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드바 영역으로 건너뛰기

2009/08/07

<나의 스펙 for my future mates>-------------------------------------------------------------------------------

나는 음식 만들어 먹고 남 먹이는 걸 좋아한다.

설겆이는 무진장 싫어한다.

빨래랑 청소같이 하고 나면 땀나는 집안일은 걍 할만하다.

애 키우는 일 중에 가르치기, 같이 책읽기, 대화하기, 안아주기 같은건 잘 할 것 같다.

근데 '놀아주기' 는 자신 없다.

고지서, 세금 챙기는거 진짜 자신없다. 대체로 6개월치 모아서 연체수수료랑 같이 낸다.

전구갈기 못박기 고장난거 뜯어보기(고치기라고는 안했다) 그러다 안되면 도움청하기- 잘하는 편이다.

애완동물한테는 좀 쌀쌀맞고 권위적이다.

내 영역 침범당하는거 별로 안좋아한다.

장보기- 완소!

돈 모으기-별로 관심 없다.

돈벌기-그냥 벌리면 벌리는가보다 한(하는 것 같)다. 안벌리면 배고플 때까지 대책없이 놀 듯.

 

 ----------------------------------------------------------------------------------------------------------------------------

 

고등학교 때부터 친한 친구들이 있다.

그중 한녀석의 어머니께서 '니 친구들은 결혼하고 그러는데 넌 남친도 없냐' 고 구박을 했더니

친구가 '나는 OO이랑(나) OOO이만 결혼 안하면 상관 없어.' 라고했다고,

그녀의 어머니가 우리 엄마한테 얘기해줬다고 한다.

 

그 말을 듣고 예전에 우리가 모여서 '우리끼리 같이 사는' 얘기를 했던 것이 떠오르더니

그게 공상의 꼬리를 문다.

내가 음식만드는 걸 신기하게 생각하는 우리 친구들. 그치만 얘들이 설겆이는 잘한다.

이만한 궁합이면 맨날 전자렌지에 레또르트 식품 데워먹는 사태는 벌어지지 않을 것 같다.

미래의 동거인들과 내 스펙이 보완관계에 있다면 자아실현에도 도움이 될 듯.. ㅋ

각자 하고싶은 일 하고, 어쩌다 한녀석이 돈버는게 너무 뭐 같아서 '나 때려 치겠어!!' 하면

그날 밤에 거실에 모여서 맥주파티 열어서 백수 된 것을 축하해주고,

얘는 밀린 잠도 자고 지친 몸과 마음을 회복하고,

심심하면 우리의 공동 생활 구역을 더 살기 좋은 곳으로 가꾸거나 (이거 사실 내가 하고싶은 역할 ㅋ)

아니면 우리를 버려둔 채 여행질이나 연애질을 하거나

뭐 그러겠지.

만일 우리 모두 다 '때려치겠어!'를 선언해버리면 그 때는 모여서 회의해야겠지

다같이 뭔가 해봐도 되고, 각자 파트타임 알바를 뛰어도 되고.

혹시 누가 애가 생기면 같이 키우면 재밌을 것 같다.

ㅎㅎㅎ 엄마가 세명...

애들이 많이 생기면... 그것도 나름 재밌을 것 같다.

ㅎㅎㅎ 애가 열명....

 

옹.. 밥먹으러 가야지.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나도 오늘 출근했다.

요꼬님의 [죽이지말아라 이 사람도 아닌것들아~] 에 관련된 글.

 

나도 출근했다.

오늘 아침 새벽같이 출근해서 병원 건물들을 아래위로 날라다녔다.

간간히 평택과 평택에 있는 사람들이 걱정됐지만,

주로 머리속에는 분 단위로 쪼개서 해야하는 병원일들이 들어 차 있었다.

 

그러다가 드레싱 어시스트를 하고 있는데,

병동에 있는 티비에서 흥분한 리포터의 목소리가 들려 쳐다보니

검은 연기가 피어오르는 쌍용차 건물 옥상에서

누군가가 누군가를 방망이로 패고 있고, 컨테이너가 착륙하려는 걸 저지하는 사람들의 모습이 보인다.

화면은 전쟁영화나, 게임 같은 분위기를 풍기고 리포터는 신이 난 음성이다.

무슨 격투기 생중계 하는 것 같았다.

나도 모르게 '아... 어떡해......' 소리가 나왔다가

드레싱하던 선생님이 쳐다봐서 급히 고개를 돌렸다.

 

그러고 나서 좀 있다가는 또 일에 몰두하고 있었다.

일이 막 끝나서 엘리베이터 앞에 서있는데 문자가 왔다. 노조원 두명이 추락했다.

울컥 눈물이 나서 서둘러 사람이 잘 안다니는 계단으로 갔다.

