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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펌] 가을, 대추리 도두리

 
   
가을, 대추리 도두리
[진재연의 리기다소나무](1) - 대추리의 추석
진재연(솔부엉이도서관 관장) luce21@jinbo.net
"도토리 주우러 가자"

대추리 가게집 앞 솔부엉이 숲. 긴 대나무 막대를 들고 도토리나무를 흔드는 대추리 아저씨들이 보입니다. “저짝 가생이를 쳐야 해유~” 고개를 바짝 들어 나무를 올려다 보던 할머니들이 한마디씩 훈수를 둡니다. 도토리가 후두둑 떨어지자 할머니들은 연두색 깍정이에서 열매를 꺼내 옷에 쓱 문지르고 바구니에 담습니다.

솔부엉이 숲을 지날 때마다 내 팔을 끌어 당기며 “도토리 주우러 가자”던 일곱 살 지영이도 신이 나서 도토리를 모았습니다. 도토리묵을 해서 같이 먹을 거라는 할머니들은 대나무 막대가 도토리나무를 후려칠 때마다 연신 웃음을 터뜨리며 하늘을 올려다봅니다. 막대를 차지하지 못한 아이들은 커다란 돌멩이를 던져 나무를 흔들어 보기도 합니다. 추석 연휴 솔부엉이 숲에는 이렇게 도토리를 찾으러 오는 사람들이 많았습니다. 명절을 쇠러 온 친척들과 함께 높이 솟은 나무를 쳐다보기도 하고 숲을 휘저으며 땅에 떨어진 도토리들을 주웠습니다.

 참세상 자료사진

곡식 거두는 대추리, 추석

대추리 도두리도 이렇게, 여느 마을처럼 추석을 맞았습니다. 이번 추석 대추리 도두리에서 가장 기쁜 일은 올해 수확한 쌀을 함께 나누어 가진 일이었습니다. 주민대책위 임원들과 지킴이들은 마을을 돌며 한 집 당 80kg의 쌀을 배달했습니다. 주민들은 철조망 바깥에서 잘 자라준 벼가 기특하기도 하고 추석을 앞두고 이렇게 라도 나눌 수 있어 기쁘다고 하셨습니다. 1반 뜸부터 4반 뜸까지 집집마다 다니는데 한 나절이 걸렸지만 마을 아이들은 지치지도 않고 신나게 쫓아다녔습니다.

땅을 가꾸며 살아온 사람들에게 일년 농사지은 결과물을 수확하는 것만큼 기쁜 일이 있을까요. 이른 벼는 8월에도 수확하는데 벌써 늦었다고 추수를 서두르던 9월 초, 수확을 하기 위해 제일 먼저 한 일은 황새울 영농단을 청소하는 일이었습니다. 4월 한달 건답직파를 하기 위해 매일 아침 모이던 황새울 영농단. 주민들과 지킴이들이 함께 모여 하루를 시작하던, 직파기계를 단 트랙터가 경쾌한 소리를 내며 논으로 나가던 바로 그 곳입니다. 국방부는 영농단 앞 길을 완전히 파괴해 건널 수 없는 강을 만들어버렸지만, 농민들은 그곳을 청소하고 오랫동안 쓰지 않은 콤바인에 기름칠을 해 수확준비를 했습니다. 요란한 소리를 내며 들판을 누비는 콤바인이 벼를 베고, 농민들은 그 뒤를 따라다니며 콤바인이 담아내지 못한 벼이삭들을 주웠습니다.

 참세상 자료사진

“좋지, 좋아. 한없이 좋지. 농민들에게 수확하는 것만큼 좋은 게 어딨어.” 대추리에서 가장 먼저 수확을 한 이정오(70)할아버지는 누렇게 익은 들판을 누비며 일을 하셨습니다. “농사만 짓게 혀, 피 하나도 안 나오게 할 것이니께” 배운 게 농사밖에 없어서 이 땅에서 절대로 나갈 수 없다는 이정오 할아버지는 농사만 지을 수 있게 하라며 환하게 웃으셨습니다. 예년에 비해 턱없이 적은 양이지만 수확을 하는 시간만큼은 농민들의 시름을 날려보내는 것 같았습니다.

하지만 경찰은 황금빛 들판에서 거둔 낱알 하나가 아까워 주워담는 농민들의 갈라진 손을, 주름깊은 얼굴을 채증했습니다. 그것들을 증거로 대추리 도두리 사람들은 수백만원 벌금을 선고받게 될 것입니다. 철조망 바깥에 살아남은 논이라도 가꾸기 위해 새벽같이 논에 나갔던 사람들, 논둑을 줄지어 다니는 경찰들이 벼 한 포기라도 밟을까 걱정되어 마음을 놓을 수 없던 사람들, 철조망 안에 갇혀 있는 벼들이 얼마나 주인을 욕하겠냐고 시름을 떨치지 못하던 대추리 도두리 사람들. 그렇게 봄·여름, 아픈 시간들을 보낸 농민들에게 2006년 가을, 한국정부는 농민들이 수확의 기쁨을 맛보았다는 이유로 채증을 하며 범죄자로 만들고 있고 마을을 고립시키며 하루하루 목을 죄어 오고 있습니다.

대(大)추(秋)리(理). 가을에 많은 수확을 거둔다는 뜻

대(大)추(秋)리(理). 가을에 많은 수확을 거둔다는 뜻을 가진 마을입니다. 이름대로라면 가장 풍요로워할 시기인데, 2006년 대추리의 가을은 그 풍성함을 다 드러내지 못했습니다. 수확은 했지만 아쉬움을 감출 수 없고, 추석을 맞이했지만 걱정과 근심을 떨쳐버릴 수가 없는 시간들이었습니다.

추석을 하루 앞둔 날, 주민들은 추석맞이 노래자랑으로 735일째 촛불을 밝혔습니다. 대추리 노인회장님이신 정태화 할아버지는 “내일 추석 날 노인정 앞에 다 같이 모여 풍물을 치자”고 말씀하셨습니다. 그리고 인터넷을 조금씩 배우기 시작하면서 노래 가사를 가지고 다니신다며, 주머니에서 하얀 종이를 꺼내셨습니다. 가사가 적힌 종이를 꺼내신 노인회장님은 ‘흙에 살리라’를 부르셨습니다.

대추리에서 태어나고 대추리로 시집 와 61년째 살고 있는 4반뜸 이옥자 아주머니는 ‘흑산도 아가씨’를 불렀고, 이날 예순 두 번째 생신을 맞이한 도두2리 이상열 이장님은 ‘울고 넘는 박달재’를 불렀습니다. 10살 도희와 승현이가 함께 무대에 서 폭발적인 박수를 받았고, 대추리 처갓집에 추석 쇠러 온 어느 아저씨는 ‘아침이슬’을 너무나 멋드러지게 불렀습니다. 그리고 그 날 가족들과 함께 대추리를 찾은 어느 현역군인의 눈물도 주민들의 마음을 적셨습니다. 추석 연휴 내내 떡과 과일을 들고 마을을 찾았던 많은 사람들이 있어 대추리 도두리 주민들은 잠시나마 근심을 잊고 웃으며 지낼 수 있었습니다.

