내일 기사를 낼 예정이지만...큭 법무부랑 한나라당 김재경은 까딱도 안 할께 뻔하다--;;

 

 아웅...생각의 가지가 이 까지 미쳤구나. 하여튼 저 쪽 사람들이나 나에 대해 언급한 그 기자가 있는 사람들을 보면 생각나는 시가 하나 있다. '우리 학생회' 뭐 이런 노래도 있었던 걸로 기억하는데.. 개인적으로 난 이런거 정말 싫어한다. 닮기도 싫고 닮아서도 안된다고 생각한다. 물론 역편향으로 불성실 해진것 같기도 한 것 같아 문제다. 지금 컴으로 '우리는 통일꽃' 듣고 있는데 역시 노래는 참 좋다.

 

 

 

<< 바보 과대표 >>

-시.홍치산

우리학교 1학년에 바보 과대표가 한 명 있다.
술만 먹으면 개가 되고
밍맹몽, 007빵 무얼 하더라도 진짠지 가짠지.야튼 맨날 걸려 얻어맞으며 헤헤 웃고
벌주 발칵발칵 마시며 배꼽 뚜딜겨
뽕짝 걸판지게 뽀아대는 천하에 바보가 있다.
항상 그 바보 곁에 사람들이 드글거리고

그 수첩에는 120명 동기 이름 모두 적혀있다.
누구누구와 언제 만났고
누구의 고민은 무엇이고
누구와는 아직얘기 못해 보았으니.
멋있는 싯구 하나 없지만 그런 것들이 잔뜩 쓰여있다.
수업 안들어오는 애들 리포트 알려주고
시험때는 쏘스 제비 벌레 물듯 물어와 노놔주고

역사연구반이니, 사회과학 연구반이니
소수의 의식을 위한 것보다
바둑반이니 농구반이니
그런 모임을 만들어 120명 모두를
함께하는 고민으로 자기 과 소모임에 참여시켰다.


일기장에는 자신의 참된 삶의 문제
누구보다 겸허하게 치열하게 고민하였으며
개의 안락에는 추호의 타협이 없었으며
항상 5시간 수면을 철저히 지킬것을 강제했고
서재에는 항일 무장투쟁사가 손 때묻어 간직되어 있었다.


그날
자기 과 친구들에게는 아직 이르다며 본대에 있으라 하고
아스팔트 하이바에 우리 선배 전투조들 떨고 있을때
익살스런 춤 "간다 간다 뽕간다"
신명나게 두려움 누그려주고
전투대장의 진격의 나팔 우렁차게 울리니
그는 누구보다 최전선에서 정확하게 꽃병을 꽃았다.


드디어 놈들이 사나운 이빨 으르렁 거리며 덤벼들때
한 친구 전사는 미끄러지고
모두 안타까이 돌아 섰을 때
그 바보 전사 바보처럼 의연히 달려 나갔다.


다음날 한계레신문에 조그맣게 바보 이야기가 실려다.
고대에서 2명이 화염병으로 잡혀오고 100명이나 친구들이
성북서 항의 방문을 했다고 바보를 풀어 달라고 울부짓었다.
총학생회장님이 잡혀가도 그런 일이 없어는데

 

그리고 다음날 교문과 식당에서는
바보의 바보같은 친구들을 누구나 만났다
그들 손에는 당구 큐대가 아니라
볼펜이 아니라 오락실 운전대가 아닌
규탄 성명서가 들여있었다.

 

그리고 며칠 지난 뒤 학생의 날 가투 전투조 사전모임에서
한 1학년 학우의 결의 발표가 나의 심장을 쳤다

 

"나는 바보의 다른과 친구입니다.
투쟁하란 말은 없어지만
그 친구는 말은 없어지만
저는 아직 짱돌 한 번 던진적 없었지만 바보들 잡아간 놈들
용서할 수 없습니다.
오늘 비록 제가 잡혀간다하여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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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이런

오천번째 방문자가 안 나타났네...세금이라도 물릴까 싶어서 그랬나?

 

오천번째 방문자 소원을 하나 들어주려고 했는데 꽝이네... 물론 내가 들어줄 수 있는 자그마한 소원중에 하나를 들어주려 했다.

 

예를들어   2005년 5월에 선발하는 한국 최초의 민간 우주인으로 뽑혀서 우주여행을 할 수 있는 기회, 혹은 부시의 낙선, 미군 철수 같은 거... 정말 소박한 것으로는 신라 호텔 중식당 팔선에서 이건희와 함꼐 요즘 한참 제 철일 상하이 게를 함께 먹은 다음 삼성의 무노조 정책에 대해 끝장 토론을 벌일 기회라던가...

 

내가 들어주기는 좀 벅차지만 여남평등의 전면적 실현, 노동해방, 세계평화 이런 소원을 말한다면 그래도 최선을 다해 들어주려 했지만 쩝...할 수 없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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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천번째 방문객께.

오천번째 방문객은 저에게 반드시 알려 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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