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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몇 주일간 장비 문제 있는거 수리했다. 이제 깨끗한 시료 표면을 대충 얻을 수 있었다. 다음 차례는 원자 이미지 보는 것이다. 오늘 첨 시도해 봤는데 이건 아니다 싶다. 결국 안 되는 일인것 같다. 여기 계속 있어봐야 시간 낭비일 뿐이라는 생각이 든다. 불가능한 작전 뭐 그것이다.

 

최근에 신문을 보니 한국 과학자가 홍합 접착력의 신비를 밝혔다는 기사가 나왔다. 논문은 직접 안 읽어봤지만 대략 기사에 실린 내용을 보니 나의 전공 장비 AFM 을 이용한 것이다. AFM 팁 끝에 아마 홍합 접착물질을 묻히고 그걸로 얼마나 접착력이 센가를 측정한듯하다. 기사를 본 순간 웃음밖에 안나왔다. 정말 단순한 아이디어 아닌가? 뭐 신비를 밝혔다고 기사엔 나왔지만 그냥 대충 AFM 으로 미세 스케일에서 잰것일 뿐이다. 나노도 들어가고 바이오도 들어간다. 최근의 추세에 비춰볼때 정말 완벽한 주제 아닌가?  접착력을 굳이 AFM 을 이용해서 잰 이유는 뭔지 모르겠다. 정제된 접착물질을 얻기위해 상당량의 홍합이 필요하다고 하던데 적은 양 (ng 이하도 충분)으로 실험하기에 AFM 이 적절한 툴이 아니었나 싶다. 뭐 새로운 방법은 아니다. 홍합에 처음 적용했을뿐.

 

처음 이런 식의 실험을 한 사람은 antigen-antibody 사이의 결합력을 측정하는데 AFM 을 사용했다. 잘 알려진 효소의 모델 (열쇠- 자물쇠 모델)을 실험으로 보인 셈이었다. 그 당시 그 논문은 상당한 센세이션을 일으켰고 팁끝에 다양한 물질을 입혀서 시료의 성분을 알아내는 방법이 상당히 유행했다. 이런 방법을 통칭해서 케미컬 포스 마이크로스코피라고 불린다. 방법이 알려지고 나니 뭐 물리학자가 할 일은 별로 없다. 화학자나 생물학자가 시료를 어떻게 잘 만드느냐의 문제일뿐.

 

물리학 하면 빼놓을 수 없는 분야가 Magnetism 이다. Exchange coupling (J s1 s2) 은 스핀 방향에 따라 인터액션 크기가 달라진다. 여기 당어 교수네 그룹에서는 이 exchange coupling 을 antigen-antibody 사이의 힘 재듯이 AFM 으로 재려고 하고 있다. 이거야말로 생물학자나 화학자가 할 수 없는 일인 셈이다.  개인적으로 참 좋은 주제라 생각한다. 물리학자가 할 일이니까...

 

근데 나의 첫번째 타겟으로 잡은 Fe/W(001) 샘플은 너무 어려운것 같다. 일단 Fe 을 원자 분해능까지 봐야하는데 이거 해본 사람도 없고 원래 메탈은 인터액션이 너무 작아서 AFM 으로 원자 보기 정말 어렵다. Uwe 라는 학생이 3년간 이런 류의 실험 해서 좋은 결과를 내서 졸업하는데... 오늘 실험좀 해보니 Uwe 가 정말 존경스럽다.

 

근데 문득 드는 생각은 그렇다. 이게 다 무슨 소용이란 말인가. 가령 익스체인지 인터액션에 의한 이미지를 얻었고 그 크기도 정확히 재서 인터액션은 몇 meV 라고 값까지 얻었다고 치자. 뭐 그다지 유용한 정보도 아니다. 팁에 따라 다른 값을 가질테니... 익스체인지 인터액션은 이미 다 알고 있는 것이고 뭐 그리 새로운 정보를 주는것도 아니다. 그냥 새로운 방법으로 재 봤다는 것일뿐. 뭐 이런 시덥잖은 일에 시간낭비하고 있어야 하나 하는 생각이 든다. 뭐 그리 쓸모있는 연구는 아니란 말이다.

 

스위스 학회에서 재미난 토크를 하나 들었다. 쇠고기를 키위에 절이면 부드러워 진다고 한다. 핀란드 여자였던걸로 기억나는데 키위에 담가둔 쇠고기가 부드러워지는 정도를 AFM 으로 측정했더라. 뭐 이런것도 그다지 쓸모 있는 연구는 아니다. 홍합도 내가 보긴엔 마찬가지인것 같고. 단지 넓은 층의 독자를 상대로 하느냐 좁은 층의 독자를 상대로 하느냐의 문제일뿐...

 

어차피 의미 없는 연구들이니까 그냥 즐기면서 하고 싶다. 키위에 담가둔 쇠고기를 재듯이.... 그런데 UHV LT 장비는 작동시키는것 자체가 스트레스다. 즐기면서 연구하기가 너무 힘들다. "이렇게 바꿔보면 어떨까?" 이런 아이디어를 내면서 실험할 여건이 안된다. 뭐 하나 바꾸려면 하세월이다. 생각없이 기계의 스케쥴에 따라 움직이고 있는 나를 보게 된다.

 

집에 왔더니 부인이 한마디 한다.

 

부인: 오늘 쌀뜨물로 씽크대 닦았는데 세제로도 안되던게 정말 쉽게 잘 닦인다. 이거 좀 연구해봐. 화장실 청소할때도 쌀뜨물이 짱이래.

나: 그게 미세 분말이라서 그래. 치약도 미세 분말이라서 이를 잘 닦잖아. 나노입자?... 여하튼 밀가루로 해도 잘 닦이잖아.

부인: 밀가루도 전에 해봤는데 쌀뜨물이 더 잘 돼. 이건 왜 그렇지. 연구좀 해봐.

나: ...

 

쌀뜨물 연구가 더 재밌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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