 참세상 자료사진

마지막일 수 없는 대추리의 추석

마지막 일거라고들 합니다. 올해가 대추리 도두리에서의 마지막 추석일거라고, 추석을 앞둔 황새울의 가을걷이를 내년에는 볼 수 없을 거라고. 9월 24일 시청 앞 수천 명의 사람들이 모인 4차 평화대행진을 철저하게 외면했던 언론들이, 이 싸움이 끝났다고 말하는 이들이 그렇게 이야기합니다. 또한 그 언론들은 10월 2일 국무총리실 주한미군대책기획단에서 마련했다는 ‘주민화합잔치’와 ‘추석 이후 40가구 이주’ 발표를 앞 다투어 보도했습니다. 이미 나간 사람들과, 회유와 협박속에서 불안하게 동요하던 사람들을 모아놓고 ‘화합’잔치를 벌인 한국정부는 또 한번 그렇게 사람들을 ‘분열’시키고 마음에 생채기를 냈습니다. 추석을 앞 둔 대추리 도두리는 한국정부와 국방부의 변하지 않는 비열한 수작에 다시 한번 치를 떨었습니다.

글쎄요. 정말로 올해가 마지막이 될지, 내년에도 백로가 날아드는 황새울에서 벼를 베고 추석을 맞이하게 될지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이곳에 사는 그 누구도 마음 한켠의 걱정과 불안을 떨치지는 못한 채 살아가고 있으니까요. 하지만 지난 3년 간 그래왔던 것처럼 이 땅을 떠나지 않고 끝까지 지키려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학교가 부숴지고, 논에 철조망이 생기고 급기야 집들까지 부숴진 이 곳에서 하루하루 힘든 일상을 이어가는 주민들이 있습니다. 부숴진 집들의 철근과 콘크리트 잔해들을 보면서 아침을 맞이하지만 결코 포기할 수 없는 싸움의 끈을 놓지 않는 이들이 살고 있습니다. 국방부에서 떠들어대는 것처럼 지금 대추리 도두리에는 ‘강경파’만이 남아 있기 때문일까요. 40명이 이주를 합의했는데 눈에 가시 같은 ‘강경파’ 때문에 미군기지 사업이 차질을 빚고 있다고 말하지만, 이곳 대추리 도두리에는 강경파도, 온건파도 없었습니다. 그 누구도 이 곳을 떠나고 싶어하지 않았고, 올해도 내년에도 농사지으며 살아가고자 했을 뿐입니다. 대추리 방효태(78) 할아버지 말씀처럼 그런 사람들이 ‘견디지 못해’ 하나 둘씩 떠나갔고, 그렇게 떠나간 사람과 남겨진 사람들은 등돌리는 아픔까지 떠 안아야 했습니다. 비열한 한국정부는 한 동네 살던 사람들을 더욱 분열시키고 갈등을 조장하고 있는 것입니다.

 참세상 자료사진

더 이상 속지 않는다

한국정부가 ‘40가구 이주’ 발표를 한 날도 여느 때처럼 농협창고 모인 사람들은 762일째 촛불을 밝혔고, 그렇게 함께 모여 아픈 가슴을 쓸어 내렸습니다. 이 날 방승률(72) 할아버지는 “개인이 거짓말하면 사기죄로 들어가고 난리가 날 거다. 그런데 정부가 국민을 상대로 이렇게 거짓말을 하고 있다”고 말씀하셨습니다. “내가 인터넷을 쓸 줄 알면 좋겠는데 그게 안 되니, 인터넷을 하시는 분들이 우리의 이야기를 계속 알려줘야 한다. 이놈의 정부가 국민들의 눈과 귀를 막고 있다” 언제나 침착하고 조용하신 방승률 할아버지는 이날 무척이나 화가 많이 나셨고 목청을 돋우어 이야기를 하셨습니다.

주민들은 한국정부와 국방부의 거짓말에 더 이상 속지 않습니다. 저들의 야만적이고 비열한 수작이 주민들의 올곧은 저항을 멈추게 하지는 못할 것입니다. 마른 땅에 볍씨와 비료를 뿌리던 봄날에도, 어느 날 갑자기 논에 가시철망이 들어서던 그 날 이후에도, 물이 찰랑찰랑하는 논에서 피를 뽑던 뜨거운 여름에도 땅을 가꾸며 사는 사람들의 손길을 막을 수 없었던 것처럼 말입니다. 주민들이 지치지 않게 대추리 도두리의 문을 두드릴 더 많은 사람들을 기다립니다. 대추리 도두리의 추석은 올해가 마지막이 될 수 없습니다. 솔부엉이 숲 사이로 드러난 가을 하늘을 내년에도 볼 것이고, 대추리 아이들과 함께 도토리를 주울 것입니다. 황금빛 황새울의 가을걷이를 내년에도 꼭 볼 수 있기를, 지금 이 시간이 이곳의 마지막 가을이 되지 않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진재연 님은 사회진보연대 회원이며, 현재 대추리에 살면서 솔부엉이 도서관을 지키는 일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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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한가지 홍콩관련...

여기와서 보니 한국에서 민중가요와 율동을 배운 동남아 활동가들이 아주 많았다.

공식 무대에서 몇 몇 동남아 단위들이 한국에서 이런 노래를 배웠고 저런 율동을 배웠는데 한 번 해보겠다고 하고 시연을 해보였다.

 

지금 회의를 하려고 하고 있는 여기 사무실에서도 대만 노동자들이 와서 임을 위한 행진곡을 부르고 있다.

 

투쟁의 세계화가 한국민중운동에 의해서 진행되고 있다고나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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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펌] 황우석 의혹 총정리

프레시안 게시판에 있다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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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우석 의혹 총정리(비전문가용)
진실만이 살 길 / 2005-12-07 오후 4:55:51
추천 11, 반대 4


BRIC(과기부산하 생물학연구정보센터) 게시판: 펌


제가 사실 과학에 그다지 연관 없는 이 사이트에서 왜 할일 없이 열 내는지 저도 모르겠습니다만 진짜 엉터리 언론의 말만 믿는 분들이 많은 거 같아서 글을 씁니다....

황 교수의 논문은 뭐 최첨단 기술이라 같은 생물하는 사람도 검증하기 어렵다는 정근모의 말..그야 말로 새빨간 거짓말입니다. 사태를 덮고 싶은 맘은 이해가지만, 진짜 해도 해도...

제가 황교수 논문에 대해서 자세하게!!! 요약해 드리겠습니다.

황 교수의 사이언스 논문은 2004년 논문과 2005년 논문이 있습니다.
2004년 논문내용을 아무 전문적이고 고차원적으로 요약하면

"나 줄기세포 만들었다"

이거 한 문장입니다. 아인시타인 논문이나 페르마의 정리처럼 두껍지도 않고 읽는데 어려운 논문 결코 아닙니다. 줄기세포 만들어서 확인했다, 그 외에는 아무런 내용도 없는 논문입니다.
하지만 대단한 성과이지요. 왜냐면 그동안 줄기세포 만든 사람이 없었으니까요.

이게 왜 힘드냐면, 난자 핵 치환 과정(황 교수팀은 젓가랏질의 기운을 받아 극복하였다는)이 어렵고, 줄기세포의 배양자체가 어렵기 때문에 많은 노하우가 필요하고, 결정적으로... 이게 성공률 자체가 워낙 낮기 때문에 수많은 난자가 필요한데 이렇게 난자 대량으로 구할 연구팀이 황 교수밖에 없었습니다.
2004년 논문에서 황교수는 242개의 난자로 한 개의 줄기세포를 만듭니다.

그러고 나니까 외국 연구팀이 비웃습니다. 나도 난자 200개 주면 하나 정도는 만든다. 없어서 못만들지 그게 뭐 대수냐??? 라고 하니까 2005년에 다시 획기적인 논문을 발표합니다.