그리고 이어서 온 문자. 같이 그곳에 가셨던 분들 중 막내가 화장실로 피신했는데 용역들이 거기까지 따라들어갔고 애는 안에 갇혀있다.

뭘 해야할지 몰라서, 전화를 걸어야겠다 싶은데, 누구한테 걸어야 하는지 생각이 안나서 한참을 전화기 잡고 서있다가, 갇혔다는 친구한테 걸었다. 이 친구는 잠시 후 일행과 만났다고 한다.

 

그리고 지금은 잠시 여유가 생겨 컴퓨터 앞에 앉았다.

이 시간에 나는 여기서 이러고 있다.

 

요즘 자꾸 드는 생각이,

이 세상에서 제정신으로 살고싶은 사람에게 어울리는 곳은,

정신병원 뿐인 거 같다.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무의식적 쥐 살해

내 머릿속을 열심히 파헤쳐 보아도 무의식의 관여 정도를 알 수 없는 일들이 있다. 이를테면 어제 있었던 쥐 살해 사건.

 

요즘 성형외과에서 하는 쥐실험이 있는데, 그 일의 반은 사실 인턴인 내 몫이다. 이번 실험은 쥐의 피부를... 흠.. 자세한 내용은 필요 없을 것 같으니까 생략하고... 아무튼, 쥐를 마취시킬 때 잡아서 배가 드러나도록 뒤집는 것이 내 임무였다. 한살정도 된 꽤 커다란 놈들이라 잡는게 쉽지 않았는데, 내 손길이 서툶을 감지했는지 한 놈이 유독 반항이 심했다. 그러더니 급기야는 목장갑과 surgical glove를 뚫고 내 손가락을 물어 피를 내고 말았다.

 어쨌든 재시도를 해서 녀석을 마취시키기는 했는데, (손가락에 피난다고 '좀 쉬어라' 나, '얘는 내가 잡을게 넌 딴거해' 따위는 없다. 왜냐하면, 코끼리를 냉장고에 넣는 법은?, 답: 인턴을 시킨다, 이기 때문이다.) 이녀석이 성깔있는 놈이라 그런지 마취도 완벽하게 안되어 계속 움직인다. 그래서 선생님이 처치를 하는 동안 잡아 달라고 했는데, 녀석이 누를수록 바둥거린다. 나는 선생님이 실수하지 않도록 녀석의 뒷덜미를 더욱 세게 눌렀다.

 곧 녀석이 조용해졌다. 그런데 호흡도 없다.

 내가 얘를 목졸라 죽인 것이다...

 선생님은 그냥 웃으며, 실험할 거 하나 줄어서 잘됐다고 농담을 하시는데, 나는 죄책감에 떨며 (우습게도) 녀석을 supine으로 눕혀놓고 손가락 하나로 심장마사지를 하고 있었다. 차마 mouth to 'mouse'는 못했지만...;;  선생님이 울상이 된 나를 보고 웃으면서 됐다고 하며 쥐를 빼앗아 봉지에 넣고 묶어서 냉동실에 넣으셨다. ㅠ.ㅠ

 그 후로도 쥐 스무마리를 더 마취시키고 털깎고 드레싱 했으니 한참을 정신없이 보내다가 나중에 몹시 찜찜한 이 기분의 정체를 따져보니 아까 그 쥐인거다. 그냥 내 손으로 한마리 죽였기 때문만이 아니었다. 따지고보면 그녀석들의 운명은 실험 후 폐기되는 걸로 다 정해져있는 셈이니...

 생명의 위협을 느끼고 가장 치열하게 저항한 그 쥐가, 마치 지난 7/29 닭장차로 끌려가던 나같이 느껴져서였다. 다른 쥐들보다 더 격렬하게 저항하는 그 쥐한테, 내가 했던 생각은 '어쭈 이놈봐라? 유별나게 사납네?' '감히 나를 물다니 괘씸한 놈!' 등이었다. 그리고 마취약을 맞고도 계속 꿈틀대는 놈을 제압하기 위해 조금 지나치게 세게 누른 것이다.

아무 생각 없이.

그날 나도 그랬다. 월요일날 출근해야된다는 강력한 모티브가 작용해서도 그랬지만, 대체로는 '원래 애가 그렇게 생겨먹은' 까닭에 끌고 가려는 경찰들을 있는대로 애먹이고, 버티고, 심지어 버스 안으로 들어가느니 버스 밑으로 들어가려고까지 했던거다. 그런 나를 제압하기 위해 그 경찰은 나를 '지나치게' 세게 누르고 구타도 좀 곁들인 거다. 그들이 돌아가며 내뱉던 말은, '이렇게 끝까지 반항하는 사람 첨 봤네. 도대체 왜그러냐? 그래봐야 소용없다. 어차피 갈거 조용히 가라' 였다. 아무 생각 없는 넘들.

