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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27-28 농성장 일지

한주가 지나서 올리게 되었습니다 죄송합니다

 

본 농성장 일지는 피해자와 함께 여성가족부 앞에서 농성을 하고 계시는 권수정 피해자 대리인께서 직접 작성하셨습니다..

 

8월 27일 토요일 농성 87일

 

1.

우리농성장 앞 청계광장으로 4차 희망버스가 왔다. 말로만 듣던 희망버스의 감동은 거의없었다. 티셔츠 파느라 정신이 없기도 했고, 아무래도 여기는 85호 크레인이 있는 현장이 아니니까, 5차 희망버스는 다시 한진중공업으로 갔으면 좋겠다.

 

티셔츠는 날개돋친듯이 팔려서 대박이다. 언론에 5천여명 모였다고 했는데, 400장이 팔렸다. 대략 10%의 사람들이 ‘작은꽃 아픔으로 피다’ 티셔츠를 샀다. 여성민우회를 비롯해 강경란, 토리, 유현경, 이혜경, 정유림, 공무원노조 동지들 그 외에도 많은 동지들이 열심히 티셔츠를 팔았다. 언니도 희망버스 스카프 머리에 두르고 신이 났다. 무슨 일이든 힘을 모아 열심히 손발을 맞추고 나면 기분이 좋다. 다 끝내니 대략 100장이 남은 것으로 보이고 돈을 세어 봤더니, 아니나 달라 400만원이 조금 넘는다. 계산까지 딱들어 맞으니 기분은 더욱 좋지.

함께 판매 힘써주신 동지들, 강매에 응해 사주신 동지들 모두 감사해요. ^^

 

 

2.

티셔츠 판매를 시작할무렵 국민참여당 홍보트럭이 하필 우리 농성장을 가로막았다. 티셔츠를 판매하는 가판을 가릴 뿐 아니라, 늘 외로운 우리 농성장, 마치 언니의 처지 같아 마음이 아프다가, 오늘은 희망버스가 청계광장으로 오는 바람에 많은 분들이 우리 농성장을 보고 알고 가시면 좋겠다는 바람이 있는데, 그 마음을 떡하니 가로막는다.

 

더욱이 매연이며 발전기 소음이며 열기가 모두 우리에게 온다. 가로막지 말고 비켜 달라하니 국민참여당 당직자겠지. 트럭을 몰고 온 사람이 화를 낸다.

“여기 인도에 사람이 다닐수 있쟎아요.”

인도에 당연히 사람이 다니지. 그걸 말이라고. 누가 사람들이 다닐수 없다했나. 희망버스 참가하신 분들과 우리 농성장 사이를 가로막고 있으면서 딴 소리를 한다. 아니, 우리 농성장의 마음이 안보이고, 안들리는 거겠지. 국민참여당 홍보하는것이 중요하니, 초라한 우리 농성장이 눈에 보이기나 하겠어.

“그게 아니라, 그 트럭이 우리 가판과 농성장을 가린다구요.”

“오늘 여기 유시민 대표가 오시거든요.”

하, 갈수록 가관이다. 김진숙이 왜 시린 새벽에 85호 크레인으로 올라갔는데, 바로 그 85호 크레인에서 129일을 버틴 김주익을 노무현 정권이 죽였는데, 세월이 좋구나. 죽은 김주익의 영혼을 등에 엎고 크레인을 오른 김진숙을 살리겠다는 자리에 참여당이 반성하나 없이 떡하니 참여 하는것도 눈꼴이 신데, 뭐라, 유시민 대표가 오신다고, 그러니, 높으신 유시민 대표가 오시니, 길바닥으로 내몰린 하챦은 비정규직 여성의 농성장은 마땅히 더러운 참여당의 매연과 소음을 견디라고. 유시민 대표의 한표를 위해 고단한 여성노동자를 무시하는 것 보니, 국민참여당은 다시 집권을 해도 또 우리를 죽이겠구나.

 

“그게 무슨 상관인대요. 트럭을 좀 치워달라구요.”

티셔츠를 팔던 여러 동지들이 한마디씩 하니 간신히 앞쪽으로 조금 비켜 가판대는 보이지만 여전히 농성장을 가로막은채 집회하는 내내 매연과 소음과 더위를 우리는 견디어야 했다.

 

최근 국민참여당 이혜경 서울시당 여성위원장님이 우리농성장에 자주 오시고 함께 고민해주고 함께 행동해주신다. 그 생각이 나서 싸가지 없는 국민참여당 당직자 뺨을 치지는 않았다. 고마운줄 알아라. 다시한번 유시민 대표를 위해 우리 농성장을 가리면, 두 번은 안참는다.

 

3.

