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드바 영역으로 건너뛰기

늦가을...당신을 떠나보내고

 

결국,

빈소에 다녀왔다.

 

사무실 사람들과 함께 차를 타고 장례식장으로 가는 동안

차 안에 있던 김종배 유고집을 펼쳐들었다.

 

"당신을 떠나보내고"라는 제목의 시가 눈에 들어왔다.

 

 

 

늦가을,

당신을 떠나 보내고

낯선 영안실 프라스틱 의자에 앉아

당신을 지우기 위해

모진 애를 씁니다.

포도에 떨어지는 젖은 낙엽을 밟으며

아무도 서로를 위로하지 못하는

서로의 슬픔을 싸안고

이제 아주 떠나버린 당신을,

애쓰지 않아도 시간 속에 퇴색될

당신을 향한 슬픔을 잊기 위하여

모진 애를 씁니다.

 

그대는,

이미 추억이 되어서

슬픈 빛살처럼 머물 뿐인데

산 사람이라도 살아야겠다며

몰려가는 우리가 참으로

두려워지는 날이기도 합니다.

맹세한다고 했지만

번번히 우리들의 맹세는 되풀이됩니다.

그대가

떠나며 남긴 교훈보다는

떠나버린 빈 자리에서

우리의 가슴은 더욱 절실해집니다.

 

 

 

사실, 나는 고인을 잘 모른다.

'잊기 위해 모진 애를 쓴다'는 표현은 그래서 어쩌면 어울리지 않을지도 모르겠다.

 

다만...

그녀는 그녀대로 나는 나대로, '살아온'

2005년 여름부터 2008년 가을까지의 같고도 다른 시간.

 

그 시간 이후의 지금부터의 삶은

더더욱 나만의 삶은 아니어야겠다는 생각이 새삼든다.

 

그래서

괴롭다.

어떻게 살아야 할까.

 

역시,

다녀오니까...더 심란..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