 그래. 뭐 나는 사람이고 얘는 쥐니까 그날 나는 있을 수 없는 일을 당한거고, 어제 나는 있을 수 있는 일을 한거라고 할 수도 있겠다. 하지만...

 그 쥐는 이해할 수 없는 일을 당하고 있다고 느꼈을거다. 그래서 반항한거고, 그래서 나한테 눌려 죽은거다.

 나는 쥐의 생명이 사람 것 만큼 소중하다고 믿고 있지도 않고, 동물실험을 거치지 않은 화장품에 관심을 가져본 적도 없다. 내가 불편한 것은 쥐를 제압하며 내가 생각 없이 가졌던 생각들과, 쥐의 목덜미를 누르면서 속으로 웅얼댄 'You earned this!' 라는 논리가, 그날 나를 밟던 경찰의 생각과 1cm도 떨어져 있지 않은 거라는 사실이다. 정말 내 무의식적인 복수심이 감히 나를 문 그 쥐를 죽도록 세게 누르게 한건지, 정신분석을 하기 전엔 진실을 알 수 없지만 말이다.

누르던 손을 떼고 보니, 도처에 널려있는 폭력이 내 손끝에도 대롱대롱 매달려 있었다.

 

 

 

 

* 그러고 보니 그날 내가 경찰한테 딱 쥐 취급 당한거라는 생각이 들어 쓴웃음이 나오는군...

* 그나저나, 무의식적으로 죽이고 싶은 쥐는 따로 있는데 말이지. 떡은 언제 돌리나?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불안

오늘 아침, 드레싱 하러 가다가 병원 로비에 있는 커다란 TV에서

쌍용차 협상 결렬됐다는 얘기가 속보로 나오고 있는 걸 보고,

의자에 앉아서 보고있는 환자, 보호자들 뒤로 쪼르르 가서 섰다.

'협상 결렬' 빼고는 다 하나마나한 얘기였다. 얼른 발걸음을 돌려 드레싱 하러 가던 길을 갔다.

 

그리고 지금까지 계속 불안하다.

문자 오면 깜짝 놀란다.

내가 이런다고 뭐 디테일 하나 변하겠는가만은,

어쩔수없다.

리타가 해준 말마따나, 우리는 섬이 아니라 모두 바다밑에선 연결되어있어서,

저쪽 어느 섬 하나가 통째로 해일에 잡아먹히게 생겼는데, 내 몸의 일부가 불에 탈지도 모르는데

무덤덤하게 별일 있으랴, 하고 있을 배짱이 없는건가보다.

agitation이 심해지면 커피가 먹고싶은데 커피를 먹었더니 더 심해진다.

자꾸만 신물이 올라온다.

 

 

 

 

그렇지만....

그래서 어쩌라구......

 

 

 

'사측 노동자' 가 도장공장에서 나온 파업투쟁중인 옛 동료에게 담배 피우라고 건네는 모습이란다.

이걸 '기삿거리'라 판단하고 포착한 카메라기자나, 이런 사소한 얘기가 기삿거리가 되는 무거(서)운 배경, 그걸 보고 가슴 찡은 커녕 짜증이 나는 나나,  다 무진장 재수없다.

 

 

이젠 전기를 끊었단다.

밥 끊고,

물 끊고,

의약품, 의료진도 끊고,

전기마저 끊어버렸다.

 

근데 나는 어떻게 저 굶주림과 갈증과 고통과 더위와 어둠을 바라만보고 있는걸까...

 

뭘 해야할 지 몰라서, 

지금 하고 있는 게 충분해서,

아니면,

저 모습을 보고 앞으로 올 것을 예상하는 일이 충분히 괴롭지 않아서?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죽는 꿈

내 룸메이트가 오늘 죽는 꿈을 꿨다고 한다.

시속 120km로 달리는(꿈에선 이런 디테일도 다 알고있을 수 있다. ㅋ) 기차에 치어서 죽었는데, 죽고 나서 자기 엄마와 오빠한테 '나 연애도 한번 못해보고 죽었어. 어떡해~!!' 이러다가 깼다고 한다.

 

 

해몽) '너 연애하고 싶구나?'

지금 죽으면 제일 억울할 것이 뭔지를 무의식이 말해주고 있는거다. ㅎㅎㅎ

친구야, 얼른 좋은 사람 만나렴~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평택

... 잊을 수 없을 주말을 보내고 왔다.

 

에휴....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AVERAGE

모든 것은 술 때문이었다.

 

정작 일상의 소소한 일들에서는 싫은 것을 싫다고 잘 못하고, 남 기분 상하게 할까봐 눈치도 많이 보고, 그렇다고 눈에 안띄게 요령피우는 것도 할 줄 몰라서, 억지로 술 많이 먹이는 선배나 손윗사람들과 술을 마시면 나는 속수무책으로 많이 취하고 만다.

