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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변명에 불과하지만.

한 5년 전만 해도, 소위 '운동권 사투리'에 심하게 찌들어 있었다.
그때 당시에 쓴 문서 뿐만 아니라 자유게시판 따위에 글을 올려도 딱딱하고 말도 안되는 추상적인 개념어들을 사용한 이상한 글이 튀어나오곤 했던 것 같다. 신기하게도 지금은, 대체 어떻게 그런 말을 썼었는지 기억도 나지 않지만.
 
 
예전에도 친구와 '대중운동을 하려는 활동가'가 쉬운 언어로 접근하지 못하는 것에 대해 반성해야 한다면서 서로를 질책하고 자아비판을 종종 하곤 했는데, 특히 요즘에는 정말 '쉬운말'이란 얼마나 어려운 것인지를 새삼 깨닫는다.
 
 

#1.
 
요즘 만나는 고등학생 친구들에게 내가 늘 하는 말은 '제발 거짓말좀 하지 마!'라는 얘기다. '착한 사람 컴플렉스'에서 헤어나오지 못하는 친구들은, 자신의 잔인함, 비겁함, 야비함을 숨기고 새하얀 양의 탈을 쓰고 내 앞에 선다. 그럴때는 가차없이 한마디 던진다. '구라 치지마.'
나와 다른 사람의 생각을 모두 이해 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생태적 패러다임을 바꿔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지만 독도문제에 대해서 '일본놈들 다 주거써!'/ KTX 있으면 편하잖아요? 라고 금방 속내를 드러내는 녀석들은 그래도 아직 놀려먹는(!) 재미를 느끼게 해준다. 자신이 '쌩구라'를 친다는 것을 인정하고 싶지 않은 녀석들과의 말 싸움이 피곤하다.
 
#2.
 
여기서가 진짜 변명.
영어를 못 읽고, 못 읽는다면 번역서 자료들이라도 끝까지 쫓아가지 않은 것은 나의 게으름 탓이고 내 잘못이지만. 문맹은 내가 부끄러워야 할 일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래도, 영어를 잘 알지 못하면 점점 운동하기 힘들어지는 상황을 접하면서, (영어) 문맹은 이제 정말 낯을 들고 다닐 수 없을 만큼 부끄러운 일이 되어간다. 자기 계발을 안한다는 욕은 충분히 받아들일 수 있지만, 그래도 나 같은 사람이 자꾸 주눅드는 분위기가 좋지는 않다고 생각한다. 쉽고 가깝게 접근할 수 있는 대중운동을 만들기 위해서 영어가 필요한 걸까, 아니면 영어는 이미 너무 기본이라 내가 대중운동을 못 따라가고 있는걸까;; 하는 말도 안되는 생각이 떠오른다.
 
왠지, CCL과 정보공유라이선스 관련 논쟁이 서로간의 입장을 긍정적 방식으로 소통하고 있다고 생각하면서도 씁쓸하다는 생각이 드는건, 직접적으로 라이선스 운동을 하고 있지 않은 나를 부끄럽게 만들고, 그리고 그 상황에 대해 잘 알고 있지 못한(특히 CCL은 전혀 모르니;;) 내 잘못이라고 생각되게 하고, 그래서 다시 산더미 처럼 쌓인 운동과제들을 앞에 두고 망연자실해 하는 내 모습을 보게 만든다.
그냥, 뭐든 '원칙'을 가지고 가볍게 다가갈 수는 없는걸까. 그래서 나는 정보공유라이선스가 만들어진게 사실 고맙다. 내가 쉽게 다가갈 수 있는 여지를 만들어 줬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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