"나 줄기세포 11개 만들었다. 이번엔 환자 자체의 세포를 이용하였고, 난자도 180개 밖에 안 썼다.
진짜 대단하지 않냐? 이제 진정한 줄기세포 시대의 개막을 선포한다"

2005년 논문은 양이 좀 많아서 두 줄입니다.

자, 그럼 이것을 어떻게 검증하느냐? 보통 다른 실험 같으면 딴 쪽에서 재현테스트를 하는데, 이건 난자가 없어서 못합니다. 제일 간단한 방법은 황교수가 만든 줄기세포를 확인하면 됩니다.
줄기세포 확인은 이미 수없이 거론된 DNA fingerprint로 하는데 이건 일반인도 1주일 배우면 하는 방식입니다.

2005년 논문은 2004년 논문에서 이어지는 것이므로 특별히 논리적으로 모순될게 없다고 판단이 되어 사이언스에서 검증기간도 극도로 짧게 가지고 특종 보도를 합니다.

조금 시간이 지나서 PD수첩의 조사 같은 게 흘려지고 난 후에 황교 수가 논문 정정을 요청합니다.

"나 줄기 세포 만들었다는거 중에 4개가 아직 정확하게 확인 안 된다. 7개 만든 거로 정정해다오"

사실 줄기세포 확인절차인 DNA감식을 국과수에 야매로(!) 한번 한 거 밖에 없다는 게 의아스럽지만,
뭐 이 정도의 수정은 그렇다 칠 수 있겠습니다.

그런데 이번에 줄기세포 사진 자체가 중복된 것이 5쌍이나 등장합니다. 아울러 DNA noise pattern이 같은 것도 있고요... 단지 사진의 실수라고 하는데, 만약 이게 실수가 아니ㄹㅏ면?
황 교수의 2005년 논문은
"나 줄기세포 2~3개 만들었다. 환자 거에서 나온 세포인지는 확실치 않다" 로 바뀌어 버립니다.
이러면 이 논문 당연히 퇴짜 맞아야 하는 수준입니다.

PD수첩이 내보자 제보로 뭐 어떻게 알았는지는 모르겠으나 황 교수의 줄기세포가 3개 이하라는 의심... 혹은 확신(?)을 갖고 있습니다. 이러면 어떻게 할까요?
간단한 것은 '거 줄기세포 좀 구경합시다.' 입니다.

이거 연구 방해하는 거 별로 아니고요, 줄기세포 자체는 분양이 가능하므로 조금 띠어져도 상관없는 겁니다. 그래서 PD수첩이 구경하려고 줄기세포 가져갔는데, 그게 줄기세포가 아니었습니다!
이런 모든 결과가 학계에 퍼졌습니다.

그래서, 원하는 것은 아주 간단합니다.

"줄기세포 좀 봅시다!!! 실험해서 만들었다는데 그거 좀 구경시켜 주면 안 될까요?"

그 어렵게 만들었다는 줄기세포, 한 번 분양받아서 DNA돌려서 줄기세포의 아름다운 패턴을 보고 싶은 소박한 요구사항일 뿐인데... 처음에는 사이언스가 싫어할 거라는 핑계, 그 다음에는 과학자의 자존심,... 그 다음에는 그 소중한 줄기세포가 아예 11개 모두 손상되었다!!!! 라는 답변...

결국 줄기세포를 다시 만들어서 보여주겠다고 하는군요. 2004년 논문이 잘못 되지 않았다면 분명히 황 교수팀은 줄기세포 만들 능력 있을 겁니다. 하지만, 이미 2005년 논문 자체가 바보 논문이 되어버리는 거죠.

황 교수의 모든 업적을 부정하겠다는 게 아니라 2005년 논문에서 나왔던 11개, 아니 수정해서 7개의 줄기세포를 한번 눈앞에서 세어보고 싶다는 건데... 학자적 자존심이 용납 안되어서 그 중요한 샘플을 한꺼번에 소각장에 넣었다는 얘기인 가봅니다.

뭐, 의혹은 의혹일 뿐입니다. 하지만 이런 식으로 간단한 요구 사항을 갖은 핑계를 대면서 거부하는 것은 의혹을 증폭 시킬 뿐 아니라, 과학자의 기본자세가 아닙니다.
그리고 그 와중에 벌써 여러 번 거짓말 한 것이 드러났기 때문에 근본적으로 신뢰가 가지 않는 것이고요.
(대표적 거짓말 : 난자 매매는 결코 없었다. 연구원 기증 없다. 줄기세포는 DNA검증이 어렵다. 가끔은 DNA가 변한다. 포름알데히드 쓰면 DNA검증 안 된다. 사진 수정은 이미 사이언스도 아는 사항이다. MBC덕에 일본애들이 논문 더 먼저 냈다)

마지막으로 정리하자면, 저 진짜 줄기세포 구경하고 싶습니다. 제가 줄기세포 만들 능력은 당연히 없어서 논문은 못 쓰지만, 줄기세포 주면 그게 줄기세포인지 '검증'은 쉽게 할 수 있습니다. 제가 PD수첩도 PCR 분석 전문가도 아니지만......

줄기세포를 안 보여주기 때문에 줄기세포가 과연 있었을까? 하는 근본적 물음이 남는 것인데...
지금 우리나라 상태를 보니까 있어도 그만 없어도 그만이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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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펌] 철학의 빈곤

이건희가 '고대사태'를 젊은이의 열정 탓으로 돌리고 좀 더 큰 시야를 갖길 원한다고 했다고 하더라구요. 그리고 더 이상 문제삼지 않았으면 한다네요. 과연 대인의 풍모네요. 만드는 노조마다 갖은 수단을 다 동원하여 족족 깨는 것도 대인의 풍모겠지요, 아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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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철학의 빈곤 No. 239866 | Hit 405 | Date 2005-05-04


글쓴이 문대 99(bruce10) (고대인)


부끄러움을 모르는 대학

삼성그룹 회장 이건희가 고대에서 명예철학 박사학위를 받아간 일로 나라가 온통 떠들썩하다. 수많은 논란에도 불구하고 이건희에게 수여된 박사학위가 400억 짜리 100주년 기념관을 지어준 것에 대한 대가라는 점은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경영대 출신 총장(이 아니라 실은 사장)이 취임한 이래 꾸준히 캠퍼스를 시장바닥으로 만들어가던 학교가 이제는 학문적 가치마저 매매의 대상으로 삼기에 이른 것이다. 철학이 ‘상품’이 되어, 그것도 천문학적인 액수에 팔려가는 이 역겨운 모습을 지켜보며 두 가지 의문이 든다. 언제부터 우리 사회가 인문학에 이토록 높은 가치를 부여했던가. 그리고 이 낯뜨거운 거래를 지켜보면서 왜 아무도 부끄러워하지 않는가.

자본의 천년왕국인 이 남한 땅에서 이미 왕이나 진배없는 이건희가 그깟 철학박사 학위쯤 하나 더 가진다고 해서 얼마나 더 큰 명예와 권세를 누리게 되는 것인지는 모르겠으나, 인문학을 공부하는 학생으로서 나는 모멸감과 분노를 감출 길이 없다. 모든 학문은 당연하게도 인간을 위해 존재한다. 이 땅에 살아 숨쉬는 모든 인간에게 풍요와 행복을 가져다줌으로써 학문은 제 존재가치를 다하는 것이다. 그렇지 못하고 학문이 다른 인간에 대한 착취와 억압을 합리화하는 수단으로 변질될 때 우리는 그것을 당장 쓰레기통에 처넣어야 마땅하다.