 

그날도 그랬다.

동문의 까마득한 선배들이 테이블 양쪽으로 주루룩 앉아있었는데,

2차였던가, 맥주집에 갔을 때 옆에 앉은 선배가 하필 위스키로 폭탄주를 만들기 시작했다.

처음 먹어보는 그 폭탄주를 석잔인가 넉잔인가 먹여지고 나서

나는 몽롱해진 정신에도 평소 취하는 속도보다 너무 빨리 취하고 있다는 걸 깨닫고

집에 가기 위해 무작정 자리를 떴다.

 

지하철로 가는 도중에도 땅이 점점 더 많이 흔들리고 주위가 빙빙 돌아갔다.

집까지 가는 지하철에 타서 맨 가장자리 자리에 앉아 철봉에 몸을 기대었다.

그리고 나선 아마 잠이 들었을거다.

 

다음 순간 기억나는 것은,

누군가 나를 부축해 지하철 역사 계단을 올라가고 있다는 사실이었다.

'누구지?' 얼핏 보니 선배 같았다.

나는 선배 이름을 부르며 집에 가야한다고 했다. 그러자 그는, 뭘 벌써 가냐며, 다들 이 근처에 있는데 그리로 가자고 했다. 자리 옮겨서 또 술마시러 간댄다.

바깥에 나와서 찬바람을 쐬니 정신이 들기 시작했는데, 그 때 난 그의 팔에 팔짱이 끼워진 상태로 이미 어떤 건물안으로 들어서고 있었다. 그런데 술집이 아니었다.

머리속에서 알람이 울었다.

순간 그의 팔에서 몸을 빼내려고 해보았지만, 내가 똑바로 걷기도 힘든 상태라는 사실만 깨달았을 뿐이었다. 엘레베이터의 문이 열리고 밝은 불빛을 보자 이게, 지금 실제로 일어나고 있는 일인데, 바로 나한테 일어나고 있는데, 그런데 여긴 어디지? 이 사람은 누구지? 선배인데? 아닌가? 다들 어디간거지? 이게 어떻게 된거야! 나는 혼란스러워서 미칠 것 같았다.

 

머리속에서 폭풍이 몰아치는 동안, 어느새 나는 엘레베이터에서 이끌려나와 어떤 문 앞에 서있었고 그는 그 문에 키를 꽂고 있었다.

나는 도망칠 수 없었다. 왜 그런 상황에서 도망치지 않았냐고 물으면, 나는 너무 취해있었기 때문에 도망치다가 잡혔을 것이 뻔하다고 항변해야 한다. 글쎄, 그가 정말 나를 잡으러 왔을까? 그리고 나는 잡혔을까? 모른다. 하지만 잡으러 올 것 같았다. 그리고 그렇게 도망치다 잡히면 왠지 나를 죽일 것 같았다. 그리고 나는 아마도 모텔인 것 같은 이 곳에서 어떤놈한테 죽는 것은, 그래, 저 안에 들어가 이새끼한테 당하는 것보다 끔찍하게 싫었다.

그래 어쩌면, 나는 도망칠 수 있었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시도 할 수는 없었다. 안했는지 못했는지, 나 자신에게 자꾸만 묻지만, 내가 알 수 있었던 것은 그 질문의 목소리가 나를 괴롭게 한다는 것 뿐이다. 안한 것이기도, 못한 것이기도 하다. 인생 최악의 무력감을 느끼던 그 순간에도, 그래, 나는 분명 선택을 하고 있었다. 나중에 그 선택의 결과에 대해서 죄책감을 느끼게 될지 모를 선택을.

그런데 말이다, 그런 말도 안되는 상황에서 선택을 강요하는 놈들은 대개 죄책감을 못느끼는 것 같단 말이다. 그래서 빌어먹을 죄책감은 그놈들 주려고 잘 놔뒀다. 늬들 분실물 내가 보관하고 있으니, 제발 좀 찾아가라고.

그래도 누군가는 빙글빙글 웃으며 이렇게 말할테지. '뭘, 사실 니가 원해서 도망치기 싫었던 거 아니야?' 

..... 엿먹어라 씨발놈아.

 

 

그래도 팔 다리 다 달려있는 몸뚱인데 내 몸이 이렇게 무력할 수가 없었다. 덩치도 커다란 그는,  버텨보려는 나를 방안에 밀어넣고, 그리고 나서 어찌어찌해서 나는 침대 위로 던져졌다. 그러는 동안 내 머리는 거의 알코올에 잠겨있는 상태에서도 있는 힘을 다해 돌아가고 있었다. 나는 그가 누구인지 보기 위해서 불을 켜려고 했지만 그는 스위치 쪽으로 뻗는 내 팔을 결사코 막아냈다. '어쩌면 얼굴 보면 죽일지도 몰라' 라는 생각에 나는 더이상 시도하지 않았다.

