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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펌] 이라크상황

이라크에서 근무를 마치고 한국으로 돌아간 전 이라크 대사가 기자회견에서 선거
가 끝나면 이라크 상황이 안정될 것이라는 발언을 했다는 기사를 접했습니다.

저는 정반대로 이라크 상황을 보고 있습니다.
이라크의 혼란은 선거가 끝난 후에서 상당기간 지속될 것으로 보입니다.

이라크인들의 반미감정은 미국이 주도하는 이번 선거에 대한 무관심으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거기에 무장세력의 위협이 추가됩니다.
선거가 정상적으로 치러질 수 있을지도 의문이지만, 치러진다 하더라도 출마후보
와 특정 관계에 있는 사람들만이 투표에 참여하는 그들만의 잔치가 될 것이 뻔합
니다.
아마도 투표율은 20%대를 넘기기 힘들 것입니다. 아니 어쩌면 10%대에 머물게 될
수도 있다고 봅니다.
이는 필연적으로 당선자들의 정통성 문제를 불러올 것이고, 이들이 선출할 정권에
대한 거부감으로 표출될 것입니다. 즉 저항세력이 활동할 수 있는 기반은 그대로
유지될 것이라는 의미입니다.

정치적으로 안정된 상태에서 정부가 강력한 통치력을 발휘 하더라도 이라크의 혼
란 상황을 진정시킬 수 있다는 보장이 없는데, 정통성 없는 정부가 이라크 상황을
통제할 수는 없습니다.

거기다가 이라크 혼란의 가장 큰 이유 중 하나인 이라크 저항세력은 더이상 미군
을 두려워하지 않습니다. 마치 미군을 조롱하듯이 미군이 순찰을 돌지 않는 시간
에는 바그다드 시내 한복판 그린존 인근까지 순찰을 합니다. 그린존은 이름만 남
았을 뿐 이미 레드존이 된지 오래입니다.
그리고 그들은 미군이 사기가 떨어진 상태에서 무장 저항 세력을 두려워 하고 있
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습니다.
팔루자에서도 저항세력은 미군을 가지고 놀았다고 보여집니다.
저항세력의 주력은 미군의 공격이 시작되기 전에 이미 팔루자를 모두 빠져나갔고
, "유령의 분노"작전은 아무도 없는 팔루자에서 미군이 '유령'을 상대로 싸우는
작전이었습니다. 그리고 이로인해 이라크인을 '분노'케한 작전이기도 합니다.
유령의 분노라는 작전명을 누가 지었는지 궁금한 생각이 들정도입니다.
팔루자 인명 피해의 90% 이상은 민간인일 것이라는게 이라크 친구들이 공통적으로
주장하는 것입니다.

미군은 누가 보더라도 식별이 가능하지만, 저항세력이 민간인 사이에 숨어버리면
미군은 이들을 식별할 수 없습니다. 이는 필연적으로 민간인 학살을 불러오게되고
, 국제적인 비난에 직면한 미군의 사기는 떨어질 수 밖에 없습니다. 거기다가 민
간인 학살에 대한 이라크 주둔 미군 내에서의 반발도 있습니다.
이런 사실들을 지난 일년여의 경험을 통하여 무장저항 세력을 꿰뚫어 보고 있습니
다.

현재 미군은 막강한 화력 만으로 전쟁을 수행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닐 것입
니다.
팔루자에서도 몇명 남지 않은 저항세력을 상대로 미군은 엄청난 화력을 퍼부어 댔
습니다. 이런 형태의 전쟁은 전쟁비용의 상승을 불러와서 미국의 경제를 압박합니
다. 미국 내의 반발이 늘어날 수 밖에 없습니다. 미국의 전쟁 지지 여론은 더욱
떨어지고 이는 또다시 미군의 사기 저하로 연결됩니다. 이를 메꾸기 위해 미군은
전쟁에서 승리하기 위해 더 많은 폭탄을 쏟아부어야만 하고 이는 또다시 악순환으
로 이어집니다.