플라톤의 정의에 따르면, 철학은 “대상을 지적으로 가장 탁월하게 취급하는 능력”을 말한다. 이건희에게 철학적 소양이 있다면 그것은 아마 ‘노동자들을 가장 탁월하게 착취하는 능력’이 될 것이다. 철학, 더 나아가 인문학의 기본정신을 이루는 ‘인간’을 살피는 대신 오로지 ‘돈’만을 최고의 가치로 삼는 이에게 철학박사 학위가 가당키나 한 말인가. 인문학을 가르치는 고대의 모든 선생님들은 지금 어디에서 무얼 하고 있는가. 학생들이 먼저 나서 울분을 토하는 지금, 고대의 선생님들은 어떤 응답을 보여주고 있는가. 이런 꼴을 보면서도 ‘인문학의 위기’라는 말을 입에 담을 수 있단 말인가.

듣자하니 이번 사태에 대한 책임(?)을 지겠다며 부총장을 비롯한 9명의 처장단이 모두 사표를 제출했다고 한다. 일본 총리나 전직 대통령이 수모를 당하고 돌아갔을 때도 나오지 않았던 사표다. 정작 학자로서 갖추어야할 학문적 양심은 온데간데 없고, 오직 재벌 총수에 대한 굽신거림이 있을 뿐이다. 이들에게서 더 이상 무얼 배운단 말인가. 보직만 내놓을 것이 아니라 이참에 교수직도 반납하고 아예 학교를 떠나는 것이 어떨까 한다. 돈으로도 살 수 없는 것이 바로 학문의 정신임을 앞장서서 보여주지는 못할 망정 되려 시위 학생들을 ‘징계’하겠다고 으름장을 놓는 이들에게서 인간적 연민마저 느낀다.


‘폭력’과 삼성, 그리고 철학

학생들의 시위에 대한 비난은 주로 그것이 ‘폭력적’이었다는 점에 집중되고 있다. 삼성출신 인사들이 즐비한 정부부처와 보수언론들도 덩달아 시위학생들을 폭력집단으로 매도하고 나서는 형국이다. 언어도단이 따로 없다. 폭력이라고 해서 다 같은 폭력이 아니다. 미국의 흑인 인권운동가 말콤 X가 말했듯이, “폭력에 대항하기 위한 폭력은 폭력(violence)이 아니다. 우리는 그것을 지성(intelligence)이라고 부른다.”

부도덕한 학위매매를 저지하기 위해 고작 몸싸움을 벌인 것이 ‘폭력’이라면, 노동조합을 만들려는 노동자들을 납치, 감금, 폭행하는 것은 도대체 뭐라고 불러야 하는가. 학생들이 (이건희가 노동자들에게 그러했듯이) 학위수여식을 저지하기 위해 핸드폰 위치추적을 했나. 아니면 가족들에게 전화를 걸어 학위수여식을 하면 가만두지 않겠다고 협박을 했나. 무노조경영으로 노동자들을 착취하고 편법상속으로 서민들을 울려온 일상적 폭력집단이 지금 ‘폭력’을 이야기하고 있다.

시위에 참가한 학우들로 인해 학위수여식이 파행으로 치달았고, 이 때문에 앞으로 고대생들이 삼성에 취업하는데 악영향이 있을 것이라는 어리석기 짝이 없는 추측 역시 실제로 많은 학우들 사이에 퍼져있는 듯하다. 참으로 안타깝다. 기업 회장의 사적 감정이 직원 채용이라는 공적 업무에 영향을 끼칠 수 있단 말인가. 그럴리도 없겠지만, 만약 그렇다면 삼성은 당장 국내 최고의 기업이라는 수식어를 스스로 반납해야 할 것이다. 재벌 총수의 심기를 건드려서는 절대 안된다는 이런 노예적 발상이야말로 한국경제가 지난 수십년간 앓아온 고질병인 소위 재벌기업의 폐해를 확대재생산하는 일임을 알아야 한다.

오히려 가장 심각한 문제는 이건희에 대한 철학박사 학위수여가 근본적으로 잘못된 일임에도 불구하고 ‘삼성 취업’이라는 개인적 이해관계에 따라 그를 옹호하고 있는 일부 학우들의 형편없는 도덕성이다. ‘옳고 그름’이 아니라 ‘돈과 이익’에 따라 몰려다니는 이 꼬락서니가 과연 지성의 전당이라는 대학의 모습으로 적절한 것인가. 대학을 ‘취업 알선소’ 쯤으로 여기는 이런 한심한 학우들이 존재하는 한 한국 대학의 위기는 영원히 끝나지 않을 것이다. 서열화된 학벌구조가 깨어질 줄 모르는 이 사회에서 이런 학우들이 ‘고대 졸업생’이라는 이유만으로 남보다 더 ‘출세’할 가능성이 월등히 높다는 사실은 우리를 슬프게 한다.

정말이지 ‘철학’이 문제다. 이런 학우들 때문에라도 제대로 된 ‘철학’ 교육이 하루 빨리 이루어져야 한다. 철학과 교수님들의 무너진 자존심 회복도 할 겸, 이번 기회에 ‘교양영어’ 대신 ‘철학 개론’을 필수과목으로 정하는 건 어떨까. 물론 그 전에 ‘철학박사 이건희’를 배출한 고대 구성원 모두의 통절한 반성과 진지한 자기성찰이 이루어져야 함은 당연하다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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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펌] 울산 산단에서 30년 넘게 일해 온 건설노동자의 피울음

울산 산단에서 30년 넘게 일해 온 건설노동자의 피울음

Sk 상경 투쟁단 대표 오 금철 (58세)


천리 밤길을 달려 새벽에 왔습니다
좁은 차칸에 다리도 못펴고 마른 빵 입에 물고 동료들과 서울로 왔습니다.
눈물을 머금고 왔습니다.

나는 68년 여수 호남정유에서 조공으로 일을 시작했습니다.
69년 8월 11일 군대에 갔습니다.
월남전에도 참가했습니다. 72년 6월에 제대를 했습니다.
나는 아직도 전쟁 후유중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고엽제피해로 온몸 살갗이 벗거집니다. 오늘은 팔에서 내일은 다리에서 뱀허물 벗겨지듯 살점이 떨어져나갑니다.
한여름에도 짧은 팔을 입을 수가 없이 살아온 인생입니다.
74년 고리원자력발전소 1호기에서 6호기공사까지 참여했습니다.
울진원자력에도 일했습니다.
사막의 뜨거운 모래폭풍을 이기고 이라크까지 가고 일본도 가고 어디라도 달려가 일을 했습니다. 말그대로 산업역군이었습니다.

일등국민이 도대체 누구입니까?
어느잡지에서 본 것인데 애국, 애족, 애사라고 했습니다.
그 가운데에서도 군인들이라 했습니다. 다음이 외화를 벌어들이는 사람들이라 했습니다. 그 다음이 산업역군이라 했습니다.
그런데 나는 무엇입니까? 산업역군은 간데없고 검사들과 경찰들은 빨갱이라고 합니다.
도대체 나는 무엇입니까? 근로기준법을 지켜라는 것뿐인데 끌려가고 구속되고 수배되고 이게 뭡니까?
나라의 윤리가 있다면 이러지 않습니다.
자본이 썩었습니다.
정치가 썩었습니다.
경찰 검사가 썩었습니다.
나는 지금까지 정치나 검사들이 이정도까지 썩었는지 몰랐습니다.

