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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자 민중적 입장에서의 한미FTA의 문제점: 한미FTA가 한국경제와 노동자민중에게 미칠 효과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의 핵심은 관세 및 비관세 장벽 철폐를 통한 무역자유화뿐만 아니라 각종 제도 및 관행의 변경을 통한 투자자유화(서비스부문을 포함하여)임. 따라서 독립적으로 맺기도 하는 투자협정은 자유무역협정의 한 장으로 들어가게 됨(그런 점에서 FTA의 번역어로서 자유무역협정은 FTA의 온전한 내용을 담고 있지 않은 단어라 할 수 있음). 그리고 또 빼놓을 수 없는 것은 무역 및 투자의 자유화를 뒷받침하기 위한 자본의 소유권 보장임. 이 자본의 소유권이 철저히 보장되면서 초국적 자본은 거리낄 것 없이 어디든 마음대로 가서 축적활동을 할 수 있게 되는 것임. 그리고 언제든지 철수가 가능하게 되는 것임. 이런 자본의 완전한 이동의 자유 그 자체만으로도 노동에게 위협이 되는데(특히 구조적 위기의 시대에) 보다 구체적으로 자본의 철수뿐만 아니라 철수 위협만으로도 노동은 자본의 요구에 순응하지 않을 수 없게 됨.

 

- 소유권보장을 위한 내용으로서는 수용의 엄격한 제한, 의무이행부과금지, 투자자의 국가 제소권 등임. 이 중 특히 투자자의 국가 제소권은 소유권 보장의 최종적 보루라 할 수 있음. 여기서 문제가 되는 것은 소유권에 대한 일체의 침해가 불가능하도록 되어 있는데 그런 점에서 자본의 권리장전이라 할 수 있음. 그리고 일견 양국 공히 보장되는 소유권 보장이라 하더라도 이는 국가간의 힘관계가 반영되면서 중심부 국가에 기반을 두고 있는 자본에 대한 소유권에 대한 보장이 훨씬 더 강하게 보장될 것이라는 것은 명약관화한 일.(주1) ‘투자자 국가 제소’ 건수가 얼마 안되고 그 피해액이 얼마 안된다는 지배세력의 반박이 있다. 그러나 이런 조항으로 인해 국가 정책이 자본의 소유권의 침해를 가져오는 일체의 정책을 고려조차 하지 않으려 할 것이라는 문제가 더 심각하지 않을까? 그리고 이런 조항에 힘입어 초민족적 금융자본의 투기활동이 아무런 제약도 없이 진행될 수 있다는 것 또한 문제이지 않을까?)

 

- 자본의 소유권의 철저한 보장의 문제를 제쳐놓는다면 역시 자유무역협정의 최대 쟁점은 성장률임. 이는 한미자유무역협정에도 마찬가지. 한미 자유무역협정체결로 한미자유무역협정을 체결하기전보다 성장률이 높아지는가 여부임. 한미자유무역협정 체결로 성장률이 체결을 하지 않을 경우보다 높아진다면 이는 생산성증대 혹은 고용증대에서 기인하거나 아니면 이 둘 다에서 기인하는 것임(이 두 요소 중 어느 것이 더 많은 기여를 하게 될지는 모르겠지만). 그리고 이 추가적인 성장이 가능하다면 정부가 이야기하는대로 사회양극화 개선의 계기가 될 수도 있을 것임. 즉 성장은 반드시 고용증대 및 임금상승을 가져오는 것은 아니지만, 그럴 가능성을 열기 때문임.

 

- 정부와 자본은 양국간의 관세 및 비관세 철폐로 한국의 대미수출이 증대되고, 추가적인 투자자유화로 투자가 증가하게 될 것이기 때문에 반드시 추가적인 성장이 있게 된다고 함. 그리고 연산가능 일반균형모델(CGE)에 기초한 컴퓨터 프로그램(GTAP)을 이용하여 추가적인 성장치 및 고용수치와 무역수지 변화치를 제시하고 있음.

