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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자유주의 아래서 사회적 합의주의는 불가능하다

 국민일보(3월 24일) 청탁으로 썼습니다. 민주노총 이상학 정책연구원장과 찬반토론 형식의 기고였습니다. 그런데 신문에서는 제목이 달라졌더라구요. 물론 기자로부터 양해바란다는 이야기는 없었지요. 그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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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자유주의 아래서 사회적 합의주의는 불가능하다


 


민주노총은 사회적 교섭 안건을 두고 두 차례 커다란 홍역을 치른 바 있다. 현재 민주노총은 위원장 직권으로 작년 말 이후 계속 불참해 온 노사정 대화를 제의해 놓고 있다. 민주노총의 언명과는 달리 민주노총은 일정한 사회적 합의주의를 추구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나는 어떤 노조 중앙조직이 사회적 합의주의를 통해 조합원 전체의, 더 나아간다면 비조합원까지 포함하는 전 노동자의 정치경제적 사회문화적 지위를 개선시킬 수만 있다면 그 길을 선택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이것은 현재 불가능한 프로젝트라고 본다. 사실 사회적 합의주의를 통해 조합원의 지위를 개선시킨 사례는 그리 흔하지 않다. 5-60년대 자본주의 황금기 시기 서유럽 정도에서 그런 사례가 발견되지 않나 싶다. 그리고 이것도 높은 경제성장률 등의 조건 때문에 가능했던 것이지 사회적 교섭 틀 구성이 주 원인은 아니었던 것으로 파악한다. 그 이외의 시기 혹은 지역에서도 지속적으로 사회적 합의주의는 노조에 의해서 추구되었는데 이는 거의 실패했다. 교섭테이블이 노조간부들의 입신양명의 수단이 되었는지는 모르겠으나, 조합원들의 이익을 침해하는 양보교섭 또는 노동자들에게 그 이익이 전혀 돌아오지 않는 생산성협약이 있었을 뿐이다. 그리고 이를 받아들이지 않고 뒤늦게 투쟁을 조직하려다 실패하여 조직이 분열에 휩싸이거나 약화된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비단 이는 다른 나라 이야기가 아니다. 김영삼 정권 이래 추구된 민주노총의 사회적 합의주의 추구의 실상은 정확히 이를 증언해 주고 있다.

사실 이렇게 진정한 사회적 합의주의가 불가능하게 된 이유는 70년대 이래 지속되고 있는 세계경제의 구조적 위기(과잉축적과 이윤율 저하) 그리고 이를 극복하겠다고 나선 신자유주의 정책 때문이라 하겠다. 신자유주의는 이윤율 회복을 위해, 이윤추구에 방해가 되는 노동의 권리, 환경에 대한 권리, 여성의 권리, 개도국의 발전에 대한 권리를 철저히 공격한다. 여기서 노조는 노동시장을 왜곡하는 제도이고, 노동의 신축화는 지상명제가 된다. 노동자는 적자 때문이 아니라 더 많은 흑자를 위해 언제든지 해고가 가능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는 아이엠에프 위기 이후, 노무현 정부에 들어서서는 더욱 강화된 정부와 자본의 논리이다. 특별히 대사업장 정규직에 대한 공격은 역대 어느 정부보다 심한데, 노무현 대통령은 당선되자마자 정규직 해고가 더 자유로워져야 한다, 그것이 경제를 살리는 길이라고 했다.

이런 신자유주의적 처방이 경제를 되살려 일시적으로 해고된 노동자들을 더 튼튼한 일자리에 다시 복귀시키고 임금도 더 많이 지불하고 있는가? 전혀 그렇지 않다. ‘유일사상’으로 떠받들어진 신자유주의는 경제위기를 극복하기는커녕 세계를 금융자본의 투기판으로 만들어버린 지 오래다. 구조조정은 일상화되었지만 투자는 억제되고 있고, 거대한 투기거품이 만들어졌다가 붕괴하기도 하고, 일국 안에서나 세계적으로 부익부 빈익빈 현상만 심화되고 있다.

민주노총은 신자유주의자들로 변모한 우리사회의 소위 ‘개혁’세력들의 거짓 처방에 기대지 말고, 힘들지만 여성, 이주노동자 등 다양한 비정규직과의 아래로부터의 연대를 통해 자본에 대한 통제와 모든 노동자의 노동권 확보라는 전혀 새로운 길을 개척해 나가야 할 것이다. 민주노총에겐 사회적 합의주의 때문에 멈칫거릴 여유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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