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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저런

 

 

1.

오늘 뭐시기뭐시기 토론회에 갔다가,

꼬리에 꼬리를 무는 생각들.

 

-'돌봄노동'을 언급하는 것 그 자체로 젠더관점을 지녔다고 할 수는 없는 것.

어떠한 입장에서 '돌봄노동'을 사고하느냐가 중요할텐데,

즉, 신자유주의가 그 자신의 위기관리를 위해 취하고 있는 전략을 비판적으로 분석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 신자유주의 정부에 대한 맹목은 '젠더관점에 입각한 돌봄노동의 사회화'라는 언명을 희화화시킬 뿐이다.

 

-'돌봄노동의 사회화'를 위해서 공공성 강화가 관건이고 따라서 국가의 역할이 강조되어야 한다는 입장은 매우 적절하나, 그러나 그 국가의 성격에 대한 분석과 성격을 변화시키기 위한 계획과 실천이 동반되지 않는한 '적절한 국가의 개입'은 허상에 불과한 것.

 

 

 

2.

옛날 짐정리하다가 튀어나온 02년 대선투쟁시기의 신문 한 장.

 

현재 김대중의 자리에 이회창이 앉는다면, 이회창은 김대중의 신자유주의 개혁에 군부독재 시절의 통치 스타일을 덧붙일 것이다. 정몽준이 앉는다면, 김대중의 신자유주의 개혁에 좀 더 노골적인 독점재벌 우선 정책을 덧붙일 것이다.

이들에 대한 선택은 더욱 끔찍한 미래를 가져올 뿐이다. 군부독재 시대의 망령들이 추진하는 신자유주의는 더욱 폭력적일 것이며, 재벌 2세가 추진하는 신자유주의는 더욱 혹독한 것일 것이다.

 

이회창과 정몽준을 합쳐놓은 2MB....우리의 선택은 왜이리 더더욱 끔찍한 오늘이 되어버렸는지....

 

 

 

 

3.

다른 세상, 다른 미래를 꿈꾸기 위해서는

그 꿈을 현실로 만들기 위해서는

가야할 길이 퍽이나 멀겠구나.....

 

지금시기 우리들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지치지 않고 방향을 잃지 않는 것, 인 듯 하다.

 

 

 

4.

짐정리하다가 튀어나온 메모 하나 더. (책에서 베껴놓은 것)

 

"그럼 당신의 이름이 뭐죠?"

기자가 카메라와 마이크를 들이대며 묻습니다. 큰 코를 가진 스키마스크가 대답합니다.

 

"마르코스. 부사령관 마르코스요."

머리위에서, 필라투스 비행기가 빙빙 돌기 시작합니다.

 

그 순간부터 산 크리스토발을 점령한 완벽한 군사작전은 희미해지고, 그것과 함께 작전전체를 지휘한 것은 여성, 반란군 원주민 여성이었다는 사실도 지워집니다.

 

1월1일 전투와 사파티스타가 탄생한 이후 10년 동안 걸어온 길에 다른 반란군 여성들이 참여한 사실은 부차적인 일이 되어버립니다.  마르코스에게 초점이 모아지면서 스키마스크를 쓴 얼굴들은 더욱더 이름없는 사람들이 됩니다. 소령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이제 바깥 세상에서는 이름을 갖게 된 큰 코 뒤를 계속 지킵니다. 그녀의 이름을 묻는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

 

1994년 1월 2일 새벽, 바로 그 여성이 산 크리스토발에서 퇴각하여 산 속으로 복귀할 것을 명령합니다. 50일 후, 그녀가 EZLN의 CCRI-CG의 대표단 일행을 보호하는 호위대의 일원으로 산 크리스토발에 다시 옵니다. 몇몇 여자 기자들이 그녀와 인터뷰를 하고 그녀의 이름을 묻습니다.

 

"아나 마리아, 반란군 소령 아나 마리아입니다."

 

군인이 된 지 10년이 된 1994년 12월, 아나 마리아는 라칸도나 정글 주변에 정부군이 구축해 놓은 군사 봉쇄망을 뚫을 준비를 하라는 명령을 받습니다. 12월 9일 새벽에, 사파티스타는 38개 자치시에 거점을 확보합니다. 아나 마리아는 치아파스의 고지대에 있는 자치시에서 전투를 지휘합니다. 그녀를 비롯하여 여자 장교는 모니카, 이사벨라, 유리, 파트리시아, 후아나, 오펠리아, 셀리나, 마리아, 가브리엘라, 알리시아, 세나이다, 마리아 루이사 이렇게 열두 명입니다.

 

사파티스타의 작전 개시 후 연방군 최고 사령부는 파열된 그들의 봉쇄망을 침묵으로 둘러싸고, 대중매체를 통해 이것은 순전히 EZLN쪽의 선전에 불과하다고 선언합니다. 사파티스타가 봉쇄망을 뚫은 데다가 여러 도시를 여자가 지휘하는 부대에게 점령당했다니 연방 정부군은 굉장히 자존심이 상했습니다. 그래도 도저히 용납할 수 없는 이 사건을 국민에게 감추려고 엄청 돈을 씁니다.

 

무당한 콤파녤로들의 의도하지 않은 행동과 정부의 의도적인 행동 탓에, 아나 마리아와 그 곁에 있는 사파티스타 여성들은 철저히 무시되고 눈에 보이지 않게 됩니다.

그녀

 

계급도 없고, 군복도 없고, 무기도 없습니다.

하지만 그녀만은 자신이 사파티스타임을 압니다.

얼굴이나 이름이 없다는 점에서 그녀는 사파티스타와 많이 닮았습니다. 그리고 그녀 역시 사파티스타처럼 민주주의와 자유와 정의를 위해 싸웁니다.

 

그녀는 이미 모든 사람과 싸웠습니다. 남편과, 애인과, 남자친구와, 자식과, 친구와, 형제와, 아버지와, 할아버지와 싸웠습니다.

그들은 말합니다. 

"넌 제정신이 아니야."

 

그러나 그녀는 아주 많은 것을 포기합니다. 그녀가 포기한 것은, 크기로 치면 손에 아무것도 가진 것 없는 반란군이 포기한 것보다도 훨씬 큽니다. 그녀의 모든 것, 그녀의 세계는 '저런 미치광이같은 사파티스타'는 잊으라고 하고, 기존 체제에 길들여진 습관은 오직 자신만을 위해 살고 오직 자신만을 염려하는 안온한 무관심 속에 눌러앉으라고 말합니다. 그녀는 아무 말도 하지 않습니다. 어느 이른 새벽, 그녀는 뭉툭한 희망의 끝을 날카롭게 다듬고, 하루에도 몇번 씩, 최소한 1년에 364번은 자신의 자매인 사파티스타의 1월 1일을 흉내내기 시작합니다.

그녀가 환하게 웃습니다.

한때는 사파티스타에 그저 감탄할 뿐이었지만, 그들이 자신의 반란, 자신의 희망을 비추는 거울이라는 걸 이해하는 순간 그녀의 감탄은 끝났습니다.

3월 8일, 얼굴을 지우고 이름을 감추고 그녀가 만납니다. 그녀와 함께 수천 명의 여성들이 옵니다. 더욱 더 많이 옵니다. 전세계에서 해야 할 일이 많고 아직도 싸워야 할 일이 많다는 걸 기억하는 수십, 수백, 수천, 수만 명의 여성들이 옵니다. 존엄은 전염성이 강한 것 같습니다. 그리고 여성은 이 골치아픈 병에 훨씬 감염되기 쉬운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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