울산은 지금 전쟁입니다. 너무 억울한 전쟁입니다. 월남전보다 더 무섭습니다.
젓먹이를 덜쳐업고 나온 아주머니들이 태반입니다. 얼마나 절박하면, 이놈들이 얼마나 나쁜놈들이면 이러겠습니까? 아이들한테 아저씨들 잡아간 나쁜경찰이라고 가르쳐야합니까?

솔직히 나는 근로기준법을 모릅니다.
하지만 우리가 원하는 것은 법에만 있는 것이었지 현실은 꽝입니다.
초등학생도 이해하고 국민 누구나가 이해하는 것입니다.
먹고 씻고 쉬고 일하는데 가장 기초적인 것입니다.
밥알보다 모래를 더 씹어야하는 점심도시락입니다. 비가 오면 빗물에 말아먹는 꼴입니다.
공장담벼락에 숨어서 도둑놈처럼 작업복을 갈아입어야합니다.
누가 우리들의 생활을 이해하겠습니까?
우리는 돈을 더 달라는 것도 아닙니다. 인간답게 생활하고 좀더 인간답게 일하고 싶은것입니다.
30년 훨씬전에 전태일열사가 외친 근로기준법을 지금 우리가 외치고 있다는 사실을 얼마전에 알았습니다.
살아온 날을 이야기 할라니 눈물만 납니다.
서러움이 한번 보고 싶으면 나를 보면 됩니다. 우리 동료들보면 됩니다. 파업하며 안 운 날이 없습니다. 울고 울고 또 울어도 눈물이 납니다. 피눈물이 납니다.

노무현대통령은 서민들을 위해 일하겠다고 했습니다. 입만 열면 낮은 쪽을 바라보아야한다고 이야기했습니다. 십여년전에는 현대중공업노동자들의 파업현장까지 함께 지켰던 사람이 대통령 아닙니까?

내 삶이 왜 이렇습니까.
원인이 무엇입니까?
지금 우리는 돈을 더 달라는게 아닙니다.
새벽밥 먹고 현장에 와서 옷갈아 입을 장소가 없어 도로에서 주섬주섬 옷을 갈아입습니다 쇳가루 시멘트가루 날리는 난장에서 비가와도 피할곳 없이 밥을 먹습니다. 내 호주머니 돈으로 도시락을 먹습니다
하루일을 마치고 땀에 흠뻑 절어도 손 씻을 세면장 샤워장하나 없는게 건설일용 노동자의 오늘입니다.
내 돈으로 먹는 도시락 모래 바람 없이 먹어보자는 겁니다
화장실 한번 당당하게 가보자는 것입니다. 먼지구덩이 쇳가루라도 털고 퇴근하고 싶습니다.
국민3대의무가 교육의 의무 국방의 의무 납세의 의무입니다. 이 가운데 우리가 안 지킨게 무엇입니까? 노동자기본권은 하늘의 별따기보다 어려운 것입니까? 기본권이 원래 그런 겁니까?

성수대교가 왜 무너졌습니까?
삼풍백화점이 왜 그리되었습니까?
부실공사 아닙니까?
다단계 도급제 때문 아닙니까?
다단계도급이 시공관행이 되어버린지 오랩니다. 한 단계만 없애도 삼풍백화점이 왜 무너지겠습니까? 다단계 도급제야말로 살인행위입니다. 테러입니다. 그런데도 검사들과 경찰들은 우리더러 폭력배라하고 우리더러 테러리스터라고 합니다. 말이나 됩니까?
우리들은 명예가 없습니까? 퍽하면 명예훼손으로 고소하고 고발하는 사장들만 있지 우린 늘 당하고만 있습니다.
지금 우리가 하는 파업은 목숨을 살리는 일입니다. 잘못된 시공관행을 근본에서부터 바로잡는 길입니다. 지금 우리가 하는 파업은 우리들의 목숨이 달린 문제입니다
내 나이가 내일모레면 60을 보지만 이번만큼은 물러설 수 없는 겁니다.
공장에서 일하는 후손들에게 남길 유산이라고 생각합니다. 하루에도 몇 번씩이나 죽음을 생각합니다. 죽을 각오로 싸울것입니다.

업체는 협상에 코빼기도 안보이고 검사는 우리더러 사상이 불순하다며 빨갱이 타령에 정신없습니다. 경찰은 조합원이 모였다면 곤봉 들고 방패 들고 여차하면 다 쓸어버리겠다고 폭력배타령을 합니다. 사장좋을짓만 알아서 합니다. 손발이 착착 맞습니다.
생판 듣도 보도못한 법으로 우릴 구속하는데 우리가 진정으로 바라는게 법대로 하라는것입니다. 우린 진짜 단순한 사람들입니다. 아무것도 없는 사람들입니다.

한 많은 세월을 살았습니다. 중학교 졸업하고 여태까지 일하며 살아왔습니다.
생각이 있는 인간이면 잘잘못을 아는겁니다. 검사들이 못 배워서 우릴 구속시킵니까? 잘못한 것을 잘못했다고 이야기하는게 무엇이 죕니까?
나는 자식들한테 어려운 사람을 도와야한다고 말합니다. 없는 사람의 고통을 누구보다 잘 알기 때문입니다.
참 나쁜놈들이 판치는 세상입니다. 좋은 사람들은 어떻게 살아야합니까?
제발 좀 말좀 해주십시오.
제발 좀 도와주십시오.


근로기준법을지켜라
하루8시간 노동준수 식당, 휴게실, 세면장설치
주 월차수당 지금 유급휴일보장

건설산업법과 산업안전보건법을 지켜라
다단계 하청 금지. 안전화 및 안전장구 지급
무리한 작업중지

노동조합 탄압 중단하라
불법대체인력 파견마라
간부, 조합원 폭력연행중단 구속자 석방

사용자는 단체교섭에 나오고 단체협약을 체결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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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펌] 민노당, '진보 민주' 두마리 토끼 어떻게 잡아야 하나

10월 1일 매일노동뉴스 기사입니다. 저도 출연했습니다. 민주노동당 관련 인터뷰라 응하지 않으려 했는데(당원은 아니었기 때문에), 열우당과의 공조 이야기라 평소 가지고 있던 생각을 쏟아내 버렸지요. 현재 1000명이 넘는 인사들이 국보법 폐지를 위해 단식투쟁을 하고 있는데 이를 열우당과 대통령이 외면해 버리고 있고, 파병연장 동의안 문제, 쌀문제 등도 민중진영의 의견과는 전혀 반대로 처리되고 있는 상황에서 의미있는 기사라 생각해서 퍼왔습니다. '실천연대' 등이 주장하는 미국 및 한나라당 반대 전선, 즉 개혁 수구 전선이 잘못되었다는 것을 이제 깨달을 때도 된 것 같은데...

여전히 이들은 신자유주의를 이해하지 못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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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노당, '진보·민주' 두마리 토끼 어떻게 잡아야 하나
열린우리당과 공조 놓고 시각 엇갈려…독자성 강화냐, 사안별 공조냐
 
연휴 동안에도 정기국회와 국정감사를 맞이하는 정치권은 어느 때보다 분주했다.
 
