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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의 탄핵, 흔들리지 말고 전진하자!!

제2의 탄핵,

흔들리지 말고 전진하자!!


 

10월 21일 발표된 헌법재판소의 신행정수도 위헌 판정은 ‘충청권 표심의 완전장악을 통해 장기집권으로 나간다’는 노무현과 열린우리당의 장밋빛 구상에 제동을 걸었다. 향후 정국의 주도권이 한나라당으로 급속히 이전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가운데 노사모를 주축으로 하는 노무현 지지세력은 헌재의 위헌판정을 ‘사법 쿠테타’로 규정하며 23일 광화문 30만 군중결집의 의지를 불태우고 있다. 바야흐로 정국은 상반기 탄핵국면의 기억을 빠르게 되살리고 있다.
신행정수도 이전으로 정치적 타격을 입은 열린우리당이 조기 권력누수라는 최악의 상황을 막기 위해 4대개혁입법, 그중에서도 국가보안법과 과거사 청산문제를 한나라당과 맞바꿔치기 할 것이라는 관측들이 나오고 있다. 헌재의 위헌판정은 그나마 개혁과제에 불철저했던 열린우리당을 더욱 후퇴․우경화시킬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그러나 이것은 지난 탄핵국면 때의 일부 운동진영이 말했던 것처럼 그나마 후퇴적인 개혁을 수행하기 위해라도 한나라당보다 왼쪽에 있는 열린우리당을 밀어줘야 한다는 것으로 나타날 수 없다. 그러한 발상 필연적으로 노동자 투쟁을 소부르주아 운동의 꽁무니로 전락시킨다.
탄핵국면의 오류가 다시 반복되어서는 안 된다. 노동자들이 무매개적으로 민주주의 전선에 매몰되어 소부르주아 정치운동의 꽁무니를 쫓아서는 안되지만 그렇다고 향후 전개될 민주주의 전선과 무관하게 이와 독립적으로 노동법 개악저지전선을 가져가서 스스로 고립을 자쳐하는 우를 범해서도 안된다. 노동자들은 민주주의로부터 가장 소외받고 있는 계급으로써, 오히려 지배계급만의 민주주의로부터 가장 억압받는 계급으로서 정력적으로 노동자들의 민주주의적 요구들을 외칠 수 있어야 한다. 물론 노동자 민주주의의 핵심적인 내용은 현재 정부에 의해 강행되고 있는 노동법 개악저지를 포함해 노동자들의 민주주의적 권리인 비정규직 권리보장 입법을 쟁취하는 것이다.

 



되살아나는 망령, 개혁 vs 수구의 대립전선

 

올 상반기 열린우리당은 탄핵국면을 민주주의에 대한 수구세력의 쿠데타로 규정하고 민주 대 반민주, 개혁 대 수구의 대결구도를 형성하는데 성공했다. 개혁 대 수구의 대결구도는 한때 20만이 넘는 촛불군중을 불러 모으며 386중심의 개혁적 시민들을 결집시켰고 그것은 정치적 성과는 열린우리당의 총선승리로 이어졌다. 탄핵국면을 거치면서 내외로 궁지에 몰렸던 노무현과 열린우리당은 그야말로 기사회생에 성공한 셈이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노동자들에게 탄핵국면은 악몽과 같은 것이었다. 박일수 열사가 죽음으로 열어놓은 투쟁의 활로는 탄핵을 반대하는 촛불인파에 가려서 여론으로부터 소외되었고 전국적으로 확대되지 못한 열사투쟁은 울산만의 국지적인 투쟁으로 고립되고 말았다.
그로부터 수개월이 지난 9월16일, 노동부의 노동법 개악에 맞서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열린우리당사 점거농성이 벌어졌다. 노동법 개악저지 전선의 활로가 열린 것이다. 민주노총 대의원대회에서 총파업이 결의되었고 자본과 노동의 전면전이 코앞에 다가왔다. 그런데 헌법재판소가 돌연 신행정수도 이전 헌법 소원에 대한 위헌 판결을 때려 버렸다. 여론이 다시 들끓기 시작한다. 탄핵국면때 만큼은 아니지만 민주대 반민주 전선의 악령이 되살아날 조짐이 보이고 있다.

