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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성장 일기] 두번째 일기

이 글은 현재 여성가족부 앞에서 농성하고 계시는 현대차 사내하청 성희롱 및 부당해고 피해자께서 직접 작성하셨습니다.

 

 

처음부터 지금까지 내가 제일 힘든것은 그래도 사람이다. 하루종일 텐트와 피켓 현수막을 번갈아 보면서 나를 처다보는 사람들의 시선이다. 내색은 못하지만 힘들다. 내가 낮선 서울까지 와서 성희롱 당했고 그 이유로 해고되서 억울하다고 싸우는 것이 얼마나 힘든지 누가 알까. 죽을 만큼 어렵고 힘들때에도 지금까지 내가 버티고 견딜수 있는 것은 내가 믿는 하나님의 은혜요, 많은 분들의 고마운 연대다.

 

서초서에서부터 점심을 손수 지어다 주시는 민주노총 박승희 여성위원장님은 훈훈한 시골 아줌마 같은 인심을 보여주신다. 수정씨가 없을때 텐트 속에서 이틀밤을 같이 자면서 많은 얘길 나누었다. 나를 보며 안스러워 하는 맘이 그대로 내 가슴에 전달이 된다. 소박한 외모와 말투가 인상깊다. 같이 있으면 무조건 편하다. 시작은 쉬워도 계속 유지하기가 힘든 법인데 지금까지 70일이 넘도록 밥으로 마음으로 끊임없는 연대에 감사해요. ^^

 

토리선생님은 도토리처럼 작고 귀여운 엄지공주같은 여성이다. 나에게 책도 갖다주고 힘내라고 격려해주기도 했다. 나에게도 토리 선생님과 같은 귀여운 여동생이 있었으면 했다. 잡년행진때 10년만에 치마를 꺼내서 입고왔다고 말하고 수줍게 웃던 토리씨의 통통한 다리가 기억에 남는다. ^^

 

잡년행진에 대한 나의 첫느낌은 그렇게 대범한 옷차림은 아니었다는, 그러면서도 한편 훌륭한 도전이라는 단어가 생각났었다. 마지막으로 우리 농성장앞에서 마무리한 퍼포먼스에 사회자가 너무 말을 잘하는구나 했더니 나와서 발언하는 다른 여성도 너무 시원하게 얘길 잘한다. 그분이 마지막으로 “내 남편이 쥐그림 그렸다고 잡혀간 사람입니다.” 하기에 놀랐다. 생소한 투쟁이었고 체험이었다.

 

독실한 기독교 신자라는 나영씨 어머님의 기도가 응답되어 지길. 나영씨는 지대위 ‘복직’ 블로그를 만들어주고 관리해주는 고마운 동지다. 고마운 손길의 나영동지. 휴가때 농성장에서 잠을 자겠다고 왔다. 상냥한 아가씨다. 오자마자 어깨를 주물러 주었는데 시원했다. 그대로 잠들고 싶을 만큰 시원했다. 여기와서 쌓인 피로가 한꺼번에 풀리는 기분이었다. 저녁에는 친구와 함께 기타와 노트북을 가져와서 새벽까지 영화를 봤다. 너무 좋았다. 여자 셋이서 깔판을 깔고 배를 깔고 누워서 발끝으로 바닥을 톡톡 치면서 보는 영화는 피서를 온 기분이었다. 같이온 나영동지 친구에게도 고맙다는 말을 전한다.

 

사노위 회원인 유현경 동지는 서초서에 있을때부터 보게된 동지다. 저 여성은 누구이기에 매일와서 문화제를 한다고 무지 열심을 내고 왔다 갔다하나 처음엔 이해를 잘 못했다. 나중에 알고 보니 사노위 회원이고 수정씨하고도 친하고 또 자신이 하는 일에 자부심을 가지고 일하는 몸은 삐쩍 말랐지만 정신이 아주 건강한 아줌마였다. 비가 많이 와도 농성장에 와서 문화제 차례가 되면 꼭 일을 관철하고야 마는 애딸린 아줌마다. 늘 고맙다.

 

사노위 서울대표 용현씨 말과함께 행동도 실천에 옮기는 사람이다. 내가 없는 주말 농성장에 와서 함께 해준다. 이래서 사측이 사회주의자들을 제일 싫어하는지. ^^

다들 너무 열심히 도와준다. 용현씨도 장가들어야 하는데, 꾸밈없고 언제봐도 진솔한 사노위청년이다. 사노위 나위는 항상 웃는 얼굴이 예쁘다. 사노위 이창민 동지는 주말농성하고 깨어난 아침 천막옆에서 내가 전도했는데, 언젠가는 주님의 은혜로 열매가 맺히리라 믿는다. ^^

 

그리고 우리 기식씨. 주말에 쉬는 것을 포기한 남자다. 아산에서 서울로 여성 2명이 올라와 길바닥에서 투쟁한다고 안스러워하고 분통해하면서 지켜주겠다고 매주 올라온다. 성격이 약간 불같지만 사측한테만 그렇고 우리에게, 나에겐 아주 너그럽고 친절한 아주 멋진 남자다.

 

사회당 김성일 동지, 동지 덕분에 복날 삼계탕을 먹을 수 있었다. 긴 머리를 가끔 묶지도 않고 길게 풀어헤치고 갑자기 나타나면 놀란적도 있다. 옷차림이 독특해서 내가 ‘앙드레 김’이라고 별명을 지어주었다. 농성장에 휴가때 사람이 없다하니 한진 갔다가 도착해서 바로 와주겠다고 했던 믿음직하고 씩씩한 동지다.

 

그밖에 청계천의 마차를 끄는 아저씨들도 한마디씩 해주신다. 왠만하면 들어주지 아직도 현대자동차에서 얘기가 없냐고 가끔 물어 보신다. 말한번 타라고 하신다. 나와 수정씨는 돈안받고 그냥 태워주신단다. 하하.

 

수정씨가 농성장 비운 2주간 농성장에 물심양면으로 도와주신 모든 불들에게 감사를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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