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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성장 일기] 고대 성폭력 사건 피해자 승소에 대한 축하, 그리고 다시 한 번 신임 여성가족부 장관님께.

농성장 일기

 

  * 이 글은 여성가족부 앞에서 농성중인 피해 노동자 분이 직접 작성하신 글입니다.

 

토요일 아침, 태석씨의 목소리에 잠을 갰다. 옥선씨는 벌써 일어나서 자리에 없다. 여덟시가 되었다. 옷을 입고 밖으로나가 간단히 씻고와서 태석동지에게 집회신고를 해달라고 부탁을 하고 옥선씨랑 잘가라 고맙단 인사를 하며 보내는데 마음이 서운하다.

 

아침에 배달된 신문을 뒤척이며 보았다. 기사에 고대 성폭력 사건이 판결난 기사가 실렸다. 결국 고대 학생들과 분노하는 십민들의 의지와 싸움으로 연대의 힘으로 승리한 것이다. 가해자들은 처벌벋게 하고 심판을 받게한 모든 분들게 나도 고맙다. 감사의 인사를 보낸다. 나도 같은 내용으로 싸우고 있기 때문에 이 사건에 대해 더 많이 공감이 갔었거 화가 많이 났던 사건이였기 때문에 고대 피해자의 승리를 축하하며 고생했다는 인사를 전하고 싶다. 앞으론 더 식씩하게 당당하게 열심히 살아요! ^^

나는 개인적으로 가해자들에게 내려진 징계가 너무 약하다는 생각이다. 이 정도로 피해자가 그동안 받은 정신적 고통과 육체적 괴로움이 어떻게 보상되며 그 무엇으로치유가 될수 있겠느냐는 생각이다. 우리나라 법에 성범죄에 대한 처벌이 좀더 강하게 해야만 그래도 성희롱이나 성추행같은 범죄가 덜 일어날 것이다.

 

날씨가 비가 온뒤로 갑자기 많이 추워져서 혼자 있을때는 밖에 안나가고 꼼짝없이 텐트안에서 핫팩을 넣어 난로삼아 누워있다. 그러면서 농성장 일기를 쓴다. 오늘은 오랜만에 좀 조용한 편이다. 여전히 탐엔탐스 까페의 음악은 크지만 낮에는 들으면 견딜만하다. 새벽에는 곤욕이지만 안에서 지나가는시민들의 말들이 잘들린다. 어떤 남성들의 목소리가 내귀를 쫑끗 세우게 한다. “아~~, 여기가 여성가족부였네. 그 시위하고 있다는 여성가족부가 여기에 있었네. 티비에도 나오더니만.” 하는 소리가 들린다.

 

어제의 행사로 보도블럭 바닥이 지저분해졌는지 온갖 건물들 앞에서 물청소하느라 바끄다. 공중화장실 옆 건물들도 아침부터 호수를 대고 열심히 물청소를 하고 있다. 우리 농성장 앞 여가부건물도 어김없이 이미 죽은 썩은 화분에 물을 준다면서 우리 텐트에 물을 뿌리는 아저씨가 오늘은 또 얼마나 뿌려댈지 걱정이다.

 

요번에 새로오시는 여성가족부 장관님은 뭐가 좀 다른분 같았는데, 처음 만남의 느낌처럼 끝까지 좋을것이라 믿는다. 다시 한 번 부탁한다. “여성가족부 장관님, 곧 있으면 눈이 온다고 하네요. 더 추워지기전에, 눈오기전에 여성가족부 장관님께 저의 복직을 부탁드려요.”

 

목요일 저녁 반값등록금 집회에 참석하러 온 학생들 중에 여러명의 학생들이 와서 반갑게 인사를 한다. 학내에서 자체적으로 주점을 하는데 우리가 여기 농성장 위주로 하여 포스터도 붙이고 알리고 해서 열심히 팔아서 언니의 투쟁에 조금이나마 힘을 드릴까해서 만나 뵙고 싶어서 왔어요, 한다. 그날 돌린다고 유인물도 많이 가져갔다. 외대 동양어대 학생들이란다. 학생회장이 총명해 보인다. 팔아서 수익금보다는 학생들의 마음이 참 귀하고 그 맘이 더 예쁘다고 말해주고 즉석에서 내 폰으로 사진을 찍었다. 학생회장 하윤정동지, 앞으로 더 좋은일 많이해서 진실한 노동운동가로 성장하시길 바래요.

 

오늘은 철농 당번이 사회당 김스캇이다. 우리는 번갈아서 저녁을 먹고와서 찬바람에 조금 앉아 있자니 금방 온몸에 한기가 밀려왔다. 스캇이 말한다. 이상하게 여기춥네요. 원래 막힌장소가 추워요, 한다. 옷을 왜 패딩을 안입고 왔냐고 했더니 집은 따듯했습니다 한다. 여기가 추운거죠 라고. 이불과 침낭을 꺼내서 덮고 앉아 있다가 안되겠다 싶어 막걸리를 먹기로 했다. 알콜이 들어가야 덜춥다. 둘이서 오붓하게 막걸리르 먹자고 했는데, 무소속 민호군이 청계천 광장에서 알바를 마치고 무릎 덥게를 하나 들고 왔다. 나이에 비하여 성숙한 청년이다. 하나둘씩 모이기 시작해서 어느새 농성장 앞에는 청년들고 꽉찼다. 자기네들끼리 화기애애하다. 나는 새벽차타고 아산으로 가야하기 때문에 놀아라 하고는 일찍 텐트로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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