나는 내게 남은 무기가 정말이지, 정말 우습게도 말이지, 말할 수 있는 입 밖에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나는 그를 자극하지 않으면서 나를 강간하지 못하게 할 수 있을지, 회의적이었지만, 그가 내 몸 위로 올아와서 침이 흐르는 입술을 얼굴 여기 저기에 들이대려고 했을 때, 나는 도무지 누구인지조차 모르겠는 그에게 무작정 선배라고 부르며 말을 걸기 시작했다.

'아, 잠깐만요 선배. 좀 진정하고 저리 가봐요. 술취한 후배 데리고 와서 이게 뭐예요. 지금이야 선배도 취해서 이러고싶겠지만, 내일을 생각해봐요. 내일 아침. 쪽팔리겠죠? 아니라구? 뭐가 아니에요, 내가 다 말하고 다니면 어쩌려고. 선배 그리고 결혼도 하지 않았어요? 아니긴 뭐가 아니에요, 다 아는데. 그리고 선배 배나온거 봐요. 에그. 결혼 안했다 그러면 누가 믿겠다. 정말 지금 관두면 내가 아무한테도 얘기 안하고 용서해줄게요. 네? 걱정마요. 네?'

이런 소리를 푼수같이 조잘 조잘 떠드는 동안도 그는 나를 찍어누르고 윽박지르기도 했고 나는 나름 그를 밀어내려고 바빴다. 그러는 동안에도 나의 목표는,

'너의 발기를 막겠다' 였다.

그러던 중 그가 셔츠를 벗었는데 내 계획에 서광이 비치는 것 같았다. 그는 흰 런닝셔츠를 입고 있었다. 나는 그 때부터 낄낄낄 웃으며 그를 놀리기 시작했다.

'ㅋㅋㅋㅋㅋ 아 근데 웬 난닝구에요! 완전 챙피하게! ㅋㅋㅋ 선배 패션감각 진짜 죽인다. ㅋㅋㅋ 누가 요즘 난닝구 입어요! 아오 선배 진짜 실맹이야. 아, 진짜 이제 됐어요. 난닝구 입고 달려들면 어떡해요, 챙피해요 빨리 셔츠 입어요. 좀. ㅋㅋㅋㅋ 선배 나 진짜 난닝구 입는것도 비밀로 해줄게요. 셔츠 입고 빨리 집에 가요. 네?'

 

 

그러자, 그는 욕을 하면서 물러났다.

 

그는 날더러 앉으라고 해서 이러저러한 얘기를 좀 더 하다가 나를 보내줬다.

그 방을 나오면서 그래도 그놈에게 한마디 했다.

'앞으로는 이런짓 하지 마라.'

방문을 나서는데, 뒷덜미를 낚아채여 다시 끌려들어가는 환상이 내 머리채를 잡고 딸려나와

아스팔트 길바닥에 까지 따라 왔다.

뒤를 돌아보고 아무도 따라오지 않는 것을 확인하고,

나한테 신경 안쓰고 지나쳐 가는 사람들 사이에서,

나는 다리가 풀려서 웅크려 앉아 손으로 바닥을 짚고

눈물은 적고 숨만 요란한 이상한 울음을 터뜨렸다.

 

 

그 직후부터 또다른 충격을 경험해야했다.

내 전화를 받고 거의 정신이 나간 나를 도와주러 온, 내가 정말 믿고 있었던 사람은, 사건 전말을 듣더니 내가 주체못할 정도로, 그래서 이런 일이 일어나도록 술을 많이 마신걸 나무랐다. 그리고 내가 차마 부모님이 계신 집에 못들어가겠다고 해서 그는 다른 모텔로 나를 데리고 갔는데, 울다 잠든 그 다음날 나에게 자는 모습이 어땠다느니, 남자인 자기와 단둘이 모텔에 가는데 아무 두려움이 없었던 걸 보면 자기를 정말 믿는가보다느니, 요즘 어린 애들이 모르는 사람이랑 성관계 갖는 거에 대해 엄청 개방적이라느니 하는 소리를 했다.

나는 그의 얘기를 들으면서 그가 정신이 나갔거나 내가 정신이 나간거라고 생각했다.

 

그 후로 나는 이 이야기를 아무에게도 하지 않았다.

 

그러고 나서는 얼마동안 PTSD, post traumatic stress disease에서, 진단받은 건 아니니까 disease는 빼고, 대충 그것과 비슷한 증상이 나타나 고생을 좀 했다.

잠시라도 짬이 나면 그 때 일이 반복해서 떠오르고,

나도 모르게 분노에 차서 부들부들 떨고있고(자신에 대한 분노도 포함해서)

뒤에서 누가 날 부른답시고 건드리면 옷속에 벌레라도 들어간 것처럼 화들짝 놀라고

그리고 덩치 큰 남자들이 위협적으로 느껴지는

어찌보면 그런 일 끝에 겪는 것이 너무 당연한 증상들을 경험했다.

