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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화] 성냥팔이 소녀

성냥팔이 소녀 - 안데르센


어느 겨울날 밤에 있었던 이야기다. 추운 날씨 탓에 거리에는 일찌감치 인적이 끊기고 매서운 겨울바람만이 거리를 떠돌아다녔다. 눈마저 내려 거리는 온통 하얀빛이었다.
“성냥 사세요.”
성냥팔이 소녀가 가냘프게 외쳤다. 소녀의 맨발은 검붉게 얼어 있었고, 머리 위에는 하얀 눈이 쌓여 있었다. 앞치마에서 성냥을 꺼내 들며 소녀는 다시 한 번 외쳤다.
“성냥 사세요.”
소녀의 외침은 너무 작아 금방 눈 속에 파묻히고 말았다. 소녀는 하루 졸일 성냥을 팔러 돌아다녔다.
그러나 성냥은 한 다발도 팔지 못했다. 게다가 성냥을 파는 소녀를 누구 하나 불쌍하다고 쳐다보는 사람도 없었다.
성냥팔이 소녀는 집으로 돌아갈까 생각도 해 보았지만 그러지 않기로 했다. 성냥을 팔지 못했다고 아버지한테 혼이 날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었다. 설령 아버지한테 혼이 나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집 안에 있는 것이나 거리에 있는 것이나 춥기는 매한가지였다.
집집마다 한 해의 마지막 날을 가족과 함께 보내는 사람들의 웃음소리로 가득했다. 그들의 창문에서는 밝고 따뜻한 불빛이 새어 나왔으며, 거위 굽는 냄새가 구수하게 풍겼다.
소녀는 한없이 부러운 눈으로 창문 안쪽을 바라보며 침을 꿀꺽 삼켰다. 소녀는 하루 종일 아무것도 먹지 못하고 걸어 다녔던 것이다.
다리가 몹시 아팠던 소녀는 어느 집 담벼락에 기대어 서 있었다. 그러나 잠시 후에 그 자리에 주저앉았다. 바람이 더욱 차가워지자 소녀는 몸을 잔뜩 웅크렸다.
‘아! 내게 성냥이 있지. 성냥으로 불을 붙이면 언 손을 조금 녹일 수 있을 거야.’
성냥팔이 소녀는 성냥 한 개비를 꺼내 불을 붙였다. ‘치직’소리와 함께 성냥개비가 탔다. 불꽃은 작았지만 무척 밝았다. 소녀는 그 위에 손을 올렸다. 그러자 아주 큰 난롯가에 앉아 있는 느낌이 들었다. 그래서 소녀는 두 발도 녹이기로 했다. 그래서 두 발을 뻗었는데, 그만 성냥불이 꺼져 버렸다.
소녀는 다시 성냥개비를 꺼냈다. 그리고 불을 붙였다. 그러자 이번에는 잘 차려진 식탁이 보였다. 먹음직스럽게 구워진 거위와 탐스러운 온갖 과일들, 초콜릿 비스킷, 크림이 듬뿍 얹혀진 조각 케이크가 둥근 식탁 가득 차려져 있었다. 소녀는 무엇을 먼저 먹어야 할지 고민을 하다가 조각 케이크를 잡으려고 했다. 그러나 바로 그 순가네 성냥불이 꺼지고 말았다.
성냥팔이 소녀는 아쉬워하며 자기가 무엇을 먹을지 고민만하지 않았다면 조각 케이크를 먹을 수 있었을 거라고 생각하였다.
소녀는 다시 성냥개비에 불을 붙였다. 소녀는 화려하게 꾸며진 크리스마스 트리 옆에 서 있었다. 트리에 꽂혀 있는 수많은 촛불들은 형형색색의 빛을 내고 있었다. 크리스마스 전날 밤, 어느 부잣집에 성냥을 팔러 갔다가 우연히 본 그 트리보다 더 근사해 보였다. 소녀가 큰 별 하나를 트리 꼭대기에 얹으려고 사다리를 올라가려는 순간 성냥불이 꺼졌다.
소녀는 밤 하늘을 쳐다보았다. 트리에 꽂혀 있던 수많은 촛불들이 하늘로 올라가 별이 된 듯, 별은 각기 다른 빛으로 반짝거렸다. 그 때 별 하나가 떨어졌다. 소녀는 별을 쳐다보다가 할머니께서 해 주신 말씀이 떠올랐다.
“하늘에서 별이 떨어진다는 것은 한 영혼이 하늘나라로 올라가고 있다는 얘기란다.”
소녀는 누군가가 죽어 가고 있다고 생각하였다.
소녀는 다시 성냥개비를 꺼내 불을 붙였다. 그러자 환한 불빛 속에 할머니의 모습이 보였다. 할머니가 소녀를 보고 따뜻하게 미소를 지어 주었다.
“할머니! 할머니 곁에 있고 싶어요. 제발 사라지지 마세요. 제발요.”
소녀는 할머니가 난로처럼, 잘 차려진 식탁처럼, 화려한 크리스마스 트리처럼 사라질까 봐 조바심이 났다. 그래서 남아 있는 성냥을 모두 꺼내 불을 붙였다. 불꽃이 그렇게 크고 환할 수가 없었다.
할머니는 손녀를 따뜻한 가슴에 안았다. 그리고 추위도 배고픔도 없는 세상으로 손녀를 데려갔다.
이튿날 아침, 사람들이 모여 웅성댔다. 한 소녀가 웅크리고 앉아 얼어 죽어 있었다. 소녀의 얼굴은 창백했지만 미소를 머금고 있었고, 한 손에는 타 버린 성냥다발을 쥐고 있었다. 사람들은 소녀가 몸을 녹이려고 성냥에 불을 붙였다고 생각하며 가여워했다. 아무도 소녀가 작은 불빛을 통해 자신을 가장 아껴 주는 사람의 품에 안겼다는 것은 알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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