행정수도 이전과 국가보안법, 과거사와 친일진상규명 등을 두고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이 첨예하게 맞서고 있다. 민주노동당도 이들 현안에 대한 입장을 가지고 열린우리당이나 한나라당 등 여야와 ‘사안별 공조’를 추진하는 등 원내정당으로서 본격적인 활동을 벌이고 있다.

총선 직후 ‘거대한 소수’를 내걸고 의정활동에 뛰어들었던 민주노동당은 이라크 파병반대 투쟁과 국가보안법 완전폐지, 국회·정치개혁, 서민경제 위기 극복, 행정수도 이전 반대, 비정규 차별철폐 등 현안들과 함께 굴곡을 헤쳐 왔다. 그리고 이제 첫 국정감사를 맞이하며 ‘진보정당’으로서의 실력을 보여주겠다는 포부를 밝히고 있다.


▲최근 민주노동당과 열린우리당, 민주당은 6개 개혁법안 공조를 취하고 있다. 
ⓒ 매일노동뉴스

다른 정당들과 ‘공조’ 놓고 찬반 팽팽

최근 민주노동당은 국가보안법 폐지와 과거사·친일규명, 공정거래법 개정 등 6대 입법과제에 대해 열린우리당·민주당과 공조를 약속했다. 정기적으로 의원단 수석부대표 회의도 열고 있다. 현재 의원단은 ‘10석의 한계’를 벗어날 수 있는 방법은 ‘사안별 공조’를 선택할 수 밖에 없으며 “영원한 공조는 없다”는 원칙을 표방하고 있다. 이에 대한 당 안팎의 시각은 어떨까.

당 안팎의 인사들은 공조에 대해 찬반 양론이 뚜렷하다.
 
김윤철 당 상임정책위원은 공조에 비판적이다. 김 위원은 “민주노동당이 원내 캐스팅보트를 쥐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개혁 법안 공조는 전선을 흐리게 할 소지가 있다”며 “열린우리당이나 한나라당의 행보는 국민들의 체감과 거리가 먼 정략적 행보에 불과하다”고 지적한다.

박하순 사회진보연대 집행위원장도 “공조는 별로 좋아 보이지 않는다”며 “시민단체들이 열린우리당과 민주노동당 사이에 위치하면서 열린우리당의 이미지를 희석시키고 있는데 민주노동당마저 그러면 어떡하냐”고 말한다. 그는 “민주노동당은 어차피 10석으로서 독자법안을 입법화할 수 있는 현실적 힘이 없다”며 “폭로나 감시자 역할은 할 수 있겠지만 어차피 포지티브 전략을 쓸 수 없다면 대중투쟁을 활성화시키는데 주력해서 보수정치권 전체를 압박해 들어가는 전술을 쓰는 것이 현재로서는 효과적”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공조는 당연하다는 주장도 많다.

시사평론가 진중권씨는 “일반 민주주의 사안을 두고 하는 공조는 당연하며 안 할 필요가 없다”는 입장이다. 그는 “공조를 한다고 해서 우리가 해야 할 이야기가 묻혀버린다는 주장도 있는데 이는 당 스스로 힘을 키워서 뚫고 나가야 할 문제이지 이런 이유로 일반 민주주의 관련법안에 대해서까지 공조를 하지 말아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은 ‘경제도 어려운데 국가보안법 철폐가 웬 말이냐’는 발상과 무엇이 다르냐”고 반박했다.

조현연 성공회대 교수도 “차별화 전략을 가지고 사안별로 공조하는 게 맞다고 본다”며 “민주노동당의 원칙과 기본 노선에 맞는 사안이라면 열린우리당이든 한나라당이든 상관없이 공조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다만 “차별화를 하되 내용이 있는 차별화를 해야 하며 잘 싸우기 위해서는 잘 싸울 수 있는 영역, 즉 평등과 불평등이나 빈곤의 문제, 비정규직 문제 등에 대한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민주주의 의제, 어떻게 접근할 것인가

개혁입법 공조는 ‘전선 논쟁’까지 불러오고 있다. 국가보안법이나 과거사규명, 행정수도 이전을 두고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 사이에는 ‘전선’이 형성돼 있다. 이 전선은 대체로 정부여당이 의제를 던지고 한나라당이 반발하는 사이에서 형성돼 왔다.

민주노동당은 이 전선 사이에서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을 오가며 ‘공조’를 취하거나 양쪽 모두를 비판하면서, 고유한 ‘색깔’을 드러내고 있다.

그러나 당 안팎에서는 국가보안법 등을 사이에 둔 보수양당의 전선을 벗어나지 못하면 당의 미래는 불안해진다는 목소리도 있고 반대 의견도 나온다.

박하순 사회진보연대 집행위원장은 “열린우리당이 국보법 폐지나 과거사를 들고 나오면서 쟁점화 시키는 이면에는 비정규관련법 같은 사회경제적 개악법률들을 덮어버리기 위한 연막효과도 있다”며 “정권의 반노동자적인 성격을 제대로 보면 국보법 문제나 비정규 문제는 따로 떼어내 다룰 성질의 것이 아니다”고 주장했다.

김윤철 당 상임정책위원도 이러한 의견에 대체로 동의하며 “이러한 사안들이 쟁점이 되는 이유는 사회경제적 문제를 쟁점으로 삼으면 차별화를 보여주지 못한다는 사실을 잘 아는 보수양당들이 이러한 문제를 들고 나오면서 지지층들을 묶어 두려는 이해관계가 일치하기 때문”이라며 “이러할 때 민주노동당이 이 문제들에만 집중하다보면 장기적으로 당의 성장 가능성이 봉쇄되고 설 자리도 좁아진다”고 경계했다.

그러나 진중권씨는 “민생을 외면하기 위해 그런 문제를 들고 나온다고 주장하는 것은 퇴행적인 발상이자 ‘좌익 음모론’이며 사회의 소통구조를 바로 잡는데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 공상과학소설 같은 이야기”라고 강하게 비판하며 “보수정치인들은 그렇게 어리석지 않다”고 말했다.

의회내 투쟁인가, 대중투쟁 강화인가

그렇다면 민주노동당은 하반기에 어떠한 위치에서 원내와 활동을 벌여나가야 할까.
 
조현연 성공회대 교수는 선택과 집중의 조화를 강조한다. 그는 “국가보안법 문제 등은 민주노동당도 잘 싸울 수 있는 영역이지만 다른 당도 잘 싸울 수 있는 영역”이라며 “빈곤과 비정규 문제 등 민주노동당만이 잘 싸울 수 있는 ‘틈새 영역’을 찾아내고, 거기에 많은 역량을 투입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는 “현재 당은 상호 소통과 역할분담을 정확히 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한 측면이 있어 선택과 집중 등 힘의 안배가 적절히 되지 못하고 있다”며 “틈새 영역에 집중하면서 차별성 있는 공조도 함께 해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박하순 사회진보연대 집행위원장은 “캐스팅보트를 쥐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기존 정당의 한계나 문제점을 폭로할 수는 있겠지만 의회 안에서 우리가 흡족할 정도로 표결을 관철시키기는 어렵다”며 “원내활동을 하더라도 네트워크를 통한 대중투쟁 강화에 많은 역량을 투입해서 의회를 압박해 들어가는 전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진중권씨는 “어차피 힘의 한계로 인해 비정규직 문제 같은 사안은 의회 안에서 관철하기 힘들지만 그럴수록 강하게 문제를 제기해 보수여야가 결국은 한통속이라는 사실을 폭로할 필요가 있다”며 “현장에서 노동자들이 싸워도 언론에서 안 다뤄주니까 사회적 의제가 되기 힘든 형국이므로, 민주노동당이 나서서 의회 안에서부터 강하게 저항하는 모습을 보여주면서 사회적 의제로 끌어올리고, 동시에 민주노동당도 국민들에게 존재감을 환기시켜 나가는 전술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김윤철 당 상임정책위원도 “국보법 폐지나 과거사 규명도 민주노동당이 나서서 당사자들을 논쟁에 끌여들이는 새로운 방식으로 접근이 필요하다”며 “이해당사자들을 조직해 나가는 속에서 보수양당의 논쟁이 허구적임을 폭로하고 민주노동당의 고유한 색깔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조상기 기자  westar@labortoday.co.kr
     
2004-10-01 오전 9:34:24  입력 ⓒ매일노동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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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펌] 이라크상황

이라크에서 근무를 마치고 한국으로 돌아간 전 이라크 대사가 기자회견에서 선거
가 끝나면 이라크 상황이 안정될 것이라는 발언을 했다는 기사를 접했습니다.