그리고 나서 바쁘게 사느라고 증상과 기억은 앞서거니 뒷서거니 하면서 점차 흐릿해졌다.

 

그런데 말이다.

결코 완전히 사라지진 않을 모양이다.

 

 

정말 절망스러운 것은,

내가 겪은 특별한 불행이,

어쩌면 이 술먹은 세상의 따악 보통치 평균인 것 같다는 것이다.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2. 고립

당신을 이해해보려는 노력이 벽에 부딪혀 힘들어하고 있을 때,

나는 주위를 둘러보고 경악했어요.

이 상황을 이해하고 해결책을 얻기 위해 조언을 구할 사람이 아무도 없었거든요.

 

주변 사람들 아무도 모르게 이런 관계를 유지한다는게

단지 사람들 사이에 있을 때 서로 끊임없이 의식하면서도 모르는 척 해야하는 불편 뿐 아니라

관계가 난관에 봉착했을 때 상대방이 아니면 내 고민을 들어줄 사람이 자신밖에 없다는 문제가 있더군요.

특히 이번처럼 상대방은 별 불편을 못느끼고 있는 상황에서는

고민의 생성부터 해결까지, 온전히 나만의 몫이 되는거죠.

 

내가 '비밀' 이 주는 특유의 스릴을 즐기지 않았다면 거짓말이지만,

처음에 당신이 이걸 비밀로 하고 싶어 했을 때와 마찬가지로 여전히,

당신의 그 의도가 마음에 들진 않아요.

당신은 이게 알려지면 이러저러한 놀림과 핀잔을 들을 것이 너무 싫고,

사람들이 당신과 나를 '당신-나'로 묶어서 생각하게 되고,

각자에게 이성인 사람들이 우리들로부터 어느정도 거리를 두게 되는 상황을 피하고 싶댔죠.

나는 (어려서 그런지) 이런 작은 것에도 내 존재와 행동이 모순되는 걸 못견뎌하는 편이라 당신한테 'Deal with it!' 해버리고 싶었지만, 당신이 경험이 많다는 이유로 당신의 뜻을 받아들이기로 했었어요.

이해가 된 건 아니지만 '겪어보지 않으면 모를' 뭔가가 있다면 그건 내가 양보해야 하는 부분일테니까요.

그런데 막상 실전에 돌입했을 땐 오히려 내가 더 훌륭한 연기자였어요. - '하려면 제대로 해야죠!'

그렇게 열연을 하다보니, 정말 아무도 눈치 못채네요.

 

그래서 지금은 좀 후회돼요. 조금 덜 열심히 연기할 걸.

사람들과 같이 있을 때, 쳐다보고 싶을 때 쳐다보고, 괜히 옆에 가서 서있기도 하고, 잠깐 같이 편의점 가자고 하고, 당신이 화들짝 놀라건 말건 (다른 땐 당신이 먼저 하듯이) 덥석 손을 잡기도 하고, (다른 땐 당신이 먼저 달라고 하는) 가방을 들어달라고 하기도 하고, 짝사랑처럼 보이면 안되니까 '어제 밤에 전화했었죠? 미안 자고있었어요.' 도 확 질러주고.

아니, 난 원래 훌륭한 연기자니까 내가 이런 짓을 한다면 그건

'허술한 연기자'를 연기하는 셈이네요.

(이런식으로 당신을 물먹이는 상상을 하며 기분이 좋아지는 건 어쩔 수 없군요. 그렇지만 이정도의 복수심은 애교로 봐주시길.)

 

그랬더라면 나도 힘들었을 때 하소연 할 사람이 있었을텐데.

그 하소연이란게 '션섕님, 쟤가 나한테 모래 뿌렸쩌요!' 수준과 크게 다르진 않겠지만,

예전에 수많은 친구들이 나에게 했던 연애상담처럼, 모두가 그보다 더 절실할 수 없고,

들어주는 것만이 유일하고도 가장 효과적인 Therapy이고,

나머지는 결국 그 둘이 알아서 해결을 해야만 하는 그런 고민들을.

 

'결국 이렇게 된' 지금의 상황을 바라보며, '바로 이것이 이 관계를 알리지 말아야 했던 하나의 이유' 라고 할 수도 있겠죠. 불편해진 우리가 주위 사람들을 불편하게 할테니까.

하지만 그보다 더 불편한 것은 그 사람들 사이에서 우리가 다시 만났을 때, 그동안 해 왔듯이 계속 '아무 일 없었던 관계'를 연기해야한다는 거예요. 나야 좋은 배우니까 이것 또한 잘 해낼거지만, 참 괴로운 연극이 되겠죠. 그래서 난 '바로 지금의 상황이 이 관계를 숨기지 말았어야 할 하나의 이유'라고 생각해요.