400만원을 들고 오락가락 하였다. 도무지 마음이 불안해 농협에 갔는데, 365일 코너가 밤 12시에 문닫는지 몰랐다. 나는 24시간 운영되는줄 알았지. 묻닫힌 은행을 뒤로 하고 금속노조로 가며 불안하다. 돈을 어떻게 해야 하나. 농성장에 두기는 불안하고 금속노조가 안전하겠지만, 금속노조에 두는것은 내 수중에서 벗어나는 것이라 불안하고, 안절부절 머리를 굴리다, 스스로 무안하였다.

내 참, 어떤놈은 몇백억, 몇천억 사기처먹고도 암시랑토 않고 태연하더만, 권수정 너는 겨우 현금 400만원에 불안해 어쩔줄을 모르는구나. 돈이란 요물이란다. 나에게 현금 400만원은 감당할수 없이 큰 요물이란다. ^^

 

 

 

8월 28일 일요일 농성 88일

1.

언니는 온양에 가고 나는 하루종일 늘어져서 잔다. 내가 이렇게 기운이 없는데 언니는 얼마나 피곤할까 걱정이다. 나야 하루종일 늘어지지만 언니는 교회에도 가야 하는데, 늘 그랬듯이 언니의 하나님이 맑고 빛나는 울트라 파워 에너지를 언니에게 주시길, 아멘.

 

2.

지난 금요일부터 현대자동차 사측과 정규직 노동조합이 합의한 단협에 이른바 정규직 노동자 자녀 세습채용에 관한 문구가 들어갔는지 확인했었는데, 들어간 모양이다.

 

하, 현대자동차 떼돈 벌어 정주영이 정몽구에게 세습하고 정몽구가 정의선에게 세습을 하더니, 북한에서 김일성이 김정일로 세습하고 김정일이 김정은에게 세습하는것은 입달린 남한사람이면 다 욕을 하면서 남한에서 현대와 삼성의 3대세습은 별문제 없는듯이 생각하는 우리나라 참 이상하더니, 이제 정규직 노동자는 자기 자리를 자식에게 세습하는 구나.

 

어쩌면 좋으니, 우리 비정규직은 차별과 멸시와 가난을 대대손손 자식들에게 세습하게 생겼구나. 어쩌면 좋으니, 우리는 현장에서 뼈빠지게 일하고 주야간 맞교대로 일하고 더힘들게 일하고 더많이 일하고 더 더러운 곳에서 일하고 임금은 적게 받고, 물량이 줄어든다고 해고되고, 노동조합 가입해 싸운다고 뚜드려 맞고, 그리고 성희롱 당하고, 성희롱을 당했다고 말하면 해고되는 우리는 어쩌면 좋으니, 이 꼴을 자식들에게도 물려주게 생겼구나.

 

이일을 어쩌면 좋으니. 태어나면서부터 비정규직의 굴레를 쓰고 천대받으며 살아야 하는 우리의 자식들을 눈뜨고 보아야 하는, 우리는 이제 어쩌면 좋으니.

 

3.

그랬는데 정몽구가 저소득층 인재양성을 위해 5천억을 기부했다.

현대자동차 안에 있는 1만명의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모두 정규직으로 고용하는데 드는 비용이 겨우 1천억이다. 대법원에서 현대자동차 안에서 2년이상 계속 일한 비정규직 노동자는 정규직으로 간주한다는 취지의 판결이 나도 끝내 정규직으로 전환하지 안더니, 저소득층 인재양성을 위해 5천억을 기부한다고.

 

너에게 저소득층 인재양성이란 아무리 열심히 일해도 가난의 굴레에서 벗어날 수 없는 비정규직 노동자의 자식을 양성하는 것 아니냐. 저소득층 비정규직 노동자의 자식으로 태어난 아이에게 노예의 삶과 영혼을 강요하는 것이 아니야. 그리하여 그아이가 노동하는 댓가를 모두 니 아들의 아가리로 처넣은 것이 너의 저소득층 인재양성 아니냐.

 

인재양성이라니, 천박한 놈이 개처럼 돈벌어서 교양있는 척할려고 지랄을 한다. 나쁜놈아 너는 5천억 쓰면서 타이틀도 참 더럽게 붙인다. 저소득층 인재를 왜 양성해야 되니. 그냥 저소득층을 없애면 되지. 저소득층을 없애는 건 죽어도 싫겠지. 저소득층이 저소득층인 이유는 니가 그 저소득층의 소득을 빼앗아 와서인데, 그걸 없애면 너의 이윤이 줄어드는데, 그러니 겨우 1천억밖에 안들어도 저소득층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고용할수는 없는데, 그러니 너는 자손만대 천년만년 저소득층 비정규직 노동자 피빨아 먹으며 살고 싶겠지.

 

정몽구가 기부한 5천억안에 우리언니가 14년동안 현대자동차 검사하며 일한 댓가가 들어있다는 것을 내가 안다. 잊지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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