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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개의 게시물을 찾았습니다.

  1. 2006/09/18
    기후 모델(3)
    ...-2
  2. 2006/09/18
    언데드(1)
    ...-2
  3. 2006/09/08
    철 원자 보기 또 도전(5)
    ...-2
  4. 2006/09/05
    ...(6)
    ...-2

기후 모델

부인이 환경쪽에 있어서 얘기를 좀 듣습니다. 부인은 여기에 있는 막스 플랑크 기상 연구소에 가서 놀다 옵니다.  기상 연구소에서 하는 일이 여러개 있지만 그 중 하나는 과거 기후를 모델링을 통해 추측하는 거지요. 과거라 하면 1000 년전 이정도가 아니라 빙하기 또는 뭐 그이전...

참 쓸데없는 일이죠. 지금 시대가 어느땐데 그때 기후가 어땠는지를 연구하나요... 몇년전 여기있는 친구의 여자친구를 첨 만났을때 뭐하냐고 했더니 기후 연구 한다면서 빙하기 기후를 모델링으로 알아낸다고 하더군요. 아놔 그런 쓸데없는걸 왜하나요 하고 묻고 싶었지만 과학에 대한 예의가 아니기 때문에 참았죠.

부인이 다른 사람 박사 논문 하나 들고 왔더군요. 뭐 티벳의 기후를 연구한 것 같은데 기후 모델 중에 그런게 있답니다. 인간의 영향이 배제되었다면 현재의 식생이라든가 기후가 어땠을까를 알아내는 모델. 즉 실제의 기후나 식생은 이러한데 이 모델을 거치면 인간의 영향이 어느정도인지 알아낼 수 있다는거죠. 정말 웃긴건 이런 모델을 통해서 (이 모델이 유명한지 고유 이름도 있더군요.) 티벳에 사는 인간들에 의해 온도가 1 도 더 올라갔다던가 뭐 그런걸 결론으로 냈습니다. 부인이 대충 그렇게 그 논문에 대해 설명해 줬는데 난 뭐 그런 말도 안되는 사기 논문이 어딨냐고 따졌죠. 1도건 2도건 그게 무슨 의미가 있냐고... 모델은 모델일뿐... 그리고 인간의 영향을 배제시키는 모델이란게 가능한지도 모르겠고 그 모델이 맞는지 어떻게 검증할 방법도 딱히 떠오르지 않고 뭐 이런 이유로 그런건 과학도 아니라고 했습니다. 뭐 부인은 자기도 이런걸 배워서 자기 졸업할때 써먹겠다는데 난 그런 웃기지도 않는 일은 하지도 말라고 했죠.

근데 부인이 하는말은 지금 지구 온난화에 의해 상승한 온도가 얼마니 기타등등 하는 것들도 다 모델에 의한 계산이라고 하네요. 그게 정치랑 연결되니까 뭐 탄소세니 어쩌니 기타등등 실제 돈과 관련된 일과 깊게 관련되고 있죠. 이쪽분야는 유럽이 매우 앞서있는데 미국에서는 유럽의 결과를 잘 못믿기 때문에 유럽이 선도하는 환경 논의에 대해 좀 배타적인듯. 하지만 미국도 뭐 대안은 없는듯하네요. 이런쪽 연구를 안했왔으니까.

뭐 쓸데 없는 일도 계속 하다보면 돈과 연결되는 경우도 있군요. 그 모델이 옳은지 그른지는 잘 모릅니다. 하지만 중요한건 유럽은 그런 일을 계속해서 어쨌든 많은 정보를 갖고 있고 다른 나라들은 그렇지 못하다는 거죠. 모르는자 침묵할 수 밖에.

결국 세계 환경 논의가 유럽의 방식대로 주도된다면 유럽에서 개발한 각종 모델들을 통해 각 나라가 얼마의 탄소를 흡수 배출하는지 계산하게 되겠고 그에 따라서 탄소세를 부과하게 되겠군요. 과연 모든 나라들이 이런 모델이란 것에 동의를 하게될지 저로서는 잘 모르겠네요.