아마도 곧 만나게 될텐데, 그 때 내 연기가 능청스럽다고 날 미워하지 말아요.

그동안의 것은 당신을 위해서 한 연기였으니까요.

 

 

 

다음번에는 고립되지 않을거예요.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동생

동생이 곧 공부하러 미국으로 떠난다.

 

돼지녀석.

어렸을 때부터 나랑 무진장 싸우고 자랐다.

연년생이라 내 유년의 기억속에는 항상 그녀석이 있다.

샘이 많아서, 같이 앉아서 그림을 그렸는데 내 그림과 제것을 비교해보고는 울면서 내것을 찢은 적도 있었다. 그게 나는 네살, 그놈은 세살 때인가.

 

생각해보면 그녀석의 어린날은 나의 존재로 인해 좀 더 치열해진 구석이 있었을거다.

공부 잘하고 이것저것 칭찬 많이 받고 성실하고 말잘듣는 언니의 그늘에서

어쩌면 여러번 좌절을 느꼈을지도 모른다.

'누구누구 동생' 이라고 불리는 것.

거기서 벗어나고싶지 않았을까?

그렇다고 언니한테 바락바락 대드는 동생에게 

나는 그렇게 제너러스한 그런 언니는 아니었다. 기어오르는 것은 용납할 수 없다, 였던가..?

한번은 나는 바이올린 활채를 들고, 그놈은 놀이터에서 주워온 각목을 들고

엄마가 외출한 집안을 개코원숭이처럼 뛰어다니며 싸운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한참 그러다가 자기가 들고 있는 무기가 감당이 안되고 무서워서 둘 다 주저앉아 엉엉 울어버렸었다.

부모님이 돌아오셨을 땐 둘이 어느때보다도 사이좋은 자매가 되어있었다.

차마 '쟤가 각목으로 때렸어!' '언니는 활로 때렸어!' 라고 동반자폭할 수는 없는데다가,

같이 울면서 서로의 모질지 못한 속을 확인하고, 사실은 널 해치고싶지 않아, 라는 뜻을 확인했기 때문일거다.

또 한번은 동생과 심하게 싸우다 집에서 쫓겨났는데, 동생하고 나는 나가서 엄마가 들여보내줄 때까지 놀이터에서 놀았다. 엄마가 어이없게 시소 타고 놀고 있는 우릴 보고 들여보내주는 대신 손바닥을 맞았는데 내가 맞을 때 동생이 울었다.

어쩌면 이런게 내 동생과 내가 운명적으로 타고난 관계의 가장 밑바닥을 보여주는지도 모른다.

동생 외에 그 어떤 사람과 다시 그렇게 원초적으로 싸우고 인간적으로, 동시에 동물적으로 화해할 수 있을까?

 

동생이 음악을 전공해 나와 다른 길을 가게 된 건 우리에게 참 잘 된 일인 것 같다.

우리는 더이상 능력이나 성적을 갖고 서로 비교당할 일이 없어졌다.

청소년기를 지나오는 동안도 엄청 싸워댔지만, 그래도 그건 서로에게 마음의 상처같은 걸 남길 일 없는 '신경질 부리기' 같은거였다.

 

동생은 자기 길을 아주 잘 걸어갔다.

그 애는 우리 부모님이 어디가서 절대 주눅들지 않을 수 있는 조건을 선물처럼 안겨드린다.

내가 지금쯤 깽판 좀 쳐도 부모님이 견뎌낼 수 있을 만큼 충분한 버퍼가 될거라고 조심스레 예측해본다.

그렇게 동생은 지금도 가족들을 흐뭇하게 하며 바다를 건너간다.

 

얘가 오래 떠나 있는다니까 새삼 마음이 찡한것이 한달도 안남은 기간동안 매일매일 봐야하는 거 아닐까 싶기도 하다. 다음주에 오프 받으면 돼지 보러 집에 열심히 가야지.

이십몇년 살면서 한번도 돼지녀석이 필요하거나 보고싶은 적이 없었던 것 같은데,

아무래도 얘가 보고싶을 것 같다.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1 .

 

    당신은 ‘군대에 가거나 감옥에 있는 사람이랑 사귀는 사람들도 있으니 그냥 그렇게 생각하고 있다가 다른 사람이 좋아지면 그 때 가서 헤어지면 되지 않느냐’는 얘기를 했었죠.
 