 

 

- 일견 당연해 보이는 이런 주장에 대해 어떤 문제제기를 할 수 있을까? 자유무역협정으로 피해계층이 생긴다는 것은 정부도 인정하고 있음. 그러나 정부는 이렇게 명명백백하게 전체적으로 이득이 있다면 이득을 얻는 산업 혹은 계층에서 세금을 조금 거둬 피해를 보는 산업 혹은 계층을 지원하면 되지 않느냐는 것임. 그래도 ‘남는 것’이 있으니 자유무역협정을 체결하자는 것임.(주2) 직접적인 피해를 당할 가능성이 높은 계층이나 부문의 경우 한미에프티에이는 재앙으로 인식될 것이다. 아이엠에프 위기 10배 100배와 맞먹는 피해를 입힐 것이라는 운동사회의 구호는 이런 계층이나 부문의 입장에서 전혀 문제가 될 것은 아니다. 그러나 사회운동은 이런 계층이나 부문과 충분히 연대하되 한미에프티에이 비판이 여기에만 머물러서도 안된다. 한국경제나 한국사회 전체에 대한 한미에프티에이의 효과와 관련한 지배세력의 이야기가 틀렸다는 것을 증명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 여기서 쟁점이 되는 것은 ① 추가적인 성장이 발생하는가(주3) 생태적 관점에서는 동의할 수 없는 기준일 수도 있을 것이다.) ② 추가적인 성장이 외국계 자본의 생산활동까지 포함해서 계측하는 국내총생산(GDP)에서뿐만 아니라 순수한 한국민의 생산활동만을 계측하는 국민총생산(GNP)에서도 발생하는가 ③ 추가적인 성장에서 노동자 민중의 몫이 커지는가 ④ 피해계층의 지원대책이 이전의 소득정도는 보장할 만큼 충분한가 등이 될 것임. 이 4가지 질문에 모두 긍정적인 답이 나와야 노동자 민중진영은 자유무역협정에 대한 비판의 날을 거둘 수 있을 것임. 사실 이 네 가지 질문에 모두 긍정적인 답이 나올지라도 자유무역협정에 대한 반대 혹은 비판을 할 수도 있는데 예를 들면 구조조정 혹은 직업이전의 고통이 매우 클 경우가 그런 경우일 것임.

 

- 이 네 가지 질문에 가부를 정확히 가르는 것은 쉽지 않은 작업임. 이에 대해 경험적인 답을 구하는 방법으로는 간접적인 방법밖에 있을 수 없는데 그 하나는 미국과 FTA를 체결한 적이 있는 국가(한국과 비슷한 경제발전 정도를 보이고 있는 나라, 예를 들면 멕시코)의 경제적 성과를 살펴보거나 다른 하나는 한국의 과거 무역 및 투자의 자유화 경험을 살펴보는 것임. 또한 이론적으로 논증을 하는 방법이 있을 수 있을 것임.

 

- 멕시코 사례는 자유무역협정 찬 반 양 진영으로부터 이용이 되고 있음. 찬성진영은 경제적 성과(성장, 수출, 투자)가 그리 나쁘지 않으며, 부익부 빈익부 심화는 꼭 자유무역협정 때문이 아니라는 이야기를 하고 있음. 반대진영도 멕시코 사례는 한미자유무역협정의 문제점을 지적할 수 있는 좋은 사례인데 경제적 성과가 그리 좋지 않기 때문임. 한편 초기 정부문서에도 멕시코 사례는 부정적인 사례로 거론된 바 있음.

 