저는 정반대로 이라크 상황을 보고 있습니다.
이라크의 혼란은 선거가 끝난 후에서 상당기간 지속될 것으로 보입니다.

이라크인들의 반미감정은 미국이 주도하는 이번 선거에 대한 무관심으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거기에 무장세력의 위협이 추가됩니다.
선거가 정상적으로 치러질 수 있을지도 의문이지만, 치러진다 하더라도 출마후보
와 특정 관계에 있는 사람들만이 투표에 참여하는 그들만의 잔치가 될 것이 뻔합
니다.
아마도 투표율은 20%대를 넘기기 힘들 것입니다. 아니 어쩌면 10%대에 머물게 될
수도 있다고 봅니다.
이는 필연적으로 당선자들의 정통성 문제를 불러올 것이고, 이들이 선출할 정권에
대한 거부감으로 표출될 것입니다. 즉 저항세력이 활동할 수 있는 기반은 그대로
유지될 것이라는 의미입니다.

정치적으로 안정된 상태에서 정부가 강력한 통치력을 발휘 하더라도 이라크의 혼
란 상황을 진정시킬 수 있다는 보장이 없는데, 정통성 없는 정부가 이라크 상황을
통제할 수는 없습니다.

거기다가 이라크 혼란의 가장 큰 이유 중 하나인 이라크 저항세력은 더이상 미군
을 두려워하지 않습니다. 마치 미군을 조롱하듯이 미군이 순찰을 돌지 않는 시간
에는 바그다드 시내 한복판 그린존 인근까지 순찰을 합니다. 그린존은 이름만 남
았을 뿐 이미 레드존이 된지 오래입니다.
그리고 그들은 미군이 사기가 떨어진 상태에서 무장 저항 세력을 두려워 하고 있
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습니다.
팔루자에서도 저항세력은 미군을 가지고 놀았다고 보여집니다.
저항세력의 주력은 미군의 공격이 시작되기 전에 이미 팔루자를 모두 빠져나갔고
, "유령의 분노"작전은 아무도 없는 팔루자에서 미군이 '유령'을 상대로 싸우는
작전이었습니다. 그리고 이로인해 이라크인을 '분노'케한 작전이기도 합니다.
유령의 분노라는 작전명을 누가 지었는지 궁금한 생각이 들정도입니다.
팔루자 인명 피해의 90% 이상은 민간인일 것이라는게 이라크 친구들이 공통적으로
주장하는 것입니다.

미군은 누가 보더라도 식별이 가능하지만, 저항세력이 민간인 사이에 숨어버리면
미군은 이들을 식별할 수 없습니다. 이는 필연적으로 민간인 학살을 불러오게되고
, 국제적인 비난에 직면한 미군의 사기는 떨어질 수 밖에 없습니다. 거기다가 민
간인 학살에 대한 이라크 주둔 미군 내에서의 반발도 있습니다.
이런 사실들을 지난 일년여의 경험을 통하여 무장저항 세력을 꿰뚫어 보고 있습니
다.

현재 미군은 막강한 화력 만으로 전쟁을 수행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닐 것입
니다.
팔루자에서도 몇명 남지 않은 저항세력을 상대로 미군은 엄청난 화력을 퍼부어 댔
습니다. 이런 형태의 전쟁은 전쟁비용의 상승을 불러와서 미국의 경제를 압박합니
다. 미국 내의 반발이 늘어날 수 밖에 없습니다. 미국의 전쟁 지지 여론은 더욱
떨어지고 이는 또다시 미군의 사기 저하로 연결됩니다. 이를 메꾸기 위해 미군은
전쟁에서 승리하기 위해 더 많은 폭탄을 쏟아부어야만 하고 이는 또다시 악순환으
로 이어집니다.

그럴수록 저항세력의 사기는 높아지고, 이는 이라크의 치안불안으로 이어집니다.
이라크의 치안불안은 어찌됐건 공식적인 이라크 정부와 이라크 치안을 담당하는
미군에 대한 불만으로 이어집니다.
이는 저항세력에 대한 지지 내지는 암묵적 동조로 이어지고, 저항세력은 더욱 활
개를 치게 됩니다.
현재까지 진행되고 있는 이라크의 상황이고, 이는 나아질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
습니다.
아마도 미군이 철수하기 전까지는 이런 상황이 개선된다는 보장이 없을 것입니다
.

똑같이 바그다드에 일년이상 머물렀는데, 주 이라크 한국 대사관측과 제 상황판단
이 왜 이렇게 다른걸까요?
한국 대사관측이 모든 정보를 미군과 이라크 정부에 의존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간혹 대사관의 현지인 직원들을 동원하여 정보를 수집하기도 하지만, 이는 직접
수집한 정보가 아니라 이라크인을 통해서 한번 걸러진 정보이기에 신뢰성이 떨어
지는 것으로 대사관은 파악합니다.
그런데 미군과 이라크 정부가 제공하는 정보는 편향된 정보일 수 밖에 없습니다.


이런 편향된 정보를 바탕으로 이라크 대사관에서 올라오는 현지 정보보고에 의해
한국 정부는 대 이라크 정책을 수립합니다.
쿠르드 지역은 안전하고, 추가 파병은 아무런 문제도 없고, 파병을 연장해도 전투
를 안하고 넘길 수 있을 것이라는 상황판단들에서 이를 알 수 있습니다.

한국군이 파병을 결정하고, 추가 파병을 할 때까지는 미국과의 협의만 거치면 됐
었습니다. 그래서 독자적인 작전권을 요구하고, 파병지역도 원하는 지역으로 골라
갈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어찌됐건 이라크 주권정부가 들어선 상태입니다
. 그래서 이라크 주둔 연합군은 공식적으로 알라위 이라크 총리의 지휘를 받아야
합니다.
미군도 알라위 총리의 지휘를 받아 군사행동을 하는 형태를 취하고 있습니다.
알라위가 한국군에게 모술의 저항세력 진압을 요구해올 경우, 파병을 철회하기 전
에는 이를 피할 명분은 없습니다.

이런식으로 한발짝씩 수렁에 빠져들기 시작하면, 우리는 베트남의 악몽을 다시 만
나게 될지도 모릅니다.

침략전쟁에 동참한 한국 정부에 대한 분노가 아니라, 이 과정에서 이유없이 죽어
갈 이라크인들과 한국의 젊은이들이 안타깝기에 파병은 철회되어야 합니다.

