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드바 영역으로 건너뛰기

[경향] 성희롱 피해 여성 노동자만 해고, 가해자는 고용승계

 

성희롱 피해 여성 노동자만 해고, 가해자는 고용승계
이영경 기자 samemind@kyunghyang.com
  • 글자크기
  •  
  •  
  •  
  • l
  •  
  •  
  • l
  •  

국가인권위원회가 성희롱 피해 사실을 인정하고 손해배상을 권고했음에도 성희롱 피해자인 여성 노동자는 해고되고, 성희롱 가해자는 고용승계되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

현대차 아산공장 사내하청업체에서 일하던 여성 노동자 ㄱ씨는 2009년 관리직 상사인 소장 ㄴ씨와 작업조장 ㄷ씨로부터 상습적 성희롱을 당했다. ㄴ씨는 밤에 수차례 전화를 걸어 “너희 집에 가서 자고 싶다”고 말하고 작업 도중 피해자의 엉덩이를 무릎으로 치고 팔을 만지기도 했다. ㄷ씨는 “사랑한다”는 휴대전화 문자메시지를 보내고 “우리 둘이 자고 나도 우리 둘만 입 다물면 누가 알겠느냐”는 말을 하기도 했다.

견디다 못한 ㄱ씨는 노동조합에 이 사실을 알리고 지난해 9월 국가인권위에 진정했다. 문제가 커지자 회사는 ㄱ씨를 징계해고했다. 지난 1월 인권위는 성희롱 사실을 인정하고 ㄴ씨와 ㄷ씨에게 각각 600만원과 300만원의 손해배상금을 ㄱ씨에게 지급하도록 권고했다. 하청업체에 대해서도 부당해고 건에 대해 900만원을 배상하라고 했다. 그러나 5개월이 지난 지금까지 아무런 조치도 이뤄지지 않고 있다.
 
업체가 지난해 11월 폐업하고 이곳에서 일하던 노동자들은 가해자 ㄷ씨를 포함한 전원이 다른 하청업체로 고용승계돼 현대차 아산공장에서 일하고 있다. ㄱ씨만 홀로 9개월째 싸움을 벌이고 있지만 현대차와 하청업체들은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다.

금속노조와 ㄱ씨는 21일 여성가족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성희롱 가해자 처벌과 피해자 원직복직을 위해 정부가 나설 것을 촉구했다. 현대차 아산공장 사내하청노조 관계자는 “비정규직 여성 노동자들은 6개월 단위로 근로계약을 갱신하기 때문에 계약해지가 두려워 성희롱을 당해도 문제를 제기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