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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1/01/18
    신자유주의와 사회주의의 실패 이후, 정세
    모험가

신자유주의와 사회주의의 실패 이후, 정세

 

 

1930년대 대불황 이후 최대의 위기를 경험하고 나서 오늘날 자본주의의 지배적인 사조인 신자유주의에 문제가 많다는 것이 어느 정도 확인되었다

 

        (여기서는 자세히 다루지 않겠지만 이번 위기가 신자유주의 '때문에' 발생했는가, 아니면 신자유주의(적 개혁)에도 불구하고 (자본주의 위기가 하도 깊어서) 발생했는가를 따져보는 것도 흥미 있는 주제로 보인다. 난 운동진영의 통념과는 달리, 신자유주의에도 '불구하고' 위기가 발생했다는 입장에 가깝지만, 신자유주의의의 어떤 측면 '때문에' 위기가 더욱 심각해졌다고 보고 있기도 하다. 이런 입장은 문제가 되는 신자유주의의 어떤 측면을 땜질하고 심지어는 케인즈주의로 돌아간다고 해도 그것이 문제의 근원적인 해결책은 되지 못한다는 입장이다. 그래서 구조적인 문제(이윤율의 장기추세의 하락과 자본생산성의 하락)가 해결되지 않은 상태에서, 위기 양상은 때마다 달리 나타나겠지만 위기 자체는 자주 반복될 것이라는 것이다. 물론 위기가 반드시 파국적으로 진행될 것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고, 최소한 노인병적 양상을 띨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런 입장이라면 "신자유주의에 문제가 있을 뿐만 아니라 자본주의에 문제가 많다는 것이 확인되었다"고 하는 게 정확한 이야기일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과거 신자유주의를 신봉해 신자유주의를 집행했던 정치세력들 또는 현재 이를 집행하고 있는 정치세력들 중의 일부가 동요하면서 자신의 행적을 반성한다고 하고 있다.

 

그러나 반성의 형태는 다양하다. 일부 땜질을 하여 완화된 혹은 변형된 신자유주의를 지속하는 세력도 있고, 신자유주의와는 약간 거리가 있어 보이는 케인즈주의적 복지국가 등의 슬로건을 제출하고 있는 세력들도 있다.

 

        (사실 오늘날 운동세력 중의 일부인사들도 일찍 개종을 했을 뿐이지 신자유주의 정책에 동조적인 인사들이 꽤 있었다. 예를 들면 유력한 인사들이 국민주 방식의 민영화를 찬성하기도 했고, 운동세력이라고 할 수 있을지 모르겠으나 일부 단체의 경우, 노동자 민중의 아래로부터의 힘을 이용한 재벌개혁이나 재벌통제가 아니라 주주자본주의를 통한 재벌개혁을 지지하기도 했다).

 

그런데 유능한 운동세력이라면 이들 정치세력 중 그 진정성을 사줄만한 정치세력들 또는 오히려 이들 정치세력들을 지지하는 민중들을 진보진영으로 끌어들일 수 있어야 할 것이다. 이는 이들의 과거 행적에 대해 정확히 비판하고 그 문제점이나 한계를 정확히 지적함과 동시에 이들의 자기반성을 전제로 공동활동을 모색함으로써 가능하지 않을까 한다. 이것과는 다른 방식으로 이들의 반성은 전혀 고려치 않고 과거 행적을 지속적으로 물고 늘어지면서 이들과는 절대로 같이할 수 없다는 태도는 문제가 있어 보인다. 이런 태도라면 우리 편을 거의 키울 수 없지 않을까?

 

한편 이 실패한 신자유주의자들, 혹은 이들을 지지했던 사람들이 진보진영으로 쉽게 넘어오지 않을 것이라는 것도 우리는 알고 있어야 할 듯싶다. 우리들(사회주의/공산주의와 모종의 관계를 갖고 있다고 여겨지는 진보진영)의 실패도 신자유주의 못지않기 때문이다.

 

관련된 이야기를 해보자. 이번 위기에서 사실 가장 심각한 마이너스 성장을 한 나라들은 위기의 진원지인 미국도, 지금 문제가 되고 있는 그리스, 아일랜드도 아니고, 구 소련에서 독립한 발트 3국(라트비아, 에스토니아, 리투아니아)과 우크라이나이다. 공히 2009년 경제성장률이 -15% 내외이다. 다른 서유럽 국가들의 경제성장률이 평균 -5% 내외인 것에 비해서. 서유럽 자본들이 들어와 거품을 일으켜 놓고선 문제가 생길 듯하니까 전부 떠나버려서 경제가 붕괴지경에 이르렀기 때문에 생긴 일이다.

 

그런데 재미있는 것은 이들 나라에서는 이렇다 할 시위가 거의 없었다. 라트비아와 우크라이나에서 소규모 시위가 있었을 뿐 지금 서유럽에서 보이는 대규모 파업이나 시위는 없었다. 그 이유를 두 가지로 생각해 볼 수 있을 것 같다. 그 하나는 이들 나라 국민들이 여전히 유순해서 정부에 대들고 따지는 게 약하다(구 사회주의 나라 국민들의 일반적인 속성)는 점이다. 다른 하나는 추측에 가까운 이야기이지만, 이들은 더 심각한 위기를 이전에 경험했기 때문에 이 정도의 위기가 그렇게 큰 위기로 받아들여지지 않았던 것이다. 실제로 구 소련 붕괴과정에서 우크라이나의 경우 2009년 정도의 마이너스 성장을 약 3-4년간 연속해서 경험을 했다. 다른 구 소련권 국가들도 유사했을 것으로 보인다. 물론 이 장기간의 심각한 위기는 체제가 붕괴하면서 경험한 것이지만 어쨌든 구 소련권 인민들에겐 사회주의와 결부된 위기였던 것이고, 자본주의에서의 이번 위기는 이것에 비하면 차라리 약과였던 것이다.

 

이런 사회주의의 실패 문제는 우리 운동진영에서는 여전히 충분히 따져지지 않았고, 당연히 그럴법한 대안도 마련되지 않았다. 물론 일부에서 이런 작업이 진행되지 않은 것은 아니나 아직 대중적으로는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 상황이다.

 

요는 신자유주의의 실패 이전에 사회주의의 실패가 있었고 이에 대한 비판적 극복작업이 대중적으로는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이기 때문에 신자유주의 실패를 지적한다고 해서 민중들이 진보진영으로 쉽게 넘어오지 않을 것이라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서 각종 복지국가 담론의 창궐이나 사민주의 혹은 개량주의의 부흥은 당연한 수순으로 인정되어야 하지 않을까? 쇄신된 사회주의 입장에서 이들 담론 자체와 실천양식에 대해 비판할 지점이 많이 있고, 이들이 그리는 사회를 우리의 최종적인 지향으로 전혀 삼을 수 없다고 생각하지만, 이런 사조는 당분간 불가항력적인 흐름이지 않을까 싶다.

 

이렇게 보아야 이런 흐름에 좀 느긋해질 수 있을 것 같고, 현재로서는 이들과의 공동활동(당연히 필요한 비판이 수행되어야 할 것이다) 과정에서, 대중적으로는 실패한 것으로 치부되고 있는 사회주의/공산주의를 쇄신하고, 쇄신된 사회주의의 문제의식을 대중적으로 확산시킬 계기를 잡을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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