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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에게 미안해

  • 분류
    이야기
  • 등록일
    2009/04/04 02:32
  • 수정일
    2009/04/04 02:32
  • 글쓴이
    파란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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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아, 간신히 홍아를 뉘였다.

순한 아가라고 좋아라 했더니,

홍아가 아가답게 울고 보채고 찡찡대기 시작했다.

영문을 모르겠다.

속이 불편해? 더워? 추워? 목이 말라? 배가 고파? 졸려? 아 알 수가 없구나.

먹고 게우고 싸고 기저귀 갈고 울고 안고 이러길 반복하면 반나절도 가고 한나절도 간다.

시간마다 젖을 먹이다보니 힘들다.

선잠을 자는데 젖꼭지에 무슨 문제가 있다고

젖을 접어서 실로 꼬매는 꿈을 꾸었다. 히엑!

 

나도 홍아 잘 때 같이 자 둬야 하는데,

이러저러하게 드는 생각들이 다 날아가는 게 아쉽다.

홍아를 키우면서 지구에게 미안해진다.

전기며 가스며 온수며 엄청나게 쓰고 있다.

저 흡수력 좋은 기저귀도 자연으로 돌아가려면 엄청난 시간이 걸릴텐데..

 

지구를 위해 세수도 않고 목욕도 않던 기표씨가 막 생각이 난다.

 

하지만 안 씻기면 바로 얼굴에 뽈건 뽀루지가 나고

엉덩이엔 발진이 나는 걸..

홍아의 청결을 유지하려다 보니

엄청나게 많은 빨래를 하게 되고.. 물도 쓰게 되고..

 

똥이 퇴비가 안 되는 시대에 어쩔 수 없는 일이라고 자위도 하지만,

그래도 쫌 죄 짓는 느낌이다.

 

홍아가 얼마나 크면 우리도 친환경적으루다가 살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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