- 과거 한국 경제는 현재의 한미자유무역협정에서의 자유화에 버금가는 자유화 사례를 가지고 있음. 그래서 이 경험을 통해 한미자유무역협정의 효과를 간접적으로 측량해 볼 수 있음. 그 사례는 다름 아니라 80년대 말 90년대 초반에 진행된 대폭적인 관세인하를 통한 무역자유화와 97년 위기 이후 구조조정협약에 의해 부과된 투자자유화가 그것임.(주4) 한미자유무역협정의 효과를 예상해 보는 데 있어서 IMF 구조조정협약이 한국경제 및 한국사회에 미친 결과를 그 근거로 삼는 것은 언뜻 보면 불합리해 보인다. IMF 구조조정협약에서는 한국의 일방적인 개방만 있고, 한미자유무역협정에서는 그렇지 않기 때문이다. 그런데 주류경제학에 의하면 일방적인 개방이라 할지라도 비교우위에 따른 무역의 특화 및 자원배분의 개선 효과가 있게 되고, 투자가 유치되면서 생산 및 고용의 증대를 가져온다. 즉 경제학에 따르면 IMF 구조조정협약을 통한 한국만의 무역과 투자의 자유화가 한국경제에 피해를 가져오는 조치가 아닌 것이다. 또한 한미자유무역협정에서 미국시장의 개방이 있게 되겠지만 관세는 이미 낮은 수준이어서 미국시장 개방을 통한 무역증대효과가 그리 크지 않을 것이고 투자와 관련해서도 앞에서 이야기한 것처럼 한미간의 투자의 일방적 흐름으로 인해 한국자본의 대미 투자는 그리 크지 않을 것이다. 즉 한미자유무역협정도 IMF 구조조정협약과 같은 일방적인 개방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것이다. 문제는 이런 개방이 지배세력이 주장하는 대로 한국경제 및 한국사회에 이익을 가져오느냐 여부다. 보다 정확하게 이야기해서 구조적 위기 하에 개도국인 한국이 선진제국인 미국과 무역과 투자를 자유화하는 것이 한국경제 및 한국사회에 이익을 가져다주는가의 문제다.) 이 두 가지 자유화조치가 98년 이후 한국경제의 성과에까지 영향을 미쳤을 것임(필시 전자, 즉 80년대 말 90년대 초반의 대폭적인 관세인하는 97년 위기 직전의 무역수지 적자 확대에도 영향을 미쳤을 것이지만 여기서는 이것에 대해서는 논외로 하자). 98년 이후 한국경제의 결과는 그 이전에 비해 현저히 나쁘게 나오고 있음. 우선 공황시기인 98년을 제외한다 하더라도 성장률추세가 이전보다 더 낮아졌는데 이는 무역수지 흑자가 많이 발생하였음(성장률을 높이는 효과)에도 불구하고 내수소비 및 투자가 부진하면서 초래된 현상임. 투자부진은 특히 문제인데 정부가 주장하는 외국인 직접투자가 많이 증가했음에도 불구하고 초국적 자본이 장악한 기업에서의 실물투자는 부진했음. 자본계정에서의 외국인 직접투자 및 주식투자의 증가는 자산계정의 유형고정자산 증가(진정한 실물투자)와는 하등 관계가 없다고 할 수 있음. 따라서 정부가 자유무역협정으로 직접투자(외국인 1인 지분이 10% 이상인 경우를 일컬음. 따라서 외환은행 주식을 30% 이상 매입한 론스타의 행위도 직접투자로 분류되고 있음)가 늘게 된다는 이야기는 실물투자 증대와는 아무 관련이 없는 이야기임. 그 외에도 국내총생산증가율보다 더 낮은 국민총생산 증가율, 공식 실업통계보다 훨씬 더 심각한 실업상황 및 비정규직의 증가로 인한 소득분배 악화, 초국적 자본의 한국기업지배 및 이로 인한 잉여유출과 국부유출, 두뇌유출 등 한국경제의 성과는 매우 좋지 않음. 이 모든 결과를 90년대 초반 관세 인하로 인한 무역자유화와 구조조정협약에 의한 투자자유화 때문이라고는 할 수는 없을 것임. 그러나 우리는 최소한 다음과 같은 주장을 할 수는 있음. 즉 이런 경제적 성과로 보건대 이런 일련의 무역 및 투자자유화 조치가 한국경제 위기를 극복해 주거나 이전보다 더 나은 성과를 가져다주거나 하지 못했다는 것임.

 