누구모델이 더 맞네 하고 열라 싸울것 같고 자국에 유리한 모델이 채택되도록 노력할것 같네요. 한국에서도 우리나라 숲이 다른나라 숲보다 탄소를 더 많이 흡수한다는 결론을 내기위한 방향으로 연구하려고 노력할거고 뭐 그런 모델도 만들려고 할거고 기타등등. 진실은 저 너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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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데드

경준이가 책을 봅니다. 부모들이 잘 안 읽어줘서 그런지 요새는 혼자서도 뭐라 씨부렁거리면서 책을 보곤 하죠. 젤 좋아하는게 기차나 버스 자동차 등의 탈것류가 그려진 책들이죠.

뭐 하루는 그림책이었는데 해골그림이 그려져 있고 skeleton 이라고 씌여있습니다. 경준이 그걸 가리키면서 하는 말 "아빠!"

우이씨~~~

제가 이젠 해골로 보이나 봅니다. 독일와서 일년 지나니 언데드가 됐네요.

몸관리좀 해야겠는데 그것조차 귀찮군요. 요새는 밤마다 위도 좀 아프고. 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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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 원자 보기 또 도전

계속 같은 주제 실험하고 있습니다. 팁에 철 코팅하고 텅스텐 위에 입혀진 철박막을 보는겁니다. 철박막의 첫번째 층은 앤티페로고 두번째 층부터 페로입니다. 첫번째층을 원자 분해능으로 보는게 필요하죠. 계속 팁과 시료 사이의 거리를 줄입니다. 갑자기 팅 하더니 팁 박네요. 자리 바꿔서 다시 어프로치 해보니 팁의 길이가 거의 수십 nm 나 짧아졌네요. 흐미 그리고 그전까지 크게 나오던 자기 신호 (MFM 신호)가 사라졌습니다. 팁에 코팅되있던 철이 샘플에 붙은 거죠. 즉 팁 코팅이 다 날라간 셈입니다. 뭐 이제 원자 봐바야 소용없습니다. 자기 팁으로 원자를 보는게 목적이니까요. 그래도 걍 시도합니다. 어차피 할 일도 없으니까... 원자인지 뭔지 노이즈만 보이네요. FFT 하면 그래도 가까스로 원자의 피크가 보이네요. 뭐 여하튼 의미없는 일이죠. 여지껏 팁 세개 해봤는데 다 같은 현상을 보이네요. 즉 원자를 보기전에 먼저 팁에 붙은 철이 시료로 옮겨갑니다. 사실 상식적으로 철이 동족인 철에게 더 잘붙겠지 팁 물질인 실리콘 산화막에 더 잘 붙어있겠습니까? 뭐 이런 이유로 이런류의 실험은 물건너간것 같기도 하네요. 어찌보면 단순한건데도 실험해보기전까지는 모르는거죠. 산화막을 없애고 해보면 잘 될려나. 실리콘과 철은 잘 붙어있을지도 모르죠.  영우 말대로 우리는 정말 아는게 없죠. 아는게 없기 때문에 운이 중요합니다.

 

SPSTM 의 성공은 아마도 철이 텅스텐에 잘 붙어있기때문인듯 하네요. 이게 다 운이죠. STM 의 팁으로 많이 사용되는 텅스텐은 철 잘 잡고 있는데 왜 AFM 팁으로 사용되는 실리콘은 이걸 못잡고 있는지... 산화막 벗겨내도 안된다면 다음엔 아예 시료를 철에서 망간 (역시 AF 임) 으로 바꿔봐야겠네요.

 

이 프로젝트는 영 맘에 안드네요. 내가 생각한게 있는데 그걸 할 시간이 있을지 모르겠네요. 원자 이미지 안보고도 exchange coupling 을 AFM 으로 측정하는건데 여러모로 난점이 많아서 선뜻 이거하자고 주장하기도 어렵군요. 미스컷된 철기판에 은이나 금을 입히고 그 위에서 철 코팅된 팁으로 이미지하는건데, 금이나 은은 철과 합금을 형성하지 않는다고 알려져 있으니 좀 더 가능성있어 보이네요. 근데 어떤 논문 보니까 미세 스케일에서는 합금을 이루기도 한다고... 뭐 이래저래 아는건 없죠. 제가 여러 논문 찾아서 원래는 합금 안이루는데 이루기도 한다는 논문이 있더라 뭐 이런식으로 애들한테 얘기하니까 애들 시큰둥한 반응...