범진보대연합 = 반노동자 연대의 강화

지난 9월 17일 정치웹진 ‘서프라이즈’에 실린 이광재의 글은 노동자 투쟁에 대한 열린우리당 주류 이데올로그의 입장이 무엇인지 잘 보여준다.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열린우리당사 점거농성을 놓고 이광재는 직접적으로 “비정규직 노동자들이여, 전선을 흔들지 말라”라고 광분하며, 현재 역사적 단일전선은 ‘국가보안법 폐지전선’이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광재는 87년 당시 진보진영의 분열을 상기시키며 범진보진영의 대연합만이 한나라당을 위시로 한 보수진영에 맞서 역사적인 국가보안법 폐지를 이루어낼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래서 이에 역행하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마치 진보대연합 전선에서 분열주의자들인 것처럼 매도했던 것이다.
그러나 탄핵국면때 드러났듯이 범진보대연합을 통한 열린우리당의 다수의석확보는 노동자에게 무엇을 가져다 주었는가? 바로 비정규 보호입법을 통한 노동법 개악 공세였다. 이광재가 국가보안법 폐지가 역사적 과제로 부각시키면서 은근슬쩍 넘어가고 있는 것이 바로 이 지점이다. 민주주의 전선을 가장한 허구적인 반수구-범진보연합은 어김없이 반노동자-노동자 죽이기 대공세로 되돌아왔다.
이것이 소위 진보진영, 열린우리당내 개혁분파가 얘기하는 범진보연합의 계급적 실체이다. 따라서 당면 민주주의 전선에서 노동자들이 밀어올려야 할 투쟁은 개혁-수구의 경쟁구도에서 그들 중 한쪽의 손을 들어주는 것이 아니라 노동자들의 독자적인 민주주의 요구들을 내걸고 독립적인 투쟁을 해 나가는 것이다. 그 민주주의 요구는 국가보안법 완전폐지와 더불어 현재 노동자들의 가장 절박한 요구인 노동법 개악 분쇄! 비정규직 권리보장 입법 쟁취!로 나아가야 한다.

민주노동당, 어디로 가고 있는가?