    이 말에 제가 꼭 반박을 해야 되는 건지 모르겠어요. 그냥 말실수 하신 걸 내가 걸고 넘어지는 건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터무니없는 말이라. 당신은 군대에 가거나 감옥에 있는 게 아니에요. 당신이 스스로 들어간 그 ‘다른 시간계’를 정말 군대나 감옥에 비유하고 싶으신가요? 그 어떤 외적인 속박과 당신의 삶을 제한하는 것들에 ‘아니오’라 외칠 수 있는 사람이잖아요. 모든걸 당신 스스로 선택하고 결정한 이 상황을 군대나 감옥에 끌려간 것에 비교하시다니...
    그곳에 갇힌 사람에게 물어보세요. 그들은 스스로 감옥에 들어간 당신을 비웃을지도 몰라요.
 
     나는 내가 무수한 갈림길로 짜여진 이 삶의 순간들을 최대한 의식 위로 끌어올려 한 땀 한 땀 짚어가며 살 수 있기를 바래요. 물론 그렇게 할 수 없어서 매일 무료하고 불만족스러운 날들을 보내고 있지만. 그리고 바로 이 지점에서 ‘몸이 안 따라준다’는 당신의 말을 이해해야만 하게 되지만. 하지만 그렇다 하더라도 나는 나의 한계 그 끝까지를 느끼고 경험하며 살고 싶어요. 그 곳이 바로 내 자유의 영역이고 내가 뛰어 놀 수 있는 나의 무대라고 여기면서.
    그런데 당신은 왜 당신의 무대에, 그리고 필연적으로 나의 무대에까지 그러한 무기력한 관계의 울타리를 치려고 하는지 모르겠어요.
    그래서 나는 거부할 수밖에 없어요. 우리의 관계 사이에 군대의 경비초소나 교도소 담벼락을 세우려는 당신은 당신 자신이 아닌 나를 감옥 안으로 밀어 넣으려고 하는 거니까요. 당신은 한평짜리 몸 누일 곳만 있으면 불편을 못 느낄 지 모르지만, 당신에게 보여주고 싶은 것들로 가득 차있는 나는, ‘봐요 내 안에 이런 세상이 있어요!’ ‘봐요 저것 정말 신기하지 않아요?’ ‘봐요! 저건 대체 왜 저런거죠?’ ‘당신 때문에 난 이걸 새로 발견했어요, 들어볼래요?’ 로 가득 차있는 나는, 당신의 말을 들으면서, 마치 잡아달라고 손을 내밀었는데 막상 잡힌 것은 쇠창살인 듯한 절망감이 들었던 거예요. 그렇다면 실제로 갇힌 건 내가 아닌가요?
 
 
    여기까지 들으셨으면, 지금쯤 어떤 생각을 하고 계실지... 무심코 한 비유를 가지고 너무 깊게 판다고 생각하시나요? 제가 원래 좀 한가지가 머리에 꽂히면 계속 파대는 버릇이 있어요. 하지만 당신의 말에 내가 갖는 신뢰가 그만큼 크다는 뜻도 되고, 당신이 뭔가를 ‘비유’씩이나 할 때는 그렇게 무심코 하지는 않는다는 걸 봐왔기 때문이기도 하지요. ‘그냥 오래 연락하지 못하는 상황이 비슷비슷하기 때문에 그리 비유한 것’ 이라고 하신다면 제 대답도 간단해요. ‘그 오래 연락 못하는 상황이란 게 전혀 비슷비슷하지 않다는 얘기를 한 거예요. 여태까지.’
 
 
    아, 당신이 한 말의 뒷부분을 까먹고 있었네요.
    ‘다른 사람이 좋아지면 그 때 가서 헤어지면 되잖아요.’
    그럼 나는 그분이 나를 구하러 나타날 때까지 갇혀 있으라는 건가요, 그것도 그렇게 할 수 없어요.
    그리고 또 한가지는, 나한테 연애라는 것은, 산다는 것과 마찬가지로, 사귀기로 한 그 날부터 하루씩 날짜를 더하는, 그래서 100일이 되고 1년이 되고 '오래 한 연애'가 되는 그런 status가 아니에요. 그보다 매 순간이, 내가 하고 있는, ‘연애질’인 거지요. 그런 의미에서 ‘오늘부로 헤어진다’ 는 선언이 나한테는 아무런 의미가 없어요. 나는 이 순간 연애를 하고 있거나, 하지 않고 있거나, 그래요. 
    그래서 '그 때 가서 헤어지는' 것도 의미가 없어요.
 
    그래서 지난 한달 남짓한 시간이, 연애를 하고 있던 나한테는 매 순간 박탈감을 느껴야 하는 힘든 시간이었어요.
 
    ‘잘 모르니까 그냥 가르쳐달라’고 하셔서 한가지만 그렇게 가르쳐드릴게요. 이런 경우, 이건 당신이 나를 떠난 거예요. 그치만 자존심 땜에 내가 당신을 떠난 형식을 취하고 싶어지면 말을 바꿀지도 모르겠어요.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