이래서 뭔가를 하려면 적당히 남을 속여야 하나봅니다. 솔직히 모든걸 말하면 듣는사람 오히려 짜증냅니다. 논문쓸때 특히 그렇죠. Abstract 에 쓴대로 모든 데이터가 다 들어맞지는 않습니다. 그건 이런 이유때문이고 저런 이유때문이고 주절주절 써대면... 레프리들 상당히 머리아파 합니다. 왜 인생 그렇게 어렵게 사냐는 듯 얘기하죠. 때론 아주 친절히 걍 그런 복잡한 사설은 빼고 쉬운 내용만 넣어. 이렇게 말해주는 레프리도 있습니다. 아주 고맙죠. 그런거 빼면 억셉트 시켜주겠다는 거니까.

 

논리에 맞는 데이터만 끼워 넣으면 아주 좋아들 합니다. 보통 그렇게 하는데 때론 약점이 있는 데이터를 어쩔 수 없이 끼워넣어야 하죠. 약점을 커멘트 안하고 넘어가기도 하는데 혹시 레프리가 이걸 꼬투리 잡으면 어쩌나 하고 고민합니다. 그래서 논문 쓰는 시간이 더 길어지죠. 하지만... 레프리들은 대부분 인식 못합니다. 전혀 엉뚱한거 지적하는게 대부분. 그러나 약점을 정확히 집어내는 극소수의 레프리를 만났을때의 희열감!

 

존경스럽죠. 특히 레프리의 다음과 같은 반응이 가장 존경스럽습니다.

이 논문은 어떤 어떤 점을 연구했고 어떤 의미가 있으며 ... 그래서 매우 잘 씌여진 논문이고 출판하는데 동의한다. 하. 지. 만. 이런이런... 점은 좀 이상하며 커멘트가 필요하다고 하면서 약점을 집어낼때...

 

가장 실망스러운 레프리의 답변은

아 씨바 별 흥미있는 주제도 아니고 영어도 제대로 쓴것 같지 않으니 네이티브 스피커한테 교정도 좀 받아야 하고 우리 저널에 낼만한 수준이 아니니 대략 다음과 같은 하급저널에 "영어교정 후" 내는 걸 추천한다. 

 

흠 왜 이런걸 쓰고 있나. 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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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 몇 주일간 장비 문제 있는거 수리했다. 이제 깨끗한 시료 표면을 대충 얻을 수 있었다. 다음 차례는 원자 이미지 보는 것이다. 오늘 첨 시도해 봤는데 이건 아니다 싶다. 결국 안 되는 일인것 같다. 여기 계속 있어봐야 시간 낭비일 뿐이라는 생각이 든다. 불가능한 작전 뭐 그것이다.

 

최근에 신문을 보니 한국 과학자가 홍합 접착력의 신비를 밝혔다는 기사가 나왔다. 논문은 직접 안 읽어봤지만 대략 기사에 실린 내용을 보니 나의 전공 장비 AFM 을 이용한 것이다. AFM 팁 끝에 아마 홍합 접착물질을 묻히고 그걸로 얼마나 접착력이 센가를 측정한듯하다. 기사를 본 순간 웃음밖에 안나왔다. 정말 단순한 아이디어 아닌가? 뭐 신비를 밝혔다고 기사엔 나왔지만 그냥 대충 AFM 으로 미세 스케일에서 잰것일 뿐이다. 나노도 들어가고 바이오도 들어간다. 최근의 추세에 비춰볼때 정말 완벽한 주제 아닌가?  접착력을 굳이 AFM 을 이용해서 잰 이유는 뭔지 모르겠다. 정제된 접착물질을 얻기위해 상당량의 홍합이 필요하다고 하던데 적은 양 (ng 이하도 충분)으로 실험하기에 AFM 이 적절한 툴이 아니었나 싶다. 뭐 새로운 방법은 아니다. 홍합에 처음 적용했을뿐.