헌재의 위헌 판정에 대한 민주노동당의 대응은 민주노동당에게 그나마 일말의 기대를 걸고 있는 노동자들을 안타깝게 하고 있다. 10월 22일 민주노동당은 대변인 논평을 통해 “국민적 합의에 실패한 정부여당 책임 있다, 정부여당의 정치적 무능과 사업방식에 대해 사과하라, 그러나 헌재의 관습헌법 운운에도 문제는 있다, 지역분권과 지형균형발전을 위한 특별위원회를 제안 한다“는 요지의 입장을 발표하였다. 대국민여론을 강하게 의식한 지극히 중간계급적인 논평이다. 남한의 유일한 노동자 정당인 민주노동당은 오직 노동자가 아닌 철저하게 대국민의 입장에서 절차상의 문제제기와 ‘여당도 문제있고 한나라당도 문제있고 헌재도 문제있다’는 도대체 뭐가 문제인지 알 수 없는 기상천외한 논평을 내 놓았다.
행정수도이전은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의 정국 주도권 싸움, 충청권 표심을 둘러싼 여야의 차기 정권쟁탈전의 성격이 강하다. 행정수도이전은 지난 4대개혁입법 여야 3당 개혁공조 과정은 민주노동당의 의회주의 노선의 한계를 여실히 보여주었다.
국가보안법 폐지논쟁을 중심으로 한 4대개혁입법 또한 부르주아 지배분파간의 국정주도권 쟁탈전의 성격이 짙다. 국가보안법 개폐, 과거사 청산, 언론개혁 등은 탄핵국면과 같이 ‘수구 대 개혁’의 대립전선을 그어내며 경제위기, 이라크 파병문제로 이반되고 있는 지지층을 재결집하고 신행정수도 이전, 경제자유도시 건설 등 노무현식 뉴딜정책을 힘 있게 추진하기 위한 사전작업이다. 탄핵국면이후 정부와 여당이 개혁정책을 줄기차게 선전해 왔음에도 불구하고 실제적인 경제정책, 노동정책은 철저하게 반노동적․노동배제적 성격으로 강화되었다. 정부는 대사회적으로 사회적 합의, 사회적 대화를 주장하면서도 올해 하투에서 강경대응으로 일관했고 대정부 대화와 협상을 갈망해온 국민파 지도부의 입지를 약화시켰다. 현재에도 비정규직 보호입법, 노사관계 로드맵과 관련하여 대노동 강경대응기조를 유지하며 연내 또는 내년 초에 압도적 힘의 우위를 바탕으로 제반 악법들을 밀어붙일 태세다.
그러나 이러한 정부-여당의 태도 속에서도 민주노동당은 개혁공조에 환상을 버리지 못했다. 소수야당이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대중투쟁에 기대는 것이 아니라 개혁공조에 희망을 품은 민주노동당은 매일노동뉴스 객원기자가 밝혔듯이 “열린우리당이 던진 국가보안법 미끼에 걸려들어 국가보안법 완전폐지는커녕 희롱만 당하고 반노동공조에 속수무책으로 당하기만 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민주노동당내 일부 좌파가 주장하는 것처럼 현재 민주노동당이 포진해야 할 곳은 거대야당의 틈바구니가 아니라 공장과 거리임을 분명히 해야 한다.

민주주의 전선에서 노동자들의 독자적인 요구와 독립적인 행동을 촉구한다.

다양한 언론기관이 관측하는 것처럼 헌재의 판정은 남한 정치지형에 무수한 변화를 가져올 것이다. 국정 주도권이 한나라당으로 넘어갈지도 모른다. 또는 정치적으로 타격을 입은 노무현이 중간 낙마까지는 아닐지라도 현저하게 정치적 권위를 상실하고 조기 레임덕이 올지도 모르겠다. 아니면 반대로 노무현 특유의 승부사 기질이 다시 한번 정국을 반전시키고 자유주의자들에게 극적인 기사회생의 길을 열어줄지도 모른다.
그러나 향후 국정흐름에 대한 다양한 가능성에도 불구하고 변하지 않는 것이 있다. 바로 노동자 투쟁에 대한 지배분파간의 반노동자 연대가 그 어느 때보다 강화될 것이라는 점이다. 한나라당으로 국정 주도권이 넘어가든, 열린우리당으로 유지되든 마찬가지다. 그 어떤 지배분파도 자본의 절실한 요구인 노동유연화 공세를 멈추지 않고 밀어붙일 것이다.
따라서 노동자들은 헌재의 행정수도이전 위헌파동과 관련된 어떠한 전선의 혼란에도 흔들리지 말고 노동법 개악저지전선을 대자본, 대정부 투쟁으로 밀고 나가야 한다. 더불어 여당과 야당의 타협이 산물로 전락 가능성이 농후한 국가보안법의 완전폐지를 요구해야 한다.
현재 국면에서 국가보안법 철폐와 노동법 개악저지/비정규직 권리보장 입법 쟁취는 대립되는 것이 서로를 보족하는 형태로 나타날 것이다. 지난 탄핵국면처럼 같이 노동자들의 절박한 요구가 거세된 허구적인 ‘민주주의 수호’투쟁으로 용해되어 버려서는 안된다. 국가보안법 완전철폐와 “노동법 개악저지, 비정규직 권리보장 입법 쟁취”등 노동자들의 절박한 민주주의적 요구들을 제2의 탄핵국면 속에서 강화시켜내고 그 힘으로 전국적인 총파업 투쟁으로 노동자들의 독립적인 투쟁을 강화시켜나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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