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드바 영역으로 건너뛰기

KTX 승무원과 함께 하는 열 번째 촛불문화제

 

 

'KTX 승무원과 함께 하는 열 번째 촛불문화제'에 다녀왔다.

한달 여 기간 동안 매주 참여한 문화제였지만, 이날은 유난히 발걸음이 더뎠다. 무거웠다.

 

KTX 승무원들을 지지하는 학생들이 모여서 성명서를 내보려던 계획이, 생각보다 여러 가지 난관이 있어 제대로 이뤄지지 못하게 된 데에 대해 마음 속에 답답함이 쌓이고 있었고,

 

파업 300일을 바로 다음 주에 앞두고, 여기서 더 장기화될 수 있을지 없을지에 대한 중요한 시기인 듯한 느낌이 드는데 비정규직 관련 법안들이 순서대로 재빠르게 통과되어 버리니, 엎친데 덮침을 당하고 있는 상황이 안타깝기도 하고,

 

매주 한 두어명씩은 같이 가는 친구들이 있었는데 이날은

그 친구들의 회의와 기타 사정으로 인해 문화제 참여하려면 나 혼자서 가야했기도 했고,   

 

그리고,

 

비가 왔고 피곤했다. 며칠 째 내 몸에 무리하게 돌아다녔던 건 맞다.

(정말이지 세계 최고의 적인) 귀차니즘이 아예 없지도 않았다.

 

 

비가 와도 문화제는 예정대로 진행된다는 소식을 듣고,

갈까 말까를 생각하는데,

문득 또 내 위치를 확인하게 되었다.

 

문제의 당사자와 당사자가 아닌 사람.

 

어떤 식으로든 나와 연결되지 않은 모순들은 없다고 생각하지만,

어떤 사안에 있어서 당사자가 아닌 입장, 그리고 나의 경우 대학생이라는 위치,

에 대해서 간혹 깨닫게 된다. 내가 의도해서, 생각해야만 하는 순간일지도 모르지만.

 

누군가는 이런 문화제를 정말 필사적으로 준비하고, 참여하고, 진행하는데

누군가는 참여의 여부를 두고 선택 할 수 있다는 것.

 

주로, 그런 종류의 생각의 갈림길에서 나의 위치를, 누군가와의 차이를,

생각하게 되는 것 같다.

 

이런 생각들을 할 때, 나 같은 경우, 갈까 말까를 고민한 나 자신의 망설임들을, '가야한다'는 당위를 배반한 부도덕함으로 매도하지는 않는다. 다른 위치에서 유발되는 내 각종 감정들이 느껴지고 보이는데 보이지 않는 것으로 만드는 건, 오히려 나를 포함한 타인들을 속이는 결과를 가져온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단지, 내 자신에게 더 물을 뿐이다. 지금 이 순간의 내 위치에서, 나와 관련한 문제에 어떤 식으로 관여, 행동하는 것이 나에게나 타인에게나 더 좋을 수 있을지를..

 

*



 

다행히도 문화제를 시작한 부근 부터는 비가 오지 않았지만,

사람들의 참여는 눈에 띄게 적은 게 보였다. 부산지부 승무원분들이 선전전 때문에 오시지 못해서 더 적어진 것도 있었다. 심지어 공연을 하기로 했던 단체에서도 참석하지 않은 듯.

 

이날은 의료연대노조 서울대병원, 간병인, 청구성심병원 분회에서 몇 분이 연대발언을 해주신 게 기억에 남는다.

 

중년의 여성 노동자들을 '어머니'로, 이십대 부근의 여성 노동자들을 '딸들', '아가씨들'로 부르는 것은 여러 가지 의미에서 불편했지만, 이들에게 있어서는 '동지들'이란 말보다 더 친근함을 불러일으키는 말이 아니었을까. 서로를 그렇게 호칭하는 데 있어서 말이다.

 

특히 이 분들은 ktx 승무원 한 분 한 분을 위한 미니 케익을 준비해오셨다!

 

나중에 문화제가 끝나고,

사람이 적었던 탓에, 승무원분들도 많이 참석하시지 못한 탓에,

얼결에 나도 케익을 받았다.

 

사실, 이날 문화제에 오기까지 내 마음의 여정을 생각하니,

케익이 가볍지 않았다. 오늘처럼 망설인 날에, 혼자 온 날에, 케익선물이라니. 아이러니.

혼자서 먹을 수는 없는 케익이었기에

이전에 함께 참여한 친구들과 함께 먹으려고,

그들이 몇몇 모여 회의를 하고 있는 학교로 올라오는 길에

이상하게 자꾸만 눈물이 났다.

 

혼자서라도 가겠다고 결정 내렸을 때의 허전함이 다시금 생각나서인지,

난 받을 자격이 없는 것 같은데 이렇게 '눈에 보이는 무언가'를 '받아 가게 되어' 스스로 부끄러움을 못 견딜 것 같아서 였는지,

잘 해결 되었으면 좋겠다는 조급한 바람과는 달리 자꾸만 떠오르는 안좋은 결말에 대한 불안감 때문인 것인지,

나도 잘 알 수는 없지만. 그랬다.

뭐, 학교에 올라와서 친구들과 조잘대며 케익을 나눠먹으면서는 또 기분이 좋아졌으니까. 단지 날씨가 갑자기 너무 추워져서 그랬던 걸지도 모른다.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