 

처음 이런 식의 실험을 한 사람은 antigen-antibody 사이의 결합력을 측정하는데 AFM 을 사용했다. 잘 알려진 효소의 모델 (열쇠- 자물쇠 모델)을 실험으로 보인 셈이었다. 그 당시 그 논문은 상당한 센세이션을 일으켰고 팁끝에 다양한 물질을 입혀서 시료의 성분을 알아내는 방법이 상당히 유행했다. 이런 방법을 통칭해서 케미컬 포스 마이크로스코피라고 불린다. 방법이 알려지고 나니 뭐 물리학자가 할 일은 별로 없다. 화학자나 생물학자가 시료를 어떻게 잘 만드느냐의 문제일뿐.

 

물리학 하면 빼놓을 수 없는 분야가 Magnetism 이다. Exchange coupling (J s1 s2) 은 스핀 방향에 따라 인터액션 크기가 달라진다. 여기 당어 교수네 그룹에서는 이 exchange coupling 을 antigen-antibody 사이의 힘 재듯이 AFM 으로 재려고 하고 있다. 이거야말로 생물학자나 화학자가 할 수 없는 일인 셈이다.  개인적으로 참 좋은 주제라 생각한다. 물리학자가 할 일이니까...

 

근데 나의 첫번째 타겟으로 잡은 Fe/W(001) 샘플은 너무 어려운것 같다. 일단 Fe 을 원자 분해능까지 봐야하는데 이거 해본 사람도 없고 원래 메탈은 인터액션이 너무 작아서 AFM 으로 원자 보기 정말 어렵다. Uwe 라는 학생이 3년간 이런 류의 실험 해서 좋은 결과를 내서 졸업하는데... 오늘 실험좀 해보니 Uwe 가 정말 존경스럽다.

 

근데 문득 드는 생각은 그렇다. 이게 다 무슨 소용이란 말인가. 가령 익스체인지 인터액션에 의한 이미지를 얻었고 그 크기도 정확히 재서 인터액션은 몇 meV 라고 값까지 얻었다고 치자. 뭐 그다지 유용한 정보도 아니다. 팁에 따라 다른 값을 가질테니... 익스체인지 인터액션은 이미 다 알고 있는 것이고 뭐 그리 새로운 정보를 주는것도 아니다. 그냥 새로운 방법으로 재 봤다는 것일뿐. 뭐 이런 시덥잖은 일에 시간낭비하고 있어야 하나 하는 생각이 든다. 뭐 그리 쓸모있는 연구는 아니란 말이다.

 

스위스 학회에서 재미난 토크를 하나 들었다. 쇠고기를 키위에 절이면 부드러워 진다고 한다. 핀란드 여자였던걸로 기억나는데 키위에 담가둔 쇠고기가 부드러워지는 정도를 AFM 으로 측정했더라. 뭐 이런것도 그다지 쓸모 있는 연구는 아니다. 홍합도 내가 보긴엔 마찬가지인것 같고. 단지 넓은 층의 독자를 상대로 하느냐 좁은 층의 독자를 상대로 하느냐의 문제일뿐...

 

어차피 의미 없는 연구들이니까 그냥 즐기면서 하고 싶다. 키위에 담가둔 쇠고기를 재듯이.... 그런데 UHV LT 장비는 작동시키는것 자체가 스트레스다. 즐기면서 연구하기가 너무 힘들다. "이렇게 바꿔보면 어떨까?" 이런 아이디어를 내면서 실험할 여건이 안된다. 뭐 하나 바꾸려면 하세월이다. 생각없이 기계의 스케쥴에 따라 움직이고 있는 나를 보게 된다.

 

집에 왔더니 부인이 한마디 한다.

 

부인: 오늘 쌀뜨물로 씽크대 닦았는데 세제로도 안되던게 정말 쉽게 잘 닦인다. 이거 좀 연구해봐. 화장실 청소할때도 쌀뜨물이 짱이래.

나: 그게 미세 분말이라서 그래. 치약도 미세 분말이라서 이를 잘 닦잖아. 나노입자?... 여하튼 밀가루로 해도 잘 닦이잖아.

부인: 밀가루도 전에 해봤는데 쌀뜨물이 더 잘 돼. 이건 왜 그렇지. 연구좀 해봐.

나: ...

 

쌀뜨물 연구가 더 재밌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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