현실적으로 미국이 서운해하지 않을 정도의 성의를 보이면서 한국군을 다시 국내
로 불러들일 방법이 찾으면 분명히 있을 것입니다.

이라크의 한국군 주둔 비용이 앞으로 몇억달러는 족히 들어갈 것으로 보이는데,
이를 미군측에 통째로 넘겨주고 한국군을 불러오는 것은 어떨까요?
돈으로라도 파병 철회를 살 수 있다면 사야하는 것 아닐까요?
이럴 때 쓰기 위해서 우리는 그동안 그토록 어렵게 돈을 벌어온 것 아닌가요?

한국 국민과 정부와 국회에 간절히 호소 드립니다.
이라크에서 죽고 죽일 이유가 전혀 없는 한국 젊은이들을 속히 다시 한국으로 데
리고 가 주시기 바랍니다.

이라크로 다시 들어가는 길목에서,

한상진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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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모술의 미군부대가 공격받기 직전에 쓴 글인데, 글을 보내기 위해 피시방
에 와서 뉴스를 보니 모술의 미군기지도 공격을 받았더군요.
모든 것이 제가 예상한대로 진행되고 있습니다.
한국군에 대한 저의 예감도 맞을까봐 불안하기만 합니다.



Peace Education Center in Baghdad
Han, Sang Jin
e-mail: hansangj@hotmail.com
URL: ihamsa.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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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상위에 다리 올리고 느긋하게 즐긴다... MSN 온라인 상영관 
http://vod.msn.co.kr 

이 메일은 함께가는사람들의 메일링 리스트에 의해 발송되는 메일입니다.
함께가는사람들은 지구촌의 평화를 위해 이라크 평화교육센터, 팔레스타인 평화팀, 그리고 한반도의 평화를 위한 일들을 하고 있습니다.
전화 02-720-4277 전송: 02-730-4277 메일:seungeun5@hotmail.net
후원: 우리은행 513-155893-02-101 함께가는사람들(김영경)
   하나은행 162-910063-32807 함께가는사람들(김영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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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펌글] 김추기경은 그렇게 말해서는 안됩니다.

어찌나 시원한지요. 호인수신부님의 용기에 찬사를 보냅니다. 근래 보기드문 통쾌한 사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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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추기경은 그렇게 말해서는 안됩니다”


호인수 신부, 보안법 필요성 주장한
김수환 추기경 비판

“그리스도교인이 성경과 신학의 관점에서 말해야지 정치적 입장에서 말하고 있어요. 예수님이 네 이웃을 사랑하라고 했지, 이웃을 감시하고 고발하라고 했습니까. 원수를 사랑하라고 했지, 형제를 적으로 삼아 박멸하라고 했습니까. 온 땅에 평화를 증거하라고 했지 갈등과 전쟁을 부추기라고 했습니까. 하느님이 주신 생명과 인권을 존중하라고 했지, 인권을 능멸하고 유린하라고 했습니까. 성직자라면 북한이 남침야욕을 버리지 않았다느니 하는 견강부회식 정치적인 요인들을 앞세울 게 아니라 성경에 따라 생각하고 판단해야 합니다.”

국가보안법을 폐지하면 적화통일될 것처럼 호들갑을 떠는 교계 지도자들을 생각하면 호인수 신부(우리신학연구소 소장·57)는 한숨부터 나온다. 성직자 옷만 걸쳤지 정치인이나 다름 없어 보이기 때문이다. 그 지도자들 속에는 김수환 추기경이나 존폐 논란 속에서 겉으로는 침묵을 지키며 내심 보안법 존치에 힘을 실어주는 가톨릭 지도부는 물론이고 기독교감리회 예장통합 한기총 등 개신교 단체들도 포함돼 있는 듯하다.

“인권유린을 허용하는 국가보안법을 인정하는 신학적 근거는 어디에도 없습니다. 그런 법은 싸워서라도 없애야 한다는 말씀만 있을 뿐입니다. 성직자는 예수님의 말씀에 따라 살아야지 정치적 판단에 따라 살아선 안됩니다. 예수님은 낮고 천한 이들 속에서 자신을 드러낸다고 하셨지, 돈과 권력과 명예를 쥐고 세상을 호령하는 자들과 함께 한다고 하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우리 교회들은 지금 가진 자들쪽으로 기울고 있습니다.”

“그리스도교인이 성경과 신학의 관점에서 말해야지 정치적 입자에서 말하고 있어요 예수님이 네 이웃을 사랑하라고 했지 이웃을 감시하고 고발하라고 했습니까”

호 신부는 국가보안법 필요성을 앞장서 주장하는 김 추기경이 안쓰럽다.

“김 추기경이 바뀌었다고들 말하는데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아요. 사실 김 추기경은 옛날부터 매우 귀족적이었요. 정치적이기도 하고요. 독재정권과 싸울 때도 정의구현전국사제단 신부들과 이돈명 유현석 변호사 등 원로 평신도들이 잘 이끌었기에 본래와 다른 모습을 보였던 게 아닌가 싶어요.”

김 추기경의 ‘정치적인’ 모습을 보여주는 일화는 적지않다. 직선제 개헌투쟁때 적전분열을 야기하고 전두환 정권에 유착했던 이민우 전 신민당 총재를 두고 김 추기경은 “참으로 욕심이 없는 사람”이라거나 “이런 사람이 돼야 나라가 편해진다”고 상찬했다. 김영삼 대통령에 대해서는 지극한 애정을, 김대중 노무현 대통령에 대해서는 한없는 비판정신을 보였다. 최근 두 차례의 대통령선거때 이회창씨를 열심히 지지한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정치인들처럼 언론에 거론되지 않으면 심심한가 봅니다. 국가보안법에 대한 발언도 그런 차원 같아요. 김 추기경은 그렇게 말해서는 안됩니다.”

김 추기경은 1988년 서경원 의원이 밀입북한 사실을 알고 있었지만 이를 신고하지 않았다. 국가보안법상 불고지죄을 범했다. 그러나 노태우 정권은 그를 기소하지 않았다. 그때 그가 단 며칠간이라도 감옥 생활을 했다면 요즘처럼 엉뚱한 말을 하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말하는 신부도 있다.

호 신부는 성직자들의 이런 태도에 대해 평신도의 책임도 크다고 말한다. 성직자를 똑바로 세우는 것은 평신도의 몫인데, 평신도들이 ‘어리석은 백성’으로 남아 성직자의 말에 충실히 따르기 때문이다. 호 신부가 10년째 우리신학연구소에 공을 들이는 것도 평신도 운동 차원이다. 평신도가 신학을 제대로 알아야 성직자가 엉뚱한 소리나 행동을 할 수 없을 것이라고 호 신부는 믿는다. 이 연구소는 평신도들이 운영하고 연구하고, 다른 평신도들의 신학 공부를 도와준다. 성직자의 성경 및 교리해석에 대해 반론을 펴기도 한다.

호 신부는 76년 서품했다. 인천교구에서 고잔동, 부평1동, 북주안, 주안5동 성당에서 주임신부로 있으면서 격동의 80년대를 노동자와 재야 청년운동가들 속에서 생활했다. 인천교구 가톨릭노동청년회를 맡는가 하면, 김정택 목사, 제정구, 이명준씨 등과 인천지역사회운동연합을 결성해 이끌었다. 지금은 인천 상동성당 주임신부를 맡고 있다.

곽병찬 기자 chankb@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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