그럴수록 저항세력의 사기는 높아지고, 이는 이라크의 치안불안으로 이어집니다.
이라크의 치안불안은 어찌됐건 공식적인 이라크 정부와 이라크 치안을 담당하는
미군에 대한 불만으로 이어집니다.
이는 저항세력에 대한 지지 내지는 암묵적 동조로 이어지고, 저항세력은 더욱 활
개를 치게 됩니다.
현재까지 진행되고 있는 이라크의 상황이고, 이는 나아질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
습니다.
아마도 미군이 철수하기 전까지는 이런 상황이 개선된다는 보장이 없을 것입니다
.

똑같이 바그다드에 일년이상 머물렀는데, 주 이라크 한국 대사관측과 제 상황판단
이 왜 이렇게 다른걸까요?
한국 대사관측이 모든 정보를 미군과 이라크 정부에 의존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간혹 대사관의 현지인 직원들을 동원하여 정보를 수집하기도 하지만, 이는 직접
수집한 정보가 아니라 이라크인을 통해서 한번 걸러진 정보이기에 신뢰성이 떨어
지는 것으로 대사관은 파악합니다.
그런데 미군과 이라크 정부가 제공하는 정보는 편향된 정보일 수 밖에 없습니다.


이런 편향된 정보를 바탕으로 이라크 대사관에서 올라오는 현지 정보보고에 의해
한국 정부는 대 이라크 정책을 수립합니다.
쿠르드 지역은 안전하고, 추가 파병은 아무런 문제도 없고, 파병을 연장해도 전투
를 안하고 넘길 수 있을 것이라는 상황판단들에서 이를 알 수 있습니다.

한국군이 파병을 결정하고, 추가 파병을 할 때까지는 미국과의 협의만 거치면 됐
었습니다. 그래서 독자적인 작전권을 요구하고, 파병지역도 원하는 지역으로 골라
갈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어찌됐건 이라크 주권정부가 들어선 상태입니다
. 그래서 이라크 주둔 연합군은 공식적으로 알라위 이라크 총리의 지휘를 받아야
합니다.
미군도 알라위 총리의 지휘를 받아 군사행동을 하는 형태를 취하고 있습니다.
알라위가 한국군에게 모술의 저항세력 진압을 요구해올 경우, 파병을 철회하기 전
에는 이를 피할 명분은 없습니다.

이런식으로 한발짝씩 수렁에 빠져들기 시작하면, 우리는 베트남의 악몽을 다시 만
나게 될지도 모릅니다.

침략전쟁에 동참한 한국 정부에 대한 분노가 아니라, 이 과정에서 이유없이 죽어
갈 이라크인들과 한국의 젊은이들이 안타깝기에 파병은 철회되어야 합니다.

현실적으로 미국이 서운해하지 않을 정도의 성의를 보이면서 한국군을 다시 국내
로 불러들일 방법이 찾으면 분명히 있을 것입니다.

이라크의 한국군 주둔 비용이 앞으로 몇억달러는 족히 들어갈 것으로 보이는데,
이를 미군측에 통째로 넘겨주고 한국군을 불러오는 것은 어떨까요?
돈으로라도 파병 철회를 살 수 있다면 사야하는 것 아닐까요?
이럴 때 쓰기 위해서 우리는 그동안 그토록 어렵게 돈을 벌어온 것 아닌가요?

한국 국민과 정부와 국회에 간절히 호소 드립니다.
이라크에서 죽고 죽일 이유가 전혀 없는 한국 젊은이들을 속히 다시 한국으로 데
리고 가 주시기 바랍니다.

이라크로 다시 들어가는 길목에서,

한상진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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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모술의 미군부대가 공격받기 직전에 쓴 글인데, 글을 보내기 위해 피시방
에 와서 뉴스를 보니 모술의 미군기지도 공격을 받았더군요.
모든 것이 제가 예상한대로 진행되고 있습니다.
한국군에 대한 저의 예감도 맞을까봐 불안하기만 합니다.



Peace Education Center in Baghdad
Han, Sang Jin
e-mail: hansangj@hotmail.com
URL: ihamsa.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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