- 무역 및 투자자유화가 성장 및 고용 증대에 효과가 있다는 정부의 주장을 뒷받침하는 이론으로는 뭐니뭐니해도 비교우위론과 직접투자론임. 자유화를 통해 상대적으로 우위에 있는 산업에 집중하고 열위에 있는 산업을 포기하면 보다 많은 성장을 가져온다는 것이 비교우위론이고, 직접투자론은 외국인직접투자는 반드시 생산 및 고용증대를 가져온다는 이론임. 그러나 오늘날 구조적 위기의 시기에 포기된 비교열위의 산업에서 발생하는 실업자들이 비교우위의 산업에서 일자리를 쉽게 구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주5) 비교우위론에서는 이것이 가능하다고 전제하고 있다(사실 대부분의 경제학은 완전고용을 언제나 전제하고 있다). 한편 비교우위론이 세계경제를 특징짓는 민족경제간 위계제, 즉 중심-주변간 지배종속관계의 토대라는 견해도 있다(윤소영, 『마르크스의 ‘경제학 비판’(개정판)』, 공감, 2005, 81-85쪽)), 직접투자는 주식투자와 다들 바 없는 자본계정에서의 금융투기일뿐 실물투자 증대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것이 일반적인 관측임. 정부 관료와 주류 경제학자들이 신봉하는 경제학에는 현실에서는 존재하는 이러한 구조적 위기에 대한 개념이나 이론이 없음. 그래서 당연히 현실분석에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고 할 수 있고 이들의 주장은 허구적인 이데올로기로 전화되었음. 우리의 판단으로는 한국경제의 구조적 위기의 시대에 한미자유무역협정으로 농업이 포기되면 농민들 대다수는 새로운 산업에서 일자리를 구하지 못하고 농촌빈민이 될 것이고, 서비스업에 들어오는 직접투자는 기존 한국인 서비스사업자를 구축(驅逐)하고 구조조정을 단행할 뿐 새로운 일자리를 만들어 내지는 않을 것임. 또한 제조업 제품 관세율이 미국은 낮고 한국은 높아서 이 관세율이 제로관세가 될 경우 수출증가효과보다는 수입증가효과가 높을 것임. 농업에서의 무역역조효과까지 더해져 무역수지 효과는 당연히 적자일 것임. 이는 정부산하 연구소나 심지어는 미국의 경제연구소를 망라해서 모든 경제연구기관의 일치된 견해임. 미국계 서비스 자본의 진출로 서비스산업의 생산성이 높아질 수는 있을텐데 이 생산성증대의 이익은 미국계 자본에게만 귀속될 것이고 그것이 그곳 노동자들에 추가적인 임금인상이나 고용증가로 돌아오지는 않을 것임. 왜냐하면 노동에 대해서는 구조조정을 해 인력을 최소화하고 그 대부분을 비정규직으로 채울 것이기 때문임. 당연히 이 부문에서의 국내총생산(앞에서도 이야기했듯이 외국자본의 생산활동까지 포함하여 계측한 것)은 추가적인 성장이 있을 수 있으나 국민총생산은 감소할 가능성이 높음. 어떤 이들은 국내총생산 증가와 고용증대 사이에는 양의 상관관계가 존재하기 때문에 국내총생산 증가가 있다면 노동자의 입장에서는 받아들일 수 있는 것 아닌가 하는데 이 경우 국내총생산 증가는 구조조정을 통한 생산성 증대, 서비스 고급화로 인한 것이어서 고용증대와는 무관할 가능성이 높다고 하겠음.

 

- 그런데 이 구조적 위기는 쉬 사라지지 않을 것이라는 것이 우리의 판단임. 따라서 비교우위론에 근거한 자유무역론은 실업증대로 귀결될 것이고, 직접투자유치는 실물투자 증대로 이어지기는커녕 금융투기만을 활성화시킬 것이라고 판단됨(주6) 외국계 초민족자본이 경영권을 장악한 많은 회사들(만도기계, 오티스, 캐리어 등)의 경우 유형자산에 대한 투자가 실제로 거의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 또한 제도선진화 차원에서 강화시킨다는 지적재산권은 한국경제에게 막대한 추가적인 부담을 야기시킬 것임. 세계은행 조사에 의하면 세계무역기구(WTO)에서 맺어진 지적재산권 협정(TRIPS)로 가장 커다란 부담을 져야 할 나라는 한국임. 그런데 한미자유무역협정에서 지적재산권은 보다 강화될 예정이고 그것의 집행이 보다 엄밀해질 것이라고 함. 그렇다고 한다면 이로 인한 추가적인 부담도 적지않을 것임.

 

- 이런 이유들로 인해 한미자유무역협정의 체결을 통한 추가적인 성장도 기대하기 어렵고(국민총생산의 추가생산은 물론이려니와 국내총생산의 추가성장도), 고용 및 임금상승에 대한 기대도 어렵다고 하겠음. 오히려 농업부분에서 발생한 실업이 다른 곳에서 좋은 일자리를 쉽게 얻지 못함으로써 전반적으로 실업과 비정규직이 늘어날 가능성이 높음.

 

- 또한 성장정체, 관세철폐, 지적재산권 강화로 인해 정부세입은 줄어들 수밖에 없어 피해계층에 대한 보상이 충분히(?) 이루어질 리 만무라 하겠음. 

 

- 그렇다고 한다면 한미자유무역협정은 앞에서 거론한 네 가지 기준 중 어느 것 하나도 충족시키지 못하고 있음. 네 가지 기준을 다 충족한다 하더라도 농업에서 예상되는 피해와 구조조정의 고통이 워낙 커서 한미자유무역협정을 받아들이기가 쉽지 않았을 것임.

 

- 결론적으로 노동자 민중의 입장에서 한미자유무역협정은 결코 받아들일 수 없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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