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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성장 일기] 2011년 6월 21일 농성장 이사하던 날 -기자회견과 여성가족부 면담, 그리고 첫 번째 촛불문화제

 

 

2011년 6월 21일 농성장 이사하던날

 

1.

서초경찰서 앞에서 여성가족부 앞으로 이사를 했습니다.

서초경찰서 앞은 매연이 심하고 사람들이 많이 다니지 않는 외진 곳이었습니다. 주변에 식당하나 변변한 곳이 없었습니다. 여성가족부 앞은 청계천 소라탑 앞입니다. 지나다니는 시민들이 많을뿐더러 자유로운 분위기의 낭만적인 공간입니다. 한편으로는 더많은 시민들에게 알리기에 유리하다는 생각을 하면서도 우울하고 답답한 가슴을 어쩔수가 없었습니다. 

 

2.

현대자동차에서 14년을 일한 하청비정규직 여성노동자가 성희롱 당하고 그것을 인권위에 진정냈다는 이유로 해고당했습니다. 국가인권위에서 성희롱이 맞고 부당한 해고가 맞다고 결정문이 나와도 복직되지 않았습니다. 하청업체는 폐업해버려서 갈 곳이 없다하고, 원청회사에서는 모른다고 잡아뗍니다. 서울 양재동 현대자동차 본사 앞에서 집회를 하고 싶어도 날마다 서초서에 용역경비 20여명을 줄세워 집회마져 독점해버리니, 힘없는 피해자는 갈곳이 없습니다. 그래서 여성가족부 앞으로 왔습니다.

아무리 힘없는 비정규직 여성이라 해도 현장에서 관리자의 성희롱을 감당하면서 살수는없습니다. 아무리 일을 해서 먹고살기 위해서라 해도 관리자가 몸을 달라할 때 주면서 살수는 없습니다. 그래서 포기하지 못하고 미련스럽게 여성가족부 앞으로 왔습니다. 더 이상 갈곳도 없습니다.

 

3.

오전 10시 여성가족부 앞에서 기자회견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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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회견이 끝나고 면담을 했는데 ‘여성가족부에서는 할수있는 것이 없지만 국가인권위원회와 노동부 천안지청과 간담회를 해보겠다.’고 답변을 들었습니다.

여성가족부는 성희롱 예방교육을 담당한답니다. 성희롱을 예방하는 교육이란 현실에서 벌어진 성희롱 사건의 상식적인 해결이 선행되지 않는다면 아무 실효가 없습니다. 성희롱 당하고 그것을 문제제기한 여성이 해고된 것을 원상회복시키지 않는다면 교육을 백날해도 소용없다는 말입니다. 성희롱 사건으로 인한 부당한 해고를 당한 피해자가 포기하지 않고 싸움을 하면 반드시 현장으로 복직되어 예전처럼 일하며 살수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 가장좋은 성희롱 예방교육이라는 것을 여성가족부가 알았으면 좋겠습니다.

여성가족부의 슬로건인 ‘함께하는 평등사회’를 위해서 말입니다.

 

4.

오후 7시에 ‘현대자동차아산공장 사내하청 성희롱 및 부당해고 피해 비정규직여성노동자 상경농성 지원대책위원회’ 주관의 촛불문화제를 했습니다. 여는말을 해주신 건설산업노동조합연맹 백순애여성위원장님의 시원시원한 맨발의 투혼도 좋았고 재능교육 유명자지부장님의 마음이 담긴 투쟁발언도 오래도록 기억에 남을 것입니다. 몸풀기를 해주신 선언의 박현욱동지 늘 감사합니다. 오래간만에 들은 류금신동지의 노래도 고맙습니다. 사회를 보신 유현경동지 서초서 앞에서부터 자주오셔서 작은일은 작은일대로 큰일은 큰일대로 도와주셔서 고맙다고 피해자 동지가 전해달랍니다.

촛불문화제에 참석해 주신 동지들 모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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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연대오신 동지들이 모두 돌아간 후 지회조합원들, 피해자동지와 간단하게 맥주를 마시고 있는데 양복입은 시민 한분이 “마음이 많이 무겁습니다. 수고하십시오” 인사하며 아이스크림을 큰통으로 사주고 가셨습니다. 음료수를 사서 슬그머니 주고가신 시민분도 있고 빵을 주고 가신 분도 있습니다. 새롭게 익숙해져야 하는 청계광장의 첫 번째 밤의 느낌이 좋았습니다. 언니, 우리 힘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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