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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지역행동네트워크성명] 현대차 사내하청 여성 노동자의 투쟁 승리를 축하하며. 직장 내 성희롱 문제의 진전된 대책마련을 촉구한다.

 

[성명] 
현대차 사내하청 여성 노동자의 투쟁 승리를 축하하며.
직장 내 성희롱 문제의 진전된 대책마련을 촉구한다. 
 
여성가족부 앞에서 197일째 투쟁하던 현대차 사내하청 노동자가 드디어 승리를 거두었다. 12월 14일, 금속노조와 현대자동차 물류업체인 현대 글로비스는 2012년 1월 31일부로 가해자를 해고한 후 2월 1일 피해자를 원직복직 시킨다는 합의안에 서명하였으며 향후 근무환경이나 복지에 관련해서도 피해자에게 추가적인 불이익을 주지 않을 것을 약속했다. 그리고 합의안에 따라 피해자가 돌아갈 사내하청 기업인 형진기업이 불가피하게 폐업하게 될 경우에도 업체는 피해자를 고용승계해야 한다. 뿐만 아니라, 해고 시점부터 복직시점까지 발생한 임금에 대해서도 보전받을 수 있게 되었으며, 앞으로 노조와 회사가 직장 내 성희롱 재발 방지를 위해 노력하고 성희롱 예방 교육을 실시해야 한다는 내용도 협상안에 포함되었다.  
이렇게 어떠한 타협도 없이 피해자에 대한 복직과 보상, 가해자 처벌, 재발 방지 의무까지 모두 협상안에 포함시킬 수 있었던 것은 그간 유례를 찾아보기 힘든 큰 성과이며 직장 내 성희롱 투쟁에 새로운 역사와 전기를 마련한 중요한 승리이다. 
 
그러나 지금까지 싸워온 과정은 그 자체로 매번 큰 산을 넘는 것이었다. 
해고를 당한 직후 피해자는 아산공장 앞에서 1인 시위를 시작했지만 가해자는 그 앞을 지나가며 피해자를 비웃었고, 경비대들에게 “아줌마는 쪽팔리지도 않느냐”는 비방까지 들어가며 전치 4주의 폭행을 당해야 했다. 1인 시위를 하다가 쫓겨나는 게 반복되는 투쟁, 결국 그녀는 조합원들과 지역 대책위와 함께 천막 농성을 하며 억울함을 호소했다. 
게다가 궁극적으로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하청업체를 조종하는 원청을 규탄해야 했다. 아산공장 앞에서 힘들게 겨울을 보낸 피해자는 다시 현대자동차 본사로 올라와 규탄 집회를 하려했지만 현대차는 용역을 동원해 집회 신고를 막았다. 현대차라는 거대 자본이 매수한 공권력에 맞선 항거도 필요했다. 그러나 피해자는 지치지 않고 서초서 앞에서, 여성가족부 앞에서 거친 비바람과 칼추위에 맞서가며 200일 가까이 농성을 지속했다. 
그 과정에서 국가인권위원회, 고용노동부, 검찰, 근로복지공단 등 법적 구제를 할 수 있는 기관에는 모든 수단을 다 동원해 대응했고, 결국 모든 기관에서 이 사건이 ‘직장 내 성희롱’이며 ‘직장 내 성희롱 피해자가 당한 불이익’임을 인정받았다. 그러나 정작 이 사건을 해결해야 할 현대자동차는 입을 닫았다. 끝내는 전 세계 동시다발 1인시위를 통해 전미자동차노조를 비롯한 전 세계의 항의에 부딪히고, 성희롱 피해에 대한 산재인정이 이루어지고 나서야 현대자동차는 마지못해 현대 글로비스를 통해 협상에 나선 것이다. 물론 현대자동차가 글로비스를 조종한 것은 불 보듯 뻔한 일이다. 글로비스가 곧 현대차이며, 수많은 하청업체들 역시 각기 이름만 다를 뿐 결국 현대차이다. 우리의 싸움은 현대차를 향해 있었고, 결국 현대차의 조종을 받는 글로비스와 하청업체를 굴복시켰다.
그렇게 불법파견 투쟁 없이 절대 이 싸움의 승리를 예견할 수 없다던 많은 이들의 염려 속에서도 피해자는 당당하게 승리를 거머쥐었다. 피해자는 더 이상 ‘피해자’나 ‘작은 꽃’의 이름이 아닌 현대차 사내하청에서 발생한 성희롱과 부당해고에 맞서 강하고 당당하게 싸운 주체로 새로운 역사를 만들어낸 것이다. 
 
거대 자본 현대자동차에 맞서 맨몸으로 부딪혔던 피해자와 대리인의 투쟁은 많은 것들을 폭로하였다. 세 자녀를 양육하고 있는 가장임에도 저임금과 불안정한 고용환경에 처해있을 수 밖에 없는 여성 노동자의 현실과 그러한 노동환경에서 성희롱이 어떻게 여성 노동자의 관리 도구로 작동하고 있는지, 노동 현장에서 발생하는 성희롱과 부당해고의 문제와 그 책임을 전적으로 무시하는 원청업체의 태도가 어떻게 이 착취를 강화하고 있는 지를 여실히 보여주었던 것이다. 심지어 성희롱 피해자를 짓밟는 신상 왜곡과 2차 가해를 가해자와 주변인들 뿐 아니라 원청인 대기업 마저도 버젓이 자행하는 모습은 직장 내 성희롱 문제에 대한 노동 현장의 현실이 어떠한 지경에 와 있는지를 드러내 보여주었다. 더욱 심각한 사실은 이 사건에 가장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할 고용노동부와 여성가족부가 정작 발생한 사건에 대해서는 아무 것도 하지 못하고 제대로 된 노력조차 기울이지 않는 한심한 모습을 보였다는 사실이다. 
 
불법파견과 직장 내 성희롱 문제가 중첩된 이번 사안은 1년 반의 힘겨운 투쟁 끝에서야 일단락을 지을 수 있었다. 이 싸움을 기반으로 향후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정규직화 투쟁, 성희롱을 당해도 비명조차 지를 수 없는 여성 노동자들이 현실에 맞서 직장 내 성희롱을 궁극적으로 근절할 수 있는 투쟁들이 현장에서 들불처럼 번져나가기를 희망한다. 특히 이번 사건의 해결에 어떠한 역할도 제대로 하지 못한 여성가족부는 근본에서부터 현재의 상태를 깊이 반성하고, 직장 내 성희롱 근절을 위한 대책 마련과 법률 개정에 심도깊은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그 동안 힘겹게 싸워 온 피해자가 이제 당당히 복직하여, 그녀가 원하는 삶을 살 수 있게 되기를 희망한다. 
지구지역행동네트워크는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직장 내 성희롱 문제 해결을 위한 투쟁과 대책마련을 위해 함께 싸워갈 것이다.  
 
2011년 12월 15일